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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9. 수습
작성일 : 19-10-29 17:51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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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수라장이었다. 강연장 주변은 통제되었고, 혹시 모를 또 다른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보안대는 사태를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했다. 남은 일정은 모두 취소되었고, 펠릭스와 행사 관계자 일행은 곧바로 부리나케 도시를 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망자가 한 명 뿐이라는 점이었다. 펠릭스를 쏘려고 했던 그 남자는 머리를 관통당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시신은 조사를 위해 즉시 수사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는 그 자 뿐이었지만 부상을 입은 사람은 다수 있었다. 화기로 인한 것이 아니라 현장을 벗어나려고 서로 밀치고 잡아당기는 혼란 속에서 입은 부상이었다. 그들은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간단하게 치료를 받거나 심한 경우에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을 때는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퇴근은 당연히 꿈도 못 꿨고, 바로 직전까지 현장을 뛰어다니던 보안대원들은 그 뒤에야 샤프트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들은 복귀한 뒤에도 한참을 대기해야했다. 그러다가 보안 대장이 직접 무전으로 상황종료를 알렸고, 그제서야 보안대원들은 제복을 벗고 퇴근할 수 있었다. 이미 자정은 지난 지 오래였고, 늦은 새벽이 다 되었을 때였다.

 

 그러나 로건은 팀원들을 다 퇴근시키고 나서도 대장실에 남아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1팀장인 테오도르와 2팀장인 레이첼도 다 함께 모여 있었다. 그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조용히 라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타닥타닥. 루시아가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단조롭게 울렸다. 부관 역시 퇴근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와 완벽히 똑같은 표정으로 잔업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녀라면 내일 도시가 멸망한다 해도 이 자리에서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루시아의 그런 흔들림 없는 항상성이 팀장들이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주었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대장이 들어왔다. 라울 또한 평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딱히 화가 나 있다거나 짜증이 나 있다거나 혹은 피곤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경례를 붙이려던 팀장들에게 손사래를 친 다음 자신의 책상 뒤에 섰다. 그리고 거의 무의식적인 동작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아, 미안한데 담배 한 개비만 피우고 시작해도 되겠나?"

 

 팀장들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라울은 '고맙네' 하고 중얼거리더니 끝에 불을 붙였다.

 

 그가 생각에 잠긴 채로 연기를 뿜어내자 레이첼이 조금 물러났다. 그녀는 담배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담배 한 개비가 연기가 되어 사라진 후에야 라울이 말을 꺼냈다.

 

 "먼저, 다들 수고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겠군. 아주 신속하게 잘 처리했어. 일단 미수자를 제압하는데 시간을 질질 끌지 않은 게 가장 큰 공이었다고 말하고 싶군. 나대신 훌륭한 사격 솜씨였다고 전해주겠나?"

 

 대장이 로건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절대로 신입에게 이 말을 전하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라울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더니 계속 말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VIP 경호라는 임무를 훌륭하게 해낸 셈이네. 하지만 우리 국장 양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더라고."

 

 테오도르가 움찔했다. 그는 아직도 대장이 13번 도시의 최고 권력자인 정보국장에 대해 저렇게 무례할 정도로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에 대해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라울은 거기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의 주장은 아예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안 되었다는 거야. VIP가 불의의 습격을 받았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남자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거지. 그것도 소재가 불명확한 '화기'를 말일세."

 

 그 남자가 가지고 있던 것은 13발의 실탄이 장전된 자동 권총이었다. 총기번호가 적혀 있지 않은 권총. 즉, 등록되지 않은 불법 화기였다.

 

 중앙정보법에서는 일반인이 총기를 소지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으며 총기를 제조, 판매, 유통하는 것 또한 보안국의 관리 아래에서만 가능할 정도로 철저히 규제하고 있었다.

 

 즉, 일반인이 총기와 관련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구대원들도 기껏해야 비살상용 테이저 건을 무장할 수 있을 뿐이었고 살상 기능이 있는 실탄을 소지할 수 있는 것은 법에 따라 보안대원과 군인뿐이었다.

 

 그렇게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총기를, 그 남자는 소지했을 뿐 아니라 범죄에 이용하려 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 권총은 절대 수제품이 아니었네. 모양이며 구조까지 분명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디자인 된 것이었지. 그 말은 지금 어디선가 불법적으로 총기를 대량 제조하는 곳이 있고 심지어 이미 유통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엄연한 위법이었고, 더 나아가서는 도시의 안보에 위협이 될 만한 사항이었다. 심각한 얘기였지만 라울은 마치 오늘 저녁 메뉴라도 읊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국장 양반은 이걸 아주 중대한 사안으로 간주했네. 그래서 이 불법 총기 사건에 관련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이라는 특명을 내렸지. 그러니 내일부터 여러모로 바빠질 것 같네."

 

 "무장 세력이 개입되어 있을까요?"

 

 레이첼이 긴장된 어조로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라울이 현실감각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말했다.

 

 "그러니 당분간은 언제 어디서 총격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긴장 단단히 하고 방탄 장구와 총기 점검도 철저히 하도록 하게. 어쨌든 이 사안에 대해서는 중앙 정보국에도 보고가 될 테고 일이 얼마나 진전되어 가는지도 계속 보고가 올라갈 걸세. 국장님의 말로는 우리 선에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 도시에 군이 개입하는건 원치 않는다고."

 

 '군' 이라는 단어 하나에 팀장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루시아마저 타자치는 것을 멈칫할 정도였다. 여기에 있는 어느 누구도 군이 개입하는건 원치 않았다.

 

 "내가 전달할 사항은 여기까지. 질문 있나?"

 

 라울은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팀장들을 휘 둘러보았다. 그 또한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웬만한 일 가지고는 흔들리는 일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가 흔들리는 걸 본 일이 없었다.

 

 "없으면 오늘은 그만 가 봐도 좋네. 다들 수고했네."

 

 대장은 담배 하나를 더 꺼내 물더니 그제서야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레이첼은 로건과 테오도르에게 인사를 하고는 먼저 대장실을 나섰다. 운 나쁘게도 2팀은 오늘 야간 근무였다.

 

 "일이 커졌군."

 

 대장실을 나와 복도를 조금 걸어가자, 테오도르가 한숨을 쉬었다.

 

 "군 얘기까지 나오다니 말이야."

 "내 말이."

 "그래도 그 펠릭스라는 작자가 무사해서 다행이지 뭔가. 만약 그 자가 총이라도 맞았다면 진작에 도시가 발칵 뒤집혔을 걸세."

 

 로건은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이 복잡해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근래에 너무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았다. 대장이나 부관처럼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꾼."

 

 그 미수자가 외쳤던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던 로건이 중얼거렸다. 영문을 모르는 테오도르는 눈을 껌뻑였다.

 

 "어, 나는 자네에게 사기를 친 일이 없는데."

 "아니, 그 미수자가 펠릭스를 보고 한 말이네. 그가 살인을 감행한 이유랑 뭔가 관계가 있을 것 같지 않나?"

 

 그 의문은 테오도르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1팀장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글쎄. 설령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해도 그건 내일 미수자의 신상이 파악되면 어느 정도 밝혀질 일이겠지.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나?"

 

 "…… 자네 말이 맞네."

 

 로건이 순순히 인정했다.

 

 "일단은 이 불법 총기 수사에 관해 집중하는 게 맞겠지."

 

 "아니, 그 이전에 자네 팀 신입 말일세. 로웬이라고 했던가."

 

 테오도르가 말했다.

 

 "사람을 죽인 건 처음이지 않은가. 아마 꽤 충격을 받았을 걸세."

 

 그는 로건의 어깨를 툭 치더니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로웬이 3팀 휴게실 맞은편 창문 앞에 선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휴게실 불이 꺼져있는 걸 보아하니 다른 팀원들은 이미 다 퇴근했고, 그 뒤에 혼자 남은 모양이었다.

 

 "잘 격려해주게."

 

 테오도르는 로건의 어깨를 툭 두드린 다음, 자신은 반대방향으로 돌아갔다.

 

 로건은 조용히 신입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멍한 눈동자로 샤프트의 창문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만의 생각에 깊게 잠겨 있는지 발소리조차 못 듣는 듯 했다.

 

 "로웬."

 

 말을 걸자 그제야 인기척을 느낀 기색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로건을 발견한 그녀가 허둥대며 경례를 붙이려고 하자 로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그는 옆에 서서 똑같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샤프트 바깥쪽으로 난 창문으로 13번 도시의 모습을 부감할 수 있었다. 어둠과 옅은 스모그로 가득 찬 이 도시 어딘가에서 불법적으로 총기가 제조, 유통되고 있다. 또 어딘가에는 사람을 자살시키는 마약이 돌고 있을지도 모르고.

 

 "자네의 잘못이 아니네."

 

 로건이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 아뇨, 제 잘못입니다."

 

 로웬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전… 손을 쏘려고 했습니다. 그저 무장만 해제시키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빗맞아서 그만…….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그녀는 망연한 표정과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 자가 자초한 일이네. 그리고 자네가 자책하는 것은 그 자가 잘못한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로건이 말했다.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 익숙해져야 하지만 동시에 익숙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

 "… 예, 기억합니다."

 "그것만 기억하면 되네."

 

 로건은 길게 말하지 않고 계속 그녀의 옆을 지켰다. 이제껏 많은 신입들을 받았고 그들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충격을 받은 모습도 많이 봐왔다. 이럴 때는 백 마디 말보다 그냥 옆에서 지켜주는 게 더 나았다. 적어도 로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끔.

 

 그들은 오랫동안 13번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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