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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광무의 꿈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대한제국의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홍종우의 삶을 보면 된다. 조선인 최초로 프랑스로 건너가 근대화를 통한 조국 조선의 부국강병의 길을 도모한 자. 김옥균 등을 수괴로 한 친일 매국노들과 벌인 흉험한 싸움. 헤이그 만국 평화회의 밀사는 이용익이었고 그의 곁에는 홍종우가 있었다. 근대사 전체를 통째로 뒤집는 위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7. 다시 꽃 피는 마른 나무.
작성일 : 19-10-29 17:47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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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다시 꽃 피는 마른 나무.

 

 

 - 아직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코리아 문학의 표본으로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흥미점들을 고려하여 기메 박물관 이사회는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평가되는 작품의 하나인 “Le bois sec refleuri(다시 꽃피는 마른 나무)”란 제목의 소설을 기메 박물관의 보급 총서로서, 예외적으로 출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번역자 홍종우 씨는 2년간 기메 박물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는 세심하게, 거의 단어 하나하나마다 신경을 써서 이 소설의 문체와 순수성을 옮기는데 전념하였으므로 편집자들은 그의 번역의 이국적이고 원시적인 맛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하여 수정을 전혀 않기로 했다. (다시 꽃 피는 마른나무 / 1895년 에르네스트 르루 출판사. 출간문)

 

 “친애하는 나의 벗 야셍트 롸종에게.

 우정으로써 그렇게나 기꺼이 나를 맞이해 주었던 당신 집에서, 우리 둘은, 우리 인간의 기원과 운명에 대한 풀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자주 토론했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나고 살아 온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은 우리의 정신의 틀을 박아내었고 또 그 위에 아주 판이한 각인을 찍어 놓았습니다. 이 지상보다 더 높은 것에 대한 문제들이 평가되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아마 당신은 지나치게 카톨릭적이고, 나는 또 지나치게 이교도적인 것으로 밝혀질 것입니다. 당신은 기독교보다 더 높은 것이나, 이에 비길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나는 당신들의 낯선 교리를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나는 공자에게서 당신들의 어떠한 교리에서보다 지혜를 더욱 잘 발견할 수 있으며 또한, 거의 초인적인 지혜 속에서 떠돌고 있는 노자는, 나의 사고를 내가 어렴풋이 예감하거나 꿈꾼 사물들보다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주어서, 마침내 나의 사고는 무한한 곳에 젖게 됩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나는 유일신이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했다는 것을 믿습니다. 신은 먼 곳에 살고 있는 낯선 존재, 먼 에테르로 가득 찬 우주의 심원한 곳에, 별들 저쪽에 세워진 가공의 궁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혼들의 혼이며 우리의 생명들의 생명, 우리의 진정한 아버지, 그 속에 우리가 존재하고 그에 의하여 우리 모두가 존재하게 된 자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에게서 태어났으므로 우리 모두는 형제입니다. 비록 우리들의 믿음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 있지만 그를 믿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은 더욱 더 연결되어져 있고 형제라는 사실을 정말 얼마나 잘 느낄 수 있는지요? 나는 모든 사물 사이를 마치 꿈 속 처럼 스쳐지나가면서 긴 여행을 했습니다. 조국을 떠난 뒤로 나는 언제나 나의 정신이 예감하였던 것을 찾아서 회색 안개 사이를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결코 나는 그것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당신의 저서는 마치 폭풍의 어두운 구름을 찢고 진리의 광채를 내게 뿌려 주었습니다.”

 

  그는 책의 서문 앞에 올릴 롸종 신부에 대한 헌사를 적고 있었다. ‘다시 꽃 피는 마른 나무’의 집필이 마무리 되었다. 서문도 완성 되었고 이제 신부에 대한 감사의 헌사를 쓰면 출판사에 넘겨질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그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해 왔다. 그저 출근해서 책을 쓰고 숙소에 들어오면 밥을 해 먹고 책을 조금 보다가 자고. 단조로운 일상이 그는 만족스러웠다. 누군가를 열심히 찾아 다닐 필요도 없었고 누군가를 향해 열심히 떠들 필요도 없었다. 강철 펜촉에 잉크를 묻히고 그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생해서 완성한 ‘직성행년편람’의 원고는 이미 앙리 슈발리에에게 넘겨져 수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시 꽃 피는 마른 나무”의 모든 원고를 박물관에 넘긴 날, 그는 다시 Messageries Maritimes의 요코하마 행 선표를 구매했다. 이제 정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기메 박물관에 사직원을 내고 직원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이별은 뜻밖에도 담담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펠릭스 레가메에게 기별을 하고 이별의 자리를 만들었다. 레가메가 준비한 송별 만찬은 늘 그렇듯이 레가메와 관련이 있는 많은 유력 인사들로 가득 찼고, 늘 그렇듯이 그에게 연설을 부탁했고, 또 늘 그렇듯이 떠나는 그를 위해 모금을 했다. 레가메는 이 자리에서 금촉이 달린 워터맨 만년필 한 자루를 그에게 선물했다.

 

  그는 최근 건강이 안 좋아져 외출을 못하는 롸종 신부에게 작별의 인사를 담아 헌사를 완성했다. 신부의 건강이 나빠진 이후로는 그를 만나지 못했다.

 

 “동방에서 오는 하얀 구름이 하늘로 지나가는 것을 보거든 저기 먼 곳 강가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있을 저를 생각해 주십시오. 서방으로 가는 모든 구름과 새들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중 몇몇이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당신의 가슴 속에 우정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해주시기를 기원하고 있을 당신의 변함없는 친구를 생각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는 “친애하고 공경하는 학자이자 진실한 친구인 홍종우에게.”라고 시작되는 롸종 신부의 답장을 받았다. 신부는 부디 프랑스를 떠나기 전에 신부의 집에 들려 마지막으로 식사나 한 번 더하고 가라고 청해 왔다. 그러나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프랑스에 남기는 단 한 명의 진실한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히야신스 신부에게 작별을 고했다. 신부가 그에게 남기를 청한다면 그는 거절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의 그는 오직 조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결심으로 움직였다. 가기 싫은 길을 주저한다면 그 순간 출발을 포기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떠나야 하는 순간을 주저할 수 없었다. 훗날 ‘다시 꽃피는 마른나무’가 출판된다면 그의 우정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다시 전달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 책은 바로 히야신스 신부에게 바친 책이었고 바로 그 스스로의 이야기였다.

 

  1893년 7월 23일. 파리를 떠나는 날이었다. 따가운 햇빛이 파리의 가로수 나뭇잎 사이로 선명하게 파고드는 여름날이었다. 세르팡트 거리 23번지의 작은 호텔에서 그가 나왔다. 호텔의 여주인에게는 앞으로 그에게 오는 우편물을 일본 주재 프랑스 영사관으로 보내줄 것을 부탁했고, 그동안 그의 심부름을 해 오던 갸르송(보이, 심부름꾼)에게는 5 프랑 짜리 지폐를 하나 내밀었다. 그의 짐은 파리에 올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가죽 가방 하나와 갓통 하나. 하지만 가방은 훨씬 무거워졌다. 프랑스 책 몇 권과 권총 한 자루가 더 늘었다.

 

  레가메가 호텔의 앞에 서서 그를 전송했다. 그는 레가메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 그들은 궐련을 하나씩 나눠 피웠다.

 

 “이제 떠나는군. 부디 잘 가게. 홍군.”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프랑스에서 좋았던 것은 뭐가 있었는가?”

 

 그는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너무나 많았다. 롸종 신부, 르낭 교수, 포도주, 맛있는 빵, 까망베르 치즈, 세느 강, 처음 본 오페라, 정든 기메 박물관, 이젠 익숙해져 버린 에펠탑, 자유, 공화정, 그 많은 대포들...프랑스에 좋은 것은 너무나 많았다.

 

 “말들이 참 큽디다.”

 

 레가메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그에게 베푼 레가메 본인과 프랑스의 호의가 내심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그럼 나빴던 것은?”

 “이기주의.”

 

 매몰찬 대답을 궐련 꽁초와 같이 던진 그는 마차에 올랐고 레가메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건넸다.

 

 “아 비앙또.”

 “아 비앙또.”

 

  그를 태운 마차는 파리의 거리를 헤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역시 호랑이었다. 호랑이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레가메는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그의 뇌리에는 그들이 나눈 인사말이 맴돌았다. 프랑스 어의 작별 인사말은 세 가지다. 첫째. 아 듀. 신 앞에서 보자는 말, 영원한 이별. 둘째. 오흐부와. 다시 봅시다. 셋째, 아 비앙또. 잠시 후에. 그가 남긴 인사말은 잠시 후에 곧 보자는 말이었다.

 

  레가메는 방금 헤어진 흰 옷에 검정 갓을 쓴 조선의 사나이가 정말 떠난 것인지 실감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사람이 존재했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그와 같이 한 시간과 추억, 모든 것이 명확치 않고 희미해졌다. 나는 또 다시 미친 짓을 한 건가. 이미 세상을 떠난 폴 베를렌과 아르튀르 렝보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런데 그들의 존재도 희미했다. 레가메는 약한 배반감과 희미한 슬픔에 싸인 채 집으로 걸어갔다.

 

 

  그가 떠난 후 6개월, 1894년 1월 새해를 맞아 펠릭스 레가메는 다음과 같은 글과 함께 일본의 색채 판화가 그려진 아름다운 연하장을 받았다.

 

  - 압호. 「니시무라·호텔」도쿄.

 

 친애하는 벗에게.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일본에 도착하면서 병에 걸려 오래 전부터 몸져 누워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편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아직 조국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저의 부친과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고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벗이여! 결국 나의 가여운 아내가 지난 5월에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그래서 상심이 많았습니다. 아직도 몇 달간은 이곳에 있어야겠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벗이여, 근하신년.

 당신의 충실한 벗. 홍종우.

 

  그를 의심한 레가메는 정말 부끄러웠다. 그의 편지에는 진심어진 우정과 감사가 담겼다. 단순하고 정확한 프랑스 어를 아름다운 필기체로 써 보낸 그의 연하장을 서랍에 고이 넣었다. 홍종우라는 사람은 강하고 뚜렷하게 이곳 파리와 그의 벗 들 가슴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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