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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해방전쟁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2110년. 1910년의 한일합방 국치일로부터 200년 후. 조선 해방전쟁이 시작된다. 초인병기라 명명된 하얀색 초경세라믹 장갑의 거대 2족 보행병기를 앞세우고.

 
10. 대본영 특종정보국
작성일 : 19-10-29 17:34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7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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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대본영 특종정보국

 

 

  도쿄 시 중심에 자리잡고 있던 대본영이 도쿄만 입구에 붙은 반도의 끝부분인 요코스카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였다. 일본국의 천년만세를 염원하며 이후 천년 동안 일본의 간성이 되고자 수도 도쿄의 입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물론 바다와 연해있는 천혜의 전략 요충지라서 해군기지가 먼저 설치됐지만 곧 공군기지도 근처에 설치되면서 대본영의 입지로서 더 이상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결과였다.

 

  청바지에 갈색 자켓을 걸친 사복 차림의 미야가와 신이치가 대본영 영내에 별도로 서 있는 한적한 건물의 입구에 들어섰다. 15층 정도의 큰 건물임에도 유리창 하나가 없는 특이한 건물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신이치가 현관을 들어서자 삼엄한 보안검색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신이치는 신분확인용 신체 스캐닝을 거치고 소지품 검색을 마치고서야 들어설 수 있었다. 오늘이 삼 일째의 출근이었다.

  임시로 배정받은 사무실은 단출하고 깔끔했다. 커피를 들고 와 한 모금 마신 후 본인만 작동시킬 수 있는 3차원 영상 모니터를 띄웠다. 오늘 오전의 회의에 가지고 갈 보고서를 검토해야 했다. 아직 부대 사정을 익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에게도 어김없이 임무는 주어졌고 그는 그걸 수행해야 했다.

  물론 그 임무라는 것이 무슨 대단한 첩보전에 뛰어들라는 것은 아니었고 중화민국 복건성에 위치한 어느 전자회사에 대한 정보 분석이었다. 처음에는 그도 그 임무라는 것을 받고 당황하기는 했었다. 적성국 군사기지나 특정 시설에 대한 분석도 아니고 겨우 중화민국의 상업지역에 위치한 개인 기업에 대한 조사라니. 물론 정보 분석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자료는 주어졌다. 정보라는 것은 무엇을 알아내느냐가 아니고 그걸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걸린 것쯤은 알고 있었다.

  어제까지 작성한 보고서를 다시 숙독하며 수정하고 있을 때 3차원 모니터의 알림창이 반짝이고 영상 메신저가 떴다.

 

 “미야가와 중좌님. 3회의실로 출석하실 시간입니다.”

 

 AI 비서의 알림에 신이치는 보고서를 담은 데이터 카드를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첫 정보분석 보고가 이뤄질 시간이었다.

 

  이곳은 대본영의 특종정보국이었다. 내각 조사실이라는 곳과 더불어 일본 정보기관의 양대 산맥 중 하나였고 특히 군사 정보에 특화된 기관이었다. 세계적으로 미국의 CIA에 필적하는 인적 기술적 정보역량을 과시하는 기관이었다.

  건물 내에서 느낀 분위기는 그저 일반적인 회사 같다는 것이었다. 국제적인 사업을 벌이는 종합상사 같다는 느낌. 제복은 고사하고 군인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아직 신이치가 배치된 부서는 없었지만 그가 받은 과제 상 아시아 과의 중국 팀을 맡을 확률이 높았다. 정보국에서는 중화민국과 중화 소비에트를 나눠서 관장하지 않았다. 둘이면서 하나, 하나면서 둘. 중국의 특징이 이렇게 정확히 드러나는 말도 없었다. 남과 북의 두 체제를 통치하는 정치 이념은 달랐지만 결국은 하나의 중국이었다. 30여년 전의 마지막 국지전 이후 두 체제를 통일시키겠다는 의지는 양쪽 다 사라진 상태였다. 그 대신 양 체제의 경제적, 인적 교류를 무제한 확대시키면서 1국 2체제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고 그 실효성은 즉각 발휘되고 있었다. 두 체제를 합친 중국 경제는 무섭게 발전하고 있었다. 남쪽 중화민국의 자본, 기술, 경영 능력과 북쪽 중화 소비에트의 저렴한 인력, 풍부한 자원이 합쳐지면서 두 체제를 합친 국가 총생산과 국민 총수입은 순식간에 일본을 추월해서 이제 미국을 뒤쫓고 있었다.

  현재 일본의 최우선 가상적국은 당연히 중국이었다. 언젠가는 동북 3성이 포함된 만주 지역을 회복하겠다는 중화소비에트의 염원이 현실화 될 것이고 그동안 후방에서 그들을 위협하던 중화민국은 오히려 아주 강력한 동맹으로 대두한 상황이었다. 최근 들어 빈발하는 일중 국경 지역의 무력 충돌도 그 결과물이었다.

  오늘 발표하게 될 보고서는 일종의 자격시험 같은 것이었다. 육군 대학의 군도조 출신이 정보국을 지원했다는 것은 이곳의 능구렁이들을 무척 당혹스럽게 했다. 육군의 엘리트들은 정보 요원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속셈을 알 수 없는 어두침침한 자들, 그들은 정보국 요원들을 군인으로 볼 수는 없고 군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하수인들 쯤으로 보고 있었다. 당연히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 할 수 있는 군도조 출신이 정보국 근무를 자원했다면서 찾아오자 그들의 반응은 무척 복잡하고 애매한 것이었다. 속마음은 너 따위가 올 데가 아니니까 대충하고 사라졌으면 하는 것이었지만 대본영의 정식 발령장을 들고 온 신이치를 괄시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던져 준 것이 오늘의 정보 분석 보고서였다. 겨우 이틀의 시간과 함께. 이 분야는 너 따위가 함부로 끼어들 분야가 아니란 걸 알려주려는 의도였고 그걸 빌미로 어디 한직으로만 돌리다보면 지가 알아서 나가든지 말든지 하겠지, 뭐 이런 것이었다.

 

  신이치가 들어선 3 회의실에는 일곱 명의 남자가 방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들은 들어오는 신이치에게 어떠한 관심도 주질 않은 채, 하던 잡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잡담의 내용은 어젯밤에 같이 갔던 위스키 바의 여주인에 대한 품평이었다. 가슴 크기와 피부의 윤기에 대해 논쟁하고 있던 그들은 신이치가 똑바로 서서 경례를 올리자 그때서야 그에게로 관심을 보였다.

 

 “어이, 신이치 군. 여기는 군대가 아닐세. 그제 얘기한 것 같은데. 그렇게 딱딱한 모습은 곤란해. 보게. 다들 불편해 하잖나. 하하... 거기 편히 앉게나.”

 

 회의실 정 중앙의 의자에 앉은 채 핀잔을 던진 사람이 이곳의 책임자 와타나베 마사오 국장이었다. 60대로 보이는 그는 이름만큼이나 특징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적당히 벗어진 머리에 굴곡진 주름살, 침침한 눈빛, 촌스러운 양복까지. 밖에서 그냥 만난다면 누가 그를 일본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라고 볼 것인가.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 정보국의 최말단 요원으로 시작하여 이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지금의 정보국을 세계 최고 정예 정보기관으로 키운 장본인이 그라는 것을. 군대 계급은 소장이었지만 그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희죽거리면서 웃는 일동들 앞에서 신이치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대신 회의용 탁자에 놓인 3차원 디스플레이 콘솔에 그가 들고 온 데이터 카드를 끼워 넣었다. 즉시 탁자 위로 3차원 영상이 구동되기 시작했다. 그 3차원 이미지는 복건성 하문 시의 3차원 지도였다.

 

 “곧바로 시작하려고? 우리 커피도 아직 못 마셨는데?”

 

 와타나베 국장의 오른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딴지를 걸어왔다. 그는 신이치에게 오늘의 과제를 준 정보국 아시아 과의 이치하라 긴타로 과장이었다. 군대 계급으로는 대좌였지만 역시 이곳은 아무도 계급을 따지지 않는 곳이었다. 신이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야 했다.

 

  잠시 끊어졌던 술집 여주인 얘기가 다시 시작됐고 잠시 후 커피 잔을 들고 들어온 심십 대 초반의 여직원에게는 온갖 저질스러운 농담이 쏟아졌다. 화장이 야해진 거 아니냐는 둥, 요즘 출근이 자꾸 늦어지던데 밤에 힘들었냐는 둥... 신이치로서는 용납이 안될 저질의 농담이었지만 받아치는 여직원도 대단했다. 나이 든 영감들이 관심 가질 사항이 아니다, 술집 가서 노닥거릴 시간에 체력 단련들이나 하시라고 쏘아 붙이고는 나갔다. 허벅지들도 흐물흐물한 주제에.. 나가면서 중얼거리는 그녀의 뒷말에 신이치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회의실의 사내들은 화내기는 커녕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서로를 놀리고 있었다. 특히 이치하라 과장은 와타나베 국장을 향해 ‘국장님 그 허벅지가 늘 문제 아닙니까’ 그러면서 껄껄 웃고 있었다. 신이치는 이곳에 잘못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그때 정말 심각하게 했다. 그러고도 한동안 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낄낄 거렸다.

  눈앞에 떠 있는 하문 시의 3차원 지도 이곳저곳을 찌르면서 이곳 삼층의 어느 맛사지 샾에 가면 기가 막힌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둥, 여기 이 가게의 털게 요리를 먹어 봤냐는 둥. 환율을 제일 잘 쳐주는 환전소는 서로 여기라는 둥.. 두서도 없고 갈피도 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계속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신이치가 잠시 후 뭔가를 깨달았다. 그는 저 하문에 발도 디뎌보지 못했지만 저 사람들은 이곳 도쿄 시내보다 하문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후 와타나베 국장의 수신호에 따라 신이치가 정보 분석 보고를 시작했다. 국장 이하 참석자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언제 그런 농담을 했냐는 듯 날카로운 눈빛들을 날리며 신이치에게 집중했다. 실내의 커피향이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신이치가 보고를 시작한 기업의 이름은 ‘동신 의료기 중심’. 복건성 하문 시에 위치한 중소기업이었다. 창업한 지 5년 정도 되는 의료기 전문 기업으로 주로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보행보조 기기 등을 생산 납품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종업원 수는 300명 정도, 특이한 것은 연구원 신분이 아닌데도 박사급 고용인원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300명 수준의 고용인원 중 무려 170명 정도가 공학계열의 박사급 인원이었다. 그리고 연 매출액은 20억 엔 수준의 소규모 업체인 이 기업에 1년 전부터 엄청난 규모의 투자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 정보 분석의 시작이었다.

  약 100억 엔에 이르는 투자금의 성격은 시설투자가 아니었고 기술투자. 더구나 이 회사의 지배구조 상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도 없는데 구체적인 투자자금 회수 계획도 없이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국민당 정권의 정치 자금 세탁이나 투자 기관의 비자금 조성용이었다. 이런 경우라면 물론 이들 일본 정보당국의 주의를 끌기는 해도 이 정도 집중적인 정보 분석의 대상은 아니었다. 신이치는 대략적인 정황 보고를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특종정보국의 직접적인 인적 자원을 동원해서 얻은 진짜 정보에 기반한 내용이었다.

 

 “최근 조사된 내용으로 이 회사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대규모 연구 시설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연구 내용은 바이오메카닉스에 기반해서 인체 신경과 인체보조 기계장치의 동기화를 위한 종합 솔류션 개발입니다. 말하자면 뇌에서 발생 전달하는 중추신경 신호를 전기적 신호로 전환 증폭시켜서 환자가 착용하거나 부착한 의체를 즉각적이고 정확하게 구동시키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물론 지금 전 세계의 의료기기 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솔루션이지만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에 비해 시장 규모는 극히 제한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이 회사에 그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자.. 좋은데 이제 슬슬 결론을 내자구. 빙빙 돌아갈 거 없잖나.”

 

 잠자코 듣고 있던 와타나베 국장이 신이치의 결론을 종용했다. 신이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보고를 이어갔다.

 

 “이 회사는 지금 37식과 같은 2족 보행병기의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겁니다. 우리 37식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그걸 만들어 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극히 제한적인 의료기 시장을 위해서 이 정도의 투자를 감행할 기관은 없습니다. 군사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2족 보행 병기의 효용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고 우리 측 37식의 전투 능력이 증명되면서 지금 세계 각국은 37식의 아류작들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입니다. 리액터 부분이나 세라믹 가공 부분과 더불어 바이오 메카닉 부분은 37식 병기의 핵심 기술입니다.”

 “그럼 그 회사가 어느 정도의 개발 역량을 갖고 있고 지금 진행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이치하라 과장의 질문이었다.

 

 “현재로선 그 질문에 만족할만한 대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현재로선 이 정도 추론이 한계고 이제 과장님, 국장님이 결정을 해야겠지요. 요주의 시설로 판정하고 적극적인 정보활동을 개시한 다음에나 윤곽이 나올 겁니다.”

 “어이, 미야가와 군. 그 결정은 이미 한 달 전에 했네. 우리 쪽 사원이 벌써 삼일 전부터 그쪽 연구 시설에 출근하고 있으니까.”

 

 이치하라 과장의 말에 신이치는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콘솔을 조작하여 하문 시의 3차원 지도 대신 상해 시의 3차원 지도를 띄웠다.

 

 “핵심은 그쪽이 아닙니다. 연구야 어디서든 돈 주면 할 수 있는 일. 도대체 누가 그 돈을 준 건지, 어떤 목적인건지가 중요하겠죠. 중화민국 정부 자금이라면 일은 오히려 단순합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당연한 결과니까요.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 투자를 실행한 회사는 상해 소재, 더 정확히 프랑스 조계 소재의 ‘남방투자집단’입니다. 그리고 이 투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역시 상해 프랑스 조계에 본사를 둔 ”황성 상업은행“입니다. 이 황성 상업은행은 중화민국 정부의 투자 대행을 해 본 적이 없는 은행입니다. 물론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가능하긴 하겠죠, 앞으로 두고 봐야 할 포인트이기도 하고.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이 은행이 중화민국 정부와 아무런 관련 없이 이런 투자를 감행했다면 도대체 그 동기가 뭘까요? 이건 은행이 투자하는 일반적인 사업이 아닙니다. 그런 경우라면 더욱 철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현재 이 상해라는 도시는 중화민국 국내에 위치하지만 이백 수십 년간 국제적인 자유도시로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자치권을 영위하면서 현재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금융 시장의 가장 큰 허브로 작동함과 동시에 지금 전 세계를 삼킬 듯 발전하는 중국 내 생산 기반의 금융적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지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아봐야 합니다.”

 

 그러나 와타나베 국장 이하 회의 참석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누가 모르나, 그런 걸. 돈이 없는 게 문제지. 크크..”

 

 누구인지 모른 어느 인간의 혼잣말에 다들 킬킬 거렸다.

 

 “그래. 뭐 이 정도면 돌대가리는 아니군. 이봐. 신이치 군, 정말 궁금한 게 있네.”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가 지금 진짜 궁금한 건 저런 회사의 투자금 따위가 아니야. 바로 자네야. 도대체 여길 왜 온 거야? 앞으로 정말 여기다 뼈를 묻을 셈인거야?”

 

 뜻밖의 질문에 신이치는 당황했다. 이렇게 저돌적으로, 노골적으로 물어올 줄은 몰랐으니까.

 

 “정보 요원으로서 천황 폐하께 충성하고 조국에 보국할 생각입니다.”

 “하아... 여긴 사관학교나 육군대학 따위가 아냐. 그 따위 얼빠진 소리 말고 진짜 본심을 얘기하라고. 한번 발을 담그면 두 번 다시 나갈 수 없는 데가 여기야. 자네 같은 자들은 허리에 군도 차고 모자에 별도 달고 태양 아래서 영광을 누릴 수 있잖아? 대체 왜 이런 음습한 데 기어들어 온 거냐고?”

 “사관학교 시절의 정보학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굳혔습니다. 정보전은 늘 실전이고 최전선이라는 말을 듣고서였습니다. 총성 없는 전쟁이지만 가장 흉험하고 첨예한 전쟁이자 국가의 이익에 가장 선도적인,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전쟁이라고. 그 얘기를 듣고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생각할수록 옳은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육군 대학을 가기 전엔 지원 방법이 없었습니다. 일단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지원하자.. 이게 저의 결심이었습니다. 정확히 7년 전의 결심입니다.”

 

 신이치의 단호한 대답에 모두들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좋아, 난 믿겠네. 자네의 진심을. 어이, 이치하라 과장.”

 “예. 국장님.”

 “저 친구 받아줘야겠어. 요코하마 정보학교에 자리 좀 알아봐 줘. 뭐 학기 중이지만 무조건 받으라고 해.”

 “알았습니다.”

 “어이. 미야가와 군. 요코하마에 정보학교가 있는 건 알고 있겠지? 우리 정보국 뿐 아니라 일본 제국 전체의 정보요원들이 양성되는 기관이야. 2년 과정이지만 자넨 이미 기본적인 정보학을 이수한 상태일거고 군사학 등등.. 뭐, 어쨌든 많이 준비가 된 상태니까 2학년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걸세. 이수 마치고 돌아오게. 그때라면 자네 자리를 제대로 만들어 보겠네.”

 

 신이치가 와타나베 국장의 말을 듣고는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로 서서 예를 올렸다.

 

 “어허. 이 사람. 여기는 그러는 데가 아니라니까.. 참.”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와타나베 국장을 포함해서 모든 참석자들이 신이치를 바라보는 자세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다들 타는 듯 뜨거운 눈동자로 신이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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