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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7화. 도둑들, 절체절명의 위기, 그리고 끝나지 않은 여정
작성일 : 19-10-29 14:20     조회 : 419     추천 : 0     분량 : 8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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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바바바바바바! - 슈우우우우우웅!”

 

  넋 나간 박 반장의 머리 위로,

 집채만 한 위용을 자랑하며,

 우렁차게 날아가는 군 공격형 헬기.

 

  비호같은 헬기가 날아가고 남은

 쓸쓸한 거리에는,

 황량한 바람소리만이 메아리친다.

 

  그와 발맞춰,

 군, 경 차량에선 사이렌 소리와 함께,

 헤드라이트 불빛이 마그마처럼 타오른다.

 

  “부아아앙! - 콰라라라랑!”

 

  모두가 떠난 자리에,

 황망히 누워 있는 희망 은행 홀로,

 구리 빛으로 물 드는 하늘을 맞이한다.

 

 

  “터덜 - 터덜 – 브르르릉”

 

  운전 중인 황 비서는,

 옆에서 내내 총을 겨누고 있는 발렌타인이

 거슬림을 넘어서... 딥빡!, 핵! 개.딥.빡!!

 머릿속으로는 뚝배기를 10번도 더 쪼갰다.

 

  뒷좌석에 앉은 일행은,

 뷰띠크와 똠양꿍이 감시 중이다.

 

  똠양꿍이 잠시 차창 밖을,

 궁상스럽게 바라본다.

 

  “근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고?

 뭐가 어찌 돼 가는지 참... 돌아삐겠네.“

 

  “가만 있어봐야... 우린 몰러도...

 자는 생각이 있겄지이... 안 그냐아 발렌타인아?“

 

  “생각은 뭔~

 아까처럼 또 개지랄 염병 안 하믄 다행이지...

 최소한 같은 편한테는 말해줘야 하는 거 아이가~?

 안 글나 발렌타인아~?“

 

 “...”

 

  한두 번도 아니니,

 대답 안 듣는 게 이젠 더 자연스럽다.

 

  앞만 보면서, 침착하게 운전 중인 황 비서도,

 역시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어디로 갈 거야? 조만간 따라붙을 거야...

 ...

 총 좀 치워, 운전 방해 돼...“

 

  “헤에~”

 

  운전석으로, 살며시 다가가는 발렌타인.

 황 비서 귓전에 싱긋 미소를 읊조린다.

 

  “내 맘이네요~ 썅 년 아줌마~

 두개골 구멍 나기 싫음, 운전이나 똑바로 하센~

 썅 투 더 년~ 썅 뚜 더 년~“

 

  “...”

 

  “우리 썅 년 아주머니는,

 리액션이 부족 하네~

 손발이 맞아야 놀려 먹지ㅋㅋㅋ“

 

  “...”

 

  “바다로 가...

 싫은 사람은~ 여기서 이번에 내려요~ㅋㅋㅋ“

 

  “...”

 

  무반응 일색에 머쓱했는지,

 겸연쩍은 입술꼬리인 채,

 긴 머리를 쓸어 넘긴다.

 

  씨팔 거리는 발렌타인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소라의 일침이,

 릴레함메르~ 공기를 가른다.

 

  “바다로 가면 뭐가 있는데?...

 거기까지 갈 수 있겠어? 이 차로?...

 그리고 우린, 같이 갈 이유가 ...??!!...“

 

  “바바바바바바바! - 슈우우우우우웅!”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차 안으로 뚫고 들어올 듯 가까워진다.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다시 들이는 뷰띠크.

 

  “헬, 헬기가 떴어야! 워~매 워~매 잠자리 뜨브리고~

 상당히 이상하게 돌아가 부네 상황이~“

 

  “뭐라고! 헬!... 인자 우짜노~ 큰일 났데이~

 하이고~ 엄니~ 이일을 우야믄 좋노~“

 

  동요하는 차안...

 소라의 촉이 발렌타인을 차갑게 쏘아 붙인다.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자수 하는 게...”

 

  “닥쳐!!!”

 

  백미러와 룸미러를, 힐긋거리는 황 비서.

 

  “뒤에도 따라 붙었어...”

 

  한 번 더 주의 깊게 힐긋거린다.

 

  “차5대, 오토바이4대...

 무리야... 헬기까지...

 여기까지야... 자수해.“

 

  뒤를 돌아보고 확인하던 뷰띠크는,

 절망적인 얼굴로 앞으로 돌아선다.

 

  “워메~ 우짜스까~, 저 잡것들!

 저, 저, 거시기, 아, 싸게 좀! 밟아 보드라고오!“

 

  발렌타인이 황 비서의 관자놀이에 총부리를 밀착시킨다.

 

  이제까지완 다르게 장난기 없는 싸늘한 눈초리가

 황 비서의 관자놀이를 총알처럼 관통한다.

 

  “밟아.”

 

  “꽤애애애애애액!!!”

 

  말 끝나기 무섭게, 황 비서가 풀 엑셀을 밟는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차체가 심하게 요동친다.

 

  터질 듯한 엔진 굉음은,

 귓속에 나팔관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어,어! 조심 혀~!

 아따 참말로! 여서 먼저 디지겄네 쓰벌!”

 

  “아 더 밟아봐라~! 차가 와 이리 안 나가노~!

 봐라 저, 다 따라 붙는다 지금!“

 

  “부웅~ 끽~ 붕 붕 붕~~~ 끼익~ 부우웅~”

 

  핸들을 이리저리 꺾어,

 전방이 뻥 뚫려 있는 곳으로 들어선다.

 

  여전히 풀 엑셀을 밟고 있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던 속도 계기판의 막대 지침은,

 결국 숫자 100을 넘지 못한다.

 

  “밟으라고.”

 

  “이미 최대 속도야.”

 

  “... 쳇...”

 

  체념하는 발렌타인은,

 눈을 돌려 주변을 집중해서 둘러본다.

 

  “왜에에에엥! - 웨옹! - 웨옹! - 웨옹!”

 

  그러는 사이,

 경찰차와 싸이 카가,

 일반 차들을 피해,

 서서히 도주차량과의 간격을 좁혀 온다.

 

  “쿠아아아앙~!”

 

  싸이 카가 속도를 붙여,

 도주 차량의 뒤에 바짝 다가선다.

 

  황 비서가 노련하게 추적자의 앞을 막는다.

 

  “부웅~ 쿠아아앙~ 부웅~ 쿠아아앙~”

 

  이리 저리 휘어치기를 하던 싸이 카가,

 앞지르기를 하려고

 도주차량 오른쪽으로 비껴 선다.

 

  그 순간!

 조수석 문이 열리고,

 발렌타인의 상체가 불쑥 튀어나와 옆으로 눕는다.

 

  긴 머리칼이 바람에 실려서,

 메두사의 뱀 머리처럼 날개를 쫙~ 펼친다.

 

  날카로운 눈매는 흔들림 없이 번뜩이고 있다.

 

  손에 들린 비정한 쌍 권총의 총구에선,

 자비 없는 총탄이 쏟아져 나온다.

 

  “탕! 탕! 탕!”

 

  “끼이이이익!”

 

  총소리와 함께,

 추적자는 하늘 위로 날아간다.

 

  쓰러져 굴러오는 싸이 카를 피하느라

 도로 위는 대 환장 파티를 연다.

 

  “쓔~욱, 탁!”

 

  “...”

 

  순식간에 조수석에 안착한 발렌타인.

 기가 차게 차분하다.

 

  갑자기 휙! 황 비서 옆으로 바싹

 안길 듯이 들러붙는다.

 

  “아모~르 파티~ 썅 투 더 년~ 헤헤헤~”

 

  “!!...”

 

  이번엔 적잖이 놀랐다.

 

  아까부터 슬슬 약 올리는 발렌타인이,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황 비서.

 

  또한, 숨 한번 고르는 것 없이

 차분한 발렌타인의 모습을 보며,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직감이

 온 몸의 전율로 전해져 온다.

 

  “속도 늦추지 마. 무조건 밟아.”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시키는 거나~ 잘 하세요~ 썅. 년. 아~ ㅋㅋㅋ”

 

  “아, 진짜 어쩔 것이여~ 이러다 허벌라는 거 아녀어”

 

  “그, 그래. 니, 니 믄 생각 있나?

 도망갈 수 있겠나 우리?”

 

  “애들이나 잘 보고 있어. 일 좀 하고 올게.

 아 씨발 나만 바쁘지 왜? ㅋㅋㅋ“

 

  완전 평온한 말투와 면상을 남기고,

 조수석 문을 열고, 차 지붕위로 올라서는 발렌타인.

 

  “쇄애애애애앵~!!”

 

  정말 차분하다 못 해,

 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 같이,

 자연스럽고 평온한 모습이다.

 

  얼마나 훈련하면,

 100km의 속력으로 내달리는 차 지붕 위로

 저렇게 편안하게 오르는 걸까?

 

  새 찬 바람이 양 볼을 스쳐간다.

 가지런하던 머리칼이,

 물에 물감이 퍼지듯 휘날린다.

 

  자세를 낮춘다.

 엎드려 눕는다.

 호떡처럼 납작하다.

 

  차가운 눈빛이 숯불처럼 달아오른다.

 쌍 권총의 총구 속 탄알도 벌겋게 달아오른다.

 

  “탕!”

 

  총구에서 불빛이 터지고,

 뒤 따르던 싸이 카가 맥없이 쓰러진다.

 

  “후우~”

 

  흐트러짐이 하나 없다.

 시린 입김을 불어 내고

 자세를 더 낮춘다.

 

  “탕!”

 

  또 다른 싸이 카가 쓰러지고,

 운전수가 처참하게 나뒹군다.

 

  “후우~”

 

  마지막 싸이 카를 겨냥한다.

 

  때마침,

 일행의 깊은 숨소리를 담은 도주 차는,

 주변 차들을 피해, 기어 다니는 뱀처럼,

 가까스로 항해를 이어간다.

 

  “탕!”

 

  “우따따다다다~!! 화화화화화화화~!!”

 

  어느 샌가,

 발렌타인의 앞에

 75인치 벽걸이 TV처럼

 떡하니 나타난 헬기.

 

  4D 영화관처럼 화면 밖으로,

 웅장함과 용맹함이

 빠바밤~ 하고 넘쳐 나온다.

 

  마치,

 ‘자~ 잘 놀았지~ 이제 집에 가자~’

 하고, 끝판 대장이 소환 된 듯한 느낌.

 ㅎㄷㄷ~

 

  “콰콰콰콰콰콰콰~!! 파파파파파파팟!!”

 

  마지막 싸이 카가

 흉측하게 일그러져 쓰러진 도로 위를,

 질주하는 도주 차량 너머로...

 

  거북의 등껍질이 벗겨지듯이,

 아스팔트 바닥이 벗겨져 튀어 오르고,

 그 파편들이 도주차량을

 우싸인볼트처럼 매섭고 힘차게 뒤쫓아 온다.

 

  황 비서는 헬기에 의해 도륙 내어진 차도를 피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급선회 한다.

 

  “쿠와아아아아아~!! 꽤에에에에이이이익!!”

 

  고릴라의 포효 소리와도 같은 엔진기계음...

 연탄보일러 보다 진한 타이어 타는 냄새...

 

  일행의 공포심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하다.

 

  주변 차들과 부딪히고,

 보도블록을 넘었다가,

 차도로 되돌아오는 등,

 야생마의 광적인 질주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끼이이익~ 부우우웅~ 부릉 부르릉~”

 

  야생마와의 오랜 다툼 끝에...

 

  황 비서가 고삐를 틀어쥐면서,

 간신히 안정을 되찾아 간다.

 

  “워매 징한그~

 아 인자 쪼~까 살만해부네~

 아 다들 괜찮은가~?“

 

  “어, 난 괜찮다. 오~ 보자~

 ...

 다 괜찮네. 휴우~“

 

  스윽 둘러보던 똠양꿍이

 별일 없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참! 발렌타인?! 잊고 있었다. 모두...

 한 숨 돌리고 나서야 일행은,

 발렌타인이 생각났다. 사실 꼭 필요했다.

 

  “이런 썅 년이~! 들어가면 뒤져쓰~!

 오늘 염라 대가리~! 옥황 대가리~!

 다 볼 줄 알아 이 썅 년~!!“

 

  가까스로...

 차 지붕 뒤 귀퉁이에 매달려 있는 발렌타인...

 아가리 파이터 계 역대급 지존 씨부렁씨부렁~.

 

  다진 마늘 3 밥그릇 쳐 먹은 것처럼

 면상 아주 다 뿌아져서는,

 손짓 발짓 해가며 연신 씨부렁댄다.

 

  “그려~ 쪼~깨만 참아 부러야~

 다 와 가니께~ 아, 안 그냐~?“

 

  “그래 맞다. 다, 다 와 가니까~

 쫌, 쫌만 참아레이~ 저, 저,

 어디 괘아는데 쫌 세아바라~

 자, 뜨르지믄 어짜노~

 우리도 끝이다~ 자 없시몬~“

 

  고춧가루 3만 알 먹은 듯 도주차량 속 인간들도

 덩달아 면상이 뿌아진다.

 

  ‘참~ 필요한데, 참~ 좋은데~’

 차안에 들어오지는 않았음 하는 동질감이

 차속 닌겐들의 뇌를 소록소록 지배한다.

 

  발렌타인이 힘겹게 버티는 만큼,

 어느 정도 경찰들과의 간격이 벌어져간다.

 

  “어여! 아야! 여그 좀 잡아봐야!”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발렌타인의 팔을 잡으려는 뷰띠크지만,

 아픈 팔이 도저히 닿지 않는다.

 

  “비키 바라! 내가 해 볼께!”

 

  힘껏 내민 똠양꿍의 팔도

 한 뼘을 두고 닿지 않는다.

 

  일행의 맘은,

 언제인가 모르게,

 자신들도 모르게,

 안간힘을 모아간다.

 

  “바바바바바바바~ 화화화화화화화~”

 

  그러는 사이,

 그 놈의 망할 헬기가 다시 따라 붙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변에 건물과 시민이 너무 많다.

 덕분에, 잠자리는 더 이상 발포하지는 못하고,

 추적에만 열중이다.

 

  헬기와 경찰차가 합동으로 하늘과 땅에서

 레이싱을 방불케 하는 숨 가쁜 추격전이

 한 동안 이어지는데...

 

  추격 무리 중,

 경찰특공대장의 무전 소리가,

 한숨 섞인 정적을 칼로 무 자르듯

 베고 지나간다.

 

  “여기는 특공 제로!

 현재 참사랑 병원 남쪽 차도 구역에,

 바리게이트 설치가 완료되었다!

 도주차량을 그 쪽으로 몰아가야한다!

 전 대원에게 명령을 하달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물을!

 바리게이트까지 몰아넣어야 한다!“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는

 경찰특공대장의 무전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차츰차츰 묻혀간다.

 

  추격 팀에 근심은

 커지는 사이렌 소리만큼 불어난다.

 

  그 시각...

 도주 일행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빠져나가려는 길목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어서,

 방향을 잃고 표류된 난파선처럼,

 정처 없이 떠다니는 꼬락서니다.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즈음...

 

  저 멀리, 아지랑이처럼,

 하나의 건물이 피어오른다.

 

  “참사랑 병원이야...”

 

  창밖을 보던 소라의 힘없는 시선이

 옆자리 수현의 피 묻은 바지로 향한다.

 

  그 순간만큼은,

 공허한 공기조차

 소라와 같이

 수현의 홍조 띤 바지를

 그윽하게 응시한다.

 

  “아프지 않아?”

 

  “... !? ...”

 

  멍~ 때리던 수현이,

 누가 다쳤나? 하고,

 허둥대며 주위를 살핀다.

 

  멍 수현의 잠 덜 깬 눈을

 지긋이 바라보는 소라.

 바지에 손을 살며시 얹으며

 나긋나긋하게 묻는다.

 

  “다리... 아프지 않냐구?”

 

  그제야 흥건히 피에 물든 바지를 쳐다보는 수현.

 기절할 듯 고개를 젖힌다. 눈이 흰색깔이 90%가 넘어간다.

 

  “!! 야, 왜 그래?”

 

  혼비백산하는 소라가 수현을 잡아 흔든다.

 

  “아아아아아~ 무 것도 못 느껴요 사실...”

 

  “뭐야!? 괜찮아?”

 

  “네... 너무 걱정하시는 것 같아, 장난 좀...”

 

  “야! 돌았냐? 미쳤냐? 고통이 뭔지 느끼게 해 줘!”

 

  “아, 아니요... 죄송해요...”

 

  수현이 자신의 다리를 만지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간다.

 

  “사실, 느끼지 못해요... 고통 같은 거...

 한 번 느끼고 싶긴 해요... 이상한 바람이죠...“

 

  “그런 게 어딨어!”

 

  투정부리는 듯한 소라지만

 수현의 바지를 보며,

 이미 슬픈 사슴 눈이다.

 

  “이렇게 피가... 많이 났잖아...”

 

  맨 뒤 자석에 앉아

 한참 얘기를 듣고 있던 똠양꿍은

 자신의 피 묻은 옷자락을 매만지다

 소라를 힐끗 보면서 마른기침을 해댄다.

 

  “그라고 보이, 나도 피가 많이 나뿐네~.

 아, 아픈 거 같기도 하고~

 아, 뭐 피가 철철 흐른다 마~“

 

  뒤 돌아서 눈을 위아래로 흘기는 소라.

 

  “그거하고 이거하고 같아욧~!

 남자가~ 피도 좁쌀만큼 나가지고는~

 그래가지고 무슨 강도를 한다고 그래요~”

 

 손짓 발짓 해가며

 삿대 질, 지적 질, 팩트 질하는,

 소라의 힘찬 웅변에,

 얼굴까지 벌게지는 똠양꿍.

 

  옷소매의 묻은 피를 흔들어 보이는데

 개미가 흘린 피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야, 야, 얌마~! 다, 다, 다르긴! 짜식아!

 이거 봐! 이렇게 많이 묻었다 아이가!“

 

  차안의 모든 닌겐의 시선이 집중된다.

 홍어 뭐 보듯 시큰둥한 반응에,

 더욱 흥분하는 똠양꿍.

 

  “와~ 진짜! 못 믿겠다 이거제!

 좋다! 병원! 병원 가보자 마!“

 

  “아야, 시끄러야!”

 

  앞 차창을 가리키며 뷰띠크가 말을 이어간다.

 

  “지금, 고럴 때가 아녀!

 저, 저기 앞 좀 보랑께!!“

 

 그 말에 모두 앞 유리창 밖을 내다보는데...

 

  멀리서 바리게이트가 쳐져있고,

 그 주위로, 무장한 군, 경이 포진해 있다.

 

  그 뒤로 보이는 한 글자씩 걸린 네온 간판.

 

 참. 사. 랑. 병. 원. ...

 

 

  속도를 줄이는 황 비서.

 

  “더 이상은... 불가능해...”

 

  황 비서를 바라보던 총구가,

 소라 쪽으로 돌아간다.

 

  “이봐 썅 년 언니...

 불가능하면... 얘는 죽어.”

 

  방아쇠에 걸린

 발렌타인의 맵시 쩌는 손가락이

 기다림 없이 서서히 당겨진다.

 

  “셋... 둘... 하나...”

 

  “...”

 

  총구로 향한 14개의 눈알...

 모두는 아무 말도 없이, 침만 꿀꺽 삼켜댄다.

 

  “잘 가~ 썅 년 투~”

 

  방아쇠가 총알을 향해

 불방망이를 휘두르기 직전,

 

  가속페달을 부서뜨릴 듯 밟는 황 비서.

 

  “쿠아아아아왕~! 부와와와왕~!”

 

  “꽉 잡아~!!!”

 

  황 비서의 피 토할 듯한 하울링과 함께,

 도주 차량은, 성난 킹코브라가 헤엄치듯,

 바리게이트를 향해 돌진한다.

 

  “왜애애애애앵~! 부아아앙~!”

 

  “투다다다다닷! 퐈퐈퐈퐈퐈~!”

 

  그 뒤를 여러 경찰차들이 추격하고,

 잠자리 역시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뒤를 따른다.

 

  바리게이트 주변에 포진해 있던 군, 경이,

 사격 자세를 고쳐 잡고,

 쓰나미처럼 돌진해오는 킹코브라를 조준한다.

 

  “캬아아아아앙~!”

 

  우레와 같은 굉음을 내면서

 쓰나미처럼 코앞까지 덮쳐오는 킹코브라.

 

  불덩이를 머금은 땅꾼들의 총구에선

 금방이라도 용암이 뿜어져 나올 기세다.

 

  시베리아의 눈보라가,

 바리게이트 주변을 휘감고,

 이내 도주 차량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방황하던 시린 바람은,

 일행의 가슴속을 휘저어 놓고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 사이로 달아난다.

 

  미처 달아나지 못한 찬바람은...

 땅꾼들의 총구 속을 찾아 파고든다.

 명령을 기다리는,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이,

 아스라이 떨려온다.

 

  “...”

 

  일순 시간이 멈춘 듯

 마치 지구 별 대기권 밖

 우주 진공처럼 고요하다.

 

  다음 순간,

 별똥별이 지구위로 산화되듯

 단말마의 비명이 꽃가루처럼 뿌려진다.

 

  “사격~! - 사격해~!! - 쏴~!!!”

 

  “탕! - 빠바바밧!”

 

  “탕! - 슝! - 파팟!”

 

  “투투투투투쾃!“

 

  “부우우우아아앙~!”

 

 

 

  도주 차량을 뒤쫓던 경찰차 중,

 한 대에 타고 있던 박 반장이,

 알 수 없는 한기에 몸서리치고 있을 때...

 

  바리게이트를 사수하는

 중대장의 사격 명령이

 차량 내 무전기 스피커를 통해

 거칠게 새어나온다.

 

  “사격~! - 사격해~!! - 쏴~!!!”

 

  급히 무전기를 집어드는

 박 반장의 입속에서

 일성이 토해져 나온다.

 

  “야! 쏘지 마~! 사격 중지~!

 인질들이 위험해~!! 사격 중지~!!!“

 

  “탕! - 빠바바밧!”

 

  “탕! - 슝! - 파팟!”

 

  “투투투투투쾃!“

 

  바리게이트에 돌진한 킹코브라는...

 쏟아지는 총탄에 의해,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나가고,

 차체가 우그러지고 찢겨져 나간다.

 

  투우장의 황소는,

 투우사에게 창을 맞아,

 피범벅이 되어도,

 결코 투지를 꺾지 않는다.

 

 “부우우우아아앙~!”

 

  지금 이 순간,

 킹코브라의 모습이 그러하다.

 

  머리를 숙인 채,

 휘청거리는 핸들을 바로 잡느라

 골이 빠지는 발렌타인.

 

  “씨발~!!! 밟아~!!!”

 

  머리를 숙이고, 가속페달을 밟은 채,

 뒤를 돌아보는 황 비서.

 머릿속으로 소라의 앳된 얼굴을 가득 그린다.

 

  “아가씨~!?”

 

  “야이 썅 년아~!! 뭐해!!

 씨발!! 빨리 핸들 잡아~!! 빨리!!!”

 

  연신 꽥꽥~ 개 소리 중인 발렌타인을

 개 무시 때리는 황비서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좌석 밑의 비좁은 빈 공간...

 

  몸을 구겨 넣은 채,

 비명을 꺅꺅~ 지르고 있는 소라...

 

  반갑고 다행이고 얼싸 좋네~ 도 잠시...

 

  수현을 품에 안은 채,

 좌석 위에 엎어져 있는 아란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아무렇게나 뒤엉켜 숨죽인 채,

 서로를 바라보는 뷰띠크와 똠양꿍이

 마지막으로 보인다.

 

  “쿵! - 콰자작! - 슈에에에엥! - 끼이이!

 콰쾅! - 부우우아아앙!“

 

  바리게이트를 용수철처럼 뛰어 넘은 킹코브라는

 뒤집어질 듯 말 듯, 술에 취한 선비가

 취권을 쓰듯이 비틀거린다.

 

  “윽! 크윽!”

 

  핸들을 고쳐 잡는 황 비서.

 더 이상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핸들 한 쪽을 잡는 발렌타인.

 

  “씨발!! 말 좀 들어라!! 큭!”

 

  한참을 비틀거리던 킹코브라는...

 

  서서히 순항 궤도에 들어선다.

 

  그럼에 따라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도둑 년 놈 무리들...

 

 

  그것도 잠시...

 

  “왜애애애애애애앵~!”

 

  “부우우우아아아앙~!”

 

  “파파파파파팟~! 화화화화화화~!”

 

  경찰차와 잠자리가,

 바리게이트를 넘어서,

 숨을 헐떡이며,

 킹코브라의 뒤를

 바싹 쫓아온다.

 
작가의 말
 

 잼있게 적으려고 노력 중이예요^^

 그만큼 시간이 걸리네요^^

 어서어서 연재하고 싶지만~

 맘처럼 안되네요ㅜㅜ

 그럴수록 더 힘내야겠죠^^

 오늘도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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