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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섯개의 돌
작가 : 글쓰는토깽이
작품등록일 : 2019.10.4

여섯개의 돌(분노, 나태, 교만, 탐식, 색욕, 탐욕, 질투)을 이용해 붉은용을 현세에 강림시키려는 여섯 순교자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은빛마녀(5)
작성일 : 19-10-29 09:06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1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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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늦은 밤까지 야크의 집안 구석구석 안 둘러본 곳이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살펴본 케네스는 결국 이상한 점 하나 발견하지 못한 채 출입문을 열고 나와 복잡한 심경으로 짐차에 올라탔다. 차를 출발 시켜 야크의 집을 벗어나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몸으로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중 브리가 레스토랑의 등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이 보여 핸들을 돌려 그곳을 향해 차를 몰았다.

 

 브리가 레스토랑 앞마당에 도착한 케네스는 짐차에서 내려 레스토랑으로 걸어가자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다들 여기 모여 있군’.

 문밖으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커다란 웃음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그는 마을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앉아서 밀리온이 무사히 돌아온 걸 축하하며 술을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밀리온은 보이지 않았다.

 

 “여~!! 촌장 고생 많았어-! 얼른 이리 와서 한잔해~!!”

 맥주를 따르다 케네스가 들어오는 걸 본 브리가는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니~ 나만 쏙 빼놓다니 이거 너무한 거 아냐~!!”

 웃는 얼굴로 브리가에게 다가가며 케네스는 너스레를 떨었다.

 

 “근데, 여태 어디서 뭐하다 이제 온 거야?”

 브리가는 바에 앉은 케네스에게 하얀 크림 거품이 그득 올라간 맥주잔을 내밀며 말했다.

 

 “꺼~억~! 휴~ 좋구만-!”

 잔을 받자마자 맥주잔을 들고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마신 케네스는 시원한 트림을 뱉어냈다.

 

 “허허 이 친구 목이 많이 말랐나 보네. 자 여기 한잔 더 해.”

 브리가는 빈 잔을 치우며 하얀 크림 거품이 찰랑거리는 맥주잔을 내밀었다.

 

 “근데, 여긴 어떻게 된 거야?”

 잔을 받은 케네스는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 놓으며 웃고 떠드는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고는 브리가에게 물었다.

 

 “그게 말이야...”

 브리가는 좀 전에 있었던 일을 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짐차에서 내린 브리가와 밀리온은 잠을 자기 전에 먼저 허기를 채우기로 하고서 어두운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레스토랑의 불을 켠 브리가는 밀리온과 함께 먹을 간단한 야식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온 그는 내일부터 파머의 장례식 준비로 당분간 소르바겐에 있는 파머의 집에 머물러야 해서 내일 영업에 쓰려고 손질해 둔 음식 재료들을 정리하며 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식사 준비를 하는 브리가를 기다리던 밀리온은 피곤했는지 바에 몸을 엎드린 채 한쪽 벽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벽시계의 바늘은 벌써 밤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틀이 채 안 된 시간에 마을로 돌아온 밀리온은 그 시간이 한 달은 족히 걸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시간 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해서인지 그녀는 얼른 방으로 올라가서 침대에 누워 모든 걸 잠시 잊을 만큼 깊은 잠에 빠지고 싶은 마음에 브리가에게 잔뜩 고단한 목소리로 채근했다.

 “아빠~, 아직 멀었어요?”

 

 “어~ 이제 다 되가-, 잠시면 돼-.”

 밀리온의 피곤한 목소리를 들은 브리가는 대구살로 끓인 크림 수프를 그릇에 얼른 옮겨 담았다.

 

 “자~ 많이 기다렸지, 얼른 먹자꾸나.”

 그는 따뜻한 대구살 크림 수프와 오븐에서 살짝 데워낸 호밀 빵이 담긴 그릇을 쟁반에 올려놓은 다음 주방에서 들고나와 밀리온 앞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앞에 놓인 따뜻한 수프에서 올라오는 구수한 향기에 입안에 군침이 돌며 손으로 찢은 호밀 빵을 수프에 살짝 찍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그녀가 막 입에 넣으려는 순간, 딸랑하는 소리를 내며 가게 문에 달린 방울이 울렸다.

 

 슬며시 가게 문을 열고서 웬 안경을 쓴 여자가 고개를 살짝 내밀며 안을 쳐다보더니 밀리온을 발견하고는 반가워하며 호들갑스럽게 다가왔다.

 “오~!! 밀리온~!! 괜찮니? 어디 봐, 다친 덴 없고?”

 

 그리고 그 뒤를 여자의 남편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맞은편 베이커리 가게 주인인 세바스티안과 그의 아내 쥬네였다.

 

 “아- 네-, 전 괜찮아요.”

 밀리온은 몸을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쥬네를 마주하며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구나. 걱정 많이 했는데 정말이지 다행이야.”

 푸근한 인상의 세바스티안도 미소 띤 얼굴로 연신 다행이라고 말하며 밀리온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아니, 쥬네.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요?”

 브리가는 밀리온의 오른손을 부여잡고 쓰다듬으며 부산을 떠는 쥬네를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글쎄, 집에서 세바스티안이랑 차를 마시고 있는데 촌장의 그 낡아빠진 짐차 소리가 들리지 뭐예요. 이제 돌아왔나 싶어 밖을 보니까 레스토랑의 불이 켜져 있는 게 보이더라구요. 근데 너무 늦게 도착한 게 혹시 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서 와 봤죠.”

 “아 휴~ 정말이지 다친 데가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낸 쥬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밀리온의 오른손을 다시금 쓰다듬었다.

 

 브리가는 그런 쥬네를 보며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이왕 온 김에 좀 전에 만든 수프가 있는데 먹고 가지 않겠냐고 세바스티안에게 물어봤다.

 

 “아냐 수프는 됐고, 그냥 시원한 맥주나 한잔 주게. 오늘 같은 날은 한잔 마셔줘야 될 것 같군.”

 세바스티안은 밀리온이 무사히 돌아와 기분이 좋아져 축하의 의미로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하하 잘됐군. 나도 한잔하고 싶었는데 우리 같이 한잔하지.”

 브리가는 그렇지 않아도 맥주 한잔이 살짝 생각나던 참이었는데 마침 그가 먼저 말하자 술 동무가 생겨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딸랑~”

 바에 앉은 세바스티안의 맥주를 따르고 있던 브리가는 누군가 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엔 옆집 대구 잡이 어선의 선장 숀드레와 그의 맏아들 마티아스였다. 그들도 레스토랑의 불이 켜진 걸 보고서 밀리온이 걱정되어 찾아온 것이었다.

 브리가는 딸에게 안도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 그들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말하며 앞서 세바스티안에게 권한 것처럼 대구살 수프를 권했다.

 

 “꿀꺽~ 꿀꺽~”

 

 그들은 바에 앉아 소리를 내며 맥주를 마시는 세바스티안을 잠시 쳐다보더니 침을 삼켰는지 목젖을 꿀렁거리며 브리가에게 말했다.

 “브리가 우리도 저 친구처럼 시원한 맥주를 부탁하네.”

 

 “하하하-!! 알겠네, 숀. 얼른 자리에 앉게나.”

 이미 그렇게 말할 걸 예상을 한 브리가는 세바스티안 옆에 앉은 바다 사나이들에게 줄 맥주를 따르기 위해 소리 내 웃으며 레버를 잡아갔다.

 

 “딸랑~”

 그리고 맥주를 따르던 브리가는 또 딸랑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마을 주민들이 불꽃에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찾아오더니 어느새 테이블이 전부 차버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안부를 웃으며 받아주던 밀리온은 점점 더 졸음이 몰려와 눈꺼풀이 자꾸만 아래로 내려갔다. 도저히 잠을 못 이긴 그녀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브리가에게 먼저 자야겠다고 말하고 서는 마을 사람들의 밤 인사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잠시 후 그녀가 방에 도착했을 때쯤 케네스가 술판이 벌여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술판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레스토랑의 벽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뚝- 뚝- 뚝-‘

 

 손가락에서 떨어진 새빨간 피가 나무 도마 위로 떨어지더니 스며들어갔다.

 

 “허-! 참~ 이거 술을 너무 마셨네-.”

 떨어진 술안주를 만들기 위해 마른 대구의 지느러미를 부엌칼로 손질하던 브리가는 집게손가락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길게 베어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브리가는 쇠 독을 빨아내기 위해 피가 흐르는 손가락에 입술을 가져다 데고 쭉쭉 빤 다음 열려 있는 주방 창문 밖으로 ‘퉤-’하고 뱉어냈다.

 그가 뱉어낸 피는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고 피 냄새는 한줄기 밤바람을 타고서 어딘가를 향해 날아갔다. 그렇게 몇 번을 빨아내서 뱉어낸 브리가는 리넨 천을 잘라 손가락에 칭칭 감았다.

 때마침 우연히 주방으로 들어서던 케네스는 그런 브리가를 보고서 혀를 차며 다가갔다.

 

 “다쳤어-? 이런, 조심 좀 하지-! 봐-봐 얼마나 다친거야-?”

 그는 손가락을 감았던 린넨 천조각을 다시 벗겨내고 상처를 살펴봤다.

 그의 눈에 깊고 길게 베인 상처가 보였다.

 “이거 꿰매야 하겠는걸. 소독도 다시하고, 일단 우리 집으로 가세.”

 

 “괜찮아. 호들갑은-! 이런 건 놔두면 절로 낫게 돼 있어. 내가 한두 번 베어보나.”

 

 “괜찮긴-! 뭐가 괜찮아-! 얼른 우리 집으로 가-! 내가 예쁘게 꿰매 줄 테니까.”

 그는 괜찮다고 자꾸 우기는 브리가를 질질 끌고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나갔다.

 하지만, 자기네들끼리 술을 마시고 얘기하느라 그들이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는 걸 안에 앉아있던 사람 중에서는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편, 방으로 올라온 밀리온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누웠지만 막상 잠이 오지 않는지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그녀는 머릿속에 파머의 죽음이 계속 떠올라 또다시 울적해졌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딸처럼 예뻐해 주던 파머가 몇 시간 전에 눈앞에서 죽었다는 게 아직 믿어지지 않았다. 사실 밀리온 아닌 다른 누군가라도 그런 끔찍한 일을 겪었다면 그녀와 마찬가지로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였다. 또한 그녀는 잭이 파머의 등을 찌르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어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잭이 내리꽂는 칼에 찔려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파머의 모습 때문에 무서운 기억이라기보다 마음 아픈 기억으로 남아 가슴이 한없이 아파져 왔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밀어 열고서 창틀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열린 창으로 차가운 밤바람이 살며시 들어와 그녀의 뺨에 흐르던 따뜻한 눈물을 차갑게 식혀갔다.

 차가워진 눈물 때문에 뺨이 차게 느껴져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아내던 그녀는 서쪽 숲으로 이어져 있는 길을 따라서 어떤 시커먼 물체가 빠르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점점 가까이 달려오자 그녀의 눈에 잿빛의 커다란 짐승이 네 발로 땅을 박차며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설마, 여기로…’

 그녀는 그 짐승이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며 심장이 얼어붙어 가는 것을 느꼈다.

 커다란 보름달을 가렸던 구름이 지나가자 훤한 달빛에 더욱 가까이 달려오는 짐승의 모습을 본 밀리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늑대 머리가 달린 커다란 괴물이었다.

 

 그렇게 밀리온이 열린 창문으로 자신을 보는 줄 모른 채 야크는 레스토랑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조금 전 틴드 마을 주변에서 질의 일행을 만난 야크는 그들을 피해 숲속을 이리저리 숨어다니며 자신의 보금자리로 조금씩 다가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레스토랑 근처 숲을 돌아가던 야크는 조금 전 소르바겐에서 사람 한 명을 급하게 뜯어먹었지만, 또다시 허기지는 고통으로 눈의 혈관이 터져 시뻘건 핏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보름달이 뜰 때마다 저주로 인해 고통을 받았고 그는 동이 틀때까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고기를 계속해서 먹어야만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야크는 잭을 조금씩 먹어가며 자신의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도중에 자신을 뒤쫓던 질을 만나게 되어 아쉽지만 잭을 버리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속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지금 점점 화가 나서 흉포함이 극에 달아 있었다.

 

 그때였다. 점점 커지는 고통으로 예민해져 있던 그의 코가 어디선가 흘러온 신선한 피 냄새를 맡았다. 순간, 피에 절은 그의 동공이 팽창되며 눈동자가 더욱더 새빨갛게 변했다.

 피냄새를 한껏 코로 빨아들인 야크는 침이 줄줄 흐르는 긴 혀를 내밀고 입을 벌려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서 피 냄새가 흘러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려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가 달려가는 길의 끝에는 브리가 레스토랑이 서 있었다.

 

 

 잠시 뒤 그렇게 야크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레스토랑 출입문을 세차게 들이 받았다.

 그 충격으로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밀리온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쾅-!!!! 쿠-당-탕-탕!!!’

 

 커다란 굉음을 내면서 레스토랑 출입문이 부서져 튕겨 나가 문 앞쪽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사람들을 덮쳐갔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몸을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머리와 가슴 그리고 목에 날아드는 문의 파편조각을 맞고 사방으로 넘어져갔다.

 이미 사람들의 살 내음에 더 흉포해진 야크는 문짝을 부수며 뛰어들자 마자 쓰러진 사람 중 젊은 남자 한 명의 팔을 잡아채서 들어 올린 다음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커다란 입을 벌려 남자의 목을 덥석 물더니 머리를 흔들어 대며 그대로 한 움큼의 살과 목뼈를 같이 뜯어냈다.

 

 “커-어억-!”

 

 “으드득-찌-이-익-!”

 

 살아있는 채로 목을 절반 이상을 물어뜯긴 남자의 머리는 얇은 피부만이 몸통에 겨우 이어진 채 뒤로 넘어가 이리저리 덜렁거렸고, 살점이 뜯겨 나간 목에서는 피가 솟구치더니 피 안개를 만들며 주위를 새빨갛게 물들여 갔다. 그리고 야크의 잿빛 털 또한 같이 시뻘건 색으로 물들어 갔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자 앉아있던 나머지 사람들은 너무 놀라 혼이 빠져 멍하니 있었다.

 

 “쿠~아아아악~!!!!!”

 

 뜯어낸 살점과 목뼈를 우두둑- 거리는 소리를 내며 질겅질겅 씹어 삼킨 야크는 피에 젖은 살점을 먹은 기쁨에 멍하게 앉아있는 사람들을 향해 포효했다.

 내지르는 커다란 포효와 함께 날카로운 이빨 사이사이에 끼어 있던 살점들이 피와 침이 한데 섞인 채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얼굴로 날아갔다.

 끈적거리는 살점들이 날아와 얼굴에 들러붙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피우며 의자에서 급하게 일어서기에 정신없었다.

 테이블마다 한꺼번에 자리에서 일어선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자기들끼리 서로 부딪치며 테이블 위로 넘어져 포크에 얼굴이 찔리고, 의자 다리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등, 게다가 넘어진 사람의 목을 밟아 부러뜨리며 놀라는 등등, 암튼 간에 레스토랑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그 와중에 다리의 힘이 풀려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한 쥬네는 야크를 보고 소리만 질러 댔다.

 

 그러자 야크가 혼자 의자에 앉아 소리를 지르는 쥬네에게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흥건한 피에 발이 미끄러져 중심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그 틈에 쥬네 뒤에 있던 남자가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를 뒤에서 끌어당겨 자신의 뒤로 밀어냈다.

 쥬네를 자신의 뒤쪽으로 밀어낸 남자는 그녀의 남편인 세바스티안이었다.

 그리고 서둘러 일어선 야크는 자신을 가로막은 세바스티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여보~!!!! 세바스티안-!!!”

 쥬네가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린 채 빨리 문밖으로 나가라고 손짓하는 세바스티안를 보며 소리쳤다.

 

 부-우-욱 찌이이익-!!!

 

 야크는 세바스티안의 넓은 등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리그었다.

 

 “으-아-악-!!!!”

 야크의 칼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지나간 세바스티안의 등에 다섯 줄기의 상처가 생겨나며 그곳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야크는 비틀거리는 세바스티안을 손등으로 쳐서 창밖으로 날려버렸다. 그렇게 방해꾼을 날려버린 야크는 쥬네의 머리를 향해 입을 한껏 벌리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마침 옆에서 사람들을 일으키고 있던 마티아스가 자신의 몸을 날려 어깨로 야크의 옆구리를 강하게 밀쳐냈다.

 쥬네는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자신의 머리를 통째로 물어뜯으려던 야크의 입이 코앞에서 ‘탁’ 소리를 내며 닫히며 옆으로 밀려나는 것을 놀라 커다랗게 뜬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한편, 야크를 밀쳐낸 마티아스는 얼른 일어나 입을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턱을 덜덜 떠는 쥬네를 들쳐 안고 잽싸게 문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마티아스에게 밀쳐져 넘어진 몸을 일으킨 야크는 쥬네가 서 있던 자리를 봤지만, 거기에는 술내가 풀풀 나는 노란색 물만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자신의 식사를 방해받은 야크는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더니 아직 문밖으로 나가지 못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양팔을 벌린 채 공중에 떠 있는 야크의 앞으로 커다란 덩치를 한 숀드레가 사람들 사이에서 뛰어나와 행운을 부르는 룬 문신을 한 우람한 팔뚝으로 공중에서 내려오는 야크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대로 문밖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조금 전, 야크에게 맞아 창밖으로 튕겨져 날아가 버린 세바스티안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다 숀드레가 야크의 허리를 잡고 달려 나오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문밖으로 나와 달려가던 숀드레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지더니 그대로 멈추는 것이었다.

 세바스티안은 멈춰선 숀드레의 발이 지나온 자리에 피가 줄줄 흘러 이어져 있고 그 뒤로 그의 머리가 흙바닥으로 떨어져 대굴대굴 뒤로 굴러다니는 것을 보았다.

 야크가 자신을 끌어안고 밖으로 나온 숀드레의 턱밑에 날카로운 손톱을 박아 넣고서 양손으로 머릴 잡아 뜯어버린 것이었다.

 머리가 뜯겨 나간 숀드레의 목에서 피가 끊임없이 솟구쳐 나와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며 야크를 꽉 끌어안은 양팔을 지나 흙바닥을 피로 적셨다.

 

 쥬네를 멀찍이 데려다 놓은 마티아스가 그런 숀드레의 모습이 보자 그의 갈색 눈동자가 분노로 인해 시뻘겋게 변하며 요동쳤다.

 

 “아버지-!!!!!”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의 아버지 숀드레에게 달려가는 마티아스를 향해 달려온 세바스티안이 몸을 날려 겨우 붙들었다.

 “안돼-!! 너도 죽어-!!”

 

 “이거 놔요-!!! 저놈은 내가 죽여버릴 거야-!!!!”

 마티아스가 눈물을 흘리며 세바스티안의 몸 아래 눌린 채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안돼-!! 너마저 죽게 할 수는 없어-!!”

 세바스티안은 피를 많이 흘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참으며, 있는 힘껏 마티아스를 눌렀다.

 

 “젠장-!!! 젠장-!!! 젠장-!!!”

 마티아스는 피가 흐르는 꽉 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야크는 자신의 허리를 양팔로 꽉 잡은 채 죽은 숀드레를 떼어 내기 위해 그의 팔을 잡아 뜯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두꺼운 팔뚝이라 그런지 쉽게 떼어내지를 못했다. 힘을 주며 한쪽 팔을 뜯어내자 허리를 감싸고 있던 나머지 팔은 자연스레 풀어졌다.

 몸이 자유로 와진 야크는 죽은 숀드레를 화풀이 하듯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런 다음 진한 피와 사람의 살 냄새가 진동하는 레스토랑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탕-!!!!”

 

 커다란 총소리가 나더니 안으로 뛰어 들어간 야크가 문밖으로 도로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언제 돌아왔는지 케네스가 사냥용 엽총을 손에 쥔 채 문밖으로 걸어 나왔다.

 “도대체, 이게 뭔 일이야-?!!!”

 

 “저거 늑대인간이지, 그지??”

 케네스의 뒤에서 브리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총에 맞고 쓰러져 있는 야크를 보던 케네스는 중년 남자 질의 경고가 실제로 일어나자 놀라웠고 또 한편으로는 난생처음 이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상황에 겁이 났다.

 

 케네스는 왠지 야크가 다시 일어설 것 같아 브리가에게 서둘러 마을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라고 말하고는 쓰러져 있는 야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브리가는 레스토랑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야크에게서 멀리 떨어져 빠른 걸음으로 마을 성당으로 향했다.

 

 총을 맞고 죽은 듯 쓰러져 있는 야크를 본 케네스는 마티아스를 누르고 있는 세바스티안의 팔을 잡아 일으켜 자신의 어깨에 그의 팔을 걸쳤다.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마티아스는 세바스티안이 자신의 몸에서 비켜나자 벌떡 일어서더니 그대로 야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야크의 머리를 부숴 버리기 위해 양손으로 커다란 돌을 주워들었다.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돌을 야크의 머리를 내리치기 위해 그의 머리맡에 선 마티아스는 소리를 지르며 야크의 머리통을 향해 있는 힘껏 내리쳤다.

 그런데 그 순간 야크가 눈을 번쩍 뜨면서 내리치는 마티아스의 손을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후려쳤다.

 

 “아-악!!”

 야크의 날카로운 손톱에 마티아스의 왼쪽 손목이 반쯤 잘려 나가며 손에 들고 있던 돌은 야크의 머리 옆으로 떨어졌다.

 

 “탕-!!!!”

 마티아스가 동맥이 잘렸는지 피가 줄줄 흐르는 손목을 다른 손으로 움켜잡고 야크에게서 떨어지자 총소리가 났다.

 

 벌떡 일어서던 야크는 또 다시 가슴에 엽총을 맞고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번엔 쓰러지더니 잠시 있다 비틀거리면서 바로 일어섰다.

 

 “크르르르!!!”

 총을 쏜 케네스에게 이를 드러내며 위협하던 야크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케네스는 마티아스에게 다가가 자신의 웃옷을 길게 찢어 그의 손목을 칭칭 감은 뒤 그를 세바스티안에게 맡기고 야크가 들어가 버린 레스토랑 안을 살펴보기 위해 출입문 옆 창문 밑으로 몸을 숙인 채 살금살금 다가갔다.

 

 창문 밑에 도착한 케네스는 창안 쪽을 살펴보며 다시 한번 레스토랑 안의 끔찍한 모습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사방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고 밤나무 색깔의 바닥은 온통 피로 뒤덮여 처음부터 붉은색 바닥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더 두려운 건 낮에 바네스 신부의 심부름으로 자신을 찾아온 마을 청년의 허벅지를 야크가 뜯어 먹고 있는 것이었다. 저 죽어 있는 청년은 자신과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저런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이다.

 자신이 만약 그때 그 중년 남자 질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케네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어-억-!”

 창을 통해 보고 있던 야크에게 신경이 전부 쏠려 있던 케네스는 뒤에서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는 손에 기겁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쉿-! 날세. 케네스”

 언제 왔는지 브리가가 목소릴 한껏 낮춘 채 케네스를 불렀다.

 

 “아휴-! 놀랐어-!! 정말-! 놀랬다고-!”

 케네스는 정말 놀랐는지 살짝 지린 자신의 바지를 살펴보며 브리가에게 조용히 소리쳤다.

 

 “촌장, 혹시 밀리온 보지 못했어?”

 케네스의 지린내 나는 바지를 같이 쳐다보며 브리가는 그에게 물었다.

 

 “아니, 못 봤는데? 자네랑 같이 가지 않았어?”

 케네스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브리가에게 되물었다.

 

 “아니,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없더라구-!.”

 브리가는 두려움이 가득한 떨리는 눈으로 케네스를 쳐다봤다.

 

 “그럼…!!!”

 

 “맞아-!. 아직 안에 있는 거 같아-!.”

 브리가는 그가 지금 떠오르는 생각이 맞는다는 듯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둘은 심각한 표정으로 창문 안으로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야크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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