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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이름, 용사
작가 : 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9.10.25

용사, 오백 년 만에 눈을 뜨다.

 
그 이름, 악신 아르콘
작성일 : 19-10-29 02:17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3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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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이름, 악신惡神

 

  공격에 이은 공격. 또다시 맹공. 용사는 몸을 돌보지 않고 공격한다. 분노에 몸을 맡긴 채, 기교도 능력도 뭣도 없이 괴물들을 힘으로 찍어 눌렀다. 압도적인 기량의 차이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괴물들은 뒤늦게 모든 인간이 죽었음을 알아차리고 일이 골치 아프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그가 인간이었다면 언젠가 제풀에 지쳐 쓰러졌을 테지만, 언데드는 체력적 한계가 없다. 뼈가 손실되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전투력을 유지한다. 네프릭토스는 이미 곤죽이 돼서 바닥을 구르고 있다. 발로르는 형상을 회복하려면 아직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나머지 넷은 용사의 칼부림을 막다가 시선을 공유하고 긍정의 의미로 동시에 달려들었다.

 

  노리는 것은 팔과 다리. 재주 좋게도 각자가 하나를 향해 달려든다. 관절의 방향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붙잡기만 하면 비틀어 빼낼 자신이 있었다. 부상은 감수한다. 어차피 죽지 않으니까. 일단 용사의 전투력과 기동력을 빼앗은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니알라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면서 산성을 쏘아 관절을 빼내기 쉽게 만든다. 졸트는 손이 충분한 물리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집중해서 불꽃을 태운다. 나머지 둘도 졸트와 비슷하게 흉내를 낸다. 용사는 뼈 이곳저곳이 삐걱거릴 정도로 망가진 상태이고, 가호도 두르지 못한 주제에 방어를 하지 않는다. 승산은 충분하다.

 

  “니알라! 덮쳐라!”

 

  안드라가 소리쳤다. 니알라의 형상은 유동적이다. 좌우로 쪼개졌지만 그대로 두 조각이 용사의 몸을 덮친다. 산성을 온몸에 둘렀기에 그것을 떨쳐내려 용사는 발버둥 친다. 그 사이 빠각 소리가 나면서 용사의 왼팔이 뽑혔다. 뒤이은 셋도 각자 오른팔 왼다리 오른다리를 잡고 비튼다. 뽑힌 팔다리를 그대로 들어 멀리멀리 던져버리자 머리와 몸통만 남은 용사의 몸이 바닥을 구른다.

 

  용사가 이성적으로 행동했더라면 불가능했을 그 일에 괴물들은 히죽 웃는다.

 

  “애먹이기는.”

 

  “대체 누가 누구보고 괴물이라는 건지.”

 

  “다리뼈 하나 정도는 씹어 먹어도 되겠지?”

 

  “아직 기운도 팔팔하네. 정신 차릴 때까지 이대로 두고, 나도 녹여먹게 가서 가져오자.”

 

  용사는 미친 듯이 괴성을 질렀다. 괴로움이 묻어나는 울부짖음이다. 그 고통에 찬 소리가 마치 감미로운 음악이라도 된다는 듯, 괴물들은 보기 드물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일을 척척 진행했다. 용사를 괴롭게 할 방법이야 수천 가지가 넘는다. 그들은 결코 그를 쉽게 놔 줄 생각이 없었다.

 

  ↓

 

  마그뉴웍시와 니알라가 용사의 팔다리를 찾기 위해 등을 돌렸을 때, 그들의 움직임이 불현 듯 멈추고 주변을 잠식한 회색 안개가 한없이 짙어졌다. 바로 눈앞도 식별 할 수 없을 정도로 짙어지며 용사를 제외한 모든 것이 안개 속에 모습을 감췄다. 그 상태로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용사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몸을 비틀어 일으킨다. 구정물처럼 시커먼 눈물은 용사가 진정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두 광대뼈를 타고 흘러 쇄골에 고였다가 금이 간 뼈 사이사이를 따라 흐른다.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용사는 끊임없이 사과의 말을 중얼거렸다. 어느 정도 마음이 사그라졌다 해서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은 토끼를 잡아온 그에게 있었다. 당장의 굶주림이 뭐라고 목숨을 잃게 만들어야했는지, 용사는 도무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마을 사람들을 죽인 건 괴물들이고, 그가 그들과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괴물들은 언젠가 인간들을 이용해 용사를 궁지로 몰아넣었을 테지만, 용사의 생각은 거기까지 닿지 않는다.

 

  그들 스무 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순간, 두개골과 명치 그리고 배꼽 아래에 새파란 불덩이가 세차게 피어오른다. 그 불덩이의 빛에 이끌린 듯 안개를 가르며 턱시도를 차려 입은 뾰족한 인상의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온다.

 

  용사는 그를 보자마자 자책과 분노 그리고 허망함이 가시는 걸 느꼈다. 지독한 고뇌가 단숨에 씻겨나가는 경험. 마치 더러운 것이 정화되는 듯한 이 느낌을 용사는 알고 있다.

 

  턱시도는 용사의 시대에서 더더욱 미래의 것. 그는 현대의 것으로 복장과 외모를 치환한다. 용사의 기준에서 날카롭고 못돼 보이던 인상의 남자는 여전히 날카롭지만 순식간에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의 미형이 되었다.

 

  분명히 다른 느낌, 다른 감각. 하지만 동일한 느낌이다. 용사는 그가 그녀가 아님을 아는데도 같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이성을 되짚는다.

 

  그는 말했다.

 

  “소피아는 더 이상 너희에게 지혜를 나눠주지 않기로 했다.”

 

  소피아. 용사가 섬기던 여신의 이름. 세상을 등지고 떠나간 그녀가 눈앞의 남자와 겹쳐 보인다.

 

  “신께서는, 정녕 이 세상을 버리신 겁니까?”

 

  용사는 그가 그녀와 같이 초월적인 존재임을 어렴풋이 이해한다.

 

  “그래. 네가 죽었던 그날, 너의 영혼을 빛으로 인도하고 떠났지. 하지만 역시나 너는 이 세상을 버리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본래라면 다른 세계에 태어났어야 할 네 스스로 그 육신을 입었다.”

 

  “저는, 저는……!”

 

  용사는 물어볼 게 많았다. 하지만 그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만. 난 너를 가르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 사무치는 분노, 원한, 고통을 쫓았을 뿐이지. 나와 그녀를 동일시하지 마라. 우리는 같지 않으니.”

 

  용사는 침묵한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은즉, 그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나를 아르콘이라 기억하면 된다. 너는 옛적에 육체를 완성해 하천을 열었고, 믿음으로 심신을 다스려 중천을 얻었으며 끝끝내 영혼을 고통으로 단련해 상천을 관통했다. 나는 너에게 기회를 주러 왔음이야.”

 

  “그것은…….”

 

  “그래, 너의 단전, 명치, 정수리에 불타는 세 가지 불길이 그것이다.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으매, 그 손으로 직접 운명을 고르도록 해라. 너의 업과 덕이 그 길을 이끌 것이다.”

 

  용사는 무수히 많은 길을 본다. 모든 것을 가지고 다른 세계로 떠나는 길. 그곳에서 그는 최강이 되어 모든 이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부귀영화 속에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을 잊고 다시 태어나는 길. 유복한 가정 아래 태어나 불행할 일 하나 없이 행복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식물이 되어 바람 따라 햇볕 따라 유유자적한 삶을 살기도 했고, 동물이 되어 드넓은 들판을 뛰놀며 아무런 위협 없이 풍족한 삶을 즐기기도 했다. 수만 가지의 길이 그의 앞에 제시되었고, 그는 그 중 놀라운 길을 보았다.

 

  “신의 사자가 되는 길…….”

 

  “천사가 되고 싶나? 구품부터 시작하겠지만, 너라면 금방 품계를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군. 그렇다면 천사로…….”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용사는 불경하게도 신의 말씀을 끊은 것이었지만, 아르콘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다. 용사가 모든 길을 보기까지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흐른 듯했지만 실제로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용사는 단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신이 본 길 중 단 하나를 골라낸다.

 

  “저는 호랑가시나무의 길을 가겠습니다.”

 

  “선택에 후회는 없겠지?”

 

  “예. 신께서 버리셨다 하더라도 저는 반드시 그들을 구원할 것입니다.”

 

  “신께서가 아니다. 신조차 버린 세상인 것이다. 험난하고 위험한 길이지만, 너라면 그럴 거 같더군. 좋다, 너에게 가시밭길을 선사하마.”

 

  짙은 안개가 서서히 물러나고 아르콘의 모습이 흐릿해진다. 용사의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영혼의 세계에서 육신의 세계로 추락한다. 아르콘은 그런 용사의 모습을 보며 말한다.

 

  “소피아는 너만큼은 아직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용사는 밀려오는 졸음에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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