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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해방전쟁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2110년. 1910년의 한일합방 국치일로부터 200년 후. 조선 해방전쟁이 시작된다. 초인병기라 명명된 하얀색 초경세라믹 장갑의 거대 2족 보행병기를 앞세우고.

 
9. 반도 주둔 20 사단
작성일 : 19-10-28 18:23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9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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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코의 질문에 나카지마 소장이 3차원 영상의 시마르글을 뒤부분으로 돌린 다음 좀 더 확대시킨 다음 특정 부분을 클로즈 업 시켰다.

 

 “이 녀석의 주무장일세.”

 

 시마르글의 등에는 대형 레일 캐넌 튜브가 장착되어 있었다.

 

 “이 녀석이 자네들에게 절을 하면 조심해야 되는 거야. 이게 발사된다는 뜻일세. 일반적으로는 물론 열화우라늄 다트나 고에너지 고폭탄 탄두를 장착 발사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중성자 탄두도 장착 가능한 SS 380 레일 건일세. 중성자 탄두에 대해서야 잘 알테니 언급은 안겠네. 그야말로 37식과 같은 기갑 보행 병기 뿐 아니라 전차 같은 모든 기갑 병기에 상극인 무기지.”

 “37식의 핵 방호 능력은 어느 수준입니까?”

 

 나오마사의 질문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대기권을 통과하는 전략 핵무기 체계의 무력화가 완성된 지금, 소규모 전술 핵무기는 오히려 더욱 발달한 상태였다. 전술 핵무기의 개발, 배치, 사용에 관해 엄격히 규제하는 국제 조약이 물론 있었지만 그걸 믿고 이행하는 나라는 없었다.

 일본만 해도 대기권를 거치지 않는 중거리 미사일에 장착하는 소형 핵탄두를 비밀리에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이전 세대의 전략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사용하는 순간 동일한 수준 이상의 핵 보복공격을 감수해야 하는 무기 체계였다. 그런데 중성자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라니.

 

 “물론 방어 가능하다네. 중성자 탄 자체가 오로지 생물에만 타격을 가하기 때문에 조종실만 완벽하게 방호한다면 큰 위협이 되질 않아. 세라믹 자체는 중성자 투과를 막을 수 없지. 하지만 납은 뚫을 수 없어, 조종실은 납 성분의 장갑으로 둘러싸여 있네. 그보단 이 중성자 탄두의 폭발로 발생하는 EMP 효과가 더 위험할 수 있지. 하튼 실제 중성자 탄두를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혀 가능치 않을 일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네. 염두에 뭐야 해. 어찌됐든 그 미사일이 우리 37식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아. 그들 나름으론 37식에 대항하기 위해 고심을 한 결과겠지만.. 고에너지 고폭탄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중성자 탄두를 맞는다 해도 우리 37식을 파괴할 수는 없을 걸세. 천천히 알게 될거야. 37식의 위대함을.”

 “그럼 장갑 관통 전용의 열화우라늄 다트를 발사했을 때의 피해 정도는요? 우리 장갑이 감당할 수준인가요?”

 “물론일세. 그 정도 다트에 뚫릴 정도의 수준이면 어떻게 지구 최강의 무기라고 하겠나. 단언컨데 지금 지구상에서 37식의 장갑을 격파할 무기는 없네. 수소폭탄이라 하더라도 직격을 하지 않는 이상 37식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네.”

 “그럼 전혀 걱정할 물건이 아니라는 겁니까?”

 “객관적인 스펙 상으론. 그런데 상대 전술에 따라 달라지겠지. 스마르글을 대량 배치하는 것으로 봐선 물량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인 듯 해. 만약에 말야, 우리 측 37식 한 기에 스마르글 다섯 대 정도가 붙는다면. 전체 중량 총합이 1,500톤을 넘어선다네. 말하자면 우리 37식을 깔아 뭉개보겠다 할 수는 있겠지.”

 “그것도 기동력에서 그렇게 차이 난다면 어려울텐데요.”

 “당연하지. 우리 37식이 그대로 기다려 주지는 않을 테니까.”

 

 3차원 영상은 다시 바뀌었다. 스마르글과 비슷한 형태와 규모의 보행 병기 영상이 떠올랐다.

 

 “이건 중화 소비에트의 신웅 3호. 별거 아닐세. 소비에트 연방의 스마르글의 다운 그레이드 공여형이니까. 엔진 출력, 무장, 방호 능력, 모두 다 떨어지는 무기일세. 다음으로 넘어가세.”

 

 이번에 떠오른 3차원 영상의 모습은 37과 어딘지 닮아 보였다. 당장 세라믹 장갑임이 분명한 듯한 반짝이는 외관을 가졌다.

 

 “이걸 주목하게. 중화민국의 최신형 보행 병기 FV 20일세. 본격적인 37식 카피라고 볼 수 있지. 세라믹 장갑과 핵융합 리액터 이 두 가지 모두를 채용하고 있는 유일한 기체일세. 물론 플라즈마 세이버까지.”

 “어느 정도 실력인가요?”

 “현재로선 크게 알려진 바 없어. 제식화 되기도 전이니까. 이 영상도 사실상 상상도에 가깝다네. 정보국에서 수집한 아주 제한된 정보로 우리 나름 구성한 모습이니까. 작년 상반기에 프로토 타입이 개발되었다니 초기 시험 단계를 밟고 있다 보고 있네. 순탄하게 진행되더라도 제식화를 거쳐 실전 배치하기까지엔 십년 이상 남았다고 봐야...”

 “우리에게 위협이 될 까요?”

 “직접적인 교전 대상의 적성국도 아니고 지상 국경선을 맞댄 상대도 아니고. 당장 그럴 일은 없겠지. 더구나 우리 37식에 비하면 아직 멀었으니까. 우리도 차세대 보행병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실정이니까. 그보다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비슷한 물건이 갑자기 튀어 나왔냐는 거야. 중화민국은 수십 년간 중화 소비에트와 유화 정책을 펼치면서 군사력 강화엔 별 관심이 없었어. 굳이 넘어오지만 않는다면 이대로도 괜찮다는 식이었지, 늘. 병기 개발도 주로 방어적 병기 쪽에만 치중해 왔고. 당연히 2족 보행병기 개발 수준도 형편없었고. 그런데 우리 37식과 너무 비슷한 물건이 갑자기 튀어 나왔어. 우리 측에선 스파이를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네. 내각 조사실이나 대본영 정보국에서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네.”

 “이상하긴 하군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군요.”

 “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정보 담당하는 자들이 지금쯤 열심히 뛰고 있을 거야.”

 

 나카지마 소장은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미국 쪽 서방 측 2족 보행 병기 몇몇 종류에 대한 소개를 더 했지만 그리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어차피 교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진영의 무기였다. 그다지 특별하거나 할 것도 없는 수준이었고,

 

 이렇게 오전의 강의는 끝이 났고 요시코와 나오마사는 오후 스케줄을 준비했다. 오후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체력 측정이었다. 코어, 순발력, 유연성, 근력, 지구력 등등 그들의 육체가 갖고 있는 모든 체력을 아주 상세히 측정하는 시간이었다. 제자리 멀리 뛰기, 제자리 높이 뛰기, 허리 굽히기, 플랭크, 턱걸이, 윗몸 일으키기, 20미터 왕복 달리기, 삼단 멀리 뛰기, 그리고 10킬로미터 달리기... 두 사람은 끊임없이 뛰고 또 뛰었다. 이러한 체력 측정은 이 두 사람의 파일럿과 두 기의 37식을 융합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었다.

 

 

 

 9. 반도 주둔 20 사단

 

 도쿄 외곽의 요코다 공군기지를 출발한 쌍발 터보 프롭 수송기 JC 100기가 한 시간 반만에 반도 식민지의 수도 경성의 여의도 공군기지에 내렸다. 본토와 반도 사이를 하루에 한 번씩 오가는 대본영의 연락 항공편이었다.

  일본 육군 정복 차림의 츠지 마사노부가 허리 왼편에 군도를 찬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를 마중 나온 20 사단의 하사관이 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하사관은 각도 있게 경례를 하고 수송기에서 내려지는 마사노부의 짐을 그가 몰고 온 차량에 옮겨 실었다.

  이 여의도 공군기지는 물론 일본 공군 소속이었지만 20사단의 항공대 전력도 같이 운용하고 있었기에 활주로에 펼쳐진 기체 상당수는 육군 표식에 육군 특유의 녹색 도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전투기 종류는 아니었고 대부분 병력 수송용 수직이착륙기와 전투 헬기였다. 다른 부문에 비해 항공 기술의 발달은 한계가 뚜렷했다. 지금도 대부분의 비행체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항공유를 사용하는 제트 기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효율과 출력은 많이 나아졌지만.

 

 “중좌님. 조선 땅은 처음이십니까?”

 “그렇다네.”

 “사단본부로 가겠습니다. 점심 식사를 같이 하실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탄 차량은 여의도에서 강을 건너는 다리에 들어섰다.

 

 “한강입니다. 경성을 위 아래로 나누는 강이지요. 제법 크답니다.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그렇군.”

 

 마사노부는 차창 밖을 유심히 내다 봤다.

  한강 변으로 펼쳐진 경성의 모습은 우울했다. 도쿄 등 본토의 도시들에게서 느껴지는 밝고 깨끗하고 활발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계획하게 들어선 건물들과 멋대로 그어진 도로들, 아직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지 뿌연 매연까지, 회색빛의 초라한 도시였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 역시 본토에서 흔하게 보는 자율주행 전기차는 거의 없었고 구식의 내연기관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매연이 익숙치 않은 마사노부에겐 처음부터 혐오스러운 도시였다.

 

 차량은 다리를 건너고 곧 용산에 자리잡은 일본 육군 20사단 본부로 접어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붉은 벽돌 담장으로 구획된 거대한 기지였다. 위병소를 지난 후 펼쳐지는 기지의 내부는 역시 청결했다. 곳곳에 조성해 놓은 정원에는 삼나무를 위시해서 갖가지 식물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었고 온갖 꽃이 만발했다. 곧 사단본부 건물 앞에 차량이 도착했다.

 

 “어서 오게.”

 

 아주 짧게 깎은 머리칼의 주변은 이미 희끗희끗했지만 강인해 보이는 광대뼈, 떡 벌어진 어깨, 5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군인의 모습이었다. 야마다 도시하루 사단장. 반도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유명한 무장, 이제 츠지 마사노부의 직속상관이었다.

 

 “츠지 마사노부 중좌. 육군 제 20사단으로의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부동자세로 신고를 마치고 경례를 하고나자 야마다 소장은 답례를 하고는 부드럽게 손짓하여 앉기를 권했다.

 

 “어이, 그 군도 좀 보세.”

 

 마사노부를 허리의 군도를 풀어 예법에 따라 야마다 소장에게 전했다. 야마다 소장은 감회로운 표정으로 군도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리고 칼을 절반 정도 뽑아서 칼날도 살피고는 돌려주었다.

 

 “저기 좀 보게나. 나도 23년 전이로군. 그걸 받은 게 말이야.”

 

 마사노부가 고개를 돌리자 사단장 집무책상 뒤쪽의 칼걸이에 군도가 걸린 것이 보였다. 역시 은사의 군도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특이하군. 군도조의 졸업생이 여기를 지원하다니. 무슨 생각이었나?”

 “불민한 자를 높이 여겨 주시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특별한 생각이라기보다는...”

 “보다는...? 왜 말을 하다 마는가. 군인답지 않게 말야.”

 “죄송합니다. 우리 일본국 번영의 터전은 역시 조선 반도. 그 조선 반도를 떠받히고 있는 20사단은 우리 일본 육군에서 가장 중요한 부대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전력 역시 최강이라 생각하지만 여러가지 배울 것도 많을 것이라 여겨 지원했습니다.”

 “자네는 신중한 성격이구만. 그렇지. 우리 20사단이 저 위쪽 관동군 소속의 전방 사단에 비하면 여러모로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겠지.”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하하.. 용서랄 것 까지야. 당연한 평가일세.”

 

 그렇게 말을 끊고 마사노부를 바라보는 야마다 소장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졌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네는 이제 사단 작전 참모로 근무하게 될 걸세. 기대가 커. 그런데 말야. 지금 우리 육군 내 최강 전투 사단이 어디일 것 같나? 아, 물론 그 37식 보유 부분은 제외하고 말일세.”

 “그야... 관동군 소속의 기갑 사단들 아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그 죄송합니다 소리는 집어치우고 좀.. 그래 당연하지. 육군 전투력 측정 때면 늘 그쪽 애들이 수위를 다투니까. 하지만 말일세. 그쪽 사단 단독으로 이 반도 땅 전체를 유지 관리 할 수 있을까?”

 “그.. 그건...”

 “그래. 물론 자넨 아직 모르겠지. 우리 사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당분간 사단 전체 현황 파악을 해야겠지. 하지만 이건 먼저 알려두지. 우리 20사단은 이 반도 땅 뿐 아니라 제국 육군 전체를 통틀어서 최강의 사단일세. 우리 사단 산하엔 말야. 1개 공중강습 여단, 1개 기갑 연대, 1개 기계화 보병 연대가 있다네. 이 반도 땅 어디든 일단 유사시면 단 두 시간 이내에 공중강습 여단이 투입되고 단 5시간 후엔 기갑 연대가 도착하고 10시간 정도면 기계화 보병연대까지 배치된다네. 최고 정예라고 보는 공중강습병은 물론, 기계화 보병까지도 예외 없이 강화슈트를 착용한 정예병들이야. 우리 일본 육군에 단 하나 우리 사단만 가능한 전투력일세. 이 반도 땅에 합쳐서 4개의 사단이 있지만 나머지 3개 사단은 전부 낙후된 후방 보병 사단이고 진정한 전력은 우리 20 사단 하나 뿐일세. 그리고 우리 사단은 그 따위 전투력 측정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아. 측정이라니. 전투를 측정으로 할 것인가? 하하... 하여튼 자네 말 참 마음에 들었다네. 본토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지금 우리의 번영은 이 반도 땅을 기초로 삼고 있다네. 200년 전부터 말일세. 그걸 이제 잘 몰라.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져 버린 것이지.”

 “말씀 충분히 알아 들었습니다. 충심으로 보필토록 하겠습니다.”

 “그래. 곧 참모장이 올 걸세. 같이 점심 식사 하고, 사단 작전 계획안 받아서 숙지하게. 느끼는 바가 많을 테니까.”

 

 예하 부대 시찰을 나갔었던 참모장이 도착하자 그들은 곧 일어나서 시내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성에서 유명하다는 종로의 요리집에 도착하자 영상으로만 접했던 조선의 전통 복장을 입은 여인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사단장이나 참모장은 꽤나 익숙한 지 그녀들과의 대화가 스스럼없었고 그녀들 역시 허물없이 대해 왔다. 조선의 한복이란 것을 입은 여인들이 본토의 여인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일본어로 얘기하는 것이 마사노부에겐 무척 어색했다. 음식은 맛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마사노부에겐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조선에서의 첫날이 지나고 있었다.

 

  기지 내의 좌관급 고급장교용 숙소는 저택이었다. 거주하는 당번병이 한명 배치되어 있었고 가정부나 정원사도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집안 안팎 관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마사노부는 본토의 장교들에겐 장성급들에게나 가능한 이런 호사가 영 난처하게 느껴졌지만 익숙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당번병이 준비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그는 영내의 사단 참모부로 출근을 했다. 곧바로 사단 참모부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후 마사노부는 방대한 규모의 사단 작전계획안들을 인계 받았다. 각각 암호화 데이터 카드로 정리된 그 많은 작전 계획안을 받아 들고서야 어제 야마다 소장의 말이 허언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사단급 부대의 작전 계획안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전투사단들의 작전 계획이 대개 예닐곱, 많으면 열 대여섯 정도에 불과한 데 비해 이 20사단의 작전 계획은 무려 70가지가 넘었다. 사단이 일단 유사시 당면할 것이라 상정하는 작전환경이 그만큼 방대하고 복잡하다는 증거였고 그 모든 작전환경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전력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20사단의 편성 형태는 신속대응군이었다. 모든 편제가 기동화 되어서 언제든 어디로든 움직여서 24시간 이내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한다는 형태의 작전 계획이었다. 물론 이 조선 반도 땅 내에서 말이다.

  마사노부는 카드 형태의 암호화 데이터 저장장치 중 하나를 집무실 책상 위의 콘솔에 꽂고 생채 인식 암호를 해제했다. 우선 조선 반도 전체의 거대한 3차원 지도가 집무실 허공 위에 펼쳐졌고 그 위로 정교하게 적시된 도시, 철도, 도로와 발전소, 유류 저장고 등의 전략 거점들, 각 단위 부대 주둔지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행 버튼을 건드리자 작전계획 1호라는 제목이 뜨면서 시뮬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부산이었다. 일본 본토와의 물자 교류의 중핵인 부산은 조선 땅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거점이었다. 이 부산의 항구에서 노동자들의 대규모 사보타주, 파업, 폭동에 이은 무장봉기가 발생한다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부산을 평소에 관할하는 부대는 육군 제 74사단. 그리고 부산 근처 진해항에는 일본 해군 3함대의 분견대가 주둔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진압 부대는 20사단의 공중강습 부대로 상정되어 있었다.

 74사단 병력이 부산 외곽 차단과 지역 차단을 맡은 다음 20사단의 공중강습 여단 중 일대 전투 대대와 여단 본부가 즉시 김해 공항으로 이동하여 여단 본부를 설치하고 전투 대대를 현장에 진입해서 진압에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시뮬레이션은 대단히 사실적이어서 폭도들의 숫자, 무장 수준까지 면밀히 계산되었으며 그에 대진하는 강습병들의 무장 수준도 자세히 명시되어 있었다. 중화기까지 사용하여 무장 폭동 사태는 투입 세 시간 만에 진압되고 우리 측 전사자 3명 부상 20명 수준, 폭도 측 사망 200명, 부상 300명, 체포 500명 수준의 결과 치를 제시했다.

 마사노부의 뇌리엔 케블라 방호복에 중화기가 장착된 골격강화 슈트를 착용한 공중강습병들이 구시대적인 무장만 겨우 갖춘 폭도들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건 전투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이런 일이 과연 벌어질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마사노부는 2라는 번호가 적힌 암호화 데이터 카드를 집어넣고 실행했다. 이번 것은 내용이 좀 달랐다. 소비에트 연방군의 지원을 받은 불령선인 공중강습 부대가 원산에 투하해서 원산의 부두와 공항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가상이었다.

 원산 역시 조선 반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였다. 원산에 침투한 적군 규모는 강화 슈트를 착용한 공중 강습 대대였다. 규모는 대대급이었지만 화력과 전투력 등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전력이었다. 원산을 방어하는 해군 육전대 병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20사단의 대응은 물론 공중강습 여단의 투입으로 시작되었다. 원산 공항의 관제 시설은 이미 공격을 받아 무력화된 상태였고 적의 공격이 실행되는 상태였다. 공중강습 여단 예하의 전투헬기들이 적진에 대한 우선 화력 투사를 시작하고 공중강습병 1개 대대가 저고도 강습을 감행하는 것으로 작전은 시작됐다.

 전투 헬기들과 병력 수송용 수직이착륙기 여러 대가 개전 초기에 격추되고 강하에 성공한 강습병들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적들의 우세한 화력에 고전하고 있다. 공군의 항공 지원에 의지해서 교두보를 확보하는 가운데 2차 강습이 이뤄진다.

 공중강습 여단의 공중 운송 능력은 한번에 1개 대대였다. 1차 강습을 마치고 기지로 귀환하여 대기 중인 2차 강습 병력을 태우고 돌아오기 까지는 대략 3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상황 발생과 동시에 본부대기 중이었던 기갑 연대의 발진이 개시된다. 경성에서 원산까지 기갑부대가 기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시간. 2차 강습 대대의 도착과 거의 동시간이다. 이 시간이 바로 적과 결전을 나누는 시간인 것이다.

 1차 강습 부대는 그 시간까지 교두보를 확보하여 전선을 형성 유지하는 것이 그 주된 임무였다. 역시 1차 강습 부대의 악전고투 끝에 압도적인 화력의 기갑연대가 도착하고 바로 뒤이어 2차 강습 대대의 강하가 적진의 배후에 이뤄지면서 적들은 궤멸적인 상황에 빠진다. 하지만 이번의 적들은 단순한 폭도들이 아니고 고도로 훈련된 특전 병력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놀라운 전투 능력을 유지하며 전투는 이어진다. 하지만 약 10시간의 전투 후에 적은 완전히 소탕된다.

 이번의 아군 전투 피해는 상당하다. 전사 약 400명, 부상 약 300명, 전투헬기 8대 격추, 수직이착륙기 4대 격추, 주력 전차 7대 전파, 12대 반파. 반면 적군은 전사 500명, 부상(포로) 200명 수준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작전의 핵심은 적 괴멸이 아니었고 원산의 항구와 공항의 피해를 막는 것이었다.

 항구의 피해 정도는 60%로 복구까지 40일, 공항의 피해 정도는 80%로 복구까지 120일. 이런 결과라면 저쪽에서도 크게 손해 본 작전은 아닌 게 된다. 만약에 다른 전략 목표와 결부된 공격이라면 오히려 아군이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결과였다.

 

  하루 종일 각각의 작전 계획을 훑어보던 마사노부가 내린 결론은 일단 하나였다. 지금 일본 내에서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전투임무를 맡아 수행할 부대는 이 20사단 밖에 없었다. 그 편제와 장비 역시 대단히 잘 갖춰져 있었다. 관동군의 군단 급까지는 아니어도 그 어떤 사단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대신 의심도 들었다. 이 조선 땅에 아직도 불령한 움직임이 있다는 건가? 이 땅에 천황 폐하의 성심이 뿌리 내려 내선일체의 정책이 시행된 지 벌써 이백년인데 아직도 그러한 불령분자들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가 아는 한 일본은 세계 최강국, 최부국으로서 일본 국민이라면 누구도 일본국민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조선이라는 땅에 대해, 그리고 반도인들이라 부르는 그들을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퇴근을 준비했다.

 용산 서쪽에 지는 노을이 아름다웠지만 날아가는 새는 보이지 않았다. 매캐한 매연이 이제는 좀 익숙해지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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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 홋카이도 특수 병기창 2019 / 10 / 25 201 0 6365   
4 4. 졸업식 2019 / 10 / 24 195 0 6816   
3 3. 신주쿠 겐류 2019 / 10 / 23 206 0 4579   
2 1. 제국의 아침 2019 / 10 / 22 209 0 7627   
1 프롤로그 2019 / 10 / 22 340 0 6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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