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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이름, 용사
작가 : 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9.10.25

용사, 오백 년 만에 눈을 뜨다.

 
그 이름, 마을
작성일 : 19-10-28 01:07     조회 : 165     추천 : 0     분량 : 4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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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용사는 남쪽 언저리로 향한다. 큰 도시라 했으나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길이 나 있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감에 의존한 여행이다. 낮에는 해를, 밤에는 달을 보고 방향을 가늠한다. 숲과 들, 산과 강을 넘어 열흘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 용사는 눈을 뜬 후 처음으로 살아있는 인간의 흔적을 찾았다.

 

  흔적도 아니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은 찾은 거니까. 하지만 흔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그들의 문명 생활은 열악하다. 흐릉달에 혼자 남아 고생하고 있을 그레이스를 생각하면, 발길을 재촉해야 했지만, 차마 그 마을을 그냥 지나치는 일은 용사로서 불가능했다. 그가 기억하는 오백 년 전 모습과 현재의 모습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그것도 굉장히 나쁜 쪽으로.

 

  그들의 복장은 중요부위만 간신히 가릴 정도로 작은 천이나 가죽 파편이다. 그마저도 온전치 않아 여기저기 기운 자국이 눈에 띈다. 주식은 마른 나무 뿌리나 먹을 수 있는 풀을 물에 개운, 음식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것. 집은 움막에 가까운 풀무덤이다. 먹을 것이 없으니 기운도 나지 않는 모양이다. 무언가 일을 하기 보다도 움막 안에 누워 시간을 때우고 있다. 한 어른은 구석에 모여 흙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부드럽게 타이른다.

 

  “움직이면 ―――― 배가 고파―――― ―― 얌전히 ―――― 했――.”

 

  틀림없는 힐류브리트어지만 변형이 너무 심한 탓에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 뜻을 대충 유추하는 건 가능했다. 아마도 움직이면 배고파지니까 움직이지 말라는 말일 거다.

 

  “네······.”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아이들은 어른의 말에 수긍하고 지친 걸음으로 움막에 기어들어갔다. 이윽고 작은 마을은 얇은 숨소리만 들려올 정도로 조용해진다. 참담한 심정에 용사는 없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낀다. 쥐어뜯을 것처럼 그곳을 부여잡은 채, 스스로가 언데드라는 것도 잊고 토끼굴을 찾아 평원을 미친 듯이 뒤진다. 뼈칼로 토끼 가죽을 손보는 와중에도 피골이 상접한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에게 나무뿌리 달인 물을 먹이는 어른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런 걸 아무리 먹은들 허기가 가실 일은 없거늘. 어찌······.’

 

  알고 있다. 그런 거라도 먹지 않으면 입에 댈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먹는 거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해서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천 년 전에도 인간은 이것보다 나은 삶을 살았다. 이들의 삶은 용사의 손에 잡힌 토끼보다도 결코 낫다고 말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제대로 집이라도 짓고 살면 추위라도 피할 수 있을 텐데!’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그 움막은 분명 바람도 막지 못한다. 그나마 비가 내리면 막아줄까. 하지만 이제 곧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다. 이곳은 침엽수가 자랄 정도로 서늘한 곳이니 날이 추워지면 저들 중 태반은 겨울을 나지 못할 것이다.

 

  용사는 손질한 토끼 세 마리를 꼬챙이에 꿴 채 마을로 간다. 그들을 배불리 먹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보지 못했다. 마을사람들의 참담한 모습이 용사의 눈을 가렸다. 그들은 분명 지독한 굶주림 속에서 되먹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냥을 하지 못해서 안 한 것이 아니고, 집을 짓지 못해서 안 지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눈동자 속에 어린 허망함, 그보다 깊은 곳에 놓인 지독한 공포. 그것을 보지 못한 용사는 알 턱이 없다. 어째서 이들이 이런 삶은 선택한 건지. 저 먼 곳에서 용사의 뒤를 쫓는 건 커다란 괴물의 형상이다.

 

  ↓

 

  “언데드다! 언데드가 나타났다!”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청년이 소리친다. 그 언데드가 똑바른 걸음걸이로 걷건, 2m가 넘는 덩치건, 손에 토끼 세 마리를 꿴 나무막대를 들고 있건, 그런 건 알 바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언데드라는 게 중요했다.

 

  “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어른들이 탄식 섞인 한숨을 뱉는다. 그리고 재빠르게 필요한 것만 모아 짐을 꾸렸다. 짐이래봐야 별 거 없다. 평소에 구하기 힘든 꿀과 밀랍으로 만든 초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쇠로 만든 기구가 전부다. 몇 벌 없는 의복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도록 간단히 지은 집은 포기한다. 걷지 못하는 아기들을 지게에 올리고 나니 5분도 안 되어서 마을을 떠날 준비가 끝났다. 어린 아이들도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불만 없이 부모의 손을 꼭 잡은 채 걷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언데드를 발견한 청년이 선두에서 걷던 50대 중년에게 따라붙는다.

 

  “아저씨, 어디로 가실 거예요?”

 

  아저씨라 불린 중년은 후우, 골이 깊은 한숨을 뱉더니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평야를 따라 남쪽으로 가야지. 곧 가을이 올 거다.”

 

  “가을이 되면 먹을 게 조금은 풍성해지겠네요.”

 

  기분 좋은 상상에 청년은 실실 웃었다. 하지만 그럴 틈이 어디 있냐는 듯 중년이 말한다.

 

  “그래, 그러고 나면 겨울이 오겠지.”

 

  청년은 나름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던 건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자 우물쭈물거렸다. 그때 뒤에서 한 아낙이 소리쳤다.

 

  “언데드가 뛰기 시작했어요!”

 

  그 말에 마을사람 모두가 발걸음을 멈춘다. 그러더니 애써 꾸린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각장의 쇠 기구를 들었다. 낫이나 괭이 같은 농기구도 있고, 검이나 도 같은 도검류도 있다. 메이스나 철퇴 같은 전쟁무기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나란히 서서 저 멀리 달려오는 언데드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중년이 말했다.

 

  “다들 알고 있겠지? 언데드가 싸우다 손이 묶이면 두개골을 부순다. 동정심은?”

 

  “사치다!”

 

  언데드는 전생에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이었는지는 몰라도 기골이 장대하고 굉장한 운동실력을 가졌던 사람일 거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리쯤 되어서, 언데드가 뭐라뭐라 말을 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적었다.

 

  “아군······. 사람······. 편······. 싸움 부정······.”

 

  그래도 중년은 알아듣는다. 왜냐하면 그 언데드가 하는 말이 갓 언데드가 되어서 이성이 남아 있는 자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언데드는 그런 말을 하면서 손에 든 토끼 세 마리를 보인다. 마을사람들은 군침을 삼키면서도 무기를 굳게 움켜쥐었다.

 

  “오늘은 횡재했네요.”

 

  청년의 말에 중년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저 정도면 마을 사람 스무 명의 허기를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언데드를 쓰러뜨리고 토끼는 빼앗으면 그만이다. 처음에 말했듯 동정심은 가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를 동정한다면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기 전에,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옳다. 이곳에서의 자비란 그런 거다. 중년이 생각을 끝마칠 무렵, 청년이 가장 먼저 달려 나가고 전투가 시작된다.

 

  그가 든 무기는 1m쯤 되는 단창. 언데드의 무기는 뼈를 갈아 만든 뼈칼이다. 보통 단련하지 않은 사람들의 싸움은 사거리에서 결정 난다. 그도 그럴 게, 긴 사거리 안으로 파고들 방법을 모르면 그대로 찔리고 끝이니까. 하지만 언데드와 사람의 싸움은 다르다. 언데드에게 베거나 찌르는 공격은 거의 소용이 없다. 언데드를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두개골을 부숴야하는데 인간의 두개골은 의외로 단단해서 짱돌로 내려치거나 창으로 찌르는 정도로는 부숴지긴커녕 함몰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청년처럼 긴 무기를 가진 사람이 언데드의 발을 묶을 동안 중년처럼, 둔탁한 것을 든 자들이 그것의 두개골을 노린다.

 

  보통 이쯤 되면 언데드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성을 잃은 언데드라면 그대로 두개골이 부서지고 안식을 맞는다. 하지만 이성을 가진 언데드는, 그도 살아있을 적에는 언데드를 상대해봤던 인간이었기에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어떻게든 머리만은 보호하면서 반격을 시도한다. 근데 이번에 만난 언데드는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청년은 분명 단창을 눈으로 쫓는 것도 힘든 속도로 찔렀다. 그런데 언데드는 그것에 반응했다. 반응한 걸로도 모자라 뼈칼로 굵은 창대를 자르는 기예를 펼쳤다. 청년은 거기서 죽음을 예감했지만, 어째서일까? 언데드는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이 공격을 감행한다. 아낙의 낫과 사내의 쇠를 덧댄 나무몽둥이 그리고 중년의 메이스가 세 방향에서 동시에 짓쳐든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언데드는 싸우지 말자는 의사를 계속 내비치며 청년에게 했던 것과 비슷하게, 사람들이 무기를 휘두르지 못하게 한다.

 

  낫은 아낙의 손목을 쳐 떨어뜨리고 몽둥이는 손으로 잡아 뺐더니 멀리 던져버리고, 중년의 메이스는 주먹으로 내리쳐 공중에서 궤도를 비틀었다.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한 중년은 메이스를 손에서 놓았다.

 

  같은 인간의 몸을 가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움직임. 그 전투에 주눅이 든 이들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못했다. 온몸을 날린 공격도 통하지 않았는데, 그런 소극적인 공격이 닿을 리 없었다. 거기에다가 사람들은 너무나도 쇠약한 상태였다. 한 사람이 채 1분도 무기를 휘두르지 못하고, 하나 둘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중년은 당황했다.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 그의 당황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 괴물 놈.’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좋게 말하면 노련한 전사일 테지만 상대가 언데드여서야 그야말로 괴물에 지나지 않는다. 솔직한 심정으로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겁이 났지만, 그것의 우호적인 태도와 불안으로 흔들리는 모두의 눈빛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중년은 반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뭐요?”

 

  그러자 언데드는 여전히 알아듣기 힘든 말로, 토끼를 가리키며 답한다.

 

  “먹다――(긍정)―― 이야기――.”

 

  청년이 그 사이에 조심스래 끼어든다.

 

  “먹으면서 이야기하자는 거 같은데요.”

 

  그러자 알게 모르게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중년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것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언데드는 곧 능숙하게 불을 피우고 근처에서 통나무를 잘라와 솥을 만들고 간단히 토끼 스튜를 끓였다. 마을사람들은 오랜만에 생기가 도는 눈빛으로 언데드가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데드가 요리한 음식을 얻어먹는 꼴이라니, 중년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마음속으로 헛웃음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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