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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4 덧없는 기다림
작성일 : 19-10-27 23:54     조회 : 223     추천 : 1     분량 : 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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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담희는 어째서 그가 그리도 시리게 자신을 대했는지 그날부터 매일 그 일을 회상하였다. 하지만 무엇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건지 예상은 가나,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수명을 보기 때문일까.”

 

  다른 이의 수명에 대해 말하다가 그렇게 되었으니 맞을 거라는 추측을 하면서도 개운치 앖았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그녀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그녀는 걸으면서 발에 차이는 돌들을 모두 차면서 심통을 부렸다.

 

 '그게 내 잘못인가.'

 

  담희는 억울했다. 그녀의 처지에 누군가한테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진짜 무당은 죽을 날도 맞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말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숨김없이 말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화를 내고는 매몰차게 가 버린 것이었다.

 

 “나보고 어쩌라고.”

 

  다시 만나면 뭐가 잘못됐는지 물어보려 했으나 그 후로 나타나지 않았다. 첫 번째 차사라고 하였으니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그 여성의 옆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상기하고도 조금 불안했다. 당분간은 물어보고 싶어도 물을 수 없었다.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다는 답답함을 안고 걸음을 멈췄다.

 

 '일찍 다녀가셨나.'

 

  그녀는 지금 그것 말고도 의문을 가진 것이 있었다. 항상 같은 시간에 나오면 마주치게 되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향냄새도 안 나네.”

 

  걸음을 옮겨 산소가 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는 데도 그녀는 향의 특유한 내음을 맡지 못하였다.

  산소에 도착하자 상석에 있던 향로도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찬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텅 빈 상석을 보니 쓸쓸한 느낌까지 들었다.

  어제 지나갈 때 할머니가 검은 봉지를 조심히 들고 간 걸 봐서는 향로를 치운 것 같았다.

 

 “오늘은 안 오시는 건가.”

 

  차게 식은 상석을 한 번 쓸어보고는 어제 마주했던 노부부의 모습을 떠올렸다.

 

 “할아버지 점점 옅어지시던데.”

 

  할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투명해지셨다. 지금까지 영가를 본적이 별로 없던 담희는 더해지는 답답함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봤자 참견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매몰차게 걸음을 돌려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또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 걸음을 옮겨보니 상석의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명이 얼마 안 남으셔서 아프신가.”

 

  할머니의 수명이 두 달 남짓 남았던 것을 떠올린 담희는 씁쓸함을 느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몸이 아플 가능성이 컸다. 그녀는 외롭게 혼자 남은 산소를 보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에도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상석을 한 번 바라보던 담희는 고민에 빠졌다.

  신경이 쓰여서 꽃 한 송이를 사 오기는 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남의 산소에 꽃을 올려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상석에 꽃을 조심스럽게 올려두고는 매년 부모님의 산소에서 했던 것처럼 앞에서 절을 했다.

 

 “할머니께서 앞으로 오실 수 있을지 어떨지 몰라서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담희는 그대로 봉분을 마주 보고 앉아 말을 이었다.

 

 “할머님의 수명이 이제 두 달 남짓 남으셨어요. 어딘가 편찮으신 거라면 앞으로 오기 힘드실 수도 있으니까 기다리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지금 이곳에 무덤의 주인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했다. 항상 그랬다. 부모님께 성묘를 가도 두 분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의무처럼 인사를 하고 돌아올 뿐이었다.

 

 “내가 뭐하는 거지.”

 

  허탈감만이 돌아오는 독백에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털었다.

 

 “누구신가.”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노부부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지만 성묘를 왔다. 모르는 이가 산소 앞에 있으니 놀라서 다가오던 할머니는 상석 위에 놓인 꽃을 보고는 이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요즘 보이던 처자고만, 내 없는 동안 와준 건가. 고맙구먼.”

 

  할머니는 담희에게 고마움을 담아 감사인사를 하였고 담희는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났다. 상석 옆에 쭈그려 앉으신 할머니는 손을 뻗어 봉분을 한 번 쓰다듬으며 말한다.

 

 “당신, 이렇게 예쁜 애가 마음씨도 고와서 꽃을 올려줬네요.”

 

  할머니는 마른 수건으로 상석과 묘비를 닦고는 꽃 옆에 향로를 두고 향을 피웠다. 그 모습을 할머니의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안쓰럽게 쳐다보시며 몸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할아버지와 마주 보게 된 담희는 담담히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남편분이신가요?”

 

  담희는 할머니를 내려 보며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뒤에 서 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자신에게 말을 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우리 애들 아빠지요.”

 

  할머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이리 된 지도 10년이 지났네.”

 

  10년이라는 말에 담희는 할아버지의 나이를 간음해보았다. 지금이 돌아가실 적의 모습이라면 현재 할머니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보였다.

 

 “처음에는 쳐다도 보기 싫어서 제사 때 아니면 와보지도 않았는데 해가 갈수록 그리워서 걸음이 옮겨지더니만…….”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옆에 다리를 접고 앉았다. 같은 눈높이가 되었으나 할머니와 눈을 맞출 수 있을 리 없었다.

 

 “요즘은 매일같이 오고 있지.”

 

  할아버지는 슬픈 표정으로 할머니를 하염없이 바라보셨다.

 

 “할아버지께서 더 연상이셨나요?”

 “그랬다만 이제는 내가 더 나이가 많아.”

 

  할머니는 허하게 웃었고 담희는 입을 앙다물었다.

  할머니는 우스갯소리로 말하였지만, 그 말에 할아버지의 얼굴은 더욱 서글프게 일그러졌다.

 

 “젊은 아를 데리고 주책없었구먼. 미안합니다. 내가 요새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이리 오래 붙잡았어.”

 

  담희는 할머니의 말에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다지 바쁜 일도 없는 걸요.”

 “내가 아픈 동안 나 대신 찾아줘서 고마워요.”

 “아니에요. 인사 올린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담희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녀도 따뜻한 손이 아님에도 할머니의 손은 더욱 차가웠다.

 

 “그래도 고마워요. 이쪽으로는 일부로 찾아오지 않으면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어서 영감이 심심했을 건데.”

 

  그렇게 말하고는 할머니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담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자 할머니가 먼저 말한다.

 

 “이제 몸 식기 전에 어여 가세나.”

 

  할머니의 말에 담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있어 봤자 어색하기만 하기에 바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할머니도 찬데 너무 오래 계시지 마세요.”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담희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뒤돌아본 노부부의 모습은 너무도 애달프게 느껴졌다.

  봉분에 기대어 앉은 할머니 옆으로 할아버지가 앉았고 두 분은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용히.

 

 

  다음 날, 담희는 다시 산소로 향했다. 마지막 보았던 두 분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서였다.

 

 “또 와주었구먼.”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담희를 맞이해 주었다. 담희는 할머니께 인사드리고는 상석의 앞으로 가서 꽃 한 송이를 놓고는 절을 올렸다.

  인사를 마친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할머니의 옆에 앉았다. 할아버지가 앉으셔야 할 자리지만 그녀가 차지해 버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앉을게요.'

 

  전해질 리 없을 줄 알지만 속으로 사죄하였다. 할아버지를 위해 한자리 뛰어서 앉으려니 멀리 앉으면 할머니께서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아직 자리 털고 일어나신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밖에 오래 계신 거 아니에요?”

 

  담희의 질문은 그녀의 의지로 한 질문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기에 건넨 말이었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고 싶어 그래.”

 

  할아버지는 이내 인상을 쓰면서도 가만히 할머니의 앞에 서 계셨다.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요?”

 

  할머니는 의외의 질문을 받자 담희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과묵하고 순박하고 자상했었지.”

 

  그리운 듯 먼 곳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우연찮게 할머니가 바라본 곳은 할아버지가 계신 곳이었고 할아버지는 눈을 피하지 않고 하염없이 할머니를 바라봤다. 이내 슬픈 얼굴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남들은 남편이 나이 들면 자식 하나 더 기르는 거 같다고도 하는데. 나한테는 어떤 때에도 그보다 더 든든한 남편이 없었지.”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또륵하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눈물은 바닥을 향해 떨어지며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다. 차디찬 흙 바닥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였다.

 

 “할아버지께 할 말씀 없으신가요?”

 

  할머니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생각을 마쳤는지 고개를 가볍게 젖고 작게 웃으며 말한다.

 

 “하고 싶은 말은 평소에 많이 하고 있어.”

 

  의외의 대답에 담희는 할아버지의 안색을 살폈다.

 

 “가끔 영감이 함께 있어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무심결에 말하게 되더구나.”

 

  담희는 말없이 노부부의 모습을 바라봤다. 애절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에 입맛을 다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오래 계신 거 같아요. 저와 같이 내려가시는 게 어떠세요?”

 

  담희는 자신의 몸이 차게 식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녀도 그러한데 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을 할머니는 오죽하겠는가.

 

 “그래, 같이 내려 가자꾸나.”

 

  담희가 내민 손을 바라보던 할머니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담희는 한 발자국 앞서서 걸음을 옮겼다. 할머니의 뒤에서 따라가면 두 사람의 모습을 눈에 계속 눈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었을 때 그녀는 할머니에게 수명을 말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이상자 취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수명을 말하면 바꿀 수 있는 운명일까?’

 

  죽을 운명을 안다고 해서 죽음을 피해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나이가 있으니 병사와 자연사일 가능성이 컸다. 병사와 자연사의 경우 대부분 손쓸 도리 없이 끝을 맞이하고는 한다.

 

 ‘바꿀 수 있었다면 그때도 바뀌었겠지.’

 

  만약 사고사라 하더라도 수명을 알려준다 해도 믿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는 말을 아끼고 있었다.

 

 “임자!”

 

  처음 듣는 노인의 목소리가 담희의 뒤에서 들려왔다. 매우 급하면서도 절박한 그 외침에 그녀는 급히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몇 번이고 할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만질 수 없는 그녀에게 손을 뻗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할머니는 엉거주춤 몸을 숙이고 가슴을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할머니의 몸이 앞으로 기울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작가의 말
 

 흐흐 언제 꽁냥 거리는 거 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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