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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2 불편한 재회
작성일 : 19-10-27 23:43     조회 : 220     추천 : 2     분량 : 6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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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와 만났던 식당 앞에서 담희는 불안한 얼굴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제와 같이 검은 장우산을 들고 있었으나, 어제와는 다르게 하늘이 푸르기만 하다.

  지금 그녀는 본의 아니게 빌려버린 우산이 매우 처치 곤란이다. 돌려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저승차사의 우산을 집에 두기 꺼림칙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들고 나왔다.

 

 “돌려주는 게 좋겠지.”

 

  그녀의 눈길이 잠시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향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우산을 내려다보았다. 따스한 햇볕을 받은 검은 우산은 빛을 집어삼키듯 더욱 짙은 검은색을 띤다. 이렇게 쾌청한 날씨에도 우산을 들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퍽 이상하게 보일 것은 알고 있었다.

 

 “비 오는 날만 가지고 다녀야겠다.”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기약도 없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건네고 싶지도 않았다. 만나면 돌려주기 위해 챙겨왔으나 아무래도 좋은 방법은 아닌 거 같았다.

 

 “그럼 양산으로 쓰는 게 어떤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옆을 돌아보니 그때 그 남자가 태연하게 서 있었다.

 

 “으아!”

 

  바로 옆에서 방긋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우산을 집어 던졌다. 아마 날이 밝았기 때문에 공포보다 뜻밖의 등장으로 놀란 것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담희는 사람이 너무 많이 놀라면 얼마나 난폭해질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윽.”

 

  턱을 가격당한 남자는 꽤 아픈지 몸을 숙인 채 고개도 들지 못하고 가격당한 부위를 두 손으로 감쌌다.

 

 “죄……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담희는 당황해서 그가 턱을 부여잡고 있는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녀의 행동에 놀란 것은 남자였다. 저번에 만났을 때만 해도 자신에게 닿는 것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그녀가 먼저 손을 뻗은 것이다.

 

 “괜찮으세요?”

 

  남자는 말없이 담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녀의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이 담겼다. 하지만 말없이 쳐다보자 그녀는 겁을 잔뜩 집어먹어서는 닿았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사색이 된 담희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 없이 눈을 내리뜬다.

 

 “이렇게 당찬 거 보니 보인다 해도 안전할 거 같구나.”

 

  남자는 우산을 주워들어서는 담희에게 건네주었다. 얼떨결에 받아든 우산을 바라보다가 올려다본 남자의 얼굴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호의적인 미소가 걸려있었다.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손이 먼저 나갔어요.”

 

  다른 이들이 듣는다면 어이없는 변명에 불과했을 테지만, 남자는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가들을 볼 때마다 이렇게 행동하는 건가?”

 

  담희는 흘깃 눈을 피하며 작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귀신을 본 적이 많지 않아요. 제가 습하고 어두운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습하고 어두운 곳에만 귀신이 서식한다고 생각하는 담희의 편견이었다. 그런 그녀의 편견이 재미있던지 남자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라면 귀신은 어디에든 있다. 하지만 네가 보지 못했다면 네 기가 세서 가까이 오지 않는 거겠지.”

 

  기가 세다는 말에 담희의 눈이 화등잔만큼 커져서는 남자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기가 세다고요?”

 

  귀신을 간간이 봄에도 그녀는 단 한 번도 무당이나 특정 종교의 성직자를 찾아간 적이 없었다. 발길이 향하지 않는 것도 있었고 금전적인 부분을 모두 고모 내외께 의존하고 있는 형국에 그런 사치는 사절이었다. 그렇기에 기가 세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었다.

 

 “너는 음기가 아주 강해. 내가 저승차사이기 때문에 네가 산자라는 걸 인지하는 거지. 영가들이 본다면 너는 기가 강한 귀신인 거다.”

 

  남자의 말에 담희는 적잖이 놀랐다. 그렇지 않은가. 기가 세다고 하면 대체로 양기가 세다는 말이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나오는 데 음기가 강한 사람이라니.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 너보다 센 귀신이 몇 없었을 터이나 앞으로는 이렇게 행동하지 마라.”

 

  하지 말라는 말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저승차사가 해주는 충고라 생각하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귀신으로 인식하고 지나가는 귀신을 굳이 때려서 네가 사람임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그냥 무시하고 도망가는 게 나아.”

 “……너무 놀라서 때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지금처럼?”

 

  남자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하자 담희는 난감한 얼굴로 다시 한 번 사죄의 뜻을 전했다.

 

 “네가 보이는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면 들러붙겠지. 자신의 부탁을 강요하거나 네 몸을 차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딱히 귀신과 대면해서 싸워본 적이 몇 번 없기에 별생각 없이 듣던 담희는 남자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경악으로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이지. 잘못하면 외로우니 길동무로 함께 가자고 할 수도 있고 널 죽게 해서 영혼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

 

  설명을 듣는 담희의 얼굴이 점점 하얘지다 못해 파리해졌다. 그녀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재미있어 말을 늘어놓았지만, 곧 죽을상이 된 그녀의 얼굴색에 장난은 그만두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보다 센 영가는 별로 없으니.”

 “……혹시 저를 사람으로 알아보는 귀신이 있으면 어떻게 하죠?”

 “때리고 도망가라. 날 때린 거 보니까 그냥 때려도 아파서 나가떨어질 거다.”

 

  남자의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거려 있었다. 담희는 장난하지 마시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성질 같으면 이미 내질렀을 법하나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무서워서 함부로 입조차 놀리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장난친 것이 마뜩잖은 것은 여전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물을 곳이라고는 인터넷 검색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곳에 물어봤자 충분한 대답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고 답변들이 진실일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선뜻 그녀에게 충고와 조언의 말을 건네준 그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담희는 작게 미소 지으며 제 손에 들린 우산을 내밀었다.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잠시 우산을 내려다본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우산을 밀어냈다.

 

 “가지고 가도록 해. 저녁에 비 온다.”

 

  그 말에 놀라 고개를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전히 쾌청한 하늘에는 새하얀 뭉게구름만 보일 뿐 비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내려 남자를 바라보니 그는 방긋 웃고 있었다.

 

 “내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가?”

 

  짙은 미소를 띠는 그의 입에서 나온 날카로운 질문에 담희는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회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순히 대답하고는 힐끗 남자의 안색을 살폈으나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여전히 웃고 있었다.

 

 “평범한 우산이다. 그래도 불편하다면 다시 가져갈게.”

 “죄송합니다. 제가 저승차사와 대화를 나눈 것이 처음이라 좀 낯설어서요.”

 

  남자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을 뻗어 우산을 받아들었다.

 

 “괜찮아. 나도 산자와 대화하는 게 처음이라 조금 들떠있으니까.”

 

  남자의 말에 담희는 커진 눈으로 남자를 올려다봤다. 확실히 처음 그녀가 실수로 그를 쳤을 때를 제외하면 그는 계속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그리고 어제도.

 

 “다른 이들은 무당과 대화할 때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적이 없지.”

 

  남자의 음색은 그저 사실만을 전하듯 덤덤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인지 씁쓸함이 배어있는 거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무어라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던 담희는 못내 다시 입을 닫았다. 짧은 정적이 이어지려 할 때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 벌써 10시네.”

 “이제 가봐야 하나 보구나.”

 

  남자는 처음으로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아니다. 나야말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담희는 어르신께 인사드리는 것처럼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는 PC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잠시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전날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담희의 머릿속에는 남자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확실히 잘생기긴 했지.”

 

  자신이 연예인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팬이 되는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저승차사처럼 잘생겼다면 왜 팬이 되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연예인들도 실제로 보면 그렇게 잘생긴 거겠지.”

 

  저승차사라는 게 무서웠지만, 다시 떠올리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저승차사만 아니라면 또 만나고 싶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뭘 그리 멍하니 있어.”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농땡이를 치고 있던 담희는 깜짝 놀라며 옆을 돌아보았다. 사장님이 인자한 얼굴로 카운터에 들어오고 계셨다.

 

 “6시 됐으니까 정리하고 들어가 봐.”

 “죄송해요. 제가 오늘은 정신이 없어서.”

 

  사장님은 허허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너 아침에 뛰어온 거 보면 그런 거 같더라. 꾸준히 나와주기만 하면 괜찮으니까 이만 퇴근해.”

 “알겠습니다, 한 바퀴 돌아보고 퇴근할게요.”

 

  담희는 쾌활하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리되지 않은 자리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훑어보았다. 화면만 켜진 자리는 화면을 끄고 의자를 집어넣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그러던 중 유독 사람들이 앉지 않는 구석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녁이 아니라 개점 전에 청소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그 자리만 의자가 나와 있었다. 매일 오후 시간에 앉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사장님, 저기 흡연 부스 옆자리요. 오후에 항상 앉은 손님이 있는 건가요?”

 

  담희의 말에 사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 눈을 흘기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도 안 앉는 데 왜?”

 “아침에 정리할 때 항상 의자가 나와 있어서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다 의자를 건드는 거겠지. 이제 그만 정리하도록 해.”

 

  사장의 말에 담희는 납득하며 가방을 챙겼다.

 

 “오늘은 그냥 가는 거냐?”

 “네, 일찍 들어가 보려고요.”

 

  아침에 남자가 한 말을 떠올랐다. 저녁에 비가 온다고 하였으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PC방을 나서자 비가 오기 전에 풍겨오는 특유의 흙냄새가 풍겨왔다. 짙은 내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하니 다 오르지도 않은 계단 위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쩌지.”

 

  오늘도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기에 그녀가 챙긴 우산이라곤 남자에게 돌려준 검은 장우산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그 우산이 있다 한들 쓸 리 없었기에 아쉬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집에 있는 우산 두 개를 떠올리며 어제처럼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갈 요량이었다. 다행히도 비가 잘금잘금 몇 방울 내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방을 고쳐 메고 건물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어!”

 

  달려가려던 담희는 자신의 앞에 펴진 우산을 보고 놀라서 멈춰 섰다.

 

 “비 맞고 다니지 말래도.”

 

  어느새 나타난 남자는 아침에 담희가 돌려준 우산을 펼쳐서 그녀에게 씌워주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피한다는 걸 배려해서 멀찌감치 서서는 우산을 기울이고는 자신은 빗속에 서 있었다.

 

 “저한테는 우산 쓰라고 하시면서 왜 비를 맞고 계시는 거예요!”

 

  담희가 기겁을 하며 우산을 잡아채서는 남자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잠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던 남자는 이내 싱긋 웃고는 말한다.

 

 “내가 지금 젖은 거 같은가?”

 

  뜻밖의 질문에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자 남자의 옷은 젖지 않았다. 신기한 느낌에 손을 뻗어 살짝 만져보았지만, 차가운 느낌은 들어도 축축하지는 않았다.

 

 “원래 비를 맞아도 젖지 않나요?”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지금 내 모습은 너에게 밖에 안 보인다.”

 

  남자는 우산 밖으로 걸음을 내디디며 모습이 바뀌었다. 어제 처음 보았던 모습처럼 청바지에 맨투맨을 입은, 척 보기에도 일반적인 사람과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다 그는 금세 생겨난 우산을 쓰고 있었다.

  갑자기 변한 모습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담희를 보며 남자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같이 가도록 하지.”

 “그렇게 확확 바꿀 수 있는 거예요?”

 

  먼저 걸음을 옮기는 남자의 뒤를 쫓으며 담희가 말했다.

 

 “다양하게 바꿀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읊은 말이 담희에게는 꽤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솔직히 머리 위에 수명만 안 보일 뿐이지 그의 태도나 생김새 때문에 귀신같다는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크게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조금 전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이 바뀌는 광경을 목격하니 그에 대한 게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다른 귀신들도 가능한 건가요? 아니면 자승차사만 가능한 건가요?”

 “…….”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담희를 돌아보았다. 반걸음 뒤에 있던 따라 걷던 담희는 그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기에 눈을 흘겼다.

 

 “내가 저승차사라는 걸 알고 있었나?”

 

  담희는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저승차사인 걸 알고도 내 옆에서 따라 걸어온 건가.”

 

  그의 말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담희를 보며 남자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름이 무엇이냐?”

 “고담희요.”

 

  이름을 들은 남자는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이름을 듣고 비웃은 것으로 생각한 담희는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빽 소리를 질렀다.

 

 “왜 웃어요?!”

 “아니, 저승차사인 걸 알면서 이름을 말해주면 어떻게 하나.”

 

  그 말을 들은 담희는 사색이 되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금방이라도 도망가 버릴 거 같은 담희의 행동에 남자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안 잡아간다.”

 “그럼 왜 물어보신 거예요.”

 

  그녀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였다.

 

 “경각심이 없어 보이기에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뿐이다. 정말 대답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정말 저 안 잡아가요?”

 “때가 되지 않은 이를 잡아갈 리 있나.”

 

  잠시 의심의 눈길을 보내보았지만,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담희는 다시 남자의 옆을 따라 걸으며 그를 힐끗 쳐다봤다.

 

 “제 이름만 듣고 마는 거예요?”

 

  남자가 그녀를 보며 의문의 눈빛을 보내자 담희가 입을 삐죽이며 말한다.

 

 “성함 알려주시면 안 돼요?”

 

  남자는 담희의 말에 짧게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강동원이다.”

 

  한참을 망설이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담희는 얼어붙었다.

 
작가의 말
 

 강동원 실제로 한 번만 봤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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