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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2.길가에 피고 지다.-5
작성일 : 19-10-27 20:45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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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싼 손 사이로 뜨거운 것이 세어 나온다. 이유를 모르겠다.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콸콸 쏟아져 내린다.

  “그런데 나는 누구였지?”

  모르겠다. 태어나서 이런 혼란은 처음이다. 일중은 계속해서 자문했다.

  “모르겠어. 그럼 지건이는 어떤 아이일까?”

  “일중아.”

  서미가 일중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서미야, 상철이를 만나기 전에 우린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런 것이 재고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과를 하고 사과를 받아… 젠장!”

  비밀스런 밤은 그의 호소를 달에게 낱낱이 고하고, 답해주지 않았다. 점차 가슴이 답답해지고 주체 할 수 없는 눈물은 제대로 된 답이 없으면 절대로 멈추지 않을 듯했다.

  “일중아.”

  “…이기적인 것 같지만, 난 누굴까? 물어 볼 사람이 상철이들 밖에 없어… 미안해.”

  순식간에 일중은 외로움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지건이 겪었을 고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둘은 한 동안 말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끗 거렸으나, 문제 되지 않는다.

  “시원해?”

  서미가 일중이 눈물을 그칠 때까지 기다린 뒤 물었다. 그는 부끄러운지 고개만 끄덕인다.

  “바보야, 괜찮아.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괜찮아.”

  “정말 그럴까?”

  “그럼 당연하지. 우리 반에서 지건이만 빼고 전부 바보니까.”

  “후후후….”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뭐가 난다더라.”

  “볼래?”

  “변태!”

 

 

  “안 왔다고요?”

  빌라 밀집지역의 한 허름한 빌라 2층에 석환의 집이 있었다.

  석환 엄마와 석환 단 둘이 사는 단출한 작은 집에 서미와 일중이 들어오자 꽉 찬 기분이었다.

  석환 어머니 그리고 서미와 일중은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나도 전화를 안 받아서 걱정이구나.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럼요. 석환이에게 무슨 일이 있겠어요.”

  일중이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한다.

  “그래, 그래야지. 아, 내 정신 좀 봐. 뭐 좀 마실래? 친구들이 찾아 온 건 오랜만이구나.”

  “네, 감사합니다.”

  서미가 싹싹하게 말했다. 방 두 개에 거실과 부엌으로 나누어진 작은 집에서 석환은 어머니와 살았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석환이가 학교 얘기는 하잘 않아. 반에서 어떠니?”

  커피포트에 불을 데우며 석환 어머니가 물으셨다.

  “석환이는 활발해서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어요.”

  서미가 우물쭈물하는 일중 대신해서 말했다. 그녀의 선한 거짓말에 일중의 마음이 번잡하다.

  “다행이구나. 내가 일이 바빠서 신경을 잘 못써. 가끔 공부한다고 친구 집에서 자고 온 적이 있어도 이렇게 연락은 없던 아이가 아닌데…? 학교까지 안 나왔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석환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셨다. 하지만 하루만 결석하고, 하루만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난리가 나는 일반 가정과는 좀 달랐다.

  말은 저렇게 하시지만, 집에 안 들어 온 날들이 많은 듯 했다.

  그리고 결석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것 같았다.

  일중은 석환이 이 집을 나가고 싶어 했음을 직감했다.

  고등학생이 된 후 집안에 대해 일절 말한 적이 없다. 행복한 가정이라면 우리 아버지는 어떻고, 우리 엄마는 어떻고, 내 동생은, 내 누나는 등등이 자연스럽게 대화중에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차를 얻어 마시고, 일중과 서미는 석환의 집을 나왔다.

  “아주머니께서 석환이가 결석한 것에 대해 별스럽지 않게 여기시는 거 맞지?”

  서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어.”

  일중이 씁쓸함에 짧게 대답했다.

  “어떻게 할 거야?”

  “우선은 내일까지 기다려 봐야지.”

  기다리는 것. 그것 밖에 할 게 없다는 사실이 일중을 힘들게 한다.

  “걱정하지 마.”

  서미가 일중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 녀석들이 누구에게 당할 사람도 아니고, 그저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거겠지. 내일은 나올 거야.”

  “그럴까?”

  “그렇다니까. 넌 집에 가서 잠이나 자. 반장이 장담한다.”

  서미의 말이 약간이나마 위안이 된다.

  “알았어. 내일 보자.”

  “야, 이거 너무 하는데?”

  갑작스런 서미의 반응에 일중이 잘못한 게 있나 자신의 말을 곱씹는다. 하지만 없다.

  “내가 뭘 잘못했어?

  “이거 봐, 이거 봐. 남자들은 하나 같이 바보야. 이런 늦은 밤에 예쁜 여자를 혼자 보내겠다고?”

  “예쁜 여자? 그건 좀….”

  “장난해?!”

  “알았어. 알았어. 집까지 모셔다 드려야죠.”

  “당연하지. 흥!”

  둘은 자잘한 이야기를 하며 밤거리를 걸었다.

 

 

  “안 왔네?!”

  다음날 아침 서미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셋 다 결석이다. 담임도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

 고 음을 깨달았다. 석환의 어머니와 희천의 부모님 그리고 상철의 부모님까지 학교로 오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찾아 왔고, 반 전체가 상담이라는 명목 하에 취조를 당했다.

  특히 일중은 실종된 아이들이 함께 어울렸다는 죄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아이들이 일진 중에 그만 실종되지 않은 게 수상하다며 경찰들에게 일러바쳤기 때문이다.

  용의자. 그것이 가진 힘은 어마어마했다. 아버지는 그날 집으로 돌아와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우리셨다.

  그로 말미암아 일중은 이미 아버지께서 전부 아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중은 자신의 방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 그의 책임이고, 어떤 죗값도 달게 받겠다고 다짐했었다.

  그것은 오롯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전부 까발려진 지금, 잘못하면 아버지의 자리까지 위협받게 생긴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경찰이 되고 싶다는 욕망도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산화된다.

  모든 걸 잃고 몸뚱이만 남은 기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탓할 수 없는 상태.

  고립이 이런 거구나, 하니까 보이지 않던 한 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건의 마음이.

  헛웃음이 터진다. 자신이 얼마나 건방진 태도로 사과를 하려 했는지도 뼈저리게 실감했다.

  일중은 마음을 조리며 아버지를 찾았다. 그리고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허나 아버지는 일중을 보자마자, 집 밖으로 나가버리셨다.

  그렇게 가족 간에 벽이 생겨버렸다.

  차라리 화를 내셨으면 좋았겠지만, 그 뒤에도 마치 투명인간 취급하셨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자식의 배신에 아버지는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중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 답답한 일주일 내내, 지건도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유로 집요한 조사를 받았다. 그가 실종된 아이들에게 복수를 했을 가능성을 충분했다.

  하지만 그 세 명을 동일한 조건하에 기습을 한다고 해도, 세 번 다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지건의 알리바이는 깨지기 힘들었다.

  학교가 끝난 후 학원에 있었는데, 증인만 해도 스무 명이 넘었다.

  학원을 끝난 뒤에는 부모님이 차로 데리러 와서 샛길로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그리고 조사를 지속할수록 삶의 의욕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는 그가, 실종된 아이들에게 해코지 했을 가능성은 티끌만큼도 없어 보인다는 게 경찰들의 중론이다.

  지건은 경찰들에게 고통스러운 얘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고, 그 모습이 경찰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선생님들은 경찰에게 말을 듣고, 지건에게 왜 빨리 말하지 않았냐며 뒷북을 쳐댔다. 그런데 지건이 한 말이 압권이다.

  “선생님은 왜 모르셨나요?”

  선생님들은 그 말에 애먼 반 아이들만 쥐 잡듯 잡았고, 최종적으로 일중에게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일중에게는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그것보다 아버지의 관계개선이 우선이었으니까.

  아이들이 실종 된지 2주일이 지났을 무렵, 담임 차인흠이 일중과 지건을 불렀다. 경찰이 그들을 만나러 왔다는 것이다.

  담임은 일진들에게 지건이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안 직후부터, 어떻게 위로해야하는지 연구하는 사람 같았다. 지금도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하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일중에게 계속 지켜보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말은 둘 모두에게 아무런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교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10평 남짓한 상담실에는 두 명의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근태라고 소개한 사람은 나이 들고 무뚝뚝해 보이는 형사였고, 자신을 주석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머리가 짧은 젊은 형사였다.

  두 형사 모두 안면이 있었다.

  “안녕. 잘들 지내지?”

  주석이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일중이 가볍게 인사하며 의자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지건은 소심하게 형사들의 눈도 보지 못한 채 인사하며 앉았다. 그런 지건을 보며 일중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가 너희들을 찾은 이유는 실종된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서야.”

 
작가의 말
 

 주말을 마무리하는 글이면 안 될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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