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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16화
작성일 : 19-10-27 11:34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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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지트는 별 희한한 방법을 쓰고 어깨를 으쓱했다. 해가 높은 것을 보니 점심식사 시간인 것 같았다. 얼른 밥을 먹고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딱 성벽에 손바닥만 대고 올 생각으로 걸음을 빨리한 곳의 끝에는 낮고 낡은 오두막이 있었다.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듯 보였지만 그런 것 치고도 너무 낡았다.

 

  브리지트는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 백작성이 넓긴 넓지만 이렇게까지 넓을 줄은 몰랐다. 조금의 불만을 안고 무슨 생각인지 홀린 듯이 반쯤 무너진 오두막의 문을 열었다.

 

  마치 키에 맞춘 것처럼 160cm 높이의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경첩이 심하게 녹슨 듯하다. 이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경첩을 바꿔 끼지 않을 정도로 방치된 오두막은 무너진 나무벽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만으로 안을 밝히고 있었다.

 

  방치된 것을 주장하듯 먼지가 일었다. 브리지트는 오랜만에 폐가 아파 기침을 했다.

 

  불쾌했지만 문을 연 이상 호기심을 참을 수는 없었다. 브리지트는 안으로 걸어갔다.

 

  손을 더듬으며 나무 기둥과 먼지와 작은 가시와 햇빛을 만져갈 때 브리지트의 발은 오두막 더 깊은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오두막은 좁았다. 많이 좁았다. 창고로 쓸 정도의 크기도 아니었고 그저 평민의 좁은 방 정도의 크기였다.

 

  백작성이 번창하기 전에 창고로 쓰던 곳이라고 해도 철거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뭘까. 대체 뭘까. 브리지트가 고민하며 손의 먼지를 털었다. 먼지는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또 기침이 나왔다.

 

  기침에 또 먼지는 날리고 브리지트는 더 기침을 했다. 가슴 통증을 느끼고 주저앉으려는데 눈에 바닥 결이 다른 것이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뻗어진 손이 바닥을 더듬는다. 그리고 바닥을 들어올린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브리지트는 인상을 썼다. 먼지와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제발 이 오두막을 청소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필요 없는 거면 빨리 허물어 버리던가, 궁금하게 하지 말고.

 

  속으로 꿍얼거리며 브리지트는 계단 밑으로 들어갔다. 벽을 더듬어 촛불을 키려고 했는데 잡히는 것이 없었다.

 

  아마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차라리 더러운 꼴을 안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불을 밝히는 것을 포기했다.

 

  먼지가 쌓인 것은 괜찮지만 벌레가 나오는 것은 싫다. 벌레가 움직이는 소리는 들을 수 없을 테니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벌레를 만지는 것도 싫다. 브리지트는 벽을 더듬지 않고 계단 위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에 의존해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빛이 지하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멀리 빛이 있기 때문에 지하도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1층의 빛이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사실 잘 보이는 것도 없었다. 계단과 멀어지자 완전히 검은 빛이라 브리지트는 등을 돌렸다.

 

  불을 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누구세요?”

 

  막 등을 돌린 브리지트의 왼쪽에서 잔뜩 갈라져 이상한 목소리의 사람이 물었다.

 

  브리지트는 놀라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 소리가 들린 왼쪽으로 걸어가다 쇠창살을 이마와 무릎으로 박고 멈췄다.

 

  “누구세요?”

 

  기괴한, 듣기 싫은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브리지트는 이마를 문지르며 대답했다.

 

  “새로 온 집사예요.”

 

  오늘은 휴가를 받아 집사복이 아닌 흰 반팔 위에 파란색 원피스를 입었다. 너무 어두워서 이 옷이 상대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있는 줄 몰랐던 브리지트는 멋쩍어 뒷머리를 긁었다. 짧게 밀어버린 후 아직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지 않아 목이 다 보이는 단발이었다.

 

  “이런 곳에 들어오시면 안돼요.”

 

  “괜찮아요. 금방 나갈 거니까. 그런데 여기는 어디예요?”

 

  “지하 감옥이에요.”

 

  감옥이라서 더러울 수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더러운 것은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사형수를 가둬두는 곳이에요. 다른 죄수들은 다른 지하 감옥에 있어요.”

 

  아. 이 더러운 환경은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까 더러운 곳에 있어도 된다는 뜻이었구나.

 

  “사형수라면 당신은 어떤 죄를 지은 거죠?”

 

  “……주인님을 배신했어요.”

 

  브리지트는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신은 아주 나쁜 일이다.

 

  “얼른 나가세요.”

 

  다정한 마음의 사형수는 브리지트가 이런 곳에 왔다는 것이 알려지면 어떤 벌을 받게 될지 몰라 걱정했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태연하게 질문했다.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죽게 되나요?”

 

  “아사……겠죠. 물 한 모금 먹지 못했으니까요. 여기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요.”

 

  “그럼 도망치는 게 낫지 않아요?”

 

  “다리의 힘줄이 잘려서 움직일 수 없어요.”

 

  브리지트는 이번에도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물었다. 브리지트가 여기에 왔다는 것이 불안한 사형수와는 다르게 아주 태평한 어조였다.

 

  “무슨 배신을 했어요? 백작님을 배신했다니까 죽이려고 했다는 건가요?”

 

  “아니요. 거짓말을 했어요.”

 

  “심각한?”

 

  “……잘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어요.”

 

  사형수의 목소리에 감정이 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브리지트는 괜한 질문을 했음을 인정했다.

 

  “그 사람은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에요. 다시 빌어보면 용서해줄지도 몰라요.”

 

  “속지 말아요.”

 

  강하게 말하는 사형수에 브리지트는 움찔거렸다.

 

  “그가 다정해진다면 그건 목적이 있는 거예요.”

 

  목소리에 화가 묻어 나와서 브리지트가 사과하려는데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브리지트가 뒷걸음치고 신발이 끌리는 그 작은 소리를 들은 계단의 사람이 말했다.

 

  “아저씨, 가만히 계세요.”

 

  아마 그 소리를 사형수가 낸 소리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브리지트는 사방을 돌아보았다. 너무 어두워 도망갈 곳이나 숨을 곳이 보이지 않는다. 혼날 생각에 마음을 졸였다.

 

  그 사이 계단의 사람은 벽의 초에 불을 밝히고 브리지트가 있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마주친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며 놀라고 곧 경계한다.

 

  계단을 내려온 사람은 브리지트의 입장에서는 매우 의외의 사람이었다.

 

  함께 청소를 했던, 이름이 메리라고 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여기에 왜?

 

  브리지트가 막 생각할 때 메리가 다정한 낯을 하며 웃었다.

 

  “브리지트. 브리지트구나. 깜짝 놀랐어. 여기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인데 왜 온 거야?”

 

  “아. 저 정원을 산책하다가 길을 잃었어요. 건물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죠?”

 

  브리지트는 거짓말을 꽤 잘한다.

 

  “여길 나가서 흙길을 따라 쭉 가기만 하면 돼.”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인사하고 나갔으면 될 것을 브리지트는 메리에게 물었다.

 

  “메리는 여기 왜 온 거예요?”

 

  “여기는 지하 감옥이고 보다시피 죄수가 있어. 난 죄수 상태 변화를 확인하려고 온 거야.”

 

  그냥 죽도록 내버려두면 될 텐데 왜 굳이 와서 확인까지 해야 되지? 힘줄을 잘랐으면서 도망갈 게 걱정된 건가?

 

  “저 사람이 쉽게 죽지 않거든. 원래 3일 전에 죽었어야 되는데 왜 아직도 안 죽었을까? 그렇게 굶었으면 그게 맞는 건데.”

 

  브리지트의 미세한 탐탁찮은 표정을 보고 메리가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듣고 브리지트는 메리가 이렇게 친절했던가, 같은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히 알겠는 것은 깊게 관여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군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넌 백작님이랑 무슨 사이야?”

 

  메리가 지나치듯 묻는다. 말투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굳이 떠나려는 브리지트의 발걸음을 붙잡으며 묻는 것에 느낌이 이상했다.

 

  “주종관계죠.”

 

  그렇게 말하며 떠나는 브리지트를 눈으로 좇는 메리가 어딘지 껄끄러워 오두막을 벗어나는 브리지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흙길을 걸으며 오두막을 한 번 뒤돌아봤다가 브리지트는 달렸다.

 

  기분을 이상하게 만드는 오두막을 등에 지고 달렸다.

 

  무서운 기분이 드는 그 오두막. 무서운 느낌의 메리. 브리지트는 그것들이 싫었다.

 

  브리지트는 달렸다. 기침을 하면서 달렸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복도에서 기어코 쓰러지고 말았다.

 

  뻔한 결과였다. 약을 먹지 않았다. 나쁜 공기를 마시며 폐에 무리를 주고 뛰면서 또 폐에 무리를 줬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 정도 공기와 그 정도 뜀박질로 쓰러지지는 않겠지만 브리지트는 달랐다.

 

  보통에 미치지 못하는 폐를 가지고 있었다.

 

  브리지트가 기절한 사이, 코델리아는 방에도 없고 자신을 찾아오지도 않는 브리지트 때문에 걱정이었다. 약을 먹어야 되는데 약을 먹을 사람이 없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를 찾았다. 복도를 지나던 하인이 의사에게 옮겨 놓은 후였다. 침대에 의식 없이 누워있는 브리지트를 보며 코델리아는 좀 더 일찍 찾았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분명 그 차를 마시면 병이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브리지트가 왜 쓰러진 거야?”

 

  코델리아가 의사에게 묻는다.

 

  “아무래도 차를 마시기 전부터 병이 깊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병은 라가도기아인만이 아는 병이기 때문에 남은 라가도기아인을 찾아보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의사는 방을 나간다. 코델리아는 유디스에게 일을 맡겼다. 브리지트의 허리 옆에 앉아 깨지 않는 브리지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본다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스러워 떠나기 힘들었다.

 

  그런 그의 걸음을 옮긴 것은 유디스였다. 저녁식사도 거를 코델리아가 걱정되어 중요한 서류라 코델리아의 서명이 필요하다며 데리고 나간 것이다.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아 코델리아는 침대에서 문까지 가는데 10번은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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