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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해도 될까요?
작가 : 정예들
작품등록일 : 2016.10.9

수진이 세상 끝에서 마주한 남자. 신의 사자 강선우. '내가 그를 좋아해도 될까요?' 선우가 사랑한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 이수진. '인간인 네가 어떻게 은혜를 갚는다는 걸까? 궁금해졌어. 거기까지만이야. 더 이상은 위험해.'

 
3. 이게 다 강선우 때문이야
작성일 : 16-10-09 14:00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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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씨?”

 휴대폰 너머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녀란 것을 직감한 그가 먼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맞아요! 저 기억하시네요?.”

 

 수진은 그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에 작은 기쁨을 느꼈다. 살아온 순간을 되돌아보면 사람들은 흔한 자신의 이름을 오히려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여러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드는 생각이었다.그런 자신의 이름을 이 남자는 기억하고 불러주니 무척이나 고맙고 좋았다.

 

 이 여자는 나를 붕어쯤으로 생각하나? 아니면 조류?

 이 여자를 살린 지 한달이 된 것도 1년이 된 것도 아닌데 이름을 기억해준다고 좋아라 하다니.

 도대체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여자다.

 

 ‘뭐가 좋다고 그렇게 한껏 상기된 목소리인지.’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 꼬리를 흔들며 기뻐하는 강아지같았다.

 

 

 “근데 이수진 씨 지금 몇 시인지 알아요?”

 조용했던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깨버린 수진이 마음에 들지 않은 그였다.

 

 

 “미안해요. 집에 혼자 있다보니 그쪽 생각이 나더라고요. 고맙다고 말도 제대로 못한 거 같아서 인사라도 하려고 전화했어요.”

 

 “병원에선 나보고 본인을 왜 살렸냐고 소리쳤는데 기억 안 나나?”

 

 참 일관성 없는 여자다. 나를 죽일듯이 바라보면서 왜 살렸냐고 소리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선 고맙다고 전화까지 하다니.

 

 “솔직히 ‘왜 나는 죽지 않고 살았을까.’ 이런 생각이 집에 와서 또 들긴했어요. 세상엔 나 혼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다리에 서 있을 때 나를 말려줄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서 그때 사실 울컥하는 마음이 되게 컸어요. 근데 병원에서 눈을 떠보니 나를 말려준 사람이 있었고 나를 세상에서 잡아준 사람이 있다는 거에 감사했고 감동 받......”

 

 “거기까지 하죠. "

 선우가 수진의 말을 잘랐다.

 귀찮았다. 하루종일 사람들을 치유하고 나면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면서 회복하고 있는데 이 여자가 그걸 깨버렸다.

 

 "다 알겠는데 명함을 준 건 힘들면 죽지 말고 상담 받으러 오라는 거였어 개인적으로 연락하라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더 할 얘기 있으면 내일 와요.”

 

 전화를 빨리 끊고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다시 되찾고 싶었다.

 

 더군다나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사람을 구하는 건 당연한 건데 너무 과하게 감동받고 과하게 감사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보단 이런 진지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자신의 휴대폰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낯간지러운 그였다.

 인간에게서 온 첫 전화였고 또 그 대상이 여자였기에 더 느낌이 이상했다.

 

 전화를 끊은 그는 쇼파에 누워 뭔가 낯선 기분에 나올 것도 없는 빈 맥주캔을 입에 가져다댔다.

 

 “오~ 뭐야 뭐야?”

 잊고 있던 진연이 인기척 냈다.

 

 "숨겨둔 여자라도 있.윽!"

 

 선우는 진연의 입으로 남아있던 쿠션을 마저 던졌다.

 

 "좀 가!"

 

 "너 그거 위험하다!"

 

 입만 살아서 선우의 집 현관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진연은 말을했다.

 

 "걱정 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니까."

 

 

 같은 시각 수진은 ‘더 할 얘기 있으면’오라는 선우의 앞말은 자체적으로 삭제한 채 ‘내일 와요’라는 뒷말만 되뇌고 있었다.

 

 “내일 와요.내일 와요.내일 와요.”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말만 기억한 채 어느덧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오후가 되면서 작은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수진의 얼굴로 내려왔다.

 

 눈이 부셔 저절로 눈이 떠졌다.

 

 “으어억 으으윽”

 

 잠에서 깨어난 그녀가 기지개를 켜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요며칠 침대에 계속 누워있었더니 몸이 굳을대로 굳었구나.”

 

 “어? 지금 몇시지?”

 수진은 급하게 휴대폰을 찾았다.

 

 “어머 오후 1시야. 몇시간을 잔 거야. 어제 내가 몇시에 잤더라.”

 

 “헐.”

 새벽에 있던 일이 떠오른 그녀는 부끄러워졌다. 뭐에 이끌리듯 선우에게 처음 전화를 걸었던 자신의 민망한 모습에 그녀의 몸이 저절로 배배 꼬이기 시작했다.

 

 “와 이수진 미쳤나봐! 무슨 정신으로 새벽에 전화를 해!”

 수진은 두손으로 양볼을 감쌌다.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 였던가. 치킨 배달 주문전화 하는 것도 부끄러워서 한 참을 고민하다 하는 자신이었는데 어제는 어디서 용기가 나왔던 것인지.

 

 새벽감성은 때로 술과 같다. 새벽에 취하면 없던 용기마저도 내게 하는 게 술과 비슷했다.

 

 ‘잠깐. 그런데 강선우가 내일 오라고 했는데. 근데 그 내일이 오늘을 말한 거야, 내일을 말한 거야?’

 가끔 사람들은 새벽에 쓰는 ‘내일’이란 단어를 혼동해서 쓰곤 했다. 그 ‘내일’이 그 당일을 의미하기도 했으며 그 다음날을 의미하기도 했다.

 

 “차마 다시 전화해서 물어볼 용기는 안나고 그냥 센터에 오늘 찾아가는 게 나으려나? 뭐 오늘 아니고 내일을 의미한 거면 내일 또 가면 되지 뭐.”

 수진은 헤실헤실 웃으며 씻으러 욕실로 후다닥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이유 모를 설렘이 느껴졌다.

 

 수진은 오랜만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원피스를 꺼내 입고 구두소리를 내며 걷고 있었다. 와인색 색 바탕의 치마 밑단엔 작은 꽃이 그려진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원피스였다. 구두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높이의 힐이었다. 그녀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차림새였다.

 

 수진은 들판에 핀 들꽃 같은 여자였다. 장미와 같은 화려함이 아니기에 처음 만남에서 이목을 끌지는 못하지만 계속 마주할수록 그녀만의 아름다움을 발휘하는 그런 여자였다.

 

 “여기가 그 센터구나.”

 수진은 휴대폰 지도를 키고 길을 찾아 선우의 센터 앞에 도착했다.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거의 모든 게 흰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남자 흰색을 엄청 좋아하나보네.’

 바닥은 대리석이었고 로비에 있는 원목 테이블 위의 유리병에는 하얀색의 리시안셔스 꽃이 예쁘게 꽂혀있었다.

 

 모든 게 흰색인 것은 아니었다. 상담실 문과 쇼파는 대체로 푸른색 계열로 통일을 해서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둘러보다 그녀는 '강선우'라는 팻말이 달린 문을 보았다.

 

 ‘저기가 강선우씨 방이구나.’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새벽에 전화를 건 것인지.

 새벽에 전화를 걸었던 자신의 뻔뻔한 모습과 어제 선우의 목소리가 오버랩 되면서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수진의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뛰어. 사람 당황스럽게.’

 병원에서 그를 마지막으로 본 후 며칠 만에 보는 것이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을 다시 본다고 생각하니 이젠 얼굴까지 붉어졌다.

 

 '여기 상담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상담을 어떻게 받지? 상담에 집중이 잘 되나?'

 

 “후후. 진정하자 이수진. 진정하자.”

 수진은 두 손을 포갠 채 가슴에 얹고 아래로 쓸어내렸다.

 

 똑똑. 수진이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

 

 그 시각 선우는 방에서 수진이 하는 말소리를 들었다. 물론 그 작은 소리는 선우의 귀에만 들렸다. 그는 작은 소리도 듣고 마음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뭘 진정시켜야 하는 거야?’

 그는 앞에 상담 받으러 온 사람이 있음에도 온통 밖으로 신경이 쓰였다.

 

 “흠흠.”

 마른 기침을 한 그녀는 드디어 용기내어 문을 두드렸다.

 

 똑똑.

 

 노크 소리를 들은 선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저 놈 내 말을 안 듣는 거 같은데. 이거 소문 듣고 왔는데 그냥 돌팔이 아냐? 마음치유? 이거 다 사기 아니야 이거?’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속으로 자신의 욕을 하는 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수진이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정신 집중이 되지 않아 상담을 하는둥마는둥 하고 있던 게 사실이라 선우는 양심에 찔렸다.

 밖에 계속 신경 썼다간 사기꾼으로 몰리겠다 싶어 선우는 다시 상담에 집중했다.

 

 똑똑.

 

 수진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그래도 대답이 없자 그녀는 문을 열었다.

 

 달칵.

 

 "안녕하세......!"

 밝게 웃으며 문을 연 수진이 마주한 것은

 어이없어 하는 선우 눈빛 그리고 그와 상담 중이던 사람의 째려보는 눈빛도 마주했다.

 

 “이수진씨 이게 지금 뭐하는 거죠?”

 선우가 짜증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화장실인 줄 알았네요. 하하..하하”

 

 상황파악을 마친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둘러대며 문을 닫았다.

 

 선우는 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휴 창피해.”

 

 혼자 설레서 선우의 사정을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제부터 다른 상황은 생각을 못하고 강선우만 생각하는 느낌이 드는 것 기분탓일까.

 

 “끝날 때까지 여기 앉아서 기다려야겠다.”

 

 수진은 파스텔톤의 하늘색 쇼파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30분정도가 흘렀다.

 

 “심심해 죽겠네. 진짜.”

 그녀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휴대폰에 있는 모든 어플을 눌러보고 있었다.

 

 “응?”

 수진은 갑자기 쇼파에 기댔던 등을 급하게 떼어냈다.

 

 「잔액 13,650원.」

 

 “뭐야? 잔액이 왜 이거밖에 없어?”

 수진은 미간에 주름이 잡힌채 오른발을 바닥에 탁탁탁탁 부딪히며 초조함을 온몸으로 발산했다.

 

 "으아아아아!"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 그녀가 기괴한 소리를 냈다.

 

 “아! 맞다! 기부! 오디션 될 줄 알고 전부 기부했지......어허허허"

 

 실성한 듯한 웃음소리가 그녀에게서 들려왔다.

 

 그 시간 방 안으로 수진의 너털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선우가 피식 웃었다.

 

 배우가 꿈인 그녀는 감수성 하난 끝내줬다. 평소에 어려운 이들이 나오는 다큐를 볼 때면 기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활도 버거운 마당에 기부를 하는 게 좀처럼 쉽지는 않았던 그녀였다.

 

 그러던 중에 믿을만한 감독님의 영화 오디션에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평소하고 싶던 기부를 했다. 돈을 곧 벌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던 행동이었다. 그런데 기부를 하고 바로 그 다음날 오디션 합격 취소라는 통보가 왔었다.

 

 “죽을 줄 알아서 통장잔액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수진은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으아아아! 강선우! 이게 다 강선우 때문이야! 그 사람이 나를 살려서 그래! 왜 살리니 왜 살려! "

 답답한 마음에 수진은 그에게 들릴 것이라는 생각은 못 한 채 앓는 소리를 했다.

 

 청각이 인간보다 우월한 그는 당연히 전부 다 듣고 있었다.

 

 '저 여자가 미쳤나. 새벽엔 고맙다고 전화 해놓고 이제 와선 또 왜 살렸냐고?'

 

  이번엔 어이없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수진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죽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 할 때 상담실 문이 열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힘들면 또 올게요.”

 상담을 받던 남자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상담실 문을 나오면서 선우에게 인사를 했다.

 

 ‘이제 끝났나보다!’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수진이 상담실로 발걸음을 살금살금 옮기자 상담 받고 나온 남자는 수진이 보란 듯이 문을 닫아버렸다.

 

 ‘나 째려보는 거 같은데. 아까 방해해서 그런가?’

 

 수진은 민망해져 남자의 시선을 피하고 남자가 센터 문을 나설 때까지 땅만 보고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자 수진은 상담실로 향했다.

 

 ’선우는 방안에서 수진의 발걸음이 문 앞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지? 문 앞까지 와놓고 왜 문을 안 열지? '

 

 문을 안 열기에 선우는 궁금해졌다.

 

 성큼성큼. 선우는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문까지 열어주러 가야하는지 저도 모르겠다.

 

 덜컥.

 

 “아! 깜짝이야!”

 

 수진은 갑자기 열린 문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문을 열기 전에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선우의 모습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안 들어오고 뭐하죠?”

 선우는 수진을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아,아아. 네네!”

 수진은 당황하며 선우가 문을 잡고 있는 팔 밑으로 몸을 웅크리며 후다닥 들어갔다.

 

 수진의 다람쥐 같은 모습에 선우는 또 다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놀라?’

 웃기기도 했지만 자신을 보며 깜짝깜짝 놀라는 그녀 때문에 속으로 볼멘소리를 냈다.

 

 

 상담실 한 켠에는 작은 원목테이블이 있었고 그 테이블을 두고 푹신한 1인용 의자가 2개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은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뭔 얘기를 해야하지? 일단 오라고 해서 왔는데......’

 

 “할 얘기 있어서 온 게 아닌가보지? 할 얘기 있으면 오라고 한 거였는데.”

 

 수진은 순간 두 눈이 커졌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한 말에 대한 대답을 그가 하고 있는 것에 놀란 것이다.

 

 ‘심리 상담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그녀는 그가 사람의 눈을 보고 마음속 말을 듣는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기에 그저 심리 상담사들의 특징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아니, 할 말 있어요!”

 

 “무슨 할 말?”

 

 "도대체 나를 왜 살렸어요?"

 할 말이 딱히 있지 않던 그녀는 생각 나는 아무 말이나 뱉었다. 방금 전까지 통장 잔액을 보며 그를 탓해서 무의식적으로 그 말이 먼저 나온 것이었다.

 

 '아니 이 여자가. 정신이 진짜 어떻게 됐나.'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시 죽든가 그러면."

 

 삶에 대한 의지. 선우는 그걸 가장 중요시 했다.

 그런 선우에게 한 말은 수진 자신을 나약하고 삶을 쉽게 포기하는 인간으로 보이게 하는 한심한 물음이었다.

 

 수진은 자신이 말 실수 한 것을 인지하고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가, 감사하다고요! 아,어, 그리고 새벽에 늦게 전화해서 죄송하다고요!”

 

 “어제 감사하다고 이미 했잖아. 그거면 충분해."

 

 "제가 감사하니까 밥 한번 살게요. 그말도 전하고 싶었어요."

 

 "그거 좋지. 근데 통장에 돈 별로 없지 않나?"

 

 선우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네?"

 

 '내 통장 사정을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근데 사준다고 하면 그냥 감사하다고 하면 되지 왜 내 통장에 관심이야.'

 자신이 무시를 당한 거 같은 기분에 빈정이 상한 수진이었다.

 

 "근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네.뭐......”

 뜬금없이 통장 얘기하다가 뭘 물어보겠다고 하는 건지 퍽 궁금했다.

 

 “직업이 뭐죠?”

 

 “배우지망생이에요.”

 

 수진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수진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을 물어볼 때면 가끔 민망해졌다. 따지고 보면 그녀에게 배우지망생이란 백수를 잘 포장한 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까 통장 잔액보고 한숨을 그렇게 깊게 쉰 거였군.’

 

 같은 시각 수진은 조금은 뻔뻔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잇! 내가 백수인 거 들통 난 마당에 철판을 좀 더 깔아볼까?“

 

 수진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채 고개를 쳐들었다.

 

 “그쪽이 나 좀 책임질래요?”

 

 ‘나보고 힘들면 오라며. 그래 이게 힘든 이유다 이거예요~“

 

 “제 정신이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그쪽이 돈도 없는 나 살렸으니까 어떻게든 책임져요. 나 죽으면 안 된다며? 죽지 말라면서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선우에게 물풍선마냥 막 던지고 있는 중이었다.

 

 선우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러더니 꼬고 있던 다리와 팔짱을 풀며 선우의 상반신이 수진에게 좀 더 가까이 왔다.

 

 “당신 여기서 아르바이트 할래?”

 

 선우는 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리며 수진과의 거리를 좁혔다. 선우 딴에는 뭔가를 제안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행동의 일련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우의 입장이었다.

 

 수진은 가까이 다가온 선우의 잘생긴 얼굴에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뛰었다.

 

 '맞아. 넌 죽으면 안돼. 왜? 네 목숨은 내 거니까. 내가 살린 그날 이후로 넌 함부로 죽어서는 안돼. 내가 쓴 치유력이 아깝잖아. 그래서 너한테 살 길을 도모해주는 거야. 그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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