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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독한 쥬뗌므
작가 : gloryr****
작품등록일 : 2019.10.26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랑을 할까?

헌신적인 사랑을 믿는 리아
사랑에 의해 상처만 받는 고독한
사랑을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로이
곁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민호
사랑을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지민
제각기 다른 사랑을 믿는 이들이
만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

멋진 공주와 예쁜 왕자 동화 속으로
​지금 당장 들어가볼까요?

 
25. 내가... 여자를 사랑할 수 있다니...
작성일 : 19-10-26 11:29     조회 : 170     추천 : 0     분량 : 6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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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아. 오랜만이네. 햇살이 비치는 걸 보니 그곳은 아침인가 보구나.]

 [안드리아 아빠. 좋은 아침.]

 

  지수는 영상 속의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며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한국은 지금 장마야. 장마는 비가 일주일 째 쉬지 않고 오는 기간을 뜻하는데. 여기는 글쎄 한여름에 장마가 있어. 그래서 하루종일 덥고, 습하고... 어두워.]

 [그런 기간이 있다니 놀라운걸.]

 [그래서 말인데... 나 프랑스로 돌아가기로 했어.]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은 프랑스로 돌아온다는 말에 잠시 기뻐했다가 그녀의 상태를 파악했다. 가브리엘이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리아. 한국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지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영상을 통해 프랑스로 전해졌다.

 

 [사실 아직 돌아가기 싫은데... 돌아가야 해...]

 [리아. 왜 그러니? 돈이 부족해? 아니면 가브리엘이 돌아오라고 보챈 것 때문에 그러니?]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고개 숙인 그녀의 볼 아래로 눈물이 떨어졌다. 어제 일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났다. 이제 남은 건 자신의 선택뿐이었다.

 

 [아빠. 나는 누구를 위해야 할지 모르겠어... 엄마를 생각하면 한국을 떠나야 하고, 고독한 씨를 생각하면 한국에 있어야 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은 숨죽인 채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딸이 우는 걸 보니 덩달아 슬퍼졌다. 안드리아는 그녀가 앞에 있었다면 그녀를 꼭 안아줬을 거라고 생각했다.

 

 [리아...]

 [미안. 괜히 약한 모습 보였네. 프랑스에 도착하면 연락할게.]

 

  지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눈물을 닦았다.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에게 애써 밝게 인사하며 노트북을 닫았다. 그녀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방문을 열고 나갔다.

 

 "지수 씨. 좋은 아침!"

 

  민호가 코를 훌쩍이며 밝게 인사했다.

 

 "민호 씨도 좋은 아침."

 

  지수는 짧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치고 나타났다. 민호는 가죽 옷을 입지 않은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반겼다.

 

 "오늘 가죽 옷을 안 입었네요."

 "네... 민호 씨. 할 말이 있어요."

 "뭔데요?"

 

  그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그녀를 봤다. 그녀가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나, 프랑스로 돌아가요."

 

  나자막한 그녀의 음성이 거실에 깔렸다. 그녀의 말을 들은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내일 저녁 비행기에요."

 "네? 내일 프랑스에 간다구요? 왜,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린 건데요."

 "그게... 한국에 너무 오래 있기도 했고... 프랑스에 있는 가족도 보고 싶고..."

 "엄마는 어쩌구요?"

 "엄마도 알고 있어요. 대신 프랑스로 돌아가기 전에 같이 여행가기로 했어요. 아쿠아리움에."

 

  지수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민호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 한국엔 언제 다시 오는데요?"

 "모르겠어요. 언제 다시 올지는."

 

  그는 기약 없이 프랑스로 돌아간다는 그녀의 말에 허탈감이 들었다. 그녀를 위한 곡이 거의 완성됐는데 이렇게 그녀를 보낼 수는 없었다.

 

 "잠, 잠깐만... 지수 씨, 나랑 약속했잖아요. 내한테 밥 사주기로. 그 약속 지켜야죠."

 "아, 맞다! 어떡해요."

 "어떡하긴요. 같이 밥 먹으면 되죠. 오늘 언제 시간 돼요?"

 "낮에는 엄마랑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했어요. 저녁은 어때요?"

 

  민호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곡을 마무리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부터 온 힘을 다한다면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완성해야만 했다. 그녀에게 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지수는 해맑은 얼굴로 방긋이 웃었다. 기울어진 아침 햇살이 그들을 환히 비췄다. 햇살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그림자가 위층으로 말없이 사라졌다.

 

 *

 

  고독한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어젯밤에 느꼈던 고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비에 젖은 로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 여자, 엄마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아? 돈 많은 재벌 회장 내연녀야. 그 사람한테 가서 숨겨놓은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겠다니까, 냉큼 딸을 치워버리겠다고 하더라. 여자는 다 그래. 제발, 한. 더는 여자 때문에 상처 받지 마. 이 여자도 널 두고 떠날 거라고!'

 

  로이의 말을 듣고 있던 그녀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원망이 전혀 섞이지 않은 오히려 걱정하는 눈빛으로.

 

  목이 갑갑했다. 누군가가 목을 조르고 있는 듯했다. 차가운 빗속에 있는 것처럼 몸이 떨렸다.

 

  그녀는 도대체 뭘까.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처음에는 그녀를 웃기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녀가 불편해지기 시작하고, 이제는 그녀 때문에 아팠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게 무슨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난 게이인데... 이건 마치..."

 

  사랑처럼 느껴졌다. 게이가 여자를 사랑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겠어."

 

  등 뒤에서 로이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슬프도록 목이 시렸다.

 

 "나는... 도대체 뭘까."

 

 *

 

  지수는 외출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갔다. 처음으로 엄마와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첫소풍을 나가는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설렜다.

 

  엄마와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이라니. 이 순간을 얼마나 바라왔는지 몰라. 신을 믿지 않지만, 이 순간만큼은 믿을게요.

 

  고개를 들고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녀 앞으로 외제 차가 멈춰 섰다. 뒷좌석에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내렸다.

 

 "엄마!"

 "차에 타렴. 엄마랑 놀러 가야지."

 

  류미리는 자기가 타고 온 외제 차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그들은 차를 타고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아쿠아리움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평일이었지만, 연일 비가 내렸기 때문에 나들이객들이 모두 실내 관광지로 몰린 듯했다.

 

  류미리와 지수도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아쿠아리움으로 들어갔다. 아쿠아리움에는 부모 자식 끼리 나들이온 가족 구성원이 많았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싱글벙글 웃으며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지수는 그런 아이들을 부러운 듯이 바라봤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지금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류미리가 지수의 팔을 자신의 팔에 교차시켰다. 지수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봤다.

 

 "엄마..."

 "왜? 다들 이러고 다니는걸. 이제 들어가 볼까."

 

  지수와 류미리는 팔짱을 낀 채로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전시장은 테마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오색빛깔 잉어가 사는 한국의 정원, 지구에는 없는 상상의 물고기 나라, 바닷속의 보물처럼 아름다운 산호미술관, 갖가지 물고기가 함께 사는 대형 수족관, 바다 깊은 곳을 탐험하는 해저터널, 영롱한 불빛을 받으며 반짝거리는 해파리 화원, 등 다양한 주제로 한 전시장이 이어졌다.

 

  지수는 한 전시장을 지날 때마다 아이처럼 기뻐했다. 물고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그 어떤 산호보다 예쁘게 빛났다.

 

 "네가 이렇게 기뻐할 줄 몰랐구나. 원래 물고기를 좋아하니?"

 

  류미리는 지수의 손을 꼭 붙잡고 물었다. 지수가 커다란 수족관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개와 고양이는 특히 더 좋아하구요.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잖아요. 물론 다른 동물들도 다 좋아해요."

 "그렇구나. 혹시 수의사 같은 직업에 관심이 있니?"

 "수... 의사요?"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해주는 의사를 말한단다."

 "그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다친 동물을 낫게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잘 못해서 그건 포기했어요."

 "그럼 앞으로는 무얼 하려고?"

 "아직 정한 건 없어요. 다만, 기회가 된다면 동물을 관리하는 사육사나,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지수는 어항에 담긴 불가사리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해맑게 웃었다. 류미리는 다른 말 없이 그녀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들은 찬찬히 전시장을 둘러보며 잠시 광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지수는 벤치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봤다. 광장은 거대한 수족관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는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정어리 떼를 눈으로 좇았다. 수천 마리의 정어리가 떼 지어 광장 주위를 헤엄쳐 다니는 광경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엄마와 함께 이런 광경을 마주한다는 건 더 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정어리 떼 아래로 물거품이 일었다. 물거품은 정어리 떼를 감싸며 그들의 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환상적인 모습에 너도나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국에 오길 참 잘했어. 한국에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엄마는...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엄마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온 딸을 여전히 고마워하는지. 그 순간,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목이 조여오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자신의 존재가 엄마에게는 찢어진 스타킹 구멍처럼 숨겨야 하는 흠인 걸까.

 

  물을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겁이 나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그때, 엄마가 말을 걸어왔다.

 

 "지수야. 엄마가 처음으로 도시락을 싸 왔는데. 괜찮으면 같이 먹어 주겠니?"

 

  류미리는 고급진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을 들어 보였다. 도시락 뚜껑을 열자 먹음직스러운 김밥이 열을 맞춰 있었다. 알록달록하게 가지런히 놓인 김밥은 딱 보기에도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지수가 손으로 입을 가로막았다. 엄마가 직접 싸 온 도시락이 눈앞에 보였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센 강을 지날 때마다 나들이 온 가족을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손수 싸 온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들을 애써 외면해 왔었다.

 

  그러나 더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는 그들을 보면 이 순간이 기억날 것이다. 엄마와 함께한 지금 이 순간이.

 

 "지수야, 갑자기 왜 울고 그래..."

 "고마워서요. 그냥... 모든 게..."

 "고맙다니,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지수는 엄마를 꽉 끌어안았다. 류미리는 지수의 어깨를 보듬어주며 그녀에게 기댔다. 그녀의 눈물이 어깨를 뜨겁게 적셨다.

 

 "지수야, 저번에 내가 했던 말... 네가 돌아가기 싫으면... 안 돌아가도 된단다. 내가 그때 한 말은..."

 "아니에요. 괜찮아요. 엄마...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엄마 덕분에 한국에 온 걸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사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힘들게 찾은 엄마가 나를 싫어하진 않을까, 엄마가 나를 보고 싶어하지 않으면 어쩌나... 그런데 엄마는... 내가 꿈꾸던, 아니 꿈꾸던 것보다 더 좋은 엄마에요."

 

  지수는 엄마의 품에 안겨 소리없이 울었다.

 

  류미리는 자신의 볼에도 눈물이 흐르는 걸 느꼈다. 딸에게 저질렀던 자신의 행동과 말이 하나둘 가슴에 사무쳤다. 지수의 어깨를 잡고, 딸의 눈을 마주 봤다.

 

 "지수야."

 

  눈물이 맺힌 지수의 눈이 반짝였다. 딸에게 진심을 다해 물었다.

 

 "너만 좋다면... 한국에서 엄마랑 같이 살래?"

 

 *

 

  지민은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전화를 걸었다. 이미 수십 번도 더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가 받지를 않았다. 핸드폰에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수신음이 들렸다. 그가 핸드폰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런 식으로 내 전화를 피한다고 포기할 것 같아? 이럴 것 같아서 그 반쪽은 안 된다고 했잖아! 자기만 더 아프고, 힘들어질 거라고! 그놈한테 가서 다 말 할 거야! 다 말 할거라고!"

 

  그는 분이 풀리지 않은 지 콧김을 크게 내쉬었다. 그의 손이 분주해졌다.

 

 "더이상 못 참겠어. 오늘, 모든 걸 끝낼 거야."

 

  지민은 화장대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예쁘게 꾸몄다. 평소보다 더 진한 아이라인과 쉐도우로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화장했다. 옷도 평소보다 더 센 걸로 준비했다. 짧은 치마에 높은 하이힐, 어깨 라인이 다 드러나는 블라우스를 차려입었다.

 

  화장대 거울에 예쁘게 꾸민 남자가 비쳤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정도면 충분해. 끝장을 내주겠어."

 

  그는 곧장 집 밖으로 나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길이 멈춘 곳은 손님이 가득한 카페 앞이었다. 당당하게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너! 반쪽짜리! 아직도 노선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어?"

 

  지민의 손가락이 카페 사장을 가리켰다. 손님들은 갑자기 나타나서 소리치는 사내를 보며 웅성거렸다. 그의 옷차림과 화장한 얼굴을 보자 웅성거림이 더 커졌다.

 

 "또 왔어? 당장 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고독한은 단호한 태도로 카페 문밖을 가리켰다. 지민은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얼굴 앞에 대고 말했다.

 

 "네가 확실하게 하지 않으니까, 로이가 힘들어하고 있잖아. 네가 반쪽짜리인 건 알겠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하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냐고? 네가 로이를 선택할 건지, 아니면 그 여자를 선택할 건지 확실하게 정하란 말이야. 너처럼 예쁜 얼굴만 믿고, 양다리 걸치는 반쪽짜리가 제일 싫어! 딱 질색이라구!"

 

  고독한은 지민의 말에 혼란을 느꼈다. 지민은 코웃음을 치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흥. 내가 모를 것 같니. 너 최근에 여자 만나고 있잖아. 이래서 반쪽짜리는 안 된다니까."

 "반쪽이라니... 그 말의 뜻이..."

 "네가 양성애자란 소리지, 뭐야. 혹시 네가 완전한 게이인 줄 알았어? 아니, 넌 반반이야."

 

  지민은 손바닥을 쫙 편 채로 손날을 고독한의 얼굴 정중앙에 들이밀었다. 고독한은 자신의 코 앞에 놓인 손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럼, 내가... 여자도 사랑할 수 있다는 소리야?"

 "그래.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역시 넌 내 상대가 못 돼."

 

  지민은 계산대 책상을 양손으로 세게 내려치며 고독한을 노려봤다.

 

 "그러니까 확실하게 끝내. 더이상 로이 괴롭히지 말고. 반쪽짜리 주제에."

 

  그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독한은 꽉 졸라놓았던 스카프를 느슨하게 풀어헤쳤다. 복잡한 머릿속이 점차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온종일 불편했던 가슴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의 입이 계속 똑같은 말을 되내었다.

 

 "내가... 여자를 사랑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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