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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독한 쥬뗌므
작가 : gloryr****
작품등록일 : 2019.10.26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랑을 할까?

헌신적인 사랑을 믿는 리아
사랑에 의해 상처만 받는 고독한
사랑을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로이
곁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민호
사랑을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지민
제각기 다른 사랑을 믿는 이들이
만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

멋진 공주와 예쁜 왕자 동화 속으로
​지금 당장 들어가볼까요?

 
22. 저 사람이 저 여자 엄마니.
작성일 : 19-10-26 11:28     조회 : 166     추천 : 0     분량 : 6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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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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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초여름부터 한낮의 온도가 35도를 넘어가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노출이 심한 옷을 경쟁하듯 입었다.

 

  엉덩이 살이 보이는 짧은 핫팬츠, 겨드랑이가 다 보이는 민소매 티는 기본, 배꼽이 보이는 탱크톱과 심지어 스포츠 브라만 입고 다니기도 했다.

 

  지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가죽 코르셋과 가죽 핫팬츠를 입었다. 굴곡진 몸매와 윗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노출이 너무 심한가."

 

  그녀의 가슴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코르셋의 특징상 가슴을 모아주기 때문에 가슴 계곡이 다 보였다. 이런 복장은 코스프레 할 때나 입는 것이지 평상시에 입으려니 민망했다.

 

  그러나 고개를 크게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젯밤의 공포가 여전히 생생했다.

 

 "약해지면 안 돼! 내가 꼭 구해내고 말겠어!"

 

  아침부터 그녀의 기운찬 소리가 방에 울렸다. 그녀는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춰 늦지 않게 거실로 나갔다.

 

 "지, 지수 씨!"

 

  민호가 졸린 눈을 비비며 깜짝 놀라 소리쳤다. 꿈인가 싶어 눈을 크게 깜박였지만 눈앞에는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민호 씨. 좋은 아침!"

 

  지수는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윗가슴이 출렁였다. 그 모습을 본 민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종이 인간처럼 휘청거렸다.

 

 "민호 씨!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그녀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빠르게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죽 코르셋, 가죽 반바지, 채찍만 있으면... 꿈에 그리던 삼위일체가..."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민호 씨 정신차려요!"

 

  지수는 무릎을 꿇은 채로 허리를 숙였다. 그녀의 가슴 굴곡이 적나라하게 다 보였다. 민호가 단발마를 터트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민호 씨! 코, 코피 나요!"

 "어... 어... 여기가 파라다이스 인가요..."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코피 닦아요. 여기 휴지요."

 

  그녀 덕분에 아찔한 체험을 한 민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 후, 지수에게 무슨 사정인지 물었다. 지수는 쑥스러운지 다리를 베베 꼬며 말했다.

 

 "그게... 민호 씨가 저번에 얘기했잖아요. 고독한 씨가 이런 취향일 거라고. 내 취향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해서..."

 "그럼 이 모습을 한이 형 한테 보여줄려고 그런 거예요?"

 "네... 민호 씨가 말한대로 입긴 했는데. 어때요?"

 

  그녀가 해맑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녀 쪽으로 돌아가는 시선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콧속에 막아놓은 휴지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기... 사실은 내 취향인데... 아니, 그기 아니라..."

 "네? 잘 안 들려요. 어떻다고요?"

 

  민호는 그녀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슬프지만 사실을 알려줄 때가 왔다.

 

 "지수 씨. 사실..."

 

  그녀가 귀를 쫑긋 세우며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가 결심한 듯이 말을 이었다.

 

 "한이 형 이미 밖에 나갔어요."

 "에?"

 "오늘 로이 형하고 일하는 날이라서."

 

  지수는 입을 크게 벌리며 경악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메아리쳤다.

 

 "안 돼!"

 

  날카로운 비명이 거실에 가득히 울렸다. 백발 마녀에게 끌려가는 예쁜 왕자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희미하게 미소 짓는 백발 마녀의 입술이 독 사과처럼 새빨갰다.

 

 *

 

  조명이 밝게 빛나고,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번쩍였다. 촬영실 직원은 명품 옷과 값비싼 소품을 들고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녔다. 사진작가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신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좋아! 굿! 따봉! 스고이요!"

 

  그의 목소리에 맞춰 카메라 불빛이 번쩍였다.

 

  그 불빛이 향한 곳에는 고독한이 명품 옷을 쫙 빼입고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여러 가지 자세를 짧게 선보이며 촬영실 직원이 내미는 소품을 능숙하게 사용했다.

 

  촬영실에 남녀 구분 없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쩜. 저분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축복이야. 오 마이 갓!"

 "모델의 몸매, 얼굴, 분위기,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게 없어. 베를린 필하모니의 연주처럼 완벽한 하모니랄까."

 "당신의 노예가 되고 싶어요. 저 스카프로 내 목을 졸라줬으면. 당신의 품에 안겨 죽으면 얼마나 황홀할까."

 

  패션지 촬영실은 유명 인사가 찾아온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패션지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그의 촬영을 보러 온 것 같았다.

 

  그는 뜨거운 무대 조명에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계속되는 촬영에도 무심한 표정 그대로를 유지했다. 촬영실 직원이 준비한 옷과 소품이 없어질 때까지 촬영은 이어졌다.

 

 "저 분을 매 년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저 분은 무쌍인 제게 마스카라를 만드신 랑콤과 같은 분이에요. 제가 안나 윈투어만큼 편집장님을 존경하는거 아시죠."

 "오버 하지마. 모델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부른거니까."

 

  로이가 무미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부편집장은 호들갑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오버가 아니에요! 저 분이 찍은 호 마다 대박을 친다고요! 다른 달이랑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니까요. 저 눈부신 외모를 봐요. 천사가 저런 외모를 가졌다면, 전재산을 기부해서라도 천국에 들어갈 거예요."

 

  무대 위를 응시하는 부편집장의 눈빛에 사심이 충만했다.

 

  로이는 불편한 얼굴로 촬영을 마지막까지 지켜봤다. 사진 촬영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직원들은 하나둘씩 촬영실을 떠났다.

 

  고독한은 로이의 곁을 무심히 지나치며 촬영실을 빠져나갔다.

 

 "할 말 없어. 따라오지마."

 

  로이가 고독한의 어깨를 붙잡았다.

 

 "반항은 시간 낭비야."

 "할 말 없다고 말했는데."

 

  고독한이 로이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로이는 고독한을 벽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며 그를 내려다봤다. 거친 숨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로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것 같아?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어. 그 여자는 다를 것 같니? 그 여자도 똑같아. 널 버리고 떠날 거라고."

 

  로이의 시선이 탐욕스럽게 그의 얼굴을 훑었다. 고독한은 눈을 어디 둘지 몰라 방황했다.

 

  로이가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미성의 목소리가 독구름처럼 그에게 스며들었다.

 

 "결국 네 엄마처럼."

 

  고독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하얀 안개가 뿌옇게 쌓였다. 안개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

 

 "고독한 씨가 모델이라고 왜 말 안 했어요?"

 "지수 씨가 안 물어봤잖아요."

 "그거야 당연히 카페 사장인 줄 알았으니까요."

 

  지수는 양팔을 활짝 벌리며 카페 전체를 가리켰다. 민호는 한가해진 틈을 타서 점심때 하지 못 했던 설거지를 시작했다.

 

 "혹시 내가 고독한 씨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더 있어요?"

 "음... 알려주면 뭐 해줄 건데요?"

 "아잉, 민호 씨. 오늘 하루종일 카페 일 도와줬잖아요."

 

  그녀는 콧소리를 담아서 애교를 부렸다. 민호는 밀린 설거지를 하며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거야 지수 씨가 엄마를 기다린다고 아침부터 카페에서 기다렸으이까요."

 "좋아요. 그럼 오늘 저녁은 내가 쏠게요!"

 "뭘로요?"

 "뭐가 먹고 싶어요? 말만 해요! 다 사줄게요!"

 

  지수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민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레스토랑이요. 그냥 레스토랑 아니고 내가 잘 아는 레스토랑엘 가고 싶어요."

 "레스토랑이요? 완전 좋아요! 언제 갈까요? 일곱 시? 여덟 시?"

 "예약을 해야해서 오늘은 힘들 것 같아요. 다음에 예약하고 나서 말해줄게요. 지수 씨 밥 한 끼 나한테 빚진 거예요."

 

  그가 설거지를 끝내고, 편하게 카페 식탁에 앉았다. 그녀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그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마쳤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을 본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한이 형에 대해서 그렇게 알고 싶어요? 알았어요, 알았어. 내도 많은 건 알지 못하지만 내가 아는 선 안에서 말해볼게요. 우선 하는 일은 모델 겸, 카페 사장이에요. 취미는 커피 콩 볶는 거랑, 커피 내리는 거. 특기는 남자도 반할 외모? 생일은 십 월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날짜는 몰라요. 한이 형이 좋아하는 음식은... 커피. 또 뭐가 있을까요."

 "모델 일은 언제부터 한 거예요?"

 "내도 자세한 건 잘 모르는데 어렸을 때부터 한 것 같아요. 아마 로이 형하고 계속 일을 해왔을걸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한테는 꽤 입소문이 나서 잘 나가는 모델이래요."

 "우와. 대단하네요."

 

  지수는 자기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고독한의 외모를 떠올리며 놀랐다. 민호는 다른 궁금한 게 더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검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진지한 얼굴로 질문했다.

 

 "고독한 씨 이상형이 뭐예요?"

 "네?"

 "고독한 씨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요. 나한테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구요."

 

  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민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한이 형이 정말로 게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게이가 맞았다. 언제까지 거짓말로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었다.

 

 "지수 씨. 형은 게이잖아요. 한이 형 이상형에 여자는 없을걸요."

 "하지만... 고독한 씨는..."

 "그리고,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 했는데... 사실 형은 여자를 싫어해요. 싫어하는 걸 넘어서 혐오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알바나, 룸메도 다 남자만 뽑고요. 카페에도 매일 여자 손님들이 찾아오지만 다 무시하잖아요. 형이 진짜 게이가 아니라면... 그럴 리가 없어요."

 

  민호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지수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이렇게 심각해요?"

 

  기품 있는 목소리가 지수의 등 뒤에서 들렸다. 지수가 금세 밝아진 얼굴로 일어섰다.

 

 "엄마!"

 "그래, 우리 딸."

 

  류미리가 지수와 포옹하며 민호에게 간단히 목인사를 했다. 지수는 아이처럼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민호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지켜봤다.

 

 "민호 씨.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부터 우리 딸이랑 데이트 하려는데 괜찮을까요?"

 

  그녀의 말투는 정중하면서 기품이 느껴졌다.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미소 지었다.

 

 "그럼요. 재밌게 놀다오세요. 지수씨. 나중에 봐요."

 

  민호는 카페 밖으로 나가는 지수와 류미리에게 인사했다. 화기애애한 엄마와 딸의 모습이지만 어딘가가 어긋나 보였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 다시 카페 문이 열렸다.

 

 "로, 로이 형...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이 카페에 들어왔다.

 

 "저 사람이 저 여자 엄마니?"

 

  로이는 창백한 얼굴로 나타났다. 그의 눈매가 날카롭게 빛났다.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지수가 엄마와 팔짱을 끼고 신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어둠이 짙게 깔린 실내에 소리 없이 발자국이 찍혔다. 고요한 발걸음은 깊숙이 이어진 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 속에 존재했다.

 

  로이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희뿌옇게 하얀빛이 사방에 감돌았다. 희뿌연 빛은 유리관 안에서 쏟아져나왔다.

 

  유리관 안에는 낡고, 오래된 여자 인형이 보였다. 노란 긴 생머리를 한 여자 인형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어차피 다 똑같아. 버림받고, 떠나겠지."

 

  유리관 안에서 여자 인형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인형의 눈동자에 검붉은 피딱지가 보였다.

 

 "무서운 형벌이야. 끊임없이 되물려지는 저주처럼."

 

  로이의 날카로운 눈이 여자 인형을 응시했다. 여자 인형의 검붉은 눈동자도 로이의 눈을 마주 봤다.

 

  로이는 눈을 감고,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숨이 가빠오고, 귓가에 비명이 들렸다. 눈앞이 검붉은 핏줄기로 가득 찼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그 여자도 다르지 않을걸. 결국 버림받는 건 우리니까."

 

  미성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여자 인형의 검붉은 눈동자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방의 모습이 비쳤다.

 

  방에는 어린 여자에게 필요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어린 여자가 사용할 만한 빗과 거울, 소꿉놀이 장난감, 분홍 신발, 장미 모형 머리핀, 벚꽃 무늬가 그려진 원피스, 등 다양한 물품이 하나하나씩 유리관에 보관되어 있었다.

 

  새하얀 유리관으로 채워진 삼면의 벽과 그 방 중앙에 놓인 여자 인형. 여자 인형 앞에 눈을 감고 서 있는 백발의 소녀.

 

  백발 소녀가 눈을 떴다. 그 눈 속에 피로 얼룩진 여자 인형이 보였다.

 

 "안 그래요? 어머니."

 

  여자 인형은 희미하게 미소짓는 듯했다.

 

  그때, 갑작스럽게 방문이 열렸다. 로이가 빠르게 뒤돌아섰다.

 

 "여기가 이 집의... 비밀의 방인가봐?"

 "나가. 지금 당장."

 "화내지 마. 매일밤마다,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으니까. 설마 지금까지 내가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민은 알몸이 다 비치는 가운을 두른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는 핏줄이 선 눈동자로 그를 노려봤다.

 

 "어우. 춥다. 지하실이라 그런가. 아니면 그 무서운 눈빛 때문인지도 모르고. 근데 이게 다 뭘까."

 

  그가 유리관으로 둘러싸인 방을 둘러보며 골똘히 생각했다. 짧은 감탄사와 함께 손뼉을 쳤다.

 

 "그래! 여기가 진짜 자기 얼굴이구나."

 "나가. 다시는 찾아올 생각하지마."

 "죄다 어린 여자가 쓸 만한 물건 밖에 없네. 난 자기가 여자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동경하고 있었구나."

 

  중성적인 그의 목소리가 밀폐된 공간에 울렸다. 로이의 얼굴이 창백하다 못 해 서슬퍼렇게 변했다.

 

 "자기는 역시 화낼 때가 제일 섹시 하단 말이지. 그런데 동경은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야. 자기는 지금의 모습이 더 잘 어울리니까."

 "할 말 다 했니."

 "자기야. 나도 한때는 여자가 되고 싶었어. 근데 여자는 불쌍한 존재야. 왠 줄 알아? 그들은 아름다움을 타고났거든."

 

  지민은 로이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민의 가느다란 손이 로이의 투명한 피부를 찬찬히 쓸고 내려갔다.

 

 "어떻게 생각해? 로이."

 

  그 말을 끝으로 밀폐된 공간에는 공기가 쓸려 사라지는 소리만 들렸다. 유리관에서 하얀빛이 쏟아졌다. 유리관에 갇힌 여자 인형은 그들의 숨 막히는 얼굴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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