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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섯개의 돌
작가 : 글쓰는토깽이
작품등록일 : 2019.10.4

여섯개의 돌(분노, 나태, 교만, 탐식, 색욕, 탐욕, 질투)을 이용해 붉은용을 현세에 강림시키려는 여섯 순교자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은빛마녀(4)
작성일 : 19-10-26 01:21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1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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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모스케네스 항구 근처에 있는 주점 핑크 돌고래에서 술과 식사로 배를 채우던 조셉과 바렌은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오자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셉이 계산을 하는 동안 먼저 주점의 출입문을 열고 나온 바렌은 입에 담배 한 개비를 가져다 물었다.

 그리고 가죽 자켓 호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낸 왼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라이터 뚜껑을 푱~하는 소리가 나게 연 다음 불을 켠 그는 입에 물린 담배 필터를 힘껏 빨아 당기며 불을 붙인 후 후우- 하고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런데 때마침 다시 한번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는 담배를 빨기 위해 입으로 가져가는 그의 옆으로 야크가 밀리온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채로 바렌이 뿜어낸 자욱한 담배 연기를 가르며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바렌을 스쳐 지나가던 야크는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어떤 어둠의 기운을 느끼고 눈을 돌려 그를 돌아봤다.

 낯선 얼굴의 바렌을 보던 야크는 계산을 마치고 막 문을 열고 나오는 조셉과 눈이 마주쳤다.

 걸어가며 조셉과 눈을 마주친 야크는 바렌과 마찬가지로 그에게서 어떤 종류의 기운을 느껴졌다.

 하지만, 조셉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바렌과는 전혀 다른 종류였다. 그건 예전에 런던에서 자신의뒤를 쫓던 질이라는 남자에게서 풍겨 오던 것과 같은 종류였다. 그렇다. 조셉도 질과 마찬가지로 뱀파이어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조셉과 눈을 잠깐 마주친 야크는 이내 눈길을 앞으로 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조셉이 계단 밑을 내려섰을 때는 이미 그들은 반대편 쪽으로 길을 건너 소르바겐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는 뒤였다. 조셉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바렌의 곁으로 걸어가 섰다.

 

 “툭”

 

 잠시 뒤 그들이 조셉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쯤 바렌이 그의 어깨를 살짝 쳤다.

 “뭘 그리 보는 거요?”

 

 자신의 옆에서 아무런 말 없이 반대편 도로 끝을 뚫어지라 바라보는 조셉이 이상하게 느껴진 바렌이었다.

 

 “훗- 이거 참. 기다리면 알아서 찾아온다더니 정말이군.”

 조셉은 바렌의 등을 두드리며 앞서 그들이 간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럼 방금 지나간 저 남자가 우리가 찾던 놈이라는 거요?”

 뒤따르던 바렌은 조셉의 등을 향해 말했다.

 

 “바렌 그대는 느끼지 못한 거요?”

 조셉은 혀를 끌끌 차며 뒤따라오는 바렌에게 말했다.

 

 “뭘 말이요?”

 그 남자에게서 뭘 느껴야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조셉에게 반문했다.

 

 “저 남자를 감싸고 있는 어둠의 기운.”

 조셉은 당연하다는 말투로 바렌에게 말했다.

 

 어둠의 기운이란 말에 바렌은 잠시 멈춰 서서 조셉을 바라보다가 그의 옆으로 빠르게 붙으며 속삭이듯 물었다.

 “조셉, 어둠의 기운이란 게 뭐요? 글구 그거 어떻게 느끼는 거요?”

 

 “.....”

 

 “조셉 그러지 말고 좀 가르쳐주쇼? 응? 어떻게 하는 거요?”

 

 “.....”

 

 “응? 응?”

 자신만 느끼지 못한 것에 불안해진 바렌은 조셉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그런 바렌에게 조셉은 그냥 감으로 느끼는 거라고 말하기가 좀 그래서 입을 다문 채 앞만 보며 길을 걸었다.

 

 한편, 소르바겐 안으로 들어선 야크는 좀 전의 그 남자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서 자신들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는 많이 지친 듯 힘겹게 걷는 밀리온을 데리고 가는 지금 상황에선 그들을 따돌리는 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지금은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시작되는 계절이라 해가 짧아지고 밤이 빨리 찾아오기 때문에 많이 지쳐 있는 밀리온을 데리고 Å(오)에 가다가는 도착도 하기 전에 달이 먼저 머리 위로 떠오를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놈의 저주가 자신을 찾아오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야크로선 뒤따라붙은 자들로 인해 마음이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 근처에 아는 사람의 집이 있소?”

 아무래도 현재로서는 밀리온과 함께 Å(오)까지 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 야크는 그녀에게 물었다.

 

 “잠시만요. 저기에요. 저 길 끝에 아빠 친구분이 살고 계세요. 그건 왜 묻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 밀리온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바위산으로 향하는 길 끝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야크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그가 하늘을 보자 이제 곧 해가 질 것으로 보여 그녀의 물음에 대답할 여유가 없어 그는 대꾸없이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하기 바빴다.

 그렇게 야크는 부랴부랴 그녀를 아빠 친구라는 파머의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는 자신의 뒤를 쫓는 그들을 유인해 바위산 너머에 있는 바위로만 이루어진 해안가로 향했다.

 

 

 얼마 뒤 해안가에서 그들을 맞이한 야크는 해가 지기 시작하자 달이 떠오르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로 떠오른 보름달의 저주가 그에게 찾아왔다.

 

 “크-아아아악-!!!”

 

 야크는 몸이 찢어지는 고통에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왜소한 몸에 변화가 생겨갔다. 그의 작던 몸집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입이 늑대의 주둥이처럼 앞으로 튀어나오고 또한 다리가 굽어지며 짐승의 뒷다리처럼 변해갔다. 그리고 회색빛 털로 뒤덮여 가던 손에는 날카롭고 시커먼 손톱이 솟아났다.

 보름달의 저주, 그것은 야크를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었다.

 

 “저거 좀 위험해 보이지 않소?”

 바렌은 변해가는 야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셉에게 말했다.

 

 “오~! 늑대 인간이라니 이거-! 생각보다 더 재밌는 친구구만-!”

 야크를 보던 조셉은 턱을 만지면서 감탄했다.

 

 “저 친구, 영국으로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이제 알겠어.”

 조셉은 일 년 전 런던에서 일어났던 미해결 사건의 주인공이 야크라는 것을 눈치챘다.

 

 “크-으르르~!!!!”

 늑대인간으로 변한 야크는 이성은 사라지고 본능에만 충실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그 본능은 앞에 있는 존재들이 위험하게 느껴져 야크는 이를 드러내며 자신 앞에 있는 그들을 위협했다.

 

 “이거 지금은 어떤 말도 안 통할 것 같은데?”

 조셉은 팔짱을 끼며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그럼, 원래대로 되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요?”

 바렌은 자신에게 으르렁대는 야크를 경계하며 조셉에게 물었다.

 

 “흠- 뭐, 일단은 그래야 할 것 같소.”

 짧게 한숨을 쉰 조셉은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시뻘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야크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다 자신들을 노려보며 경계하던 야크가 갑자기 코를 움찔거리더니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아~우우우우우우~!!!”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가던 야크는 갑자기 머리를 들어 올려 길게 울부짖었다. 그런 후 땅을 박 차오르며 바렌의 머리 위로 뛰어넘더니 그대로 앞을 향해 달려갔다.

 

 자신을 뛰어넘고서 달려가는 야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바렌은 조셉을 바라보며 물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요?”

 

 “피야. 저기에서 피 냄새가 흘러와.”

 뱀파이어인 조셉은 자신의 코로 흘러 들어오는 피 냄새를 맡으며 야크가 달려간 바위산을 바라봤다.

 

 “쫓을거요?”

 바렌은 조셉의 곁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조셉은 곁에 선 바렌을 슬쩍 보더니 부둣가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뗐다.

 “아니, 우린 아까 그 술집에서 와인이나 한잔하면서 그를 기다리는 거요. 나중에 그가 알아서 우릴 찾아올 테니까 말이요.”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해안가에서 야크가 아직 조셉과 얘기 중이었을 때였다.

 브리가와 케네스가 짐차를 타고 떠나자 파머의 집 근처에서 어두워지길 기다린 잭은 자신의 짐을 챙기기 위해 벽에 붙어 있는 배관을 타고 올라가 이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몰래 들어갔다.

 창을 들어올려 열고 들어온 잭은 자신의 침대에서 곤히 잠든 밀리온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는 창고에 있어야 할 밀리온이 자신의 방에 그것도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는 걸 본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창고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밀리온을 보며 눈알을 굴리며 곤히 자는 밀리온을 바라보다 조용히 다가갔다.

 그런 다음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며 낮게 소리쳤다.

 “쉿! 가만있어.”

 

 잠에서 깨어나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밀리온에게 잭은 조용히 물었다.

 “너- 우리 아버지한테 말했어-?”

 

 잭이 뭘 말하는지 아는 밀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다-? 사실대로-?”

 

 확인하는 잭에게 밀리온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너-!! 죽여버리겠어-!!”

 순간 화를 참지 못한 잭이 낮게 소리치며 베개로 밀리온의 얼굴을 덮은 다음 힘껏 눌렀다.

 

 베개에 얼굴이 눌려 숨이 막혀가는 밀리온은 자신 몸에 올라탄 잭을 손으로 밀어내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녀의 허리를 다리로 꽉 잡은 채 온 힘을 쏟아 부어 베개를 누르는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런데 아직은 죽을 운명이 아닌 듯 그렇게 발버둥 치던 그녀의 손에 침대 옆에 세워져 있던 스탠드 전등이 잡혔다.

 밀리온은 전등을 꽉 잡은 손을 잭을 향해 휘둘렀다.

 퍽-!! 소리를 내며 얼굴로 날아온 등에 맞은 잭의 손에 일순간 힘이 빠졌고 밀리온은 그 틈에 잭을 힘껏 밀어내고 침대에서 빠져나와 콜록거리며 숨을 거칠게 들이마셨다.

 잭의 얼굴을 때린 스탠드 등은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를 냈고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잭은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밀리온은 잭이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타 방문을 열고 뛰쳐나가며 파머를 불렀다.

 마침 주방 식탁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던 파머는 위에서 그녀가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급하게 내려 놓고 이층으로 재빨리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잭의 방으로 들어선 파머는 창문을 열고 몸을 반쯤 창밖으로 내밀은 잭이 보이자 재빨리 뛰어가서 그의 허리를 잡고서는 뒤로 잡아당겼다.

 파머에게 허리를 잡힌 잭은 뒤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창틀을 부여잡았지만 결국 그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며 자신을 끌어안은 파머와 같이 뒤로 넘어갔다.

 

 “짝-!!”

 

 먼저 일어선 파머가 자신의 큰 손바닥으로 뒤이어 일어서는 잭의 뺨을 후려쳤다.

 정통으로 뺨을 맞은 잭은 그대로 다시 쓰러져버렸고 파머는 쓰러진 잭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일층으로 끌고 내려온 다음 잭을 거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파머의 거친 힘에 거실 바닥으로 내동이쳐진 잭은 벌떡 일어나더니 잽싸게 주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 부엌칼을 집어 든 다음 소리를 지르며 파머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파머는 자신에게 달려 들은 잭을 끌어안고 소파 뒤로 넘어졌다.

 

 잠시 후 꿈틀대며 천천히 일어선 잭은 칼이 뽑힌 배를 부여잡고 쓰러져 있는 파머를 뒤로하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부엌칼을 들고 밀리온을 향해 걸어갔다.

 

 “잭-!!! 멈춰요-!!! 제발 하지 마~!!!”

 밀리온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손에 피가 잔뜩 묻은 부엌칼을 쥐고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잭을 향해 소리치며 애원했다.

 

 “시발-!!!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년 때문이라고~!!!”

 잭은 허공에 칼을 휘저으며 자신에게 소리치며 애원하는 그녀에게 거칠게 화를 냈다.

 

 “내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제발, 그 칼 좀 내려놔요. 제발.”

 밀리온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면서 잭에게 울먹이며 애원했다.

 

 “늦었어-! 밀리온. 이제 늦었다고-!, 난 널 죽인 다음 여길 뜰 거야.”

 잭은 파머의 피가 묻어있는 칼을 앞으로 내밀며 밀리온에게 한 발 한 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데 잭이 몇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쯤 그의 발을 부여잡은 손에 의해 그는 멈춰 서야 했다.

 그가 고개를 숙여 밑을 내려다보자 자신의 아버지 파머가 배에 피를 흘리며 엎드린 채 자신의 발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그만..둬..재..액..크-윽”

 

 “제기랄-!! 이거 놔요-!! 이거 놓으라구-!!!”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을 말리는 파머를 본 잭은 소리치며 자신의 발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들고 있던 부엌칼로 마구 찔러 댔다.

 

 칼에 찔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파머는 잡고 있던 잭의 발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으아아아-!! 놔-!!! 놔-!!!, 놓으라고-!!!”

 파머의 손을 찌르던 잭은 파머가 놓지 않자 괴성을 지르며 파머의 등을 사정없이 찔러 댔다.

 

 “그만-!!!! 그만해-!!! 잭-!!!”

 그런 그를 보고 있던 밀리온은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식탁 의자를 들고나와 잭에게 소리를 지르며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밀리온이 있는 힘껏 내리친 식탁 의자에 머리를 맞은 잭은 파머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고여 있는 거실 바닥으로 얼굴을 처박았다.

 잭을 내리친 후 다리가 풀려버린 밀리온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넋이 나간 채 숨을 끅끅거리다 이내 긴 숨을 뱉아 내며 죽어버린 파머를 멍하니 바라만 봤다.

 

 “털-털-털-털-털- 부르르- 틱-“

 

 잠시 뒤, 레이네 마을에 기름을 채우러 갔던 케네스의 짐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밀리온의 귀에 들려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밀리온은 눈물을 흘리며 죽어 있는 파머에게 다가갔다.

 짐차에서 레이네 마을 시장에서 사 온 물건들을 내린 후 파머의 집 안으로 들어간 브리가는 거실에 쓰러져 있는 잭과 그 옆에 피가 흥건한 바닥에 엎드려 있는 파머를 부르며 울고 있는 밀리온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밀리온이 파머를 흔들 때마다 파머의 등에서 피가 꾸역꾸역 솟아오르는 것을 본 브리가는 그녀에게 달려가 파머 곁에서 때 낸 다음 소파에 앉혔다.

 뒤따라 들어온 케네스도 이 광경을 놀란 눈으로 보더니 얼른 브리가의 옆으로 가서 밀리온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다친 곳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파머가 칼에 찔려 죽은 것에 충격을 심하게 받은 듯 흐린 눈으로 파머만 쳐다보며 훌쩍였다. 파머에게로 다가가서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케네스는 브리가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쓰러져 있는 잭의 손이 찐득한 피가 잔뜩 묻어 있는 부엌칼을 꽉 잡고 있는 것을 본 케네스는 잭이 한 짓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다. 그는 쓰러져있는 잭의 상태도 확인했다.

 케네스는 그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린 게 보였지만 어느 정도 피가 굳어 더 이상의 출혈은 없어 보였다. 목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케네스는 잭이 머리의 충격으로 기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케네스는 파머의 집에서 일어난 일을 알려주고 잭의 상처를 치료해줄 진료소 사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소르바겐 마을 촌장 브리스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기로 아무도 보내줄 수 없다고 하는군.”

 얼마 동안 브리스와 전화 통화를 하던 케네스는 놀란 얼굴로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브리가에게 말했다.

 

 “아무도 보내줄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케네스에게 침대에서 벗겨낸 시트를 건네던 브리가는 놀란 얼굴로 자신을 보는 그에게 물었다.

 

 “그게, 마을 근처에서 곰 같은 짐승에게 큰 상처를 입고 죽어 있는 여자가 발견돼서 다들 그리로 갔다는 군.”

 시트를 건네받은 케네스는 피 웅덩이에 엎드려 있는 파머를 쳐다보며 브리가에게 말했다.

 

 “이런... 그런데, 곰이라니 그거 이상하군. 여기에 그런 짐승이 있었나?”

 

 “그러게 나도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케네스는 중얼거리며 브리가에게 건네받은 흰색 시트로 죽은 파머를 덮어갔다.

 

 그리고 잭의 손발을 묶어 소파에 눕혀 놓은 케네스와 브리가는 밀리온을 짐차의 뒷좌석에 앉힌 후 Å(오)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들은 좀 전에 소르바겐 촌장 브리스에게서 온 전화를 받기도 했지만 더 이곳에 있어봐야 밀리온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얼른 여길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서둘러 짐차를 타고 떠난 그들은 파머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를 지나다 길가에서 사람들이 랜턴을 켜고 무언가를 옮기는 것이 보였다. 그들 중에는 진료소에서 나온 사람들도 보였다. 도로 옆길에 짐 차를 세운 후 케네스와 브리가는 뒷좌석에 밀리온을 남겨둔 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다가가는 그들의 눈에 사람 형체로 보이는 것이 들것에 실려 있는 게 보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본 케네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고 브리가는 몸을 돌려 토악질을 해댔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린 케네스는 끔찍하게 죽어 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니 그가 아는 얼굴이었다. 죽은 여자는 홀멘 식당에서 일하는 베요네였다.

 홀멘 식당에서 가끔 저녁을 먹었던 케네스는 죽은 베요네를 보자 마음이 착잡했다.

 허리 위로는 입고 있던 옷이 전부 찢긴 채 발가벗겨져 있었고 허리 아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허리 아래가 떨어져 나간 배는 파먹힌 듯 뜯겨진 내장이 여기저기 들어 붙어있었다.

 오른팔은 통째로 뽑힌 듯 뜯어져 나간 피부에 살이 너덜하게 붙어있었다. 어깨와 붙어있는 목 부분도 크게 뜯겨 나가 목이 겨우 붙어있는 정도였다.

 죽은 베요네의 모습이 브리스의 말처럼 마치 곰이나 늑대 같은 짐승에게 먹혀 죽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곳엔 곰이나 늑대가 살 만한 숲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케네스였다.

 시체가 처음 발견 곳으로 시선을 돌린 케네스는 피가 쏟아져 있고 살점 같은 것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베요네의 하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토록 참혹한 살해 현장을 처음 본 케네스는 등골이 오싹해지며 공포가 전신으로 퍼졌다.

 끔찍한 그곳을 더이상 보기 힘들었는지 그는 옆에서 토악질을 계속 해대는 브리가의 등을 두드려준 다음 짐 차로 걸어갔다.

 그리고 걸어가는 케네스의 눈으로 보름달이 들어왔다.

 

 공포로 물든 눈으로 보름달을 보던 케네스의 머릿속에 창백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그에게 낮에 했던 말이 순간 떠올랐다.

 ‘보름달이 뜨면 집 밖으로 절대 나오지 마시오.’

 ‘절대 나오지 마시오.’

 그남자의 말을 계속 떠올린 케네스는 아무래도 이게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악질을 끝낸 브리가를 추스린 케네스는 짐차에 올라 타고서는 급하게 시동을 걸어 Å(오)로 출발했다.

 

 

 

 “으...머리야...”

 한편, 깨어난 잭은 머리가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를 만져가던 잭은 자신의 등 뒤로 손이 묶여 있는 걸 알게 됐다.

 “이건, 또 뭐야-!!! 아-!! 젠장-!!! 밀리온-!!!”

 

 몇 번을 더 소리친 잭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았다.

 잭은 자신의 다리가 묶인 걸 모른 채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잭은 소파에서 굴러떨어져 버렸다.

 

 “젠장-!!! 젠장-!!! 젠장-!!! 밀리온-!!! 널 꼭 죽여버리고 말겠어-!!!”

 굴러떨어진 잭은 더욱 화가 나서 욕설을 해댔다.

 

 겨우 일어선 잭은 칼을 찾아 주방 안으로 껑충껑충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독기어린 눈이 싱크대 옆에 놓여있는 칼 꽂이에 과도가 꽂혀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기뻐하며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그곳으로 껑충거리며 뛰어갔다.

 싱크대 앞에 도착한 그는 뒤로 돌아서서 손가락으로 과도를 꺼내며 흰 천에 덮여 있는 파머를 쳐다보았다.

 죽어 있는 파머를 보는 잭의 눈에는 아무런 죄책감이 보이지 않았다.

 “체- 그러게 그냥 보내주지 그랬어. 그러면 당신도 죽을 일 없었을 거 아냐.”

 

 과도가 손가락에 걸려 칼꽂이에서 빠져나오자 파머에게서 눈을 땐 그는 과도를 집어 들고 손목에 묶인 줄을 끊기 위해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여 줄이 끊어지자 그는 끈으로 묶여 있던 손목을 매만지며 밀리온을 떠올리며 잔인한 웃음을 입가에 지었다.

 “됐다-!!! 밀리온 이제 기다려 곧 죽이러 갈 테니까-! 크큭큭큭-!!”

 

 “챙!!!~와장창!!”

 

 잭이 웃고 있던 그때 갑자기 잭의 뒤쪽에 있던 커다란 주방 창문이 깨지며 사람의 하체로 보이는 물체가 날아 들어와 잭의 뒤통수를 후려친 다음 식탁 위로 떨어졌다. 그 덕에 파머가 마시다 내려놓았던 찻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아아아악-!!!!”

 

 그리고 어두운 창밖에서 회색 털로 뒤덮인 커다란 손이 불쑥 들어오더니 뒤통수에서 피가 솟구치는 잭의 머리통에 손톱을 박은 채 그대로 들어 올리더니 어둠 속으로 잭과 같이 사라져버렸다.

 

 잠시 후 파머의 집에 도착한 소르바겐의 촌장 브리스는 손과 발이 묶여 있다던 잭의 찾을 수 없었고 식탁 위에서 상체가 없는 채로 너덜거리는 여자의 하체가 양 무릎을 세운 채 놓여있는 것만 발견했다.

 

 

 Å(오)에 도착한 케네스의 짐차에서 브리가와 밀리온을 레스토랑에 내려주고 케네스는 의혹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야크의 집으로 짐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야크의 집 앞에 도착한 케네스는 집안의 불이 전부 꺼져 있고 출입문이 반쯤 열려 있는 걸 봤다.

 케네스는 집 앞에서 몇 번을 망설이며 서성이더니 결심한 듯 열려 있는 출입문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을 수리할 때 몇 번 와본 케네스는 야크가 지하에서 뭔가를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중년 남자의 말이 마음에 걸린 케네스는 지하에 내려가서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방에 있는 입구를 통해 지하로 내려간 케네스는 가져온 랜턴을 켜고 주위를 살펴봤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딱히 이상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살펴보던 케네스는 자신의 한 곳을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이상한 울림을 들려오는 걸 느꼈다. 랜턴을 아래로 가져다 댄 그는 자신의 발밑에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대로 바닥에 있는 흙을 손바닥으로 쓸어내자 시커먼 철문이 보였다. 그가 철문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들어 올리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랜턴 불빛을 통해 보였다. 그 계단을 잠시 바라보던 케네스는 랜턴을 들고 천천히 내려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와 마지막 계단을 밟고 바닥에 내려선 케네스는 온통 이상한 문자들이 가득 찬 벽을 마주했다.

 도통 알 수 없는 문자만 가득한 벽을 쳐다본 그는 아무래도 야크를 직접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올라갔다.

 

 

 “으….”

 축 늘어진 채 겨우 숨이 붙어있던 잭을 허리에 끼고 Å(오)를 향해 달려가던 야크는 자신을 막아서는 웬 남자들로 인해 달리던 걸 멈추고 경계하는 눈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그들 중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야크를 노려보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봐- 역시 그 촌장이 거짓말한 게 맞아.”

 

 그들은 낮에 촌장을 찾아온 남자들이었다.

 

 “크-르르르~!!!!”

 중년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야크는 털을 곤두세우며 이를 드러냈다.

 

 “크크큭-!, 일 년 만이군. 이번엔 도망 못 가. 야크-!”

 야크를 바라보는 중년 남자의 눈이 새빨갛게 변해갔다.

 

 남자의 눈이 새빨갛게 변해가자 남자의 몸에서 붉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붉은 살기가 다가오자 위험을 느낀 야크는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어딜-!!!”

 하지만, 중년 남자는 야크가 도망치려는 낌새를 눈치챘는지 뒷걸음질하는 야크를 향해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야크는 허리에 끼고 있던 잭의 다리를 잡고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남자를 향해 힘껏 던졌다.

 

 “흥!!!”

 중년 남자는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잭의 허리를 붉게 물든 손으로 쳐냈다.

 

 “크악!!!”

 아직 살아있던 잭은 허리가 예리하게 잘려 나가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 몸속의 뜨거운 내장을 쏟아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잭의 비명을 들은 중년 남자는 땅 위에 내려선 다음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는 잭을 바라봤다.

 “이런, 아직 살아있었던 모양이야.”

 

 눈살을 찌푸리며 잭에서 눈을 뗀 남자는 저 멀리 사라져가는 야크의 등을 바라봤다.

 

 그런 중년 남자의 옆으로 젊은 동양인 청년이 다가와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질,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저 남자가 운이 없었던 거죠.”

 

 질은 죽은 잭을 다시 보며 동양인 청년에게 말했다.

 “아냐 진우, 내가 너무 마음이 급했어. 쯧-, 이건 내 잘못이야.”

 

 “그나저나 그는 어디로 갔을까요?”

 동양인 청년 진우는 야크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질에게 물었다.

 

 “아마 자신의 보금자리로 갔겠지. 저런 짐승들이 대체로 그렇거든.”

 질은 잭의 시체를 묻기 위해 손으로 땅을 파며 말했다.

 

 “그럼 낮에 간 그 마을이겠군요.”

 

 “맞아. 그곳이지, 우린 이자를 묻어주고 거짓말쟁이 촌장에게 가보자고.”

 

 그리고 열심히 땅을 파고 있던 그들 옆에서 유령의 모습을 한 잭이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사신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끌려가고 있었다.

 

 “이자도 착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군요.”

 진우가 사신에게 끌려가는 잭의 유령을 보며 질에게 말했다.

 

 “그렇다니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군.”

 땅을 어느 정도 파낸 질이 잭의 두 동강 난 몸뚱이들을 구덩이로 집어 던져 넣으며 말했다.

 “그러게 착하게 살지.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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