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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18
작성일 : 19-10-25 07:45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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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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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쩐 일이니?”

 

  캐서린 이모가 날 보자마자 한 말이었다.

 

  “샌디에이고에 볼 일 있어서, 갔다가 집에 들렀어요. 이모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어요?”

  “잠시만, 낮에 먹다 남은 게 있는데…… 그거라도 먹을래?”

  “네, 좋아요.”

 

  이모는 갑작스런 내 방문에 놀랐지만, 한 편으로는 좋아보였다. 이모가 가장 필요한 게 사람의 온기이자 관심이었다.

 

  나는 내 방으로 가 가장 편한 옷을 집어 들었고, 욕실 문 앞에 내려놓았다. 내 몸을 감싼 더러운 옷을 허물 벗어내 듯 벗어버리고 따뜻한 물로 내 몸을 적셨다.

  이 순간은 햄버거도 샌디에이고 표지판도 아닌 내 몸을 적시는 따뜻한 물이 제일 큰 행복으로 느껴졌다.

 

  뜨거운 물에 내 손가락이 할아버지처럼 쭈글쭈글해졌다. 어찌나 피곤했는지 10년은 더 늙어버린 거 같았다.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욕실 앞에 두었던 옷을 입었다.

  한 달 반 만에 입는 옷이기 때문에 옷이 커지거나 작아지지는 않았다. 키가 조금 컸으면 좋겠다고 바랬는데, 역시 바램은 바램뿐이었다.

 

  옷을 다 갈아입고 머리에 수건을 하나 둘렀다.

  물기가 다 스며들기 바랄뿐이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로 주방으로 내려가자 캐서린 이모가 아주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았다.

  정말 보기 좋았다.

  오늘 무슨 날이라도 되는 듯 레토르트 식품은 아니었다.

 

  “이모. 이거 어디서 사온 거예요?”

 

  내가 물었다.

 

  진심이었다. 캐서린 이모의 손에서는 저렇게 보기 좋은 음식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응. 갑자기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져서 밖에서 사왔어. 혼자 먹기 싫어서 테이크아웃 되냐고 물었는데 다행히 테이크아웃이 된다네?”

 

  내 생각은 들어 맞췄다.

  이건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닌 일류 주방장이 만든 맛이었다. 때깔부터 윤기가 흐르는 게 기계의 솜씨가 아니었다.

 

  “맛있게 잘 먹을 게요.”

 

  포크를 들어 고기를 찍었다.

  고기를 한 입 베어 먹었다.

  고기는 아주 연했고, 일류에 걸맞을 정도로 맛있었다. 사실 지금은 뭘 먹어도 다 맛있을 거 같긴 하다. 신발을 뜯어 먹어도 맛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굶주렸으니까 말이다.

 

  “이모. 혹시 모츠 못 봤어요?”

  “지하실에 있어. 나는 안 먹으니까, 짐만 차지할 거 같아서 옮겨놨지. 방으로 갖다 줄까?”

  “아뇨.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그래, 내일 뭐 할 거니?”

  “내일…… 학교 가야겠죠? 친구한테 차를 빌린 거라…….”

  “엄마한텐 가보지 않을 거니?”

  “어……, 괜찮은데. 이모 혼자 가셔도……. 내일 정오까지 차 돌려주기로 해서요. 새벽 일찍 나가야 될 거 같아요.”

  “그래. 그럼 하는 수 없지. 다음에 같이 가자.”

 

  캐서린 이모의 목소리에서 들려오는 씁쓸한 음성은 외면하는 나도 죄책감 들게 했다. 캐서린 이모의 말에 분위기가 더 무거워졌다.

  불빛만 있을 뿐 이곳이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느낌이 그랬다.

 

  그렇게 좋아하던 엄마를 보러가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제는 보고 싶지도,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보고 싶고, 좋아한다면 이건 미련이다. 엄마는 우리가 캐서린 이모의 집에서 산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자살을 했다.

  엄마를 발견한 건 열 다섯 살의 나였고, 정말 참혹했다. 태어나서 이런 현장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신기했다. 빨리 회복했다.

  이곳에 온 이후로 줄곧 엄마는 이상한 모습을 보였고, 그런 엄마의 모습에 처음부터 엄마가 자살할 거라는 걸 예측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너무 심했다.

  매일 약을 복용해도 똑같았다. 나는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둘 생각까지 했지만, 캐서린 이모는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둘 수 없다고 했다.

 

  만약,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뒀으면 그 병원 안에서 밧줄을 구해 목을 메달아 자살했거나, 처참한 모습으로 아직까지 살아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엄마에게는 차라리 일찍 죽어버리는 편이 고통을 덜 받아 훨씬 나았을 거다.

 

  엄마가 병원에서 목을 메달아 자살한다면, 나나 캐서린 이모가 받을 죄책감의 크기가 너무 커 이모와 나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 할 것이다.

  그 답답한 감옥에 엄마를 가둔 건 나와 캐서린 이모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그냥 단순한 생각이기에 그 상황이 실제로 내 눈 앞에 펼쳐진다면 난 어떤 행동도 하지 못 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난 것처럼 훌훌 털고 새 삶을 살거나,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엄마가 정신병원에서 썩어가며 처참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면, 나는 절대 보러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 모습은 내가 열두 살 때로도 충분했다.

 

  내가 얼마 뒤에 안 사실인데, 얼마 뒤에 알았다고 해서 엄마의 자살에 대한 충격을 회복하지 못했을 때가 아닌 완전히 회복한 상태에서 안 사실이었다.

  그때 나는 며칠 뒤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고 행복에 차있을 때였다. 너무 행복한 나머지 권총자살이라는 아픔 따위 겪어보지 못 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엄마는 아빠가 러시아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로사 아줌마에게 듣자마자 권총으로 자살 해버렸다.

  난 엄마가 죽은 지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발견을 했었다.

  로사 아줌마에게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가 없다.

  자신 때문에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내가 로사 아줌마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지하실은 여전히 쾌쾌한 냄새가 났다.

  조명 사이로 모래알 같은 먼지들이 보였다. 살짝 입김만 불어도 먼지 뭉치들이 허공을 떠다닐 정도로 먼지가 많았다. 캐서린 이모는 지하실을 청소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기숙사에 가기 전, 나는 늘 지하실에 있었다. 지하실은 방 보다 나무 냄새가 심했고, 어두웠고, 벌레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아늑한 방 보다 쾌쾌한 지하실이 더 좋았다.

  비록 지하실이 냄새가 심하고 어둡고 벌레가 많이 나오지만 나는 이런 어두운 곳이 아늑한 곳 보다 더 좋았다.

  나는 내가 지하실을 좋아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말해줄 수 없었다. 그게 캐서린 이모였다고 해도 말이다.

 

  엄마의 자살 이후에 나는 숨을 곳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친구도 별로 없었기에 숨을 곳도 없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지하실이었다. 우울하고, 울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땐 줄곧 지하실로 내려와서 생각에 잠들었다. 지하실에 있을 때마다 내 코를 찌르는 레토르트 식품 냄새와 내 뱃속을 요동치는 소리에 지하실에서 주방으로 올라갔다.

  난 늘 이랬다. 특별한 것도 없이, 대화할 사람도 없이 지하실로 내려와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며 잠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외로운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 시간에 친구를 만들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힘든 일을 다 잊어버리면 돼 라며 짧은 시간동안 생각했다. 아마 스쳐간 게 맞는 거 같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더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걸 깨달아버렸다.

  어렸을 적 나는 많은 것에 상처를 받았기에 친구를 만드는 게 정말 어려웠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난 잊고 싶었던 걸 잊고 있었다.

  그만큼 나는 지금의 생활이 마음에 든다.

 

  내 눈 앞에 커다란 박스 하나가 있다. 나는 그 박스 위에 쌓인 먼지를 향해 입김을 불었고, 먼지가 내 코에 맴돌자 재채기를 해버렸다.

  콧물과 침이 나왔다.

  너무 큰 재채기였다. 아마 캐서린 이모가 잠들었다면, 분명 내 재채기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 집에 숨어 사는 유령이라도 깨웠을지도 모르지. 그 정도로 큰 재채기 소리였다.

 

  박스 안에는 모츠가 있었다. 모츠가 정말 많았다. 오랜만에 찾아 온 행복감이었다.

  부모님이 바빠서 자연사박물관에 가지 못 한 어린아이가 드디어 자연사박물관에 입장하는 것과 맞먹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었다.

  소파에 앉아 뽀빠이를 보며 모츠를 먹던 그 어린아이. 난 그 순간 어린아이였던 내가 너무 그리워졌고, 보고 싶어졌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보고 싶었고, 그 시절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한숨소리가 너무 컸다. 하지만 한숨 소리로 캐서린 이모를 깨울 수는 없었다.

  모츠를 박스채로 옮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주머니에 모츠를 쑤셔 넣고, 손 한 가득 모츠를 담았다. 그러곤 추억이 깃든 지하실을 빠져나와 방으로 올라갔다. 방 안의 찬 공기가 내 몸을 메웠다.

  지하실에 내려가기 전과는 다른 온도의 공기였다. 분명 더 낮아졌다. 마치 내가 유령이라도 깨웠다는 듯 공기가 차가웠다.

 

  침대 옆에 있던 가방에 모츠를 담았다.

  팬티와 물통 그리고 지도 밖에 없던 홀쭉했던 가방이 어느새 뚱뚱해졌다. 난 또 그런 가방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캐럴라인 하나 줘야겠다. 진심이었다.

  모츠 스무 개 중 하나, 아마 서른 개가 있다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별 특별한 뜻은 없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저 모츠를 좋아하는 일원으로서 주는 것뿐이었다.

  크리스도 앤디도 조셉도 마이클도 다 줄 수 있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침대는 내가 눕자마자 푹 꺼졌다.

  난 침대에 몸을 맡겼고, 그와 동시에 온 몸에서 힘이 빠져버렸다. 금방 나른해졌고, 내 모든 피로가 싹 가시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주 좋았고, 아주 황홀했다.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거 같았다. 더 나아가면 우주 위를 떠다니는 기분, 그랬다. 너무 편했고, 너무 행복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은 역시 집이였다.

  분명 루즈벨트도 집을 제일 좋아할 거고, 빌어먹을 히틀러도 집을 제일 좋아할 거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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