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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늘에서 떨어진 소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8.29

"소원성취부 '별이 쏟아지는 밤'에서 나왔습니다. 39312번 고객님, 당첨되셔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원 없는데요."

"네? 분명, 접수 되셨는데..."

태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 앞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소원이 없다고? 서류를 내려다뵈 분명 무언가 소원이 접수가 되어있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지 않으셨나요?"

"안 빌었는데..."

태루는 눈을 깜빡였다. 의뢰인의 소원을 들어줘야만 돌아갈 수 있는데...
과연, 태루는 소원을 이뤄주고 돌아갈 수 있을까?

<<소원을 이루어주는 천구(별똥별)와 소원없는 여자의 이야기>>

 
7. 물망초 (2)
작성일 : 19-10-24 23:54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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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루는 고개를 들어 밭을 살폈다. 아직 반도 다 뽑지 못한 풀들이 습기 가득한 여름의 푹한 바람에 흔들리며 그를 비웃고 있었다. 태루는 나무 밑으로 가서 앉았다. 계속해서 풀을 뽑다간 또다시 쓰러질 것이 뻔했기에 시원한 그늘에 앉아 인수가 챙겨준 얼음물을 마시며 목에 건 미니 선풍기의 버튼을 눌렀다.

  시원스런 매미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벌써 쉬시는 겁니까?”

 

  아직 펄펄한 듯 사빈이 부지런히 풀을 뽑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도 태루는 처음 사빈과 경쟁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시 일지 않았다.

 

  “넌 부추나 뽑지 마.”

 

  “이제 그런 실수는 하지 않습니다!”

 

  “너 지금 뽑은 거 깻잎이야.”

 

  “우왁!”

 

  태루의 지적에 사빈이 자신의 손에 들린 어린 깻잎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옆에 있던 커다란 잡초를 뽑으려다 함께 뽑힌 모양이었다. 뿌리까지 뽑힌 어린 깻잎은 여린 뿌리를 부끄럽게 드러내고 사빈의 손에서 흔들렸다.

 

  “얼른 다시 심어.”

 

  사빈은 뿌리와의 아이컨텍을 끝내고 서둘러 사빈의 말대로 깻잎을 다시 심어주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소원을 빌지 짐작이나 되십니까?”

 

  “그런 게 됐다면 진작 소원을 이뤄줬겠지.”

 

  인수의 소원은 짐작조차도 할 수 없었다. 본인의 소원을 모르는 사람이라니... 아니, 모르는 게 맞는 걸까? 혹시 소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닐까? 인수는 어떠한 일이 생기면 본인이 해결하고자 했다. 타인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자신이 해도 되는 일이면 굳이 부탁하지 않는다. 잡초 뽑기도 태루와 사빈이 부탁하다시피 하는 일이었다.

  강인수라는 사람은 정말 흥미가 생기는 사람이었다.

 

  “어?! 태루씨... 이거 진짜입니까?”

 

  “뭐가?”

 

  “태루씨한테는 연락이 안 왔습니까?”

 

  “그러니까 뭐가?”

 

  열심히 깻잎을 심고 다시금 잡초의 머리끄댕이를 잡아 뜯던 사빈은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보고는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말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 모습에 태루가 물었지만 사빈은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얘기를 해. 얘기를.”

 

  “나오님이...”

 

  “누나가 왜?”

 

  “나오님이 지상에 오신다고 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태루는 달렸다. 미니선풍기도 머리 위에서 흔들리던 밀짚모자도 목에 아슬아슬 걸쳐져있던 수건도 모두 이리저리로 날아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오가 오게 되면 분명 말을 할 것임을 태루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여태껏 잊고 있던 인수도 결국엔 기억해내게 될 것이다. 그건 원하지 않았다. 슬픔을 간직하는 건 태루 자신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수가 슬퍼할 필요는 없었다.

  한 번 넘어졌지만 그래도 태루는 일어나 달렸다. 분명 가까웠을 터인 인수의 집까지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

  “안녕?”

 

  새빨간 립스틱, 검고 긴 생머리,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이는 벨벳 소재의 바이올렛 빛깔의 드레스- 인수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여인이 실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숨을 삼켰다. 도도한 목소리까지도 매력이 넘치는 그 모습에 감탄이외의 것은 입 밖으로 그 무엇 하나 뱉을 수 없었다.

 

  “우리 구면인가?”

 

  “저는 처음 뵙는데요...?”

 

  인수의 말에 나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나오는 마당과 인수의 집 외관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여자 혼자 살기에 넓지만 그렇다고 썩 좋아보이는 집은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우리 태루가 지금 생활하고 있다는 거지?”

 

  “태루씨라면... 혹시 그 쪽도 하늘에서 왔나요? 천구?”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내가 별똥별 소원 주식회사 오너야. 태루의 누나이자 상사고. 그쪽은 이번 태루의 고객 맞지?”

 

  인수는 나오의 행동하나하나에 시선을 빼앗겼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뱉는 말은 하나하나 고막에 들어와 박혔다. 정말이지 매력적인 사람 아니, 천구였다. 태루와 닮아서 그런지 생긴 것도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 태루가 너무 늦게 와서 말이야. 내가 마중을 좀 나와봤는 데. 정말로 소원 없어?”

 

  “여러 소원에 도전해봤지만 이뤘으면 하는 소원이 딱히 없어서요.”

 

  “돈도 싫어하나? 사람은 돈을 좋아하잖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것도 아니라 그런지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하거나 로또 당첨에 관해서는 이미 빌어봤는데 소용없었어요.”

 

  인수의 진정한 소원이 아니라고 나오는 통에 그 소원은 빌 수 없었다. 소원 카드에 그 소원이 반영이 되어야 하는데, 진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아니니 카드에 소원은 새겨지지 않았고 태루는 이루어 줄 수 없었다.

  나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보고를 받아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인수와 대면해보니 그녀의 눈 안에는 정말 욕망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만큼은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루고야 말겠다! 하는 것이 없었다. 통장 잔고에 얼마를 쌓아두고 싶다거나 명예를 얻고 싶다거나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어볼만한 소원을 그 무엇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

 

  “작가라며?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

 

  “부담스러워서요.”

 

  이건 또 무슨 신박한 대답인가.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유명해지게 해달라고 비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나오의 눈앞에서 말하고 있는 인수는 당당하게 그것들을 부정했다. ‘부담스러워서’ 단지 그 이유 하나로.

 

  “거짓말은 아니네?”

 

  아무리 봐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오는 이마를 짚었다. 1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금방 올라오지 않고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에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보고서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인물이었다.

 

  “과연 이말순의 손녀라는 건가?”

 

  “할머니를 아세요?”

 

  “너 할머니한테서 소원을 양도받은 거잖아. 당연히 알지.”

 

  인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태루에게 들었을 때와 같은 그리움이 몽글몽글하게 그녀의 가슴을 어지럽혔다. 다시금 보고 싶다는 그리움이 울컥울컥 넘어올 것만 같았다.

 

  “할머니는 왜 소원을 빌지 않으셨나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네 할머니한테 물어야지. 뭣하면 그걸 소원으로 써보는 건 어때? 이말순이 왜 소원을 너에게 양도했는지.”

 

  “그건 안 됩니다.”

 

  대문이 활짝 열리면서 태루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뛰는 것은 처음이었다. 햇빛을 막아주던 밀짚모자도 땀을 닦아주던 수건도 열을 식혀주는 미니선풍기도 모두 내팽개치고 달려온 그는 넘어져서 까진 무릎에서 피를 흘리며 숨을 헉헉대었다.

 

  “그 소원은 규칙에 어긋나서 들어드릴 수 없는 소원입니다.”

 

  “꼬장꼬장하게 규칙에 얽매여서는. 이거 하나만 들어주면 너는 천계로 돌아올 수 있어. 그러면 진급도 하고 소원도 이룰 수 있고 얼마나 좋아? 이것만 들어주면 넌 소원 1000개 다 채우는 거야. 뭐가 불만인데?”

 

  “누나는 빠져. 강인수 고객 담당은 나야.”

 

  “그래, 너야. 누가 뭐래? 네 고객 뺏으러 온 게 아니라 아주 편하고 간편한 방법을 알려주러 온 거야.”

 

  인수는 태루가 화내는 모습을 보고 꽤나 놀랐다. 사빈에게 화를 내었을 때도 놀랐지만 그 때는 몸이 딱히 좋지 않아 화를 내는 태루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인수는 화를 내고 있는 태루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화를 낼 때는 저런 얼굴을 하는 구나-

  그러다 문득 자신이 태루의 얼굴을 너무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푹 숙였다.

 

  “여기 왜 온 거야? 보고서는 꼬박꼬박 올리고 있잖아.”

 

  “누가 보고서 올리래? 네가 올라오라고.”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 돌아가.”

 

  평상시라면 나오의 말에 떨었겠지만 일이 연관되자 태루는 물러나지 않았다. 나오는 그 모습에 더욱 오기가 생겼다. 일중독자 동생이 누나도 몰라보고 저렇게 일일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더구나 이말순의 손녀인 강인수와 오래 붙어있는 것이 영 못마땅했다.

 

  “다른 사람 소원 들어주러가. 강인수 고객의 소원은 다른 천구가 들어줄 거야.”

 

  “억지 좀 그만 부려. 담당이 바뀌었다는 얘긴 보도 듣도 못했어.”

 

  “그럼 지금 봐. 듣고.”

 

  태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른 천구들이 지상에 오래 머물러도 이렇게 할 거야?”

 

  “어. 할 거야.”

 

  거짓말이었다. 태루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할 거라고 당당하게 말한 나오가 슬쩍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것을 그는 보았다. 거짓을 말할 때면 나타나는 나오의 버릇에 태루는 한숨을 쉬었다. 걱정을 하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장이 직원 일하는 데 와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사장으로써 온 게 아니고 누나로써 온 거라면 그냥 돌아가.”

 

  “사장으로 온 거야.”

 

  “거짓말. 다 티나.”

 

  한숨 섞인 말에 나오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저 얄미운 동생 녀석은 누나가 걱정이 되어서 왔는데 돌아가라는 얘기만하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열이 났다.

 

  “강인수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

 

  “일이 중요해.”

 

  인수는 이 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남매라 함은 오고가는 주먹다짐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혈연이 아니었던가. 언젠가 그녀의 친구가 말하길 남매가 혈연인 이유는 실질적으로 피터지게 싸워 그 피로 이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만큼 그 친구는 많이도 싸웠었다. 그런데 누나가 이럴 수 있는 건가?

  남동생이 있는 파란도 마찬가지였다. 남동생을 걱정하는 건 짧고 짧은 인간의 인생을 낭비하는 거라면서 남동생을 걱정하느니 자신의 앞날을 한번이라도 더 걱정하겠다던 바람직한 누나의 모습을 보였었다.

 

  ‘내 주변에 있는 남매들이 이상한 건가.’

 

  옆 나라의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에 인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점점 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이제 말려야 할 것만 같았다. 여기서 더 소리가 커지면 조용한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웬 소란이냐고 마을 어르신들이 다 뛰쳐나올 판이었다.

 

  “태루씨도 성인이고... 저도 빨리 제 소원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할 테니까 이쯤 하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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