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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에도 스위치가 있나요?
작가 : 은새옴
작품등록일 : 2016.10.7

작품을 수정하며 출간준비 중입니다.

완결 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

 
03화. 하늘 식당의 약속
작성일 : 16-10-09 07:49     조회 : 531     추천 : 3     분량 : 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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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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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못 다한 이야기가 있는 걸로 아는데.. 얘기 좀 하죠.”

 

 말을 마친 그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렇게 떨 거 없어!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잖아.’

 

 바로 곁에서 느껴지는 나무 향. 시트러스와 절묘하게 섞인.

 

 그의 향기가 숨에 섞여 훅 하고 들어오자 새옴은 화끈 얼굴이 달아올랐다.

 

 ‘저 남자하고 얽힌 일 때문에 입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구.’

 

 건하가 자신의 몸을 돌려서 새옴의 앞에 섰다.

 

 ‘아! 아버지, 심장이 왜 이렇게 뛰는 걸까요?’

 

 건하가 새옴을 향해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새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새옴도 피하지 않았다.

 

 ‘공(公)은 공(公)이고, 사(私)는 사(私)야.’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새옴은 필사적으로 중얼거렸다. 두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까지 어찌 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 이제 얘기 좀 할까요?”

 

 건하의 눈빛에 단호함이 보였다. ‘오늘은 당신에게 꼭 이야기를 듣고 말겠어!’라는 의지와 함께.

 

 “무슨 얘기요?”

 

 일단 시치미를 떼 보자.

 

 “아! 타히티 프로젝트와 관련한, 섬 여행지 추가건 말씀이신지요?”

 

 “그 얘기가 아닐 텐데.”

 

 “그럼.. 고객만족도 설문조사 정리건, 말씀이신가요?”

 

 “계속 피할 생각인가?”

 

 “네. 계속 그럴 겁니다.”

 

 자신의 입술이 멋대로 내뱉은 그 말에 우선 새옴 자신이 놀랐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태도 변화에 건하는 더욱 놀랐고.

 

 “회사잖아요. 사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긴 회사 아닌데.”

 

 “여기에서 회식이 있었고, 회식은 근무시간의 연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근무시간..이다..”

 

 나직한 음성으로 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몇 초가 흘렀을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그가 굳어있던 표정을 풀었다.

 

 평소의 부드러운 얼굴을 되찾은 건하가 담담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5년 전, 당신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내 생활은 엉망이 되었었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당장 한국으로 날아갈까? 결국.. 내가 어떻게 했을까?”

 

 새옴의 눈동자가 궁금함으로 일렁거렸다.

 

 “뉴욕에 새로 차린 회사고, 시카고 호텔 사업이고 다 뒤로 한 채 한국에 왔지. 무리를 하면서까지.”

 

 순간 뭐라 형언할 수 없었지만 새옴은 안도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안도감을 느껴? 왜?

 

 “근데 그곳에 당신이 없더라고.”

 

 건하가 그리움을 담은 눈빛으로 새옴을 바라보았다.

 

 이런. 새옴은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알았다. 떨리는 손을 겨우 맞잡으며 그녀는 다시금 마음을 단단하게 굳혔다.

 

 ‘난.. 두 번 다시 그때처럼 바보 같이 굴지는 않을 거예요.’

 

 흔들림 없는 새옴의 눈이 건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유가 있었겠지.”

 

 건하의 표정에 특유의 온화함이 배어나왔다.

 

 “오해가 있었던 것도 같고.”

 

 건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는 듯하더니, 마침내 말을 이었다.

 

 “더 묻지 않겠습니다. 새옴 씨 말대로 근무 시간이니까.”

 

 그가 조용히 새옴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나무 향기와 함께 사뿐거리는 발소리도 멀어져 갔다.

 

 휴우... 새옴은 그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새옴 씨?”

 

 “예?”

 

 “또 놀란다. 오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뇨. 무슨 일은요.”

 

 “아닌데.. 분명 무슨 일 있는데..”

 

 생긴 건 곰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겼는데, 묘하게 촉이 좋단 말야.

 

 “아! 그러고 보니, 어제 회식 때 강 이사님이랑 단둘이 얘기하더니, 혹시 그..”

 

 “송승현 씨! 일, 일 안 해요?”

 

 새옴은 서둘러 송승현의 말을 막았다.

 

 하지만, 아뿔싸. 이미 늦었나 봐.

 

 타닥타닥 탁탁, 직전까지 사무실을 울리던 타이핑 소리가 일제히 멈추었다.

 

 동시에 무시무시한 살기가 새옴을 엄습했다.

 

 새옴은 티가 나지 않도록 살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그렇지. 사무실 내 모든 여직원들의 시선이 새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악! 이건 분명, 악몽이야.

 

 “이런. 새옴 씨, 미안.”

 

 송승현은 주변의 눈치를 슥 살피더니 그 후에는 시선을 모니터에서 떼지 않았다.

 

 이봐요, 송승현 씨!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인가요? 굶주린 여우들이 득시글거리는 우리에 날 먹잇감으로 던져놨는데!

 

 “저기요, 은새옴 씨!”

 

 “예, 예에?”

 

 역시나 조해영 대리였다. 대놓고 드러내는 적의(敵意).

 

 송승현도 곁눈으로 슬쩍 조해영 대리를 쳐다본다.

 

 “방금 송승현 씨 말이 뭐죠? 단둘..이라니..?”

 

 “아..하하.. 송승현 씨가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아요. 제가 어찌 감히 강 이사님과..”

 

 타닥, 타타타닥.

 

 순간 빠른 속도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들이 새옴의 귓전을 때렸다.

 

 아니나 다를까. 조해영 대리가 흘깃 모니터 화면에 떠오른 채팅창을 확인했다.

 

 또다! 우웅.. 무서운 빠순이 언니들, 도대체 날 뭐라고 씹어대고들 있는 거지?

 

 “훗. 하긴 그렇네요. 강 이사님께서 은새옴 씨 같은 사람과 단둘이 말 섞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출신, 학력, 뭐 하나 겹치는 게 없는데...”

 

 “그렇다니까요. 하.하.하”

 

 응? 뭐지? 의외로 쉽게 풀리네?

 

 조해영 대리는 피식, 기분 나쁜 썩소를 지으며 새옴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걸 신호로 사무실도 빠르게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하지만 새옴의 마음에는 또 한 번 생채기가 생겼다. 조해영 대리가 말한 ‘출신’, ‘학력’이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돌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은 강건하처럼 어마어마한 미국인 사업가를 부모로 둔 사람과는 감히 말도 섞을 수 없는 출신이라는 소리겠지.

 

 ‘칫, 은새옴 씨 같은 사람..? 그래도 언니들 같이 강건하 빠순이 같은 짓은 안 하네요!’

 

 

 *

 

 

 점심시간.

 

 다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구내식당으로 향하는데 유독 새옴만 비상구로 나왔다.

 

 “은새옴, 옥상까지 한 큐에 고고씽, 오케이?”

 

 1층 비상구 계단 앞에 선 새옴은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발끝을 바닥면에 세워 발목을 빙빙 돌리며 굳어있던 몸을 풀었다.

 손목엔 조금 전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와 우유가 든 비닐봉지가 달랑거리고 있었다.

 

 타고나길 운동 좋아하고 몸 쓰는 일에 적성을 보인 새옴이었다. 그렇다 해도 보통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대부분 운동과 담쌓고 지내게 마련.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새옴은 노블레스에 입사해 강건하와 재회하게 되면서 회사 내 어느 누구보다도 계단을 많이 이용하는 사원이 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그와 마주치면 곤란했으니까.

 

 “준비, 출발!”

 

 3층, 5층, 9층, 15층.

 

 어찌 된 게 갈수록 속도가 더 붙는 새옴이었다.

 

 목표 지점은 옥상. 스카이라운지 층이 30층이니, 옥상은 31층인 셈이다.

 

 17층, 20층, 25층.

 

 ..후우..후우..후우..

 

 다소 흐트러진 호흡을 부드럽게 조절하며 목표인 31층에 다다랐다.

 

 “얍! 도착!”

 

 건물 30층까지 최고 속도로 쉼 없이 올라온 직후였음에도 새옴의 호흡은 놀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평소보다 들숨과 날숨의 양이 조금 늘었을 뿐.

 

 더구나 계절까지 겨울이어서 땀조차 거의 흘리지 않은 새옴이었다.

 

 이러니, 겉모습만 봐서는 새옴이 바로 직전까지 30층짜리 건물의 끝과 끝을 수직으로 내달렸을 거라고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 그럼 하늘 식당에서의 만찬을 즐겨 보실까!”

 

 새옴이 옥상 문을 열었다.

 

 끼이익.

 

 “오, 생각보다 빠른데요?”

 

 옥상 문이 열리며 차가운 바람과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후욱~ 밀려들어왔다.

 

 “헉!”

 

 이 남자가 왜 여기에..?

 

 강건하, 바로 그였다.

 

 “뭐 합니까? 안 나오고. 점심시간 얼마 안 남았을 텐데..”

 

 새옴은 문을 연 그 자세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마치 dvd 되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동시에 육중한 출입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탁.

 

 건하의 손이 닫히려는 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더니 그대로 문을 다시 열어 제꼈다.

 

 “으악~”

 

 문 손잡이를 의지하고 있던 새옴의 몸이, 문이 열리는 반동으로 옥상 밖으로 튕겨 나갔다.

 

 “나이스 캐치!”

 

 자칫 넘어질 뻔했던 새옴의 몸을 받아낸 건 건하의 단단한 팔이었다.

 

 “앗, 죄송합니다!”

 

 새옴은 반사적으로 건하를 밀어 냈다.

 

 이에 새옴 손목에 걸려 있던 비닐봉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어? 이게 뭐에요?”

 

 새옴의 손목에서 비닐봉지를 빼낸 건하는 안을 들여다보더니 살짝 미소 지었다.

 

 곧이어 근처 벤치에 놓인 자신의 샌드위치를 손으로 가리켰다.

 

 “내 건 저기에 있어요. 같이 먹으면 되겠네.”

 

 “예에..”

 

 이 남자랑은 무슨 악연이기에 이리 매번 엮이는 걸까?

 

 건하와 새옴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역시 그 나이 대가 좋긴 좋네요.”

 

 컥. 콜록콜록.

 

 조용히 샌드위치만 먹던 분위기를 깨고 건하가 말을 걸어왔다.

 

 이에 사레가 들린 새옴에게 건하는 말없이 자신의 물병을 건네주었다.

 

 “괜찮아요?”

 

 “예..”

 

 건하가 건네준 물을 마신 덕분에 새옴은 빨리 진정되었다.

 

 “30층을 올라와도 멀쩡한 사람이 말 한 마디에 그렇게 콜록댑니까?”

 

 “그러게요.”

 

 “새옴 씨를 보니까, 내가 그 나이라면 정말 못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른여섯이면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와. 아직 내 나이 기억해요? 기분 좋네.”

 

 말에도 온기가 있었나?

 

 이상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겨울의 칼바람이 오롯이 느껴졌었는데.. ‘기분 좋네..’라는 건하의 말이 새옴의 전신을 휘감으며 온기를 전하는 듯했다.

 

 새옴의 뺨, 손, 가슴..

 

 그야말로 기분 좋게 퍼지는 온기에 새옴은 잠시 계절을 잊었다.

 

 “앞으로..”

 

 “예?”

 

 “앞으로 회사에서는 새옴 씨한테 그 어떤 개인적인 것도 묻지 않으려구요.”

 

 “아...”

 

 “그러니까 편하게 대해요.”

 

 새옴은 안도감과 동시에 찾아온 묘한 실망감 때문에 애써 표정을 관리해야 했다.

 

 분위기를 바꾸려 함이었을까.

 

 건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밝은 목소리로 화제를 바꾸었다.

 

 “옥상 좋죠? 여기 오는 거 종종 봤어요. 아까도 1층 비상구로 나가는 거 본 거고.”

 

 아하! 이제야 건하가 옥상에 먼저 와 있던 게 이해되었다.

 

 “제가 높은 곳을 좋아해서요..”

 

 “나도 높은 곳 좋아해요. 아주 많이.”

 

 건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새옴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바로 그 때,

 

 위이잉~

 

 옥상에 있던 환풍기가 작동하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끼이익.

 

 환풍기 소리와 거의 동시에 들린,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

 

 ‘문 소리?’

 

 건하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여기 누가 또 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 본 새옴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쳤다.

 

 ‘김태율 대리님!’

 

 옥상 문으로 서둘러 빠져나가는 남자의 뒷모습.

 

 그건 분명 김태율 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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