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겉표지 그림을 보니 딱 알 수 있었다. 일본의 '다자이 오사무'란 작가가 쓴 책. 160페이지의 짧은 가량의 책이었지만 그것 또한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하진은 그 책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 책을 보고있자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 책 재밌죠?"
하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튀어나와 재빠르게 입을 손으로 가렸다. 남자는 낯선 목소리에 책 넘기던 손을 멈추고 소리를 따라 천천히 책에 있던 시선을 들어올려 하진을 쳐다보았다. 하진은 아차하며 죄송하단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
"어. 재밌어."
굵지만 감미로운 목소리가 하진의 귀에 박혔다. 하진은 학교 남자선생이 아닌 다른 남자와 말을 주고받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얼굴을 다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진은 그 남자와 좀 더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자신 외의 그 책을 읽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지금이 기회다 싶어 입을 열었다.
"아저씨."
분명 들릴 법도 할텐데 아까의 남자 목소리는 커녕 책 넘기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하진은 다시 한 번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남자를 불렀다.
"아저씨!"
그래도 여전히 조용했다. 설마 그냥 간 것인가. 하진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후레쉬를 켰다.
남자는 가지 않고 의자에 앉아 하진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하진 또한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남자의 눈만 바라보았다.
"꺼."
"네?"
"그거."
남자는 눈으로 핸드폰을 가리키며 눈쌀을 찌푸렸다.
"아, 안돼요.."
"왜."
"어두운데서 책 보면 아저씨 눈 나빠지니까요."
남자는 아저씨란 말에 움찔거렸다. 하진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 했는지 이때다 싶어 계속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눈 안 아파요?"
".."
"아저씨?"
"남지한."
"네?"
"아저씨 아니고 남지한."
하진은 잠시 상황파악을 하고 풋 하며 웃었다. 지한은 이런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걸 안 것인지 다시 책에게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