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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광무의 꿈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대한제국의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홍종우의 삶을 보면 된다. 조선인 최초로 프랑스로 건너가 근대화를 통한 조국 조선의 부국강병의 길을 도모한 자. 김옥균 등을 수괴로 한 친일 매국노들과 벌인 흉험한 싸움. 헤이그 만국 평화회의 밀사는 이용익이었고 그의 곁에는 홍종우가 있었다. 근대사 전체를 통째로 뒤집는 위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3. 펠릭스 레가메
작성일 : 19-10-24 17:36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1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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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펠릭스 레가메

 

 

 

 

 

 

  어느 날 그에게 뮈가뷔르 신부가 어느 주소를 주며 일본인 통역을 한명 소개했다. 펠릭스 레가메라는 사람을 찾아가 보라는 것이었다. 삽화를 주로 그리는 화가이며 에밀 기메라는 사람과 이미 십여년 전에 중국과 일본을 여행하여 이곳 파리에서는 극동 문화에 가장 깊은 관심과 조예가 있는 사람이니 그에게 가 보라는 얘기였다. 귀찮은 혹을 좀 떼어보겠다는 느낌이 이제는 생생했다.

 

  펠릭스 레가메의 집은 셍 제르멩 데 프레 성당 근처였다. 파리의 신흥 부르주와지들이 잔뜩 모여들면서 각종 식당과 극장과 카페가 밀집되고 그대로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곳이다. 동행한 일본인 통역은 별로 말이 없었다. 왜소한 체격에 어깨까지 처진 자세가 무척 불쌍해 보였다. 6층 정도 되는 아파트의 입구에서 이곳에서는 가르디앙이라 불리는 문지기에게 방문을 알리자 계단을 거쳐 삼층의 아파트로 안내되었다. 문이 열리자 이름 모를 새 지저귀는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노년에 접어든 하얀 수염의 사내가 그들을 맞았다.

 

 “어서들 오시오. 연락을 받고 기다리는 참이었소.”

 

  그들은 응접실에 마주 앉아 홍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펠릭스 레가메의 부인은 하얀 두루마기에 갓을 쓴 그를 보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홍차 등속을 차려낸 후 사라져 갔다.

 

  펠릭스 레가메. 그는 파리 유수의 신문 여러 군데에 삽화도 그리고 파리 국립 미술학교의 교수이기도 한 명사 중 한명이었다. 이미 십여 년 전에 이집트와 인도 그리고 중국과 일본까지 두루 세계를 여행한 바 있었고 그 여행지의 모습을 갖가지 삽화로 그려 발표하여 파리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화가였다.

 

 “불행히도 아직 조선을 가보지 못 했소. 그 곳 역시 아름답겠죠?”

 “강산은 아름다우나 사람 사는 것이 아름답지는 못하오.”

 “귀국의 군주 전하께서는 평안하시지요?”

 “고국을 떠난 지 몇 해라 존체 강녕하신지 잘 모르오나 그다지 평안하시지는 못 하실 듯 하오.”

 “무슨 연유로 그렇단 말씀이요?”

 “조정은 간신배로 들끓고 주변 열강들은 조선의 살 쪼가리 하나라도 더 뜯어 먹겠다고 아우성이니 전하께서 어찌 평안 하시겠소.”

 “홍공은 무슨 목적으로 이곳 파리까지 오게 되었소?”

 “조선은 지금 큰 위기에 빠져 있소.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등등 온갖 열강들이 조선 땅을 자기 땅이라 여기며 능멸하고 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의 조정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있소. 내 이런 연유를 찾아서 우리 조선을 부강하고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어 나가는 데 한 몸 바칠까 하여 왔소.”

 

 통역을 하는 일본인의 프랑스어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단어를 고르느라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그의 발음을 레가메가 알아듣는데도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더구나 문제는 그 통역의 잔뜩 주눅 든 자세였다. 마치 주인어른 앞에 불려나온 하인의 모양새였다.

 

  레가메의 아파트는 정말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다. 온갖 진귀한 가구들과 그림들과 화초들로 가꿔졌고 이름 모를 이국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영롱했다. 그리고 거실의 구석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책상 의자와 갖가지 도구가 널려 있었다.

 

 “귀공은 그림을 그리는 분이구려?”

 “그렇소. 예술을 목적으로 하는 그림이라기 보단 기록을 목적으로 하는 그림이라오.”

 “조선의 화공들과 같은 일이오만 조선에서는 화공들의 대접이 이렇게 훌륭하진 못하오.”

 

  레가메는 이 기묘한 조선 남자가 궁금해졌다. 그가 파리에서 만난 대부분의 동양인들은 왜소했고 겸손했고 주눅이 잔뜩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만난 이 조선 사람은 우선 몸체가 장대했다. 옆에 앉은 일본인의 거의 두 배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160 센티미터도 안될 것 같은 일본인에 비해 거의 180 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의자 끝에 엉덩이를 겨우 붙이고 웅크리듯 앉은 일본인에 비해 그는 일국의 대사라도 된다는 듯이 허리를 쭉 펴고 의자 깊숙이 앉아 양 손을 팔걸이 올려놓고 거침없이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문득 궁금해졌다.

 

 “조선을 다스리는 건 사실 중국 아니오? 오랫동안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라 알고 있소만.”

 

 그때 그가 벌떡 일어섰다. 마치 동양의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달려드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감까지 들었다. 레가메는 싱가포르의 동물원에서 호랑이라는 동물을 처음 본 적이 있었다. 절대 굴복하지 않을 동물이었다. 아름답고 신비롭고 위엄이 넘치는 동물이지만 또한 지극히 위험해 보이는 동물이었다. 레가메는 벌떡 일어나 자신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이 호랑이의 그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우리의 말과 글을 갖고 있고 우리의 종묘사직이 사백여년이고 우리의 군주 전하와 우리의 조정과 우리의 백성들이 있소. 프랑스의 이웃 벨기에나 룩셈부르그가 프랑스의 속국이라도 된다는 것이오?”

 

 그의 지적은 지극히 논리적이었다. 조선의 국왕이 스스로 칭제하지는 못하지만 이미 조선만의 연호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그들의 언어와 문자를 갖고 있었고 듣기로는 수준 높은 인쇄 기술과 도자기 제작 기술도 유명하다 했다.

 

 “자, 앉으시오. 그건 실언인 듯 하오. 하면 홍공은 이곳 파리에서 대체 무엇을 하려 하시오?”

 

 그는 자리에 앉아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사상을 가지고 수백 년을 살아왔소.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고 새기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리며 인간의 도리가 어떠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소. 그러나 세상은 바뀌는 법. 열강의 총과 대포가 우리를 위협하고 그들의 기차와 기선이 우리 땅과 바다에 들어오고 있소. 이미 나는 이곳에 오면서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를 거쳐 왔소. 그 곳은 이미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나 다름없었소. 청나라조차도 그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가 않소. 일본은 이미 존왕양이의 지사들이 막부 정권을 폐하고 국왕 중심의 정치 체제로 유신해 나가고 있소. 우리 조선 역시 이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오. 우리의 도덕과 사상이 잘못됐다고는 생각지 않소. 하지만 우리의 체제가 서구 열강들과 어떻게 다른지, 지금 서양 열강들이 세계를 호령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소. 그리고 그 이유를 조선에 가져가서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소.”

 “홍공의 이야기는 훌륭하오. 이곳과 당신들의 나라는 아마 너무나 다를 것이오. 그 많은 것들을 많이 배우도록 하시오. 내 힘닿는 대로 도우리다.”

 

  레가메는 이 위험한 조선의 호랑이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이 사람이 헤쳐 갈 미래가 궁금했고 이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 자체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를 통해 극동 아시아의 사상 체계와 문화를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염두도 가질 수 있었다. 아니 당장 그의 초상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들은 그외 잡다한 온갖 얘기를 나누었다. 어느 덧 짧은 파리의 겨울 해가 기울었다. 두 사람의 동양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가메는 그때 그에게 자신의 집에 와서 같이 거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물론 고맙다는 뜻을 표하고 다음 날 짐을 들고 오겠다고 약속하고 문을 나섰다. 홍차 마신 등속을 치우던 레가메의 아내가 한마디 했다.

 

 “당신 또 시작이군요.”

 

  펠릭스 레가메는 오래 전 영국의 런던에 거주할 때 두 사람의 골치 아픈 식객을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짓으로 도망쳐 온 폴 베를렌느와 아르튀르 렝보. 거의 이십 년 전. 런던의 그의 집에 오래 된 친구인 폴 베를렌느가 어느 곱상한 젊은이를 데리고 찾아왔다. 그 청년의 눈빛은 세상을 다 태울 듯한 열기로 이글거렸다. 정상은 아니었다. 그는 베를렌느에게 물었었다.

 

 “자네 지금 미친건가?”

 “응. 저 미친놈에게 미친 상태네.”

 

 방을 하나 내 주었는데 그의 아내는 바로 다음 날 그들을 내쫓았다. 방음이 잘 안 되는 작은 아파트 안에서 두 남자가 밤에 내지르는 사랑의 신음소리를 도저히 참아내지 못한 것이다. 레가메 역시 그 둘을 자기의 아파트에 둘 수는 없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역시 미친 짓이었던 것이다. 그는 근처에 작은 월세 방을 하나 얻어서 그들을 내보냈다. 저주 받은 놈들. 하지만 그는 갑자기 그 친구 폴 베를렌느가 보고 싶어졌다. 그가 이 시간이면 어디서 압상트에 취해 노래를 하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또 다시 한번 그는 미친 짓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코트를 걸치고 중절모를 찾아 쓰고 거리로 나갔다. 그 동양인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내일이면 그와 더불어 술을 마시리라 생각하며 카페 뒤 마고로 걸어갔다. 뿌연 겨울비가 오렌지 색 가스등 불빛에 난무하고 있었다.

 

 

  그 프랑스 화가가 이렇게 쉽게 그를 받아 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또 다시 가죽 가방과 갓통을 들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어제의 그 집으로 들어섰다. 레가메의 거실 겸 작업실의 옆에 딸린 작은 방이 그에게 주어졌다. 일본에서도 몇 번이나 거처를 옮겨 다녔고 늘 옹색한 식객의 처지였다. 하지만 그의 갈 길은 멀고도 험했다. 그 한 몸의 영달과 부유함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하고 나중에 몇 배로 갚을 것을 스스로에게 맹세하곤 했다.

 

 첫 날의 저녁 식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자리였다. 레가메의 자녀들은 이미 모두 출가해서 없었고 저녁 테이블에는 레가메 두 부부와 그가 둘러 앉았다. 그동안 그가 주로 마셔왔던 사기 병에 담긴 싸구려 포도주가 아니라 정식의 이름표가 병에 붙은 고급의 포도주가 올라왔고 레가메 부인이 정성껏 요리한 음식이 차례를 이었다. 후식으로는 갈레트 드 루와라는 넓적한 파이 종류가 나왔는데 그 파이 위에 금박을 입힌 종이 왕관이 놓여 있었다. 그 왕관을 치우고 파이를 잘라 접시에 담아 그의 앞에 놓으면서 레가메가 얘기했다.

 

 “홍공. 오늘은 프랑스의 명절 중 하나요. 왕의 날이라고 하오. 예수님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려 찾아온 세 명의 동방박사가 왕의 탄생을 기념하는 잔치를 연 것이 그 시초라고 하오. 이 파이도 그 당시 유럽에는 없었던 아몬드라는 견과를 갈아 넣고 갖가지 동방의 향료를 넣고 만들게 된거라오. 이 갈레트라는 파이 안에는 작은 보물이 숨어 있소. 누구의 입에 들어갈 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그 보물을 입에 넣은 사람이 올해의 행운을 차지하고 오늘 밤의 왕 노릇을 하는 전통이 있소. 자, 그대의 행운을 빌어보시오. 그대가 혹시 동방박사일지도 모르는 일이오.”

 

  도자기 재질로 만들어진 페타라고 부르는 그 작은 보물은 레가메 부인의 것이었다. 여왕의 명령에 따라 저녁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레가메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고국의 가족들이 생각났다. 나도 때가 된다면 고국의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이 과자를 구워서 나눠먹고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할 수 있을까.

 

  그의 일과는 일정했다. 아침에 커피 한잔과 크루아상이라는 빵으로 아침을 먹고 약 10분 정도 걷는 거리에 위치한 알리앙스 프랑세즈로 등교를 했다. 외방전교회의 주선으로 무료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참 다행이었다.

 두 시간 정도의 강의와 두 시간 정도의 자습 시간을 가진 후 집으로 돌아와 레가메 부부와 점심 식사를 했다. 레가메 부인은 생김새와 달리 성격이 다감했고 음식 솜씨도 좋은 편이었다. 더구나 그를 위해 간혹 쌀밥을 짓고 중국 간장과 두반장을 사용해 조리한 음식을 냈다. 레가메 부부 역시 중국 음식은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그에겐 참 다행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면 이후로는 레가메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의 그림 모델을 하기도 했고 조선과 중국과 일본의 문화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아직은 그의 프랑스어 솜씨가 서툴러서 두 권 정도의 사전을 펴 놓고 수화와 필담까지 더해야 되는 형편이었다.

 

  두 사람은 거의 매일 같이 외출을 하여 파리 시내를 산책하고 여러 사람들을 같이 만나곤 했다. 특히 시간을 많이 보낸 곳은 집 근처의 카페들이었다. 카페 르 플로르, 카페 뒤 마고, 이 두 가게는 특히 단골이었다. 프랑스 남자들은 자리에 쉽게 앉지 않았다. 궐련이나 파이프 혹은 시가 등을 취향대로 피우면서 선 채로 맥주와 포도주를 마시며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었다. 갖가지 모양의 모자를 쓴 여자들이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남녀가 한 자리에 앉아서 떠드는 것은 흔히 보는 일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나 늘 그는 아주 튀는 존재였다. 그는 아직 상투를 올리고 탕건과 양반 갓에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다녔다. 그리고 흰색 장갑을 끼고 다녔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항상 흘낏거렸고 동행한 레가메에게 그 호기심을 표했다. 레가메는 자주 그를 그들에게 소개하고 인사를 시켰다. 그 두 군데의 카페에는 프랑스의 유명 인사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었다. 정치인, 학자, 사업가, 예술가, 군인 등등. 프랑스 인들은 대개 이방의 그에게 호의적이었고 예절을 갖춰 대했다. 그들의 세련된 예절을 그는 빠르게 습득했다. 그는 그가 보고 듣고 접하는 모든 것들을 배우려 노력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금방 지났다. 그 사이 레가메는 그의 초상화 두 개를 그렸고 고종 전하의 어진을 베낀 그림도 그렸다. 그의 프랑스 어 실력도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두세 달이 지나자 간단한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 되었고 사전을 펴 놓는다면 제법 깊은 얘기도 조금씩 가능해졌다. 일본에서부터 프랑스 어 문법을 기초해 놓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레가메는 그를 파리 시청의 무도회에도 동행하고 언론인, 학자, 정치인, 실업가들과의 만남도 주선하곤 했다. 주로 그의 체류를 도울 수 있는 독지가를 연결해 주려는 목적이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Le Monde)’ 신문의 주말판인 ‘르 몽드 일뤼스트레(Le Monde Illustre)’에는 최초로 프랑스를 방문한 조선인인 그의 사진과 그를 소개하는 기사를 게제해서 그를 도와줄 독지가를 공식적으로 청원하기도 했다. 그는 레가메의 도움을 얻어서 그 기사를 작성한 위베르 기자에게 감사의 편지도 썼다.

 

 어느 날 레가메는 중요한 회합에 초대 되었다는 것을 알려왔다.

 

 “파리에는 ‘여행자 모임’이라는 중요한 사교 단체가 있소. 프랑스의 마지막 국왕인 루이 필립 1세의 손자이자 사르트르 공작 전하의 아들인 앙리 도를레앙 왕자가 주도해서 만들어진 단체인데 파리의 주요 명사는 빠짐없이 참가하는 중요한 모임이요. 오는 5월 9일 저녁 식사에 초대 받았소. 그대를 무척 궁금해 하는 많은 인사들을 만나게 될 거요. 공식 만찬 후에 홍공의 연설을 듣고 싶어 하오. 그 준비를 좀 합시다. 그대에게 아마 크게 도움이 될 것이오.”

 

  두 사람은 연설문의 초안을 만들고 다듬어 그 날의 회합을 준비했다. 조선의 모습을 프랑스 유력 인사들에게 정확히 전하는 것은 그가 프랑스로 온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길고 긴 식사였다. 간단한 안주거리 같은 주전부리로 시작한 만찬은 차가운 전채, 뜨거운 전채, 생선 요리, 샐러드, 고기 요리, 모듬 치즈 등의 과정을 거쳐 거의 세 시간이나 걸렸고 드디어 만찬을 마무리하는 디저트가 나왔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 오늘 우리의 모임을 빛내주신 조선의 신사 분을 여러분께 소개코자 합니다.”

 

 소개를 받은 후 그는 갓을 고쳐 쓰고 하얗게 공들여 다려서 입은 도포를 간추린 후 만찬장의 정면에 나섰다. 그의 옆에는 레가메가 통역으로 나란히 섰다.

 

 “우선 저를 초청해 주신 왕자 전하와 이 모임의 여러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소개하시고 이 자리에 통역을 맡아주실 레가메 씨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 앞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명예가 주어진 기회를 빌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조선의 연대가 지금으로부터 이천 년 전으로까지 올라가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처음 이 왕국은 혼돈의 상황이었으나 중국에서 온 왕 기자가 왕국을 정립하고 규율을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 중략 - 현재 우리 조선에는 고쳐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바라건대 여러분들께서 우리 조선에 주실 훌륭한 충고와 조언들을 기대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조국을 삼 년 전에 떠나 여러 개화한 나라들을 찾아 배우고 여행하고 있습니다. 조선이 프랑스와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한지도 이미 사 년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선 사람들은 세계에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또 우리를 위협해 오는 위험을 깨달아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강력한 이웃 나라에 둘러싸여 우리 조선은 지금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나는 발전된 유럽의 선진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 외엔 우리 조선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정치, 문명의 체계를 깊이 연구하려고 일본에도 오래 체류 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 도착하여 이런 나의 신념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부디 저를 도와 프랑스의 앞선 문물을 가르쳐 주시고 위험에 빠진 조선을 위해 깊은 호의를 베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그의 연설은 그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후 디저트 접시가 치워지고 뜨거운 커피와 독한 꼬냑이 제공되기 시작하자 엽궐련을 피워 문 채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주로 동방의 정치 상황과 각 제국의 동방 정책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그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만찬이 마무리 될 때 그 모임의 주인 격인 오를레앙 왕자는 그의 애국심과 용기를 치하하는 간단한 연설과 함께 그를 돕는 모금을 제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금에 참여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 때 한 명의 카톨릭 신부 복장을 한 노인이 다가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저들을 믿지 말게. 저들의 값싼 동정을 경멸하게.”

 

 그는 그 신부의 간단한 말이 선명하게 이해되었다. 그 신부의 이름은 샤를 장 마리 롸죵. 그러나 히야신스 신부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노구의 성직자였다. 두 사람의 키는 비슷했다. 롸종 신부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자기의 명함을 전했다.

 

 “나중에 시간이 가능하면 찾아오게.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리고 북적이는 사람들 속으로 바로 사라졌다. 옆에 서 있던 레가메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 곳 파리에서 가장 강력하면서 가장 논란이 많은 사람 중 한명이오. 그대에게 관심을 보일 줄 몰랐는데 참 특이하군.”

 

 

  ‘여행자 모임’에 참석한 후 얼마가 지나 그가 레가메에게 부탁을 했다.

 

 “레가메 씨.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를 좀 해야겠습니다. 책을 좀 추천해 주시고 구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공부를 하시려오?”

 “서양 정치 체제와 그 역사를 알고 싶습니다.”

 “역사책으로 유럽의 정치 체제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거요. 서양 정치 역사는 내가 직접 설명해 주리다. 대신 이거부터 읽어 보시오.”

 

 레가메가 내민 책에는 금박의 글씨로 "IL PRINCIPE"라고 적혀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었다.

 

 “근대적 서양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선 피렌체를 공부하는 것이 그 첫발이오. 특히 이 사람 마키아벨리는 그 정치 철학의 근본이라 볼 수 있소. 이 사람의 주장 중에 가장 핵심은 정치와 도덕은 별개라는 것이오. 권력은 냉철해야 하며 그 기반이 선과 악의 구분과는 별개라는 것이오.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상황에 따라 교묘히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야수 중에서도 여우와 사자의 본을 따야 한다는 것이오. 사자는 올가미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가 없고, 여우는 늑대로부터 자기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오. 따라서 올가미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여우일 필요가 있고 늑대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는 사자일 필요가 있다는 등의 주장이오. 무엇보다 공익, 특히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의 도덕적 선악에 관계없이 효율성과 유용성만을 고려하라는 것이 핵심이오. 틈나는 대로 읽고 궁금한 건 물어보시오.”

 

  그는 레가메의 말에 홀린 듯 했다. 그가 지금까지 교육 받은 유교적 도덕관과 군주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마키아벨리의 이론에 이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는 곧 물러나서 ‘군주론’에 빠져 들었다. 밤잠을 못 자고 군주론에 파고드는 그의 프랑스 어 실력은 이로 인해 더욱 발전해 갔다.

 

 

 그는 책을 읽으며 몇 가지 내용을 메모했다.

 

 1. 모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초는 좋은 군대와 좋은 법률이다.

 

 2. 민중이란 머리를 쓰다듬거나 없애 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소한 모욕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하나, 너무나 엄청난 모욕에 대해서는 감히 보복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3. 위인들 사이에서는 지난 날의 원한이 새로운 은혜를 베풂으로써 깨끗이 씻어진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요컨대 가해 행위는 한번에 해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짧은 시일 내에 끝내면 그만큼 민중의 분노도 쉽게 사라진다. 반대로 은혜는 민중이 오랫동안 음미하도록 조금씩 베풀어야 한다. 사실 인간이란 자기에게 해를 끼치리라 생각했던 자로부터 오히려 은혜를 입게 되면, 보통 때 은혜를 받은 것보다 몇 배나 더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4. 사람은 자기 부모를 죽인 원수는 세월이 지나면서 잊을 수 있어도, 부모의 유산을 가로채간 이는 평생 기억한다.

 

 5. 군주는 민중이 군주의 필요성을 느끼는 평화 시의 태도만을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평화 시에는 누구나 다 충실하고 헌신적이다. 죽음이 저 멀리 있을 때는 모두가 군주를 위해서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막상 역경에 처해서 군주가 그런 민중이 정말로 필요할 때는 도저히 헌신적인 민중을 찾아볼 수가 없다.

 

 6. 현명한 군주는 부하들이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들 스스로 충성하게 만들지만, 우둔한 군주는 위급한 상황이 되고 나서야 충성을 요구하다 배신을 당한다.

 

 7. 권력을 유지하려는 군주는 선하기만 해도 안 되고, 악인이 되는 법도 알아야 하며, 또한 그 태도를 때에 따라 행사도 하고 중지도 할 줄 알아야 한다.

 

 8. 군주는 자기네 백성을 단결시키고 충성을 지키게 하려면 잔인하다는 악평쯤은 개의치 말아야 한다. 그것은 자애심이 너무 깊어서 혼란 상태를 초래하여 급기야 시민들을 죽거나 약탈당하게 하는 군주에 비하면 소수의 몇몇을 시범적으로 처벌하여 질서를 바로잡는 잔인한 군주가 훨씬 인자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9. 요컨대 군주는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좋은 기질(인자함, 신의, 신앙심 등)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다하더라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있다. 아니, 더 대담하게 말해서, 그런 훌륭한 기질을 갖추고 항상 존중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우며,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것이 더 유익하다.

 

 10. 군주가 경멸을 당하는 이유는 변덕이 심하고 경박하며, 여성적이고 무기력하며, 결단력이 없다고 보여질 때이므로 군주는 이런 것을 하나의 암초로 생각하고 크게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로운 의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잃어서는 안 된다. 운명이 인간 활동의 절반을 주재한다고 해도, 적어도 나머지 반은 우리의 지배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11. 진실을 듣더라도 군주는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야한다. 그러나 아무나 군주에게 솔직히 얘기할 수 있다면 군주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은 사라진다. 현명한 군주는 사려 깊은 사람들만 선발하여 그들에게 진실을 얘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것도 반드시 군주가 허용할 때만 가능토록 해야 한다.

 

  그는 이 내용을 조선의 군주께 아뢰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유교적 군주는 세상을 오로지 선과 악의 도덕률로 통치한다. 그런 시대를 지난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그의 군주에게야말로 필요한 덕목이었다.

 

 

  파리 시내의 모든 가로수에 온통 하얗게 꽃이 핀 날이었다. 신기하게도 향기가 없는 그 꽃의 이름은 마로니에였다. 그는 레가메 부부와 더불어 오데옹 극장 건너편의 시장에 나왔다. 그들 부부는 자주 시장을 다녔고 늘 부부가 함께였다. 오늘은 그도 동행하기를 청했다. 사람 사는 것을 보려면 시장을 가봐야 했다.

 파리의 시장은 장관이었다. 말끔한 철조 건물의 내부에 반짝이는 하얀 타일이 깔린 바닥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매대는 정확히 구분된 진열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눈길을 처음으로 끈 가게는 푸줏간이었다.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고기가 쌓여 있었다. 쇠고기가 온갖 부위별로 쌓여 있었고 돼지고기는 물론 오리, 닭, 사슴, 토끼, 거위. 멧새, 메추리 등등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제각각 놓여 있었다. 특히 시뻘건 고기를 물어보니 말고기라 했다.

 조선과 일본은 육식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수백 년간 금지되어 있다가 메이지 유신으로 이제 겨우 육식을 허용한 일본도 그렇고, 그다지 잡아먹을 가축이 없는 조선도 그렇고 육식과는 거리가 먼 나라들이었다. 마을에서 가끔 잡는 돼지와 개를 나눠 먹든지, 집에서 키우는 닭이나 좀 잡아먹는 게 다였던 조선에서 이 정도의 온갖 고기가 쌓여 있는 장관은 본 적이 없었다.

 레가메 부부는 이곳에서 온갖 종류의 고기를 구입했다. 이들은 주식이 고기인 사람들이다. 매일의 식탁에 고기가 빠지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주식이 쌀과 콩과 채소 종류인 조선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들의 몸체가 이토록 크고 단단한 것이 육식과 관계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어물전과 과일전이었다. 역시 고국에선 보지 못했던 이국의 온갖 생선들과 과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치즈 종류를 파는 가게 앞에서는 코를 막으며 지났다. 프랑스의 나라가 얼마나 부강한 지를 시장에서 그는 다시금 깨달았다. 이곳의 가난한 자들조차 조선의 갑부들처럼 먹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조선에서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일본에서는 별 수 없이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이 곳 프랑스에서 배워야 할 기술 중 하나가 요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랑스 요리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최고급 요리로 칭송되고 있었다. 나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국가의 공식적인 만찬은 거의 프랑스 식 요리로 차려지고 프랑스 식 식사 예절로 치러지곤 했다.

 지금의 조선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온 숙수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 날 저녁부터 그는 레가메 부인의 주방 일을 도우며 그녀의 조리법을 하나씩 배워 나갔다. 그는 고국의 군주를 위해 요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역시 그의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할 날을 꿈꾸곤 했다. 레가메 가족과는 제법 잘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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