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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크리스마스 징크스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10.24

크리스마스에 대해 징크스를 갖게 된 여주인공의 얘기를 다루었습니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크리스마스 시기에 만나게 되어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재미나게 그려보려 노력했습니다. 작품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징크스 14
작성일 : 19-10-24 13:25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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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그게 어때서요? 무슨 문제 있으세요?”

  “이거 봐, 아가씨. 여기 유통기한 날짜 보이지?”

  사실 유통기한 날짜가 보이지 않는다. 아줌마가 그걸 자길 향해 들고 있으니.

  “유통기한이요? 잠시만요. 지금 그게 손님 손에 가려서요.”

  일부러 거칠게 날짜가 내게 보이도록 휙, 돌렸다. 아줌마가 멈칫, 거리더니 내 손으로 물건을 넘긴다. 12월 23일. 그래, 하루 지났네. 유통기한 지난 물건 샀다고 변상해달라고 하시는 건가요? 잠깐만. 아니지. 아직 구입하지 않았잖아? 그럼 내가 어떻게 변상을 해줘?

  “어제 날짜네요.”

  “먹거리 장사하는 데서 날짜 지난 물건 팔다 그걸 먹고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겨우 하루 지났거든요. 그렇게 대꾸할 수는 없었다. 하루라도 날짜가 지난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 쳐도 이 아줌마가 그걸 왜 일일이 감시하고 다니는 거지? 설마 사장님 가족인가?

  “그렇네요. 날짜 ‘하루’ 지났네요.”

  무심코 하루를 강하게 발음했다.

  “지금 하루 지났다고 별 거 아니라 그러는 거야?”

  아줌마가 내 손에서 그 음료를 잡아채려하자 반사적으로 얼른 뒤로 뺐다.

  “아니요. 그런 말씀 드린 적 없는데요. 날짜 지났다고 했거든요.”

  “유통기한이 왜 있는데? 딱, 그 날짜까지만 팔라고 명시하는 숫자라고. 하루라고 그냥 넘어가려고? 지린 똥은 똥 아니야?”

  어휴, 지린 똥?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해야 해? 참아라, 희진아. 참아야 하느니라. 손 닿는 곳에 바늘만 있었어도 내 허벅지를 그냥 확, 찔러버리고 싶다. 아니지. 왜 내 허벅지야? 찔러도 저 아줌마 허벅지 찔러야지.

  “다음부터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줌마가 손을 흔들어 대서 음료를 뺏기지 않도록 아예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그랬더니 더욱 열을 낸다.

  “흥, 증거인멸 하려고 그러지? 나이도 별로 안 먹은 게 영악해가지고. 내가 신고라도 해봐. 여기 바로 문 닫는다고.”

  유통기한 날짜 하루 지난 물건 팔았다고 문을 닫으라는 법이 있나? 아줌마 말에 괜히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휴대폰 열고 검색해보긴 그렇고.

  “알려주셔서 감사하네요. 앞으로 조심하도록 할게요.”

  안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호기심이 들었는지 근호 오빠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아, 더 열 받게 이런 상황에서 들어오냐고. 내게 겁을 먹었는지 차마 매장 안쪽으로 다가오진 못하고 에둘러서 저 멀리 돌아간다. 겁쟁이. 바보. 멍청이. 머저리, 말미잘.

  “흥.”

  아줌마가 콧방귀를 한 번 더 뀌더니 팔짱을 껴서 가슴 앞으로 모은다. 뭔가 할 말이 더 남았다는 식으로.

  “흠, 에흠, 험.”

  이번엔 헛기침을 한다. 왜 이래, 이 아줌마?

  “저기 말야, 아가씨. 파파라치는 말 알아?”

  “파파라치요? 그거 연예인들 쫓아다니면서 사진 찍는 사람들 칭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연예인들만 쫓아다니는 게 아니야. 요즘엔 나라에서 운영하는 신고 포상제도가 워낙 잘 돼 있어서 그런 거 신고하고 상금 타먹으려고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들 많아. 그런 사람들에 파파라치를 붙여서 일컫는다고. 폰파라치, 학파라치 그런 말 들어봤지?”

  그래서요? 이거 이상하게 이야기가 나아가는데?

  “네, 좋은 정보 감사하네요.”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얼른 아줌마 내보내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다. 저도 할 일 많거든요. 사과했으니까 빨리 가시라고요. 게다가 저기 꼴 보기 싫은 옆 손님도 처리해야 하거든요.

  “내가 굳이 나라에 신고해서 이 점포 망하는 꼴 보고 싶다는 게 아니잖아. 나라에 신고해도 포상이 나오는데, 그런 문제 발생하기 전에 여기 편의점에 알려줬으니 내게 일말의 보상이라도 해야 하지 않아?”

  아, 그런 뜻이었다. 자기한테 성의를 보이라고. 아니, 그 물건을 산 것도 아니고 내게 들고 와서 보여준 건데 무슨 보상을 하라고.

  “저, 있잖아요, 손님. 지금 이걸 구입하신 게 아니라서 제가 변상을 해드리기도 그렇고, 저는 일개 점원이라 함부로 보상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어요.”

  내가 그렇게 미적거리자 아줌마가 팔짱 낀 자세에 힘이 들어가고 목이 더욱 꼿꼿이 선다.

  “그럼 사장 부르던가.”

  에휴, 그냥, 확. 오늘 진짜 제대로네. 근무시간 끝나려면 얼마 남았지? 하루가 정말, 길다, 길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근호 오빠가 근처로 와서 귀를 쫑긋, 세우고 엿듣고 있다. 손에는 물건을 고르고 있다는 표시로 사지도 않을 초코칩 쿠키를 들고. 그런 오빠를 아줌마도 발견했다.

  “저기, 이봐요, 총각. 내 말이 일리가 있지 않아? 문 닫을 뻔한 걸 막아줬는데 감사하는 성의라도 보여야 도리지.”

  “무슨 일로 문을 닫아요?”

  아, 오빠가 그걸 왜 묻는데?

  “저기 아가씨가 들고 있는 거 보이지? 저게 유통기한이 지났더라고. 내가 기껏 알려줬는데 고마운 마음도 없어. 그걸 신고했으면 여기 바로 영업정지야.”

  근호 오빠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유통기한 날짜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양 커피음료를 힐끔, 거린다.

  “그, 그럼, 날짜가 지났는데 바꿔줘야 하지, 않, 나, ······, 요?”

  오빠가 말을 꺼내다가 내가 매섭게 쏘아보자 끝은 매우 조심스럽게 마무리 한다.

  “저기요, 손님. 잘 모르고 그렇게 얘기하시는데요. 이분께서 그 물건을 구입하신 게 아니라서 제가 바꿔드릴 수가 없네요.”

  “아, 구입하신 게 아닌가요?”

  내 말을 듣고 이번엔 멀뚱히 아줌마를 본다.

  “내가 구입은 안 했지만 미리 알려준 거라고. 구입해서 마시기라도 했다 탈이라도 났어 봐. 그 뒷감당은 어쩔 건데?”

  “그, 그렇죠. 그럼 큰일이죠.”

  아, 머저리, 진짜. 자기 일도 아닌데 끼어들지 말라고! 그래, 일단 이 아줌마 내보내자.

  “저희 편의점을 그렇게 아껴주시고 염려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객 성원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고객님께서 드리는 감사의 마음입니다.”

  앞에 잡히는 대로 껌을 하나 집어 들었다. 아줌마는 내가 내미는 껌을 받지 않고 시큰둥하게 쳐다만 본다.

  “껌? 내가 무슨 앤 줄 알아?”

  아줌마는 뒤로 돌아서 매장 안을 훑는다. 세 개들이 치약과 대자 고무장갑을 집는다. 아, 진짜. 유통기한 날짜 지난 거 하나 잡았다고 그걸로 팔자 고치려고 하시나요?

  “이걸로 하지.”

  여기까지다. 이제까지 잘 참았다. 오늘 정말 닭싸움 모드가 되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보다. 최대한 목소리가 냉랭하게 들리도록 내뱉었다.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 저희도 장사하는 입장이라 그렇게 함부로 물건 방출하면 손해가 나서요.”

  “뭐?”

  아줌마 눈꼬리가 올라간다. 그러든지 말든지. 손에 든 껌을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이거요.”

  “아니, 이게 누굴 거지로 보나? 서로 좋게, 좋게 하자고 선심 써줬더니 아주 사람을 우습게 보는군.”

  선심? 그게 선심이야? 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가슴은 뜨겁게, 말은 더욱 냉랭하게.

  “아닙니다, 고객님. 고객님을 우습게 보다니요. 큰일 날 말씀이시네요. 저희는 언제나 고객을 하늘같이 우러러 보고 정중히 모시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니 서운하네요.”

  “아휴, 여우 같은 게 어디 어른을 갖고 놀려고 그래? 여봐요, 총각. 여기 이래서 어디 장사제대로 하겠어?”

  같은 손님이니까 자기 편 들어달라고 오빠에게 묻는다. 그래, 어떻게 나올 건데요? 내가 쥐어짜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내 오빠를 노려봤다. 갑자기 다들 자기를 보니까 당황했는지 얼굴이 벌게지더니 그만, 손에 든 초코칩 쿠키를 땅에 떨어뜨린다. 급하게 떨어진 쿠키를 집으려다 이번엔 곁에 걸려있던 사탕봉지를 쳐서 떨어뜨린다. 아주, 제대로 놀고 있다. 다음엔 왜, 그냥, 진열대 전체를 뒤집어 엎으시지.

  “어, 어어, 음, 그렇긴 한데 아직 돈을 치른 게 아니잖아요. 껌도 공짜로 주고 그러니까······.”

  아줌마는 기대했던 바와 달리 오빠 대답이 영 시원치 않자 바로 무시해버린다.

  “아가씨, 내가 지금 치약하고 고무장갑 받아서 무슨 대단한 팔자라도 고치려고 그러는 줄 알아?”

  제 말이 그 말이라니까요. 대놓고 얘기만 안 했지.

  “고객에 대한 성의를 보이라는 거잖아, 성의를.”

  고객도 고객 나름이지.

  “그럼 껌 두 개 드릴까요?”

  “야!”

  치약과 고무장갑이 날아와 내 어깨와 가슴팍을 때린다. 아줌마가 나를 향해 손에 든 물건을 집어던졌다. 이런, 젠장. 아니지, 아니야. 가슴은 뜨겁게, 말은 냉정하게.

  “손님. 물건을 함부로 집어던지시면 안 돼죠.”

  바닥에 떨어진 치약과 고무장갑을 집으며 악이 치밀어 오를 거라 기대했는데, 무지 속상하게도 악이 오르는 대신 눈이 젖어온다.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울기라도 하면 그땐 완전 지는 거다.

  “껌 두 개?! 내가 거지로 보여?! 거지로 보이냐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오늘, 내일 연달아 일해야 해서 기분 꿀꿀했지만 차라리 우울하게 집에만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바쁘게 일하는 게 시간도 빨리 흐르고 나을 거라 생각했다. 웬걸, 그랬는데, 아주 제대로 걸렸다. 보기 싫은 인간들이 연달아 방문하고 어이없게 매장 물건에 얻어맞고 있다. 이제 인정해야 하나 보다. 내겐 징크스가 있다고. 그것도 아주 징한 징크스. 크리스마스 징크스. 매년 크리스마스가 돌아올 때마다 험한 꼴을 당하고 연애는 깨지고 혼자서 외롭게 처참한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는 징크스. 그래, 내가 덕을 쌓지 못해서 이런 거다. 착하게 살지 못해서 이렇게 볼썽사나운 일을 매년 겪게 된 거다. 나를 그 불운한 징크스에 구해줄 왕자는커녕 마녀만 앞에서 얼쩡거린다. 치약과 고무장갑을 휘두르면서. 지독한 징크스다. 지독하게 걸려버렸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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