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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크리스마스 징크스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10.24

크리스마스에 대해 징크스를 갖게 된 여주인공의 얘기를 다루었습니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크리스마스 시기에 만나게 되어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재미나게 그려보려 노력했습니다. 작품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징크스 7
작성일 : 19-10-24 13:18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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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혼자서 일하다 보면 겪게 되는 곤란한 점 중 하나가 화장실 가는 거다. 저렇게 언제 나갈지 모를 손님이 있을 때 더욱 난감해진다. 안에 사람이 있는데 가게를 비워놓는 건 제일 삼가야 할 일이다. 하지만 갑자기 시작된 아랫배의 묵직함이 점점 더해온다. 하필 왜 저 손님 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원망스럽다. 온갖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노력해도 한 번 시작된 마려움이 어딘가로 사라지지 않는다. 저 손님 도대체 집에 갈 생각은 없는 건가. 저기요,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마음을 정해야 할 때가 왔다. 그나마 한 명 있을 때 다녀와야지 갑자기 손님들 몰려들면 그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오늘 처음 제대로 말 섞어봤는데 참 대단한 타이밍이다.

  “저, 저기 손님.”

  “예?”

  “손님한테 이런 부탁 드려서 정말 죄송한데요.”

  그래, 이미 구긴 이미지 그냥 말하고 말자.

  “제가, ······, 음,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는데, 잠시만 가게 좀 봐주실 수 있을까 하구요.”

  당황한 표정을 짓는 얼굴을 향해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봤지만 화장실만 더 가고 싶어졌다.

  “제가, 가게를요? 계산, 할 줄도 모르는데.”

  “아, 아뇨. 뭘 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제가 저쪽 화장실에 있을 건데, 혹시 손님이 오면 제가 금방 올 거라고 말씀만 해주시면 되거든요. 뭔 일 생기면 제가 있는 방향으로 소리만 질러주시면 정말, 정말 감사하겠어요. 죄송해요, 이런 부탁 드려서. 급해서 그만.”

  잠시 주저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 때문에 불쾌해졌나?

  “그러죠, 뭐.”

  아, 웃는다. 다시 그 희멀건 웃음이군. 휴. 뒤도 안 돌아보고 화장실로 뛰었다. 혹시라도 안 되겠는데요, 라고 할까 봐서. 아예 편의점에 아무도 없으면 문 잠가버리고 다녀오면 되는데 장시간 죽치고 있는 손님 있을 때가 제일 곤란하다. 손님 보고 화장실 가야하니까 나가달라고 할 수는 없는 거고.

  손을 씻고 나오면서 뭐라고 감사의 말을 전할까 생각을 해봤다. 고맙다는 말 밖에 그다지 다른 할 말이 없다. 감사의 의미로 무료 음료 서비스? 그래, 내가 그 정도도 못 쏘겠어. 문을 열고 나오자 매장 안에 그 사람 혼자가 아니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세 번째 타입의 진상 손님 중 한 명. 하필이면 이런 때. 게다가 분위기가 험악했다.

  “그러니까 그게 잠시만 기다리시라니까요.”

  “아니, 손님이 왜 기다려?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나?”

  나이가 많이 들어봤자 30대 초반쯤 됐을까? 머리 스타일은 기름을 발라 9대 1로 넘겼고 옷은 이상한 무늬의 남방 위에 가죽 재킷을 걸쳤다. 그리고 언제나 체크 바지다. 남들은 어떻게든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려고 필살의 노력을 하는데 이 손님은 자기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것 같은데 꼬박꼬박 반말에다 조금만 기다리는 줄이 길거나 자기가 찾는 물건이 없을 땐 영업을 어떻게 하냐고 빈정대기 일쑤다. 하필 왜 지금이냐고.

  “안녕하세요.”

  “아니, 신입 교육을 이렇게 시키나? 손님한테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하고. 할 줄 아는 게 없잖아.”

  인사는 받아주지도 않은 채 자기 할 말부터 한다. 진상. 이럴 땐 표정관리가 제일 어렵다. 점장님도 항상 외치는 말이 친절, 친절인데 그것도 친절해주고 싶은 고객한테나 가당찮지 이런 손님은 그냥 상대도 하기 싫다.

  “아니요, 이 분은 저희 직원이 아니고 손님이세요.”

  “손님이 왜 가게를 봐?”

  “제가 잠시 안쪽에 볼 일이 있어서······.”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쓰나? 편의점이 왜 24시간 오픈인데. 24시간 언제라도 손님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편의점 아닌가?”

  내 말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바로 자르고 들어온다. 정말 진상.

  “아주 잠깐 비운 건데요.”

  “잠깐이고 오래고 손님이 다른 손님을 받게 하는 게 말이 돼?”

  “저는 괜찮은데요.”

  내 편을 들어주려고 나서는 건 좋았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한 편이 되자 진상 손님이 더욱 열을 받았나 보다. 나보고는 이 사람이 누군지 알고 함부로 가게를 보게 하냐고 내 경솔함을 탓하더니, 그에게는 손님이 자꾸 직원 부탁 들어주면 버릇 나빠진다고 그 사람의 생각 없음을 비난했다. 내가 대꾸할 틈을 기다렸다 한 소리 하려고 할 때였다.

  “말보로.”

  “네?”

  “말보로 담배 달라고.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 없으니까 빨리.”

  욱, 하고 속에서 올라온다. 얼굴에다 말보로 담배를 던져버릴까 생각도 했는데 그 옆에 있는 손님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러다 뭔 일 나겠다는 생각이 언뜻, 스쳐서 오히려 동작을 빨리 했다.

  “여기요, 말보로 담배.”

  내 손에서 낚아채듯 담배를 받더니 돈을 카운터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던져놓고 나가버린다. 옆 손님이 진상의 뒤를 따라 나서려 해서 얼른 불러 세웠다.

  “저기, 잠깐만요.”

  그가 고개를 돌리자 ‘씩’, 소리가 날 만한 진한 웃음을 지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요.”

  입은 웃는데 이상하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정말 이럴 땐 어이가 없다. 어떻게 웃으며 울 수 있지? 내 눈이 젖는 걸 봤는지 손님의 인상이 풀어진다.

 “괜찮아요?”

  ‘후,’ 라는 깊은 숨이 밀려나온다.

  “맨날 당하는 일인데 그래도 당할 때마다 적응이 쉽게 안 되네요. 제가 웬만한 일은 잘 참고 넘기는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억울하게 당하면 그건 견디기 힘들어서요. 아, 싫다, 저런 인간.”

  분명 웃으려고 하는데 목소리마저 떨려온다. 참으려고 하니까 더 감정이 복받치나 보다. 억지로 추스르려고 심호흡을 했다 고개를 들자 나를 걱정스레 보고 있다. 할 말을 찾는 것도 같고. 내가 어색함을 깨려고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이제 나아졌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닌 거 같은데요.”

  “네에?”

  “얼굴이 벌겋게 달라 올랐고 목소리는 떨리고 눈에 눈물도 맺혔는데 아무렇지 않아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슬쩍 시계를 보더니 입을 뗀다.

  “오늘 언제 끝나요?”

  “끝나는 시간요?”

  “네에. 이런 날 그냥 지나가면 다음날도 영향 받아요. 그 날 받은 스트레스 그 날 풀어야죠.”

  “오후 근무는 10시에 끝나는데.”

  “약간 어중간한 시간이긴 하지만 술 마시기 너무 늦지는 않네요. 시간에 맞춰 올게요.”

  “술 마시자고요?”

  “술 못 마시는 건 아니죠? 간단하게 한 잔 하죠. 저 이상한 인간 같이 씹어대면서.”

  씹어대자는 말에 미소가 떠오른다. 안 될 건 뭐 있겠어. 그러자고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길게 흘렀다. 자꾸 시계를 보게 되고 점점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괜히 긴장된다. 이 사람, 분명 내 스타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나를 긴장시킨다. 그것도 일종의 매력인가? 근무 교대를 하고 나오니까 한 블록 건너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미리 와 있었나? 일단 그걸로 점수를 땄다. 난 시간 약속 못 지키는 사람 질색이니까.

  “많이 기다렸어요?”

  “10분 정도쯤 전에 도착했어요. 보통 약속 잡으면 시간 넉넉하게 해서 약속 장소 도착하거든요.”

  “그거 좋은 버릇인데요. 누군가 절 기다리는 거 싫어하고, 누가 날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안 좋아해요.”

  “흠, 공통점 하나 발견.”

  “공통점이라. 오늘 우리 공통점 한 번 제대로 찾아볼까요?”

  “먼저 갈 곳부터 정하죠. 어디로 가실래요? 아는 곳 있어요?”

  “집 근처에는······. 저기 골목 안쪽에 소주방 있어요. 나름 인테리어가 깔끔하긴 한데. 아님 저 사는 곳 근처에 치킨집 있는데 허름하긴 해도 치킨은 정말 맛있어요.”

  “제가 골라요?”

  “그러세요. 저는 두 군데 어디든 괜찮아요.”

  “그럼 맥주 마실까요? 추울 땐 소주가 어울리지만 오늘은 맥주가 끌리네요.”

  “좋아요. 치킨집 가요.”

  주로 치킨을 배달시켜 먹어서 이 시간에 여기 올 일이 없었고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붐비는 줄 처음 알았다. 20분 기다려서 겨우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화장실 바로 옆이라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녔지만 참고 그냥 있기로 했다. 술과 안주를 주문하고 미리 나온 기본 안주를 만지작거렸다. 누군가와 첫 만남으로 마주앉으면 시작할 말을 꺼내는 게 고역이다. 분위기 타서 말이 터지면 그 후론 바로 이야기가 술술 이어지는데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힘들다. 입 안으로 들어오는 강냉이가 달다. 무슨 얘기를 꺼낼까 곰곰이 생각했다. 남들 하듯 뻔한 레퍼토리로 시작할까? 추운 날씨에 관한 거나 연말이니까 일 년 돌아보는 얘기? 아님 새해 계획? 일단 알아가는 단계니까 다니는 학교나 하는 직업을 물어도 좋겠지. 학생일까? 직장인? 군복에 짧은 머리니 복학생 같긴 한데. 이렇게 머리 굴리는 나를 보며 맞은 편 앉은 저 사람은 또 얼마나 머리를 굴리고 있을까 예상하니 큭, 속으로 웃음이 올라온다. 초면에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 사람 앞으로 얼마나 오래 볼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면 좋은 친구 생겨 좋은 거고 그러다 멀어지면 그걸로 된 거다. 암튼 덕분에 급한 화장실 다녀오고 오늘 꿀꿀한 기분이 드는 날 신세 한탄할 대상이 생겼으니 족하다. 반갑습니다. 좋은 친구로 남을지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일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쪽을 알게 돼서 반갑네요. 거기도 내가 반갑기를 바랄게요. 우리 오늘 제대로 먹고 마셔 보자고요. 인생 뭐 있나요? 하루 그저 행복하게 보내면 그만인데. 앗싸, 술 나온다. 자, 좋은 시간 가지기를 바랄게요. 지, 화, 자, 조, 오, 옿, 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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