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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해방전쟁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2110년. 1910년의 한일합방 국치일로부터 200년 후. 조선 해방전쟁이 시작된다. 초인병기라 명명된 하얀색 초경세라믹 장갑의 거대 2족 보행병기를 앞세우고.

 
3. 신주쿠 겐류
작성일 : 19-10-23 16:32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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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신주쿠 겐류

 

 

 히노키 원목과 천연 화강암, 대리석으로만 꾸며진 실내 장식에 참나무를 수공으로 짜서 만든 식탁과 의자, 명인의 손길이 분명히 느껴지는 도자기 그릇들, 어디선가 조용히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도쿄에서도 최고급 요리집으로 꼽히는 겐류의 깊은 방에 젊고 아름다운 세 명의 여자가 들어섰다. 한 명은 분명히 사복 차림의 요시코였고 나머지 두 명은 프랑스 유명 브랜드임이 분명한 원피스와 핸드백을 걸친 이십대의 꽃 같은 미녀들이었다. 요시코는 평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분홍색 볼터치에 진한 색깔의 립스틱, 앉아서 그녀를 올려다보는 남자들에겐 정말 놀라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예뻤나 싶을 만큼 요시코는 반짝이는 모습이었고 충분히 멋진 옷차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멋진 종아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방에 앉아있던 세 명의 남자들이 멍하게 바라보다가 허둥지둥 일어나 그녀들을 맞았다. 나오마사와 신이치, 그리고 그들의 친구이자 동기인 츠지 마사노부였다. 신이치가 요시코를 향해 먼저 농담을 던졌다.

 

 “와. 이런 미녀를 다 보다니. 그동안 우리가 봤던 요시코는 도대체 뭐였던 거야?”

 “쓸데없는 소리. 자 인사들 해. 여긴 내 고교 후배들, 사야코, 리에. 둘 다 도쿄 제국 대학 불문학과 4학년. 그리고 이쪽은 뭐 얘기했듯이 내 동기 친구들. 여기 오야마 나오마사, 미야가와 신이치, 츠지 마사노부.”

 

 서로 인사들을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리에라고 소개된 아가씨는 발랄했다.

 

 “영광이네요. 여기 이 자리에 은사의 군도 네 분이 다 모이다니.”

 “쓸데없는 소리. 은사의 군도 이야기가 왜 나오니?”

 

 요시코의 타박에도 리에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제국의 심장이라는 육군대학교 졸업생, 그 중에서 상위 네 명에게만 하사하시는 천황폐하의 군도. 그걸 받을 네 분이 여기 다 계시는 거 이닌가요? 정말 대단들 하세요.”

 

 그렇다. 나오마사를 위시한 이 네 명이 바로 며칠 후 있을 육군 대학교의 졸업식에서 천황이 하사하는 군도를 받을 네 명의 최우수 생도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본 군부 내에서 군도조라고 불리며 이후 장성 진급은 물론이고 육군 최고 수뇌부가 될 수 있는 탄탄대로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얘기는 부끄럽습니다. 자 이제 우리 식사 하시죠.”

 

 나오마사가 말을 자르면서 손뼉을 탁 치자 방의 장지문이 활짝 열리며 무릎을 꿇은 채 대기하던 기모노 차림의 여장이 고개를 조아렸다.

 

 “주문한 대로 식사를 준비해 주시고 술도 주십시오. 그거 저번에 마셨던 것 좋더군요,”

 

 장지문이 다시 닫히자 조용하던 마사노부가 요시코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근데 요시코. 사람이 하나 부족한 거 아니야?”

 

 기다리던 남자는 세 명인데 소개하겠다는 여학생은 두 명뿐이었으니 당연한 질문이었다. 요시코는 그 질문에 콧웃음을 쳤다.

 

 “왜? 나는 절대 여자로 칠 수 없다 이거야?”

 

 신이치가 받았다.

 

 “물론 네가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는 같이, 그래 사관학교에서부터 같이.. 온갖 못볼 꼴을 다 본 사이 아니냐? 우리 셋 중 누가 털이 제일 많은지, 등등.. 레이디들 앞에서 차마 더 이상 얘기는 못하겠지만. 물론 우리도 네 생리일까지 알 정도고 말이야. 크크...”

 “인정. 하여튼 너희 셋 중 두 명에게만 기회가 있는 거야. 너희들 눈에 맞을 만한 여자가 흔치는 않잖아?”

 

 그러나 요시코의 눈빛은 나오마사에게 가 있었다. 하지만 그 나오마사의 눈빛은 다른 곳, 리에라는 아가씨에게 가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드디어 술과 더불어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잔을 채우고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잡담을 나누었다. 겐류의 음식은 훌륭했다. 간사이 식 가이세키 형식이었으나 시대에 맞는 식재료와 조리법도 적당히 받아들여 적용한 고급요리라고 할까.

 

 적당히 술이 들어가자 다들 흥겨운 분위기 속에 말들이 많아졌다. 특히 리에라는 아가씨. 그녀는 거침이 없는 스타일이었다. 돌리는 바 없이 궁금한 것을 바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여기 세 분들은 그럼 졸업 후 어디로 가시는 거죠? 이미 정해졌을 텐데.”

 

 육군대학교의 상위 성적 졸업자들의 일반적인 코스는 해외 유학이었다. 프랑스의 셍씨르 군사학교나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등으로 나갔다가 귀국 후 야전군 대대장, 연대장을 거쳐 장성 진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 그러나 이들 세 명의 선택은 약간 달랐다.

 

 “여기 나오마사는 만주로 나갈 것 같고 이 친구 마사노부는 반도로 나갈 예정. 그리고 저는 대본영 참모본부 예정이네요.”

 

 신이치의 대답에 두 아가씨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해외 유학들 안 가나요? 대개들 그렇다고 들었는데..”

 

 리에가 궁금해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해외여행이 철저히 제한되고 있는 시절이었다. 여권 발급도 제한적이었고 각국의 비자 발급도 쉽지 않았다. 철저한 고립주의가 그 시대 일본의 상식이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외국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전 국민의 대부분이었다. 젊은 여성들에게 유학을 통한 프랑스나 미국에서의 생활은 미지의 환상 그 자체였다. 더구나 그들은 불문학과 전공. 그런 점을 잘 아는 요시코가 쐐기를 박았다.

 

 “얘네들이 좀 유별나서 말야. 신이치는 정보 파트를 자원했고 마사노부는 영락없는 야전군인 체질. 나오마사 저 친구는 천생 전사니까 뭐 딱 맞게 고른 거지.”

 “정보 파트라니. 참 특이하네요. 그럼 언니는?”

 

 리에의 반문에 요시코는 유쾌하게 대답했다.

 

 “나? 그건 좀 비밀인데.. 너희들에게까지야. 뭐 어쩔 수 없지. 난 천황 폐하의 어전 시위대.”

 “와! 언니. 그럼 천황궁에 들어가는 거에요?”

 “황후 마마를 모시게 될 것 같아. 아무래도 난 여자니까.”

 “정말 대단한 영광이네요.”

 

 여자들의 수다가 이어지는 동안 남자들은 묵묵히 술만 마실 뿐이었다. 그들이 생각해도 그들의 진로는 예상 밖이었다. 승진 가능성이 극히 낮은 정보 파트를 자원한 신이치, 반도의 변방 사단으로 지원한 마사노부, 겐이치 선생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요시코, 그나마 최전방 근무를 자처한 나오마사 정도가 상식적이었다.

 

 “그럼 그.. 뭐더라? 그 거대 로봇 병기는요?”

 

 조용히 앉아 웃고만 있던 사야코의 급작스런 질문에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조용히 술만 마시던 마사노부가 조용히 대답을 했다.

 

 “그건 로봇이 아니에요. 그냥 병기죠. 인공지능 탑재가 전혀 안되어 있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살상병기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건 지난 세기 3차 제네바 협정에 의해 금지됐어요. 사야코 씨가 언급한 병기의 제대로 된 명칭은 육군 제 37식 이족 보행병기. 즉, 37,000마력짜리 이족 보행병기라는 뜻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던 사야코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근데 왜 사람들은 다 로봇이라고 하죠? 뭐 이름이 뭐더라? 타이탄이라고 하면서..”

 

 마사노부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로봇이 뭔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타이탄이란 이름은 미국 쪽에서 편의상 붙인 코드 명이에요. 미국 놈들 그 짓 잘하잖아요. 나토 코드명이라고 하지만 지들 맘대로 이름 붙이는 거. 하여튼 우리가 쓰는 이름은 아니에요.”

 “알겠어요. 그건 그런데 그럼 이번 육군대학교 군도조 중에 그.. 37식을 타게 되는 분은 누구죠? 여기 네 분 중 한 분인 건 분명할 텐데.”

 “하하.. 생각지도 못했어요. 우리 사야코 상이 밀리터리 광일줄은요. 근데 어떡하죠? 37식의 운용자는 2급 군사 기밀이랍니다. 두 분은 접근 권리가 없네요. 크크..”

 

 신이치의 입막음에 사야코의 호기심은 끝이 났다. 하지만 육군 대학교의 졸업생 군도조 중에 37식 보행병기의 탑승자가 한 명 나온다는 것은 일본의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었다.

 

 “뭐야. 그럼 나오마사 상이네 뭘.. 그쵸? 호호...”

 

 리에가 나오마사에게 잔을 부딪혀 가면서 답을 내버렸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 일본 육군의 37식은 거의 대부분 중국과 소련의 접경에 배치되어 있었다. 나오마사가 만주로 갈 거라 했으니 답은 사실 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 나오마사는 픽 웃으며 리에가 내미는 잔에 자기의 잔을 부딪히고는 술잔을 비웠다.

 

 “와 멋있다. 내 눈으로 타이탄을 타는 기사를 보게 되다니.”

 

 사야코 역시 나오마사에게 잔을 내밀어 건배를 청했다.

 

 “얘는. 37식이라니까.”

 

 요시코의 핀잔과 함께 37식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났다. 아가씨들은 이제 거대한 전투장비에 대한 관심을 접고 배우자를 찾으러 나온 본래의 목적에 맞게 세 남자들에 대한 잡다한 호기심을 채우기 시작했다.

 

 꽤나 거나했던 술자리가 끝나고 긴자의 거리엔 요시코와 나오마사 두 사람만 남았다. 리에는 신이치와 함께, 사야코는 의외로 마사노부와 함께 떠난 뒤였다.

 

 “어때? 한 잔 더 할까?”

 

 요시코의 제안에 나오마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만. 너 이미 꽤나 취했어.”

 “뜻밖이야. 너를 맘에 들어 하는 아이들이 없었다니.”

 “너 미리 언질해 놓은거 아냐? 나오마사는 내꺼니까 생각도 말라고. 흐흐.”

 “그럴 리가. 나 그렇게 뻔뻔하진 않아. 하여튼 나 그냥 집에 가고 싶진 않아. 어디든 안내하라고. 가 줄 테니까.”

 “집으로 가. 데려다 줄게.”

 

 요시코는 순순히 나오마사가 시키는 대로 지나던 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택시에 탄 후 나오마사가 요시코의 손을 잡았다. 처음이었다. 요시코가 나오마사의 손을 당겨서 깍지를 끼어왔다. 나오마사가 요시코의 상체를 당긴 다음 입술을 가져갔다. 두 사람의 첫 키스는 택시 뒷자리에서 이뤄졌다. 물론 이 시대의 택시에는 운전사가 없었다. 자율주행 중인 택시 안엔 두 사람 만이었다. 키스는 뜨거웠고 감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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