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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가 아니야
작가 : 판도라
작품등록일 : 2019.10.4

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본 인간세상과, 사람과 고양이의 생성관계, 그리고 그들의 믿음과 사랑...그들은 천사였다. 아니, 천사가 아니었다.

 
천사의 자책
작성일 : 19-10-23 02:50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7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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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그날후로 여자는 냉정하게 나를 대했고 내가 아무리 여자의 곁을 비비고 다녀도 전혀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여자의 태도에 나는 차츰 회의를 느꼈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보다가 가끔 나를 쓰다듬어주었다.

 

 “정아야, 그날 일은 잊어. 투투가 아닐수도 있잖아.”

 “투투가 맞어.”

 “왜 그렇게 단정짓지?”

 “얼마전 엄마한테 들었어. 엄마 어릴적에 어미 고양이가 출산 후 돌아앉아서 새끼를 먹고있는 장면을 목격하셨대. 그때부터 엄마는 줄곧 고양이를 섬뜩해하셨대. 내가 고양이를 기르는 걸 반대한 이유도 그거였어.”

 “어미가 새끼를 먹어?”

 “인터넷에서도 검색해봤는데 고양이 어미는 새끼를 먹을수 있어. 두가지 경우가 있어. 첫번째 경우는 어미가 영양부족으로 태반을 먹는다는게 새끼까지 먹어버린 케이스, 두번째 경우는 위험에 봉착했을 때 새끼를 안전한 지대로 숨긴다는게 배속으로 숨길 생각을 하고 입안으로 집어넣는 거야.”

 “둘다 이해 안되는 건 아니네.”

 “첫번째 경우는 이기적이고, 두번째 경우는 바보스러워. 둘중 어느 하나든지 난 투투를 용서할수 없어.”

 “그건 왜?”

 “이건 내가 알던 투투가 아니야. 완전 실망이야.”

 “거실에 감시카메라 달 걸 그랬네.”

 “농담할 기분 아니야.”

 

 여자는 얼굴을 돌렸고 남자는 여자 어깨를 다독였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고양이는…동물일뿐이야.”

 “…”

 “언제부터인가 난 얘네를 동물의 본성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게 편해.”

 “…”

 “꼭 마치…내가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처럼, 얘들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면 안돼?”

 “…감당하기 어려워.”

 

 여자는 모지름을 쓰는듯 했고 남자는 빙그레 웃었다.

 

 “세상은 우리가 감당할만한 고통만 줘. 그날 일은…힘들겠지만 이젠 잊어. 넌 얘네가 고양이여서 좋아한 것이 아니야?”

 “아니.”

 

 남자는 여자의 대답이 의외라는듯 머리를 기웃했고 여자는 천천히 그뒤 말을 이었다.

 

 “고양이가 천사같아서 좋아했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행복을 주는 천사…어느 책에선가 그랬어. 고양이의 수호천사는 악마라고…악마가 고양이의 영혼을 지배한대. 하지만 난 믿지 않았어.”

 “나도 안믿어.”

 “하지만 지금 난 믿어.”

 

 여자는 언성을 높였고 남자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악마 맞어. 악마여서 그런 참상을 저지르고도 이렇게 눈한번 깜빡하지 않을수 있어. 악마여서 이렇게 무섭게 냉정한 태도로 아이들을 잡아먹고도 꼬물만치도 슬퍼하는 티가 안나는 거야.”

 “고양이를 너무 인격화하지 마.”

 “그래도 이건 용서 못해. 적어도…적어도 투투는 자기 자식만은 알아볼줄 알았어.”

 “그러지 마, 투투 눈동자를 봐. 항상 이렇게 맑고 깨끗한 애가 아니였어? 처음에 니가 데려올 때도, 저 맑은 눈동자에 반한거 아니야?”

 “아니야, 난 바로 저기에 속은 거야.”

 

 여자는 계속 고집을 부렸고 나는 맥이 풀리는 감을 느꼈다. 나는 더 이상 여자에게 어떻게 해야 내가 흉수가 아니란걸 믿어줄수 있는지 알수 없었지만, 그날 저녁의 참사가 나에게 있어서도 더할나위없는 고통의 기억이라는 것을 여자에게 이해 시키기엔 우리 고양이 특유의 냉정한 태도가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도 잘 알고있었다.

 

 만일…만일 고양이에게도 슬퍼서 눈물 흘리는 능력이 있다면…

 

 며칠후 포포는 또다시 영역표시를 하기 시작했고 이젠 여자의 인내심도 슬슬 한계에 달한 듯 했다. 그날 문득 아파트건물관리센터 직원 여자가 찾아왔고 이웃집에서 여자의 집에 고양이가 많다고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을 여자에게 알려주었다. 여자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우리가 고양이 많은 것이 그 집에 무슨 피해라도 준 건가요?”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잘수가 없대요. 그리고 냄새도 난대요. 그집에선 원래 고양이 싫어해서…”

 “냄새?”

 “복도에 지린내가 난대요. 고양이가 오줌을 가리지 않나봐요?”

 

 여자는 포포를 돌아보았고 남자는 관리센터 직원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웃집이라면, 혹시 할머니 한분만 살고계시는 그 집 말인가요?”

 “네.”

 “그 할머니, 언젠가 저보고 고양이 한마리 달라고 하시는 걸 드릴순 없다고 거절한 적 있습니다. 고양이를 싫어하신다면 왜 고양이를 달라고 했죠? 설마 가져가서 학대하려고 그러진 않았겠죠?”

 

 관리센터 직원여자는 얼굴에 난처한 기색을 지으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글쎄…이런 일은 이웃끼리 서로 배려하면서 모순이 없게 해주세요. 민원이 들어오니 저희도 어쩔수 없답니다.”

 

 관리센터 직원여자는 둘에게 머리를 끄덕이고 나가려다 문득 시선을 포포에게 고정시켰다.

 

 “참 이쁜 아이네요, 털이 눈같네요.”

 “겉모양만 보고 속지 마세요. 성격은 제일 나쁜 아이에요.”

 

 여자는 심드렁한 태도로 관리센터 직원 여자의 말을 받았다.

 

 “성격은 얼마든지 고칠수 있죠. 저런 이쁜 아이는 성격도 고치기 쉬울거에요.”

 

 관리센터 직원여자는 그런 말 한마디를 남기고 가버렸다.

 

 그날 밤, 여자는 몰래 거실 문을 열어놓았고 호기심 많은 포포, 토미, 제리는 문틈으로 복도로 기웃거렸다. 나는 여자의 행동이 수상해서 조용히 아이들을 지키고 앉았다. 끝내는 담이 큰 포포가 복도로 발을 내디뎠고 바로 그 순간 여자는 문을 탁 닫아버렸다. 토미와 제리는 놀라서 쏜살같이 방구석으로 숨어들었다.

 

 “이젠 가…영영 가버려.”

 “야옹~~~”

 

 여자는 허탈한 기색으로 털썩 문에 기대섰고 포포는 문밖에서 문을 집어뜯으며 애절하게 울었다. 토미와 제리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여자의 뜻을 알아차렸지만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 두뇌는 여자가 한 일이 정확하다고 믿고싶었지만 가슴은 포포의 목갈린 소리에 한없이 흔들리고 었다. 나는 머리속으로 그날 밤의 참사를 떠올리며 포포에 대한 긍휼의 마음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그때의 여자와 나는, 비정한 현실에 부득불 타협해야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원망이 극도에 달한 나머지, 그 극심한 스트레스를 우리가 잠재의식속에서 미워했던 그 어떤 공통한 희생물을 통해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날 밤, 희미한 달빛아래 드러난 여자의 눈길은 그토록 낯설고 싸늘했다.

 

 그리고 그 차거운 느낌은 아직까지 내 기억의 한구석에 굳게 자리잡고 있다.

 ......

 

 포포는 그날밤 결국 울음소리를 듣고 나온 남자가 문을 여는바람에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집안으로 들어온 포포는 꼬리를 끼고 방구석으로 숨어들었고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뭔가 말할 듯 하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토미와 제리가 눈을 올롱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짧게 한숨을 쉰 후 천천히 포포의 앞으로 다가갔다.

 

 “네놈은 솔직히 이 집에서 살 자격이 없어.”

 

 내 말에 포포는 빨갛게 피발이 선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면서 몸을 떨었다.

 

 “네가 그렇게 피비린 만행을 저지르고도…무사할줄 알았니?”

 “…엄마.”

 “내가 힘이 안되어 널 대적하지 못하겠지만…이 원수…꼭 기억할거야.”

 “엄마…”

 “아직도 내가 엄마냐? 너 같은 아들은 끔찍해. 우리 이만 모든 연을 끊자.”

 “나도 어쩔수 없었어!”

 

 포포가 느닷없이 목소리를 높였고 나는 말없이 포포를 노려보았다.

 

 “그날 밤…난 너무 화가 났어. 걔네가 태어나니 온 몸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고 엄마가 걔들만 끼고있는게 죽도록 싫었어! 나도 이제는 엄마를 여자로 보지 않고 엄마로 보려고 노력했댔어. 근데 엄마는 언제부터 나에게 젖을 주지 않았잖아!”

 “그건 니가 다 컸으니까 그랬지! 그때문에 애들을 죽여?!”

 

 내 목소리는 앙칼지게 튀어나갔고 포포는 서글픈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알기론…엄마는 우리 고양이의 습성도 잘 알고있고, 사람말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생각하는 천재고양이야.”

 “그런데는?”

 “하지만 엄마도 한가지 모르는 게 있어. 엄마와 내 몸에 똑같이 흐르는 야생의 피를. 피를 보면 흥분하는 야성의 피 말이야.”

 “야생?”

 “그래…발정기에 들어서면서 난 항상 그걸 느꼈어. 이건 썅썅의 몸에선 느낄수 없는 잔인한 성정이라는 걸. 난 그건 엄마한테서 유전받았다는 걸 잘 알고있어.”

 “그래서...니가 날 닮았기때문에 그날 일이 일어난 거니? 니 죄행을 그런 변명으로 덮어감추려 하지 마.”

 “변명이 아니야…”

 

 포포는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지나면…엄만 오늘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알게 될거야.”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썅썅을 닮은 아이와 썅썅을 닮긴 했지만 코옆에 점이 나있는 아이가 배시시 눈을 떴고 여자와 남자는 그들에게 쇼썅썅과 울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쇼썅썅은 작은 썅썅이라는 뜻이였고 울울은 아마 코옆의 점이 우울하게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지은 것 같았다. 울울은 이름답지 않게 성격이 활발했고 쇼썅썅은 여린 외모처럼 작은 담을 가졌다. 남자는 그런 우리를 똑같이 관심했지만 샤료를 줄때만은 유독 제리를 한번씩 더 쓰다듬었다.

 

 “제리를 좀 봐. 얼마나 살갑게 다가드는가. 얘는 자기 외모의 부족을 성격으로 미봉하는 재간이 있어. 보면 볼수록 귀엽단 말이야.”

 “제리만 그러는게 아니야. 포포도 부르면 바로 달려와. 한번 버려서 혼났나봐.”

 

 여자가 심드렁하게 대꾸했고 남자는 문득 토미에게 머리를 돌렸다.

 

 “넌 왜 먹지 않는거냐.”

 

 토미는 남자가 다가서자 후닥닥 뒤로 물러섰고 몸을 홱 돌리더니 날렵하게 책장뒤로 숨어들어갔다. 남자는 의아한 시선으로 여자를 돌아보았다.

 

 “토미 왜 저러냐?”

 “저런지 한참 됐어. 그날후로…”

 

 여자는 탄식조로 말하더니 책장앞으로 다가가서 책장을 가볍게 두드렸다.

 

 “토미야…나와. 밥먹자.”

 

 토미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여자는 화가 났는지 책장을 콱 밀어놓았다.

 

 “콱 굶어. 이젠 더이상 상관 안할거야.”

 “정아야. 그러지 마.”

 

 남자가 여자를 말렸고 나는 여자의 찬바람 이는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 먹이를 먹고 있는 포포에게 나직히 으르릉거렸다.

 

 “다 네놈때문이야. 썅썅이 간거, 토미가 저렇게 된거, 그리고 주인 태도가 쌀쌀해진 거.”

 

 포포는 먹기를 멈추고 뒤로 둬걸음 물러섰고 나는 책장뒤에서 나온 토미를 향해 꼬리를 저었다.

 

 “토미야, 이리 와.”

 “싫어! 엄마 싫어! 다 싫어!”

 

 토미가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였고 나는 적의에 찬 토미의 시선을 마주하자 흠칫 몸을 떨었다. 언제부터 저 아이의 맑고 깨끗한 눈길에 저런 증오와 원한의 빛이 담겨있었던지…가슴 한가득 의혹이 밀려들었고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해가 서쪽에서 지고있었고 바깥은 차츰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

 

 “토미야…”

 

 나는 탄식하듯 가볍게 토미의 이름을 불렀다.

 

 “너네까지 날 싫어하면 안돼…내가 여기서 사는 이유는…이렇게 구차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그래도 너네가 있어서 그러는 건데…너까지 나한테 이러면 안돼…제발 부탁이야.”

 “우리가 어쨌는데? 싫어도 싫다고 못해? 난 내 느낌을 정확히 표현했을뿐이야.”

 

 토미는 좀전의 히스테리적인 반응과는 달리 냉정하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무기력하게 대꾸했다.

 

 “내가 대체 어떻게 하면 되겠니…”

 “포포 가라 그래.”

 

 토미의 말에 나는 포포를 돌아보았고 포포는 토미가 이해 안된다는듯 귀를 쫑긋했다.

 

 “니가 감히…”

 

 포포는 토미의 말에 꽤 화난 듯 했지만 토미는 그런 포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엄마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난 엄마를 그냥 싫어할 거야. 자기 자식도 보호하지 못하는 엄마가 무슨 엄마야. 여기 여자라곤 엄마 아니면 나라면서…이젠 나까지 밤낮 두려움에 떨어야 해?”

 

 토미의 말에 나는 가슴이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토미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제리가 서둘러 토미를 제지했다.

 

 “토미, 너 말 심하다.”

 “심하긴, 그날 밤…넌 못봤겠지만 난 다 봤어. 엄만…엄마 자격이 없어.”

 “엄마도 그러길 원치 않았어. 너 지금 엄마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이야.”

 “그러면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몸서리치는 장면들은? 어떻게 할 건데?...”

 

 토미의 반문에 제리는 말이 없었고 나는 토미를 보다가 허구픈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왜 이렇게 되었지?”

 “다 엄마탓이야. 엄마가 고집부리지 않았어도…아빤 가지 않았을 거고 그날밤 그런 참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아빠 돌려내. 엄마가 가게 했으니 엄마가 돌려내…”

 “그게 왜 엄마탓이야.”

 

 포포가 큰소리로 말했다. 포포는 꼬리를 홱홱 저으면서 당금 토미를 덮칠 듯한 태세였다.

 

 “다 썅썅때문이지. 썅썅이 안갔으면 그날 일도 없었을 거고 지금 우리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그게 왜 다 엄마탓인데! 토미 너 입조심해! 조금만 더 말해봐!”

 “난 말할 거야! 난 다 말할 거야!!!”

 

 토미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고 바로 그 순간 포포는 질풍처럼 토미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렸고 열린 문틈사이로 여자의 화난 얼굴이 보였다. 포포가 토미를 덮치는 장면이 면바로 여자에게 포착되었고 여자는 발을 한번 구르더니 방문을 열어젖히고 거실로 달려나왔다.

 

 “포포!”

 

 포포는 모든 행동을 중지했고 여자는 씽 달려와서 포포의 등을 호되게 후려갈겼다.

 

 “왜 매일 이래! 왜 맨날 말썽 일으키고 집안 부산하게 하는거야! 너 때문에 이 집안이 무슨 꼴이 되었니! 사처에 오줌을 싸면서 영역표시도 모자라서 다른 애들 괴롭히기나 해?”

 “야옹~~~”

 “너 나가! 당장 나가! 이젠 출입문으로 안내보낼거야! 니가 돌아올 길이 없게 할거야!”

 

 여자는 포포를 덥썩 끌어안더니 쥉쥉 화장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포포가 발톱을 세우면서 몸부림을 쳤고 여자는 그런 포포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여자의 호된 매에 포포는 귀를 뒤로 납작 붙이며 목을 움츠렸다. 여자는 화장실 공기창을 열자 그대로 포포를 바깥에 내던졌다. 쿵 하고 포포가 화장실 밖 베란다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언젠가 가출한적 있는 그 공기창으로 포포의 미약한 울음소리가 새여들어왔고 그 소리에 여자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무너져 내렸다.

 

 “야옹~~~”

 “이젠 되돌아오지 못해! 영영 가버려!!!”

 

 여자는 공기창밖을 향해 소리를 지르다가 폭포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야…옹…”

 

 창밖에서 포포의 목소리가 점차 미약해지고 있었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토미는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래졌고 제리는 토미의 곁에 다가가 발을 가지런히 하고 앉은 후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방안은 숨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고 여자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야옹!”

 

 바로 그때였다. 느닷없이 가까이에서 울리는 포포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가 깜짝 놀랐다. 머리를 든 나는 눈앞에 서있는 시커먼 괴물의 모습에 헉 하고 큰 숨을 들이켰다. 포포는 주방에서 기름냄새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기다란 연통을 통해 집안으로 다시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포포의 새하얀 몸에는 얼룩덜룩한 기름이 게발려 있었다. 아예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얼룩고양이가 된 포포는 거실 한복판에 서있는 여자를 향해 원망에 찬 시선을 보냈다.

 

 “야옹~~~~~~~~~~~~~~~~~~~~~”

 “포포!”

 

 얼굴에서 두손을 내린 여자는 포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포포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대었다. 여자의 얼굴에도 연통의 먼지와 기름이 발렸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포포를 힘주어 껴안았다. 포포는 여자가 껴안은 것이 숨막혔는지 끼익 소리를 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저었다. 두번이나 쫓겨났지만 두번 다 돌아온 것에 대해 포포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했고 여자는 그런 포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눈물을 좔좔 흘렸다.

 

 “포포…미안해…내가 못된 년이야. 사람을 믿는 너와, 그런 너를 쫓아내려는 사람…내가 정말 못됐어…미안해...”

 

 여자는 말을 채 끝맺지 못한채 오열하고 말았고 나는 한참 눈을 깜빡이다가 그만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코허리가 시큰해나면서 눈가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나는 드디어 울고싶다는 것이 구경 어떤 감각인지 어렴풋이 알수 있을 것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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