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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팔사구생
작가 : 시후
작품등록일 : 2016.9.10

죽지 않는 무공. 죽을 수 없는 무공을 익힌 한 사내의 이야기.

 
이리 가도 저리 가도 혼인은 운명-4
작성일 : 16-10-08 20:29     조회 : 425     추천 : 0     분량 : 5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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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응... 아... 주...게..."

 

 아이고 죽겠네.

 

 "여... 어... 야..."

 

 여기가 어디냐.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을까?

 

 가까스로 정신이 들었는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오랜 시간 삶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마약이다.

 

 약에 취해서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몸에 힘이 들어 가지 않는 건지 움직일 수가 없는 건지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행동한 탓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상황도 기분도 최악이었다.

 

 이런 상태로 약기운을 몰아내겠다고 운기를 했다간 주화입마에 빠지기 십상이다.

 

 운기란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해야했다. 술을 마시고 주정을 날리고자 운기를 하는 것도 그럴만한 정신이 아직 있으니까 가능한 거지 만취한 상태로는 술기운을 날릴 생각도 못한다. 마약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모든게 귀찮았다.

 

 "@%^%@&%$"

 

 "%&^$%#^%&"

 

 대화가 나누는 소리가 들렸지만 귀만 아플 뿐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땐 방법이 없었다. 푹자고 일어나는 것밖엔.

 

 '혈도를 짚지 왜 하필 약이야... 쓰벌...'

 

 속으로 욕설을 내뱉은 영기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내일은 비가 오겠구나."

 

 한 여인이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누군가 들었으면 콧방귀를 뀌었을 것이다. 여인이 올려다 본 밤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고 깨끗했다.

 

 도저히 비가 올 날씨가 아니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내일 비가 올 거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무슨 병이라도 앓고 있는 것일까?

 

 큰 눈망울. 오똑한 콧날. 앵두같은 입술.

 

 누가 봐도 미인임을 부정하지 못하는 여인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 보일 지경이었다.

 

 올해로 열 일곱이 된 그녀는 흑도맹주 설무백의 무남독녀 설예린이었다.

 

 설예린. 그녀는 열일 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십년간 설무백은 흑도맹주의 힘을 이용하여 설예린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설예린을 치료하는데 세상에서 손에 꼽는 내가 고수도 소용없었고 어떠한 영약으로도 치료를 할 수가 없었다.

 

 설무백이 직접 반 년가까이 추격하여 신의를 잡아와봤지만 허사였다.

 

 신의조차 설예린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왜냐면 설예린은 병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녀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팔자였고 운명이었다.

 

 설예린에겐 최측근만 알고 있는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앞날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

 

 천기를 읽을 줄 알았다.

 

 하늘이 허락지 않은 기밀을 알아서인지 설예린은 단명을 할 팔자였다. 어쩌면 대가일지도 모른다.

 

 설예린이 천기를 읽을 수 있는 이유는 태어날 때부터 상단전이 뚫려있었서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런 신체는 수천년을 자랑하는 무림역사를 뒤져봐도 찾아 볼 수 없는 경우였다.

 

 원래는 수련으로 하단전의 크기를 키우고 그다음 재능으로 중단전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는 비교 할 수 없는 피나는 노력을 한 자만이 깨달음이라는 기연을 통해 상단전을 여는 것이 순서인데 설예린은 하단전과 중단전이 막혀 있었고 오직 상단전만 열려 있었다.

 

 그럼 하단전과 상단전을 뚫어 주면 되지 않느냐? 뭘 모르는 소리다.

 

 보통 사람은 하단전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뛰어난 무인이라도 이 단전이 파괴 당하면 사람구실을 못하는 것처럼 육신의 근간이 되는 하단전이 막혀있으니 몸이 굉장히 약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몸에 무리가 갈 정도다. 무공 수련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단련도 안된 몸으로 내가 고수가 억지로 하단전을 열어주려고 했다가는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그래서 내가 고수나 영약이 소용 없었다.

 

 설예린은 밤하늘을 계속 봤다.

 

 "이맘때 였을 텐데..."

 

 죽을 날이 다가왔다. 이 년 전 자신의 명운이 어디까지인지 살펴 봤었는데 그때는 대략적인 시기밖에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꽤 정확한 날을 유추할 수 있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

 

 희미하게나마 빛났던 별이 지금은 금방이라도 꺼질듯 깜박 깜박 거렸다.

 

 "준비 해야겠다."

 

 담담한 목소리와 달리 그녀의 눈빛은 한없이 슬퍼보였다.

 

 

 

 ***

 

 

 

 그시각.

 

 설무백은 넒은 대전 안에서 혼자 쓸쓸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야차와 같은 눈빛과 한쪽 밖에 남아 있지 안은 귀, 자잘한 상처까지. 담이 작은 사람이 본다면 그자리에서 얼어 붙을 만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파의 지존이라는 흑도맹주의 위엄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모든 걸 자포자기한, 가진 것을 다 잃은 패배자의 얼굴이었다.

 

 "이딴 술이 뭐고."

 

 설무백은 들고 있던 술잔을 집어 던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 한번도 맛보기 힘든 명주가 가득 담겨 있는 술잔이었다. 벌떡 일어나 앉고 있던 의자도 집어 던졌다.

 

 "이딴 자리가 뭐고!"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호화로운 장식품들을 하나씩 집어 던졌다.

 

 "이딴 것들이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설무백의 손을 떠난 작은 도자기 하나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산산히 부셔졌다. 크기는 작아도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명기였지만 설무백에겐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다 필요 없다. 다 가져 가라. 예린이만 두고 다 가져 가라. 차라리 날 데려 가란 말이다..."

 

 악을 쓰며 지르는 목소리가 점차 작아 지더니 결국엔 흐느끼며 말을 끝마쳤다.

 

 설예린은 설무백에게 마지막 남은 핏줄이었다. 고아인 설무백은 부모가 누군지 형제가 있는지 모른다.

 

 설씨라는 성도 아내가 지어준 성이었다. 처음 가족이 되어준 아내는 설예린을 낳다 죽었다. 우리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겨 놓고. 그런데 그 마지막 유언마저도 지켜주지 못했다.

 

 사내로서의 삶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못난 남편이고 못난 아버지였다.

 

 설무백은 비록 사파의 지존이지만 구제불능의 악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겉으로만 정의와 협을 부르짖는 정파의 쓰래기들보다도 더 곧은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흑도맹에 투신하면서 그런 감정을 죽이고 살았을 뿐이다. 마교와 마찬가지로 힘이 전부인 흑도맹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래야만 했다.

 

 과거에 낭인이었던 그가 흑도맹에 투신한 이유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설예린을 살리려면 힘이 필요했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내가 가장 쉽게 성공하는 방법이 바로 흑도맹주였다.

 

 일정 자리까지는 공적을 올려야 했지만 그 위로는 상대가 누가 됐든 찍어 누르기만 하면 됐다.

 

 마교도 마찬가지지만, 마교는 폐쇄적이었다. 그리고 마교의 교주가 되는 건 흑도맹주가 되는 것보다 몇 곱절은 힘들었다.

 

 단일문파로 무림맹을 상대하는 건 중원을 다 뒤져봐도 마교 하나밖에 없으니 그 힘이 얼마나 강대할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지 않았다.

 

 당금 무림은 세 개의 세력이 지배를 하고 있으니 마교나 흑도맹이 아니면 무림맹인데, 무림맹의 맹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 하진 않았다.

 

 설무백이 무림맹에 투신을 했다면 무림맹주의 자리도 노려 볼만 했다. 단,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무림맹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곧바로 맹주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변의 지지를 얻어야 했다. 하루 이틀로는 어림도 없었다.

 

 단시간에 자신만의 세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흑도맹주 뿐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흑도맹에 투신한 설무백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나쁜짓도 많이 했다.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도 적지 않게 죽였다.

 

 심성이 곧았던 그는 괴로웠지만 언젠간 죗값을 치르겠다는 각오로 버텼다. 그렇게 설예린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아내가 죽고 꼭 칠 년만에 맹주의 자리에 올랐다.

 

 그후 십년 동안 흑도맹의 모든 힘을 동원해 설예린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살려 내고야 말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했다. 살릴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던 만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찾아온 허무함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설무백은 바닥에 무릎을 꿇듯 털썩 주저 앉았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흐느꼈다. 정확하게는 몰라도 대략적인 시기는 그도 알고 있었다. 설예린이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는 걸.

 

 흐느끼는 설무백의 귀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문밖을 지키고 있는 경비와 누군가가 실갱이를 하는 소리였다.

 

 너무 오랜시간 흑도에 몸을 담아서인지 당장 죽여버리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으나 힘들게 참아냈다. 그래선 안됐다. 자신의 못남을, 잘못을 다른사람에게 푸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문밖을 지키고 있는 경비는 단순한 부하가 아니다.

 

 설무백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수하... 아니, 수하라기 보다는 동료에 가까운 독고강이었다. 설무백이 맹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두 명있는데 독고강이 그중 하나였다.

 

 독고강은 작정을 하고 몸을 숨기면 설무백조차 감지 하기 힘들정도로 은신술이 뛰어났다. 거기다 백대고수는 능히 맞대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무공도 높았다.

 

 각기 따로는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 두가지가 합쳐지면 설사 십대고수라도 경시하지 못한다.

 

 정면대결로는 당연히 상대가 안되겠지만 암살을 목표로 한다면 완전 다른 이야기가 돼버린다. 그래서 무인들이 자객이라면 치를 떠는 것이다. 자신보다도 낮은 경지의 무인에게 손도 못써보고 죽임을 당하면 그 기분이 얼마나 더럽겠는가.

 

 설무백은 신경을 껐다.

 

 내일 아침까지 대전안으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으니 독고강이라면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곧 진정이 되리라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깨졌다. 대전의 문이 열렸다.

 

 순간적으로 살심을 참지 못한 설무백이 바닥에 깨진 도자기에 내력을 담아 던졌다.

 

 철이라면 모를까 도자기에 많은 내력을 담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무시할 수 있는 공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전 안으로 들어온 작은 체구의 인형은 손 쉽게 잡아 챘다.

 

 대전 안으로 들어온 그녀, 야월파파가 말했다.

 

 "찾았습니다. 하늘조차도 씹어 먹을 수 있는 제왕의 상을 가진 사내를 찾아냈습니다."

 

 설무백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말이... 사실이오?"

 

 설무백은 하대를 하지 않았다. 왜냐면 야월파파가 선배이기도 했지만 그가 맹주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또다른 한 명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야월파파가 없었더라면 흑도맹주는 불가능 했을지도 몰랐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 주었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야월파파의 쭈글쭈글한 얼굴이 실룩 거렸다. 보기엔 흉측해 보였으나 미소를 지은 것이다.

 

 믿기지 않았다.

 

 설무백은 과거 야월파파가 지나가듯 한 말을 떠올렸다.

 

 역천의 상을 가진 사내와 설예린을 이어주면, 부부의 연을 맺은 설예린도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웃기지도 않았다. 부부는 하나라니 그럴 수 있다 쳐도 하늘아래 사는 사람이 어찌 하늘을 무너뜨릴수 있다는 말인가?

 

 하늘을 거스르는 상. 역천의 상을 가진 사람이 정말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동화속에서나 나오는 영생을 주는 신비의 샘을 찾아 내는 것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찾았단다. 그런 상을 가진 사내를.

 

 "정녕... 정녕... 그 아이라면 예린이를 살릴 수 있는 것이오?"

 

 "저도 장담은 하지 못합니다. 다만... 앞날을 내다보는 건 예린이가 저보다 한 수 위일지는 모르나 관상에 관해서는 누구도 저를 뛰어 넘지 못합니다. 예린이의 운명이 하늘의 뜻이라면 그 하늘조차 무너뜨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내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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