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르르 따르르르르”
오늘도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잠에서 깬다. 5분정도 뒤척이다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고 교복을 입었다.
7시 35분.
아침을 먹으면 지각이겠지.. 식빵하나 입에 물고 집을 나섰다. 제발 그놈만 제때 나와준다면 지각은 면한다.
100m정도 거리에 좀비처럼 어그적어그적 오는 그놈. 눈도 제대로 못뜨고 있는게 볼만하다.
유라- “야 박윤우 빨리와! 이러다 늦는다고!”
망할놈. 끝까지 걸어온다.
윤우- “내 빵은?”
유라- “식빵은 나먹을 것 밖에 없고..죽빵 먹을래?”
윤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식빵 모퉁이를 손으로 잘라 먹었다.
윤우와 나는 집이 동네라 항상 등하교를 같이 한다. 윤우와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알게 되었고, 그렇게 친하진 않았는데 학부모모임에서 우리엄마와 윤우의 엄마가 친해지면서 가깝게 지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종종 윤우네 집으로 놀러가곤 했는데 윤우와 나는 취향이 비슷했다.
중학교때 빼곤 항상 붙어다녔던 가족같은놈이다.
윤우- “아..영어숙제.. 까먹고 있었네 니네반에도 영어숙제 내줬냐?”
유라- “당연하지. 나 그거 하느라 진짜 손 빠지는 줄 알았다. 안하면 너 대걸레로 엉덩이뼈 부서질정도로 맞을걸~오늘 박윤우 제삿날?ㅋㅋ”
윤우- “저.. 그러지 마시고 영어공책 좀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일주일간 가방을 들어드리겠습니다 헤헷”
유라- “생각좀 해보고~”
윤우의 제안이 나쁘지 않았다.
수연- “저..윤우야”
뒤에서 어떤 여자애가 윤우를 불렀다. 돌아보니 우리반 최수연이었다.
수연- “영어숙제 나도 해왔는데 내가 빌려줄까..?”
수연이는 윤우와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땅으로 떨궜다. 내가 있으면 안 될 분위기가 되었다.
유라- “먼저 간다.”
수연이가 윤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수연이의 눈이 잘못된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 저런 멍청한 놈 뭐가 좋다고..
‘쾅’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문을 너무 세게 닫았나..?
주은- “오늘은 남친이랑 안왔나보네?”
내짝 김주은. 매일 나랑 윤우를 엮는다.
유라- “뭐라는 거야. 그건 그렇고 영어숙제는 했냐?”
주은- “체육복 껴입으면 맞을 때 안 아파"
유라- “등신아..그거 생각할 시간에 영어숙제를 했겠다.”
윤우한테 숙제를 못 빌려 준 게 아쉽다.
‘아.. 아깝다. 일주일간 편하게 등교할 수 있었는데..’
수연이가 들어왔다. 왠지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이 신경 쓰였다.
‘띠리링’
윤우 문자다.
-유라님 영어숙제 가지고 복도로 나와 주세요^^
뭐지? 수연이가 빌려준다고 하지 않았나..?
복도로 나오니 윤우가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유라- “뭐냐 수연이 노트 안 빌렸냐?”
윤우- “수연이는 글씨 여자글씨잖아. 그러면 걸리니까 그냥 니 노트 빌린다고 했어”
유라- “내 글씨는 남자글씨냐? 노트 빌리기 싫은가보다?”
윤우- “아니 그게 아니라 너랑 나랑 글씨체가 비슷하다 이 말이지~영어 완전 깐깐하잖아 대신 10일간 너 가방 내가 들어줄게”
윤우와 나는 초등학교때 친했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글씨교정학원에 인원수를 채워주려 싼값에 같이 다녔다.
그때도 박윤우와 티격태격하며 서로의 글씨체가 더 잘났다고 우기다가 글씨체도 비슷해졌다.
유라- “등신아 숙제 좀 해가지고 다녀.. 너 그렇게 하다가 대학도 못 간다. 우리 이제 수능 1년 도 안 남았다.”
윤우- “잔소리는 접어 두시고.. 암튼 고맙다!”
반으로 들어가자 수연이와 눈이 마주쳤다.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아니 좀 기분 나쁜 표정이었다.
‘내가 박윤우랑 친한게 마음에 안드나..?’
체육수업. 체육복을 갈아입는데 수연이가 말을 걸어왔다.
수연- “저.. 유라야. 궁금한게 있는데.. 너 윤우랑 많이 친해?”
유라- “뭐.. 7년동안 같이 다녔으니까 아무래도 친한 편이지?”
수연- “그럼.. 윤우랑 사귀는건.. 아니지?”
유라- “엥? 설마 내가 미쳤냐!! 그냥 부모님끼리도 친하고 하니까 친해진거지~”
수연- “아.. 다행이다.. 그럼 나.. 윤우랑 잘되게 좀 도와줄 수 있어?”
뭘 어떻게 도와달라는 건지.. 걔한테 가서 사귀어라 하면 사귀는 것도 아닌데 참..
유라- “그냥 고백해 너 정도면 감지덕지지!”
수연- “아니 .. 그냥 윤우가 뭘 좋아하는지만 알려줄래? 그리고. 나 학교 끝나고 윤우랑 같이 집에 가도 될까?”
유라- “뭐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걔는 무서운건 질색이고 단거 좋아하고 신것도 좋아하고.. 음 여자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네..”
주은- “박윤우 스타일은 윤유라아냐? ㅋㅋㅋ"
주은이가 나를 놀리듯 말한다. 그 때문인지 수연이의 얼굴빛이 안 좋아졌다.
유라- “김주은 말 신경쓰지마~ 약을 못 먹어서 그래. 암튼 나는 그냥 오늘 따로 갈테니까 솔직하게 고백하는게 나을거같아. 먼저간다”
수연- “아..고마워!”
화장실을 나서자 주은이는 나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주은- “야 근데 최수연 좀 여우같지않냐?”
유라- “왜?”
주은- “아니 너가 걔한테 관심 있을수도 있는건데 왜 너한테 그런 부탁을 하냐고 다른애들도 너희둘이 사귀는줄아는데!”
유라- “뭔 멍멍이 소리야.. 걔는 내 친동생 같은놈이야 너처럼. 한번만 더 쓸떼없는 소리하면 수연이한테 죽을지모른다 ㅋㅋ"
방과후.
(문자)
유라-나 오늘 너랑 같이 못 감
윤우-왜?
유라-이제 곧 기말이잖아 독서실갈 거야
윤우-너만 기말이냐? 같이 가
유라-ㄴㄴ 주은이랑 가기로 했어. 너는 집에가라
윤우-지가 언제부터 공부했다고.. 알겠다.
하..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그래.. 공부나 하자
유라- “김주은 오늘 나랑 독서실가자”
주은- “안돼 나 남친이랑 200일이야 ㅋㅋ. 내일가자 내일~”
아.. 혼자 공부하기 싫은데!! 같이 갈사람 없을까..
진석- “윤유라 집에가냐? 같이가자”
이진석. 박윤우랑 같이 다니던 놈인데 나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유라- “뭐야 너는 우리 집이랑 정반대잖아. 니네 집이나 가”
진석- “오랜만에 너희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먹고 싶어서~ 그러지 말고 좀 살갑게 굴어라. 내가 너보다 5개월은 더 먼저 태어났거든? 근데 박윤우는 같이 안가냐?”
유라- “정신연령은 내가 더 높거든? 그리고 나 독서실 가려고..야 같이 독서실이나 가자 기말 코앞이잖아. 2시간만 공부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진석- “독서실? 아..난 머리 좋아서 공부 안 해도 되는데.. 반찬 뭐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