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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눈물을 먹는 악마
작가 : 레시라스
작품등록일 : 2019.10.14

'언제부터 였을까 감정을 잃은채 감정을 괴롭혀야하는게 기분이 나빴던 것은' 눈물을 먹고 살아가는 몽마, 루마인 루시.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를 잊고 그 원인이 되는 감정을 잊고 살아가는 그녀. 평소와 같이 눈물을 모으기 위해 방에 들어선 그녀. 그러나 그 방은 옆 왕국의 공주가 빌린 여관의 방이었다. 결국 호위단에게 추적을 받게 되고 겨우겨우 따돌리는데에 성공하는 루시. 그러나 짐을 가지러 간 방에는 공주의 호위단이 남아있는데...

 
5화
작성일 : 19-10-22 08:14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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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폭발의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방어막이 전개되었다. 둔탁하고 무거운 것이 방어막에 튕겨지는 소리가 났다.

 

 침대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천장의 잔해들이 먼지를 뿌옇게 냈다. 먼지 속에서 내리쳐지는 한 도끼가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

 

 팅!

 

 도끼는 한번 더 방어막에 튕겨졌다. 하지만 방어막은 빠르게 균열이 생기더니 완전히 깨져버렸다.

 

 충격파에 먼지가 사라지고 도끼의 주인이 얼굴을 드러냈다.

 

 회갈색의 피부, 인간의 크기가 아닌 거대한 몸은 그를 괴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런 그도 남자와 여자의 것과 같은 푸른색의 망토를 입고 있었다.

 

 루시는 손을 뻗었다. 어느새 만들어진 마법진이 그의 배를 향했다. 구체가 발사되고 남자는 밀려났다.

 

 도끼를 휘둘렀지만 아슬아슬하게 루시를 피해갔다. 남자의 몸이 점점 밀려 벽을 부수고 길가로 떨어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여관의 간판이 그의 몸 위로 떨어졌다.

 

 루시는 손에 마정석 하나를 쥔 채로 부서진 벽을 향해 달렸다.

 

 활시위의 소리. 루시는 곧바로 마정석을 깨부쉈다.

 

 화살이 방어막에 막힌 순간 루시는 높게 뛰어올랐다. 뛰어오른 루시는 건너편의 건물 옥상에 안착했다.

 

 옥상에 몸을 던진 것과 다름없는 루시는 한참을 굴러 옥상의 울타리에 부딪혔다.

 

 먼지도 털지 못하고 일어난 루시는 건너편을 노려봤다. 석궁을 든 남자는 건물의 구멍으로 걸어나와 루시를 쳐다봤다.

 

 얼굴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루시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루시는 그 사람의 주변을 쭉 살피고는 눈을 찡그렸다.

 

 여관의 지붕 위, 옆 건물의 창문, 한 층 너머의 좁은 골목길까지. 어느샌가 나타난 수많은 사람들.

 

 어떻게 숨어있었는지도 모를 수많은 이들이 루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같은 푸른색의 망토를 입고 있었다. 각기 다른 무기들을 들고 있는 그들은 많이 모순되어 있었다.

 

 석궁의 화살이 다시한번 발사되어 방어막이 깨졌다. 튕겨나간 화살은 불안하게 루시의 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루시는 허리춤에 매고 있는 마정석 가방의 위치를 잘 조절했다. 그순간 거리로 떨어졌던 거구의 남자가 괴물같은 포효를 내뱉었다.

 

 루시는 한번만 봐주어달라고 부탁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그녀도 멋대로 방에 친입한 것에 대한 잘못이 있는거니까. 그것이 아무리 생존을 위해서라도.

 

 루시는 달렸다. 포효를 나팔 소리 삼은 그들은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루시는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폴링!'

 

 마음 속으로 속삭일 필요는 없었지만, 루시는 폴링마법을 발동시켰다. 급한대로 발동된 폴링 마법이 그녀를 가볍게 아래쪽 지붕에 안착시켰다.

 

 아래쪽 옥상에 내려오자마자 루시는 냅다 달렸다. 그때 들려오는 바람소리. 루시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며 몸을 던지듯 피했다.

 

 엉덩방아를 찍으며 넘어진 루시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떨어진 길쭉한 창이 대롱대롱 흔들렸다. 루시는 벌래라도 본 것처럼 기어서 뒷걸음질을 쳤다.

 

 루시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한 남자가 그녀가 떨어졌던 옥상의 울타리에 기대어 서있었다. 그는 루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계속 뒷걸음질을 치던 루시는 다음 옥상을 향해 떨어졌다. 등이 바닥을 향하고 있었지만, 폴링 마법덕에 딱히 걱정은 되지않았다.

 

 '저 사람들 너무 진심인데... 젠장.'

 

 루시는 자세를 잡고 달렸다. 저멀리, 눈이 부실정도로 밝은 빛이 보였다. 번화가였다.

 

 상인들이나 각종 잡화점들이 모여있는 넒은 공원이었다. 그런 곳에서 살인 행위를 벌이지는 않을터였다.

 

 루시는 여행을 통해 생긴 지구력을 한껏 활용했다. 지붕과 지붕을 뛰어넘으며 달려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오늘 산 망토의 영향도 있는 것같았다.

 

 끼이이이이잉!

 

 세 개의 마법진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공중에서 생성되었다. 루시의 눈 앞에서 생성된 마법진들은 루시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어딘가에 있을 또다른 마법사가 마법진을 점멸시켰다. 마법진에서 튀어나오는 길쭉한 얼음창이 루시를 향해 발사되었다.

 

 루시는 품 속에 고히 모셔뒀던 단검을 꺼내들었다. 작고 약해보이는 단검이었다.

 

 '그래도... 내가 이걸 몇년을 썼는데.'

 

 루시는 한 고드름을 단검으로 내리쳤다. 단검은 고드름 사이의 결을 정확히 노려 떨어졌다. 고드름은 두조각이 되어 루시의 양 옆을 지나쳤다.

 

 루시는 왼손을 들어올렸다. 마법진이 점멸하고 루시는 작게 속삭였다.

 

 "이그니션."

 

 그순간 화염이 하늘을 뒤덮으려는 기세로 고드름을 덮쳤다. 남은 두 고드름이 사라지자 루시는 다시 달렸다.

 

 그들의 꾸준한 공격에도 어느새 중간까지 온 루시.

 

 '원거리 공격만 하고... 충분히 따라올 수 있을텐데...'

 

 "안녕?"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루시의 뒤통수에 나타난 한 남자. 그의 손에는 거대하게 휘어있는 검이 들려있었다. 검날은 루시의 두 발이 올라가도 남을 것같이 넒었다.

 

 검은 루시의 허벅지 쪽을 향해 빠르게 배어졌다.

 

 "우앗!"

 

 루시는 그것을 보며 오랜만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루시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다리를 힘껏 들어올렸다.

 

 틱.

 

 루시의 두 발은 그의 검 위에 올라가 있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에잇!"

 

 루시는 에라이하는 심정으로 칼을 박찼다. 루시는 공중에서 한바퀴 돌았다.

 

 균형을 잃은 남자는 지붕의 틈 사이, 골목길로 빠져들어갔다. 골목길에서는 우당탕하는 소리가 올라왔다.

 

 그것을 보며 다시 지붕에 안착하는 루시. 그러나 루시는 안착하는 순간 지붕에서 미끄러졌다.

 

 팔을 내려 처마 끝에서 겨우 멈춘 루시는 급히 일어났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하나의 기와가 올라와있었다.

 

 신경질고 함께 기와를 털어버린 루시는 몸을 움직였다. 한참을 달려 너덜너덜해진 몸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발목... 다쳤네.'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아파오는 발목을 내려다본 루시. 그럼에도 움직여야했다.

 

 잘못 건드린 벌집의 벌들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테니까.

 

 좁은 골목길로 빠지지 않으려 높이 뛸때마다 그녀의 발목은 더욱더 아파왔다.

 

 루시는 손을 뒤로 뻗었다. 금새 거의 뒤로 쫓아온 벌들에게 루시는 구체를 마구잡아로 발사했다. 위협사격도 안되었지만.

 

 쿵쿵쿵.

 

 어디선가 들려오는 웅장한 지진소리. 그녀의 왼쪽 큰 거리에서 땅을 울리며 달리는 거구의 남자가 만드는 소리였다.

 

 하얀색의 입김을 내뿜으며 달려오던 남자는 발로 타일을 부수며 멈췄다. 그러고는 팔을 뒤로 크게 당겨 도끼를 던졌다.

 

 공기마저 가를 기새로 날아온 도끼를 루시는 고개숙여 피했다. 도끼는 한참을 날아가 협곡의 돌벽에 박혀들어갔다.

 

 '오우거도 저렇게는 못하겠다...!'

 

 루시는 그리 생각하며 몸을 다시 일으켰다. 하지만 순식간에 날아든 단검들이 그녀의 양어깨를 뚫었다. 찢어진 망토에 피가 스며들었다.

 

 갈색의 망토가 검붉은 피와 만나 적갈색으로 물들었고, 루시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넘어졌다.

 

 쿵하는 발소리가 여럿 들렸다. 넘어진 루시의 주변으로 걸어오는 발소리에 루시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는 창을 든 남자가 있었다. 덩쿨 문양이 새겨진 창을 루시의 목을 향해 들이밀었다.

 

 남자는 창의 넓은 부분으로 루시의 턱을 들어올렸다. 창 끝이 루시의 목을 살짝 찔렀다.

 

 피 한방울이 흘러나와 창을 따라 흘러내렸다. 루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로 그를 노려봤다. 죽일 기새로.

 

 창이 하늘을 향해 높이 들어올려졌다. 루시는 눈을 질끈 감으며 어느새 쥐고있던 돌을 깨뜨렸다.

 

 창이 허공을 가르고, 루시는 사라졌다.

 

 "텔레포트네요."

 

 성숙한 목소리의 여자가 말했다. 손에는 검과 지팡이가 섞인 듯한 나무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어디로인지는 알 수 있나?"

 

 창을 든 남자가 물었다.

 

 "모르죠. 알면 텔레포트를 누가 씁니까?"

 

 "내 단검도 가져갔어."

 

 어린 여자아이같은 목소리로 싫증을 낸 한 여자. 두 개의 쇠사슬이 팔소매로부터 빠져나와 있었다.

 

 "대장."

 

 조용히 다가온 또다른 여자가 창을 든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여자는 손을 흔들며 무언가를 보여줬다.

 

 "뼛가루에요. 셈버가 찾았어요. 몽마의 후손...이려나요? 그렇다면... 우리가 찾는 종족일지도."

 

 남자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일단 돌아간다. 닐바렌, 대도부터 꺼내와."

 

 "기절했을까요?"

 

 "몰라."

 

 "기절했으면 좋겠네요, 후헤헤. 키스라도 하게, 후헷."

 

 남자는 경멸의 시선으로 욕을 삼켰다.

 

 "미친 년."

 

 쇠사슬을 집어넣은 여자가 말했다.

 

 "미친 년이라니요! 저 이래뵈도 사람은 가려서 노린다고요! 그리고 1500살 할머닌데?"

 

 "미친 년 맞아."

 

 석궁을 든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오며 그녀에게 말했다. 여자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허공에 손짓했다. 그러자 마법진이 만들어져 여자를 순간이동시켰다.

 

 "언노운."

 

 "예."

 

 "랑겔로르보고 도끼 주워서 돌아오라고 해."

 

 "예예."

 

 그는 귀찮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일단 돌아간다. 시므님이 기다리실테니까."

 

 "셈버가 지키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마셔도 됩니다. 이미 다른 여관으로 향하고 있으니까요."

 

 "잘했어, 시로제."

 

 푸른 망토의 벌들은 그렇게 사냥감을 놓친 채 그들의 장미를 향해 돌아갔다.

 

 쾅! 쿵...쿠쿠쿵...

 

 기와가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루시가 살짝 굴렀다. 처마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가 했더니 그대로 뚝 떨어졌다.

 

 "아야야야..."

 

 루시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온 몸이 지끈거렸다. 루시는 이마에 올린 손을 들어올려 쳐다봤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그녀의 목표였던 광장이었다. 아슬아슬하게 텔레포트의 거리가 닿았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루시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한 사람이 그녀를 일으켜세워주려 했지만 그녀는 손을 뿌리쳤다.

 

 루시는 벽을 지팡이삼아 겨우 일어났다. 그러곤 어깨에 박혀들어간 단검을 푹하고 뽑았다.

 

 루시는 급히 눈물병을 꺼내들었다. 루시는 눈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눈물이 순식간에 몸에 스며들어 생기가 돌았다.

 

 부러진 뼈도, 뚫린 어깨도 금새 낫기 시작했다. 눈물을 한번에 많이 들이켜야 가능한 일이었다.

 

 "피는 어쩔 수없나..."

 

 체력을 회복한다고 해도 흘린 피는 되돌릴 수가 없었다. 만신창이의 몸이 이끌린 곳은 좁은 골목길이었다.

 

 래빗의 표지판이 보이고, 루시는 몸으로 문을 밀었다. 루시는 문을 밀며 넘어졌다. 그녀는 기울어진 세상을 보며 눈을 감았다.

 

 "뭔데? 야? 야, 일어나봐!"

 

 알고있는, 짜증나는 목소리였다. 사서를 기대했지만, 그곳에는 카르나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나 좀... 도와줘... 대신... 모..."

 

 "뭐? 모 다음에 뭔데? 야! 일어나!"

 

 

 

 

 

 루시는 뻑뻑해진 눈을 떴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천장이 보였다.

 

 루시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어제 밤에 겨우 도서관에 와서...'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않았다.

 

 "일어났어?"

 

 카르나였다. 루시는 덮고 있는 핑크색의 이불을 치우며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루시는 카르나를 쳐다봤다.

 

 의자에 걸터앉아 루시를 쳐다보는 카르나가 입을 열었다.

 

 "붕대는 내가 감았으니까 걱정마."

 

 카르나는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루시는 손을 자신의 어깨에 올렸다.

 

 그녀의 싸구려 셔츠와 찢어진 망토는 온데간데 없었다. 천으로 만든 붕대만이 어깨를 단단히 묶고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마감시간에 찾아와서는 다 청소한 도서관 바닥을 더럽힌거야?"

 

 루시는 카르나의 질문을 듣곤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볼을 살짝 긁은 루시는 어젯밤의 일을 설명했다.

 

 "큰일났네. 확실히 큰일났네."

 

 카르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그 사람. 무조건 귀족이야. 푸른 망토에... 장미..."

 

 카르나는 머리 속을 되집어 정보를 뒤적였다.

 

 "모르겠네... 어디 꽁꽁 숨어있던 귀족이려나..."

 

 카르나가 그동안 모아온 정보에도 있지 않은 귀족이었다.

 

 루시는 다리를 웅크려 몸에 가져가댔다. 팔을 무릎에 올린 루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제 뭐 말하다 만거야?"

 

 "뭐...가?"

 

 루시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카르나는 입에 손가락을 올리고 음하는 소리를 냈다.

 

 "그... 모 어쩌구... 기억 안 나는구나..."

 

 루시는 이불 밖으로 발을 빼꼼 내밀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루시가 작게 중얼거렸다.

 

 "모... 모험?"

 

 아차싶은 루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카르나가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루시를 쳐다봤다.

 

 '부담스러워.'

 

 카르나는 의자까지 박차고 일어나 부담스럽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역시 마음이 바뀐거지! 모험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

 

 "아니, 전혀. 전혀 있어."

 

 루시는 싫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신나보이던 카르나도 다시 자리에 앉고는 다리를 꼬았다. 초롱초롱한 눈도 복귀시키고는 루시에게 물었다.

 

 "그래서 왜 싫은데?"

 

 "싫으니까. 위험한 건 다 질색이야, 멍청아."

 

 카르나는 볼에 바람을 넣고 뾰루퉁하게 루시를 쳐다봤다. 멍청이란 말에 기분이 상한 것같았다.

 

 "그래. 근데 그런 사람이 귀족을 건드려?"

 

 "후... 그러게 말이다."

 

 루시는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할거야?"

 

 "일단 나가봐야지..."

 

 "그 상태로?"

 

 "금방 나아. 난 인간이 아니니까."

 

 루시는 방 안을 쭉 살폈다. 또다른 의자에 걸린 옷을 발견한 루시는 옷을 들어올렸다.

 

 "옷이라면 조금 수선해뒀어."

 

 카르나가 루시를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어깨부분이 찢어진 망토와 셔츠는 의외로 깔끔히 복구되어있었다.

 

 "고마워."

 

 의자를 들어올려 흔들며 장난을 친 카르나가 의자를 떨어뜨리며 루시를 바라봤다.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당연하지. 내가 무슨 돌맹인줄 알아?"

 

 "그래보이거든."

 

 카르나는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농담에 웃어달라는 표시같았다.

 

 루시가 문을 열고 나서려는 그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내일 케니왕국으로 출발하니까. 정말로... 마음생기면 말해줘."

 

 "그럼 하나만 묻자."

 

 루시는 문턱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 물었다.

 

 "왜 나랑 모험하고 싶은지. 진심 물어봐도 될까?"

 

 "음... 외로워보여서. 난 외로운 사람은 절대 버리고 싶지않거든."

 

 "외롭...다라."

 

 루시는 문을 닫았다. 쾅하는 소리가 넒은 집 안에 울려퍼졌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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