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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광무의 꿈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대한제국의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홍종우의 삶을 보면 된다. 조선인 최초로 프랑스로 건너가 근대화를 통한 조국 조선의 부국강병의 길을 도모한 자. 김옥균 등을 수괴로 한 친일 매국노들과 벌인 흉험한 싸움. 헤이그 만국 평화회의 밀사는 이용익이었고 그의 곁에는 홍종우가 있었다. 근대사 전체를 통째로 뒤집는 위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롤로그
작성일 : 19-10-22 03:51     조회 : 416     추천 : 0     분량 : 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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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홍종우. 1910년 9월 14일자, 며칠 전 국치를 당하고 강제로 한성신문으로 이름이 바뀐 황성신문의 폐간호를 끝까지 다 읽고 덮었다. 그의 나이 이제 육십. 두 달 남은 11월 17일이 그의 환갑이었다.

 

 “황제는 이르노라. 짐(朕)이 부덕(否德)으로 간대(艱大)한 왕업(王業)을 이어 받들어 임어(臨御)한 이후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신 정령(維新政令)에 관하여 속히 도모하고 여러모로 시험하여 힘써온 것이 일찍이 지극하지 않음이 없었으되 줄곧 쌓여진 나약함이 고질을 이루고 피폐(疲弊)가 극도(極度)에 이르러 단시일 사이에 만회(挽回)할 조처를 바랄 수 없으니, 밤중에 우려(憂慮)가 되어 뒷갈망을 잘할 계책이 망연(茫然)한지라. 이대로 버려두어 더욱 지리하게 되면 결국에는 수습을 하지 못하는 데에 이르게 될 것이니, 차라리 대임(大任)을 남에게 위탁하여 완전할 방법과 혁신(革新)의 공효(功效)를 이루게 하는 것만 못하겠다. 짐이 이에 구연(瞿然)히 안으로 반성하고, 확연(確然)히 스스로 판단하여 이에 한국의 통치권(統治權)을 종전부터 친근하고 신임(信任)하던 이웃나라 대일본 황제 폐하께 양여(讓與)하여 밖으로 동양(東洋)의 평화를 공고히 하고, 안으로 팔도 민생(民生)을 보전케 하노니, 오직 그대 대소 신민(大小臣民)들은 나라의 형편과 시기의 적절함을 깊이 살펴서 번거롭게 동요하지 말고, 각각 그 생업에 편안히 하며 일본 제국(日本帝國)의 문명 신정(文明新政)에 복종하여 모두 행복을 받도록 하라. 짐의 오늘 이 거조는 그대들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대들을 구활(救活)하자는 지극한 뜻에서 나온 것이니, 그대 신민(臣民) 등은 짐의 이 뜻을 잘 체득하라.”

 

  며칠 전 그는 신문에 게재된 순종 황제의 양위 칙유를 찬찬히 읽었었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그는 물론 알고 있었지만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은 없었다. 매천 황현을 위시해서 초야의 많은 지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경운궁을 드나드는 족속 중에 목숨으로 항거한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이년 전인 1908년, 정미년에 시작한 의병 항전은 더욱 장렬했다.

 

 전국의 의병들이 13도 창의군이라는 명칭으로 연합했으며 일본군에 의해 해산된 조선의 군인들이 그에 동참했다. 총 전투원 숫자가 일만 명을 넘었으며 제대로 무장한 조선군 출신의 정예 부대는 삼천을 헤아렸다. 한 때 허위가 이끄는 부대가 한양의 성문 밖 30리 거리인 망우리까지 공격해 들어갔으나 일본군의 화력을 당하지 못하고 결국 퇴패하고 말았다.

 

  13도 창의군이 와해되던 그 해 겨울, 그는 무안의 집과 땅을 담보로 돈을 융통하여 블라디보스톡으로 망명길에 오르려고 했었다. 13도 창의군 총대장으로서 한성 총 진군을 지휘했던 이인영과 함께 연해주로 이동하여 그곳으로 먼저 옮겨간 유인석 등 대한 13도 의군 등의 무장 투쟁 조직과 힘을 합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돈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결국 한성전기회사의 헨리 콜브란에게 독립 투쟁 자금을 부탁 했으나 그는 미루기만 하더니 급기야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상한 것은 콜브란에게 부탁한 일을 일본 기관에서 바로 알아챘다는 것이다. 그가 일제의 요주의 인물로 지목받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이야 벌써부터 감수하고 있는 일이었지만 한성전기의 콜브란에게 까지 마수가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리고 한두 달이 지나 목포경찰서의 젊은 직원이 인사를 왔었다. 홍 대감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 댁에 드나드는 인사들이 수상한데 조심하시는 것이 어떻겠냐는 용무였다.

 

 그의 집을 드나들던 이들은 태반이 의병 활동을 도모하던 지역의 인사들이었다. 그는 짐짓 시치미를 떼어 그를 돌려보내고 그의 집을 찾는 인사들에게 금족령을 내려야만 했다.

 

 그는 이미 일제의 올가미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인영조차 작년 5월에 충청북도에서 체포되어 일제에 의해 처형당하고 말았다.

 

 작년인 1909년 10월. 블라디보스톡의 최재형의 지원을 받아 대한의군 중장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총살하였으나 그마저도 오늘의 참담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늘 9월 14일. 한성신문도 마지막이었다. 툇마루에 나가 앉아 마당의 꽃나무들을 한번 바라보고, 하늘의 구름 한번을 보고, 그러길 두 시간이었다.

 

 파리의 히야신스 신부는 아직 건강할까? 김옥균과 이용익은 저안에서 평안들 할까? 나는 이제 말라버린 나무토막일까?

 

  대문 옆에 탱자나무 노목이 하나 서있다. 늘 푸른 잎이 무성하다. 그 옆에 매화나무 노목 하나가 반쯤 죽어 있다. 올 봄에 꽃을 피웠던가 하고 생각해 봐도 기억이 없다. 죽은 건 아닐텐데. 갑자기 마른 통곡이 일었다.

 

 구중의 궁궐 속에 파리한 안색으로 앉아 있을 고종 황제가 떠올랐다. 경운궁을 둘러쌌을 왜병들의 총검이 떠올랐다. 파리의 아름다운 가을이 생각나고, 상하이의 매캐한 냄새도 떠오르고, 블라디보스톡의 돌처럼 단단하게 언 땅도 생각났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는 한참을 통곡하고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가죽 가방을 벽장에서 끄집어냈다. 옷가지와 집에 남겨 뒀던 금붙이, 현금을 되는대로 챙겼다. 갓통을 다시 챙겼다. 그를 이끈 육연발의 권총을 역시 또 챙겼다.

 

 아내에게 밥을 청해 큰 사발에 퍼낸 밥을 더운 물에 말아 급히 먹었다.

 

 아직 젊은 아내와 14살의 큰아들과 12살의 딸과 이제 8살의 막내아들을 불러 앞에 앉혔다. 무심을 가장한 식솔들의 불안한 눈빛을 읽으며 그는 조용히 얘기했다.

 

 “지아비 노릇, 아비 노릇, 제대로 못해 참으로 미안하다. 허나 그저 이대로 있을 수가 없구나. 내 이제 가는 길은 나도 모르니 궁금해 하지 말고 잘들 살아라. 저 무안 뻘건 황토밭이 좋으니 열심히 땅을 파면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벼슬길 궁금해 말고, 부자 되는 거 욕심내지 말고 살아라. 이후 삼년간 나에게 기별 없으면 어디 길가에서 죽었나보다 하고 편한 날로 제삿날 잡아 제삿밥 떠놔라. 죽든 살든 와서 고맙게 먹으련다. 어느 날 마른 나무에 다시 꽃 피는 날이 오면 그 꽃이 난줄 알고 한번 들여다 봐주면 된다.”

 

 그는 벌떡 일어나 가죽 가방 하나와 갓통을 들고 길에 나섰다. 그가 머물던 툇마루엔 바람 한 줄기가 슬몃 일었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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