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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오의 세계로부터
작가 : 모어데반
작품등록일 : 2019.10.22

또 다시 다가온 세기말의 풍경.
가까운 미래, 서기 2086년, 겨울.

대한민국의 평범한 빚쟁이 종군기자 이시해는 다시금 위험 지역으로 취재 파견을 강요당한다.
<베트남 한국인 인부 실종사건>의 전말을 파해치기 위해 밀입국까지 감행한 시해.
그러나 잠입 취재 도중 시해는 <베트남 해적단>에게 붙잡히게 되고, 어딘가로 팔려가는데...
그리하야 도착한 곳은......이세계?
정의감 투철한 빚쟁이 종군기자의 이세계 생존기!

#SF판타지#이세계물#이능력물#미스테리#스릴러

 
쓰레기 전쟁(1)
작성일 : 19-10-22 02:05     조회 : 225     추천 : 5     분량 : 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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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잘 들리나? 잘 들렸으면 좋겠군. 잘 들리지 않더라도 고쳐줄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들려오는 언어가 영어라는 것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면 공포가 가중 됐을 테니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공포를 가중시키는 것은 언어의 장벽만은 아니었다.

 군모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는 수개월 동안 망망대해를 표류하면서도 듣지 못했던 목소리였던 데다가, 목소리의 정체를 알 수는 없어도, 그 주인이 남자라는 것과 아주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울려퍼지는 기분 나쁨이 있었다.

 그 정체 모를 목소리에 당황한 것은 시해뿐만이 아닌 듯, 함 내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차올랐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그런 반응 따윈 알지도 못한다는 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잘 들린다면 내 소개를 하도록 하지. 내 이름은 잭이라고 한다. 잭 데이스. 그게 내 이름이지.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닥쳐올 불행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아아, 너무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고. 아직 여유가 조금 있으니까 말이야.”

 

 혼잣말하듯 빠르게 쏟아져 내리는 남성의 목소리에 잘 집중이 되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장난감 다루듯 모욕하고 있었다.

 이 배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무엇을 시킬 것인지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으면 불행을 조금 덜어줄 생각을 해보겠다는, 그런 사람을 사람으로도 보지 않는 태도가 모욕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분노가 공포를 이기지는 못했다.

 절망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와 함께 잭은 계속해서 장난치듯 말을 내뱉어댔다.

 

 “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주의사항을 먼저 알려주겠다. 뭐,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두세 번 말해도 못 알아먹는 놈들이 꼭 있거든. 친절하게 다시 알려줄테니까, 제발 집중해서 잘 들으라고.”

 

 시해가 이 모든 것들을 ‘주의사항’이라고 말하는 남자의 뻔뻔함에 얼굴을 구겼다. 왜냐하면 잭이 말하는 주의사항이란 사실상의 협박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해를 포함한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고 오며 반항하는 사람들은 죄다 총살시켜버린 무자비한 살인집단이었다.

 무엇을 위해 사람들을 납치해 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목숨을 무슨 벌레처럼 다루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함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미칠 것 같은 압박감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였다.

 

 “여러분들에게 나눠준 방탄조끼는 아주 특별한 공정을 거쳐 제작되었다. 여러분들의 의지가 무엇이든 스스로의 의지로 벗을 수 없고, 벗어서도 안 돼. 벗을 수 없다는 말은 우리들이 가진 키 없이는 벗을 수 없도록 설계가 되어있다는 말이고, 벗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 조끼를 벗으려고 쓸데없는 몸부림 따윌 했다간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스위치로 폭탄을 폭발시킬 것이기 때문이지.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벗어서는 안 된다는 거지.”

 

 시해는 자신이 입은 조끼에 폭탄이 달려있다는 말에 순간 숨을 들이켰다.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단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다른 사람들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로 보였지만, 그 어디에도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들이 일행들에게 심어놓은 공포심 때문이었다.

 

 “이해 못 한 얼간이들을 위해서 다시 요약을 해 주마. 여러분들이 입은 방탄조끼에는 폭탄이 심어져 있고, 배반자의 말로는 불행할 거다. 내가 확신하지. 후회하게 될 거야. 잘 선택하길 바라지. 더 불행한 일을 피할 수 있다면 지금의 불행을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다는 거거든."

 

 시해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입은 조끼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쩐지 조끼나 방탄모를 나눠주고 입으라고 해도 되건만 번거롭게 직접 입혀주는 이유가 뭔지 의아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혹시 방탄모에도 이어셋 이외의 장치가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철두철미한 일 처리에 다시금 시해는 저들이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실감이 들어 간담이 서늘해졌다. 한참을 조끼를 조물거린 시해는 잭의 말대로 조끼를 벗을 수 없도록 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벗으려고 해도 벗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어찌저찌 조끼를 벗을 수 있다고 해도 몸에서 떨어지는 순간 저승길 가는 건 마찬가지야. 현명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설사 폭탄을 맞고 무사하더라도 도망갈 생각은 마. 어디로 도망가더라도 여기선 의미가 없으니 말이야."

 

 시해는 숨이 가빠오기 시작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한다는 말인가?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고 공포와 불안감, 알 수 없는 기분 나쁨에 온몸이 굳어갔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잭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나불거리는 잭의 행동에서 이 이상 더 자신들에게 무엇을 말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 운전석에 얼굴 없는 악마가 보이나?"

 

 시해는 무의식적으로 운전석을 바라보았다. 상륙선의 후미 부분에 위치한 운전석에는 노란색의 방독면으로 입을 가리고 후드를 뒤집어 쓴 채 눈동자만이 보이는 정체 모를 인형의 모습이 보였다.

 방독면의 색깔이 노란색인 것은 아마도 산업용이기 때문일 터였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방독면의 정화통이 왼쪽에만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전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개조를 거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운전석의 정체 모를 인형을 하나씩 뜯어보던 시해는 무언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어째서인지 그 인형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있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해가 그 시선이 착각인지 아닌지 판단할 틈도 없이 잭의 말이 이어졌다.

 

 "그 악마가 너희들을 철저히 감시할 테니, 도망갈 틈도 없을 거야. 그러니 다행이지. 도망을 간다는 선택지가 최악의 불행이라면 그걸 막아주는 우리가 있다는 게 말이야. 안 그래?

 불행을 극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포기하고 안도하는 거야. 너희에겐 그 선택지를 적극 추천하지. 내 배려에 감사하도록 해."

 

 모두가 얼어붙은 가운데 잭은 이상하리만치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마치 자신의 명령 한마디에 기계적으로 움직이도록 최면을 걸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그렇게 잭의 말에 긴장하고 있기를 잠시, 배의 바깥쪽으로부터 사이렌과 같은 소음이 들려왔다. 연이어 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의 다 온 모양이군.”

 

 무엇이 다 왔다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시해는 결코 좋지 않은 일임에는 확실하다는 예감이 들었다.

 배가 땅에 닿는 소리가 들리고 잭은 여전히 혼자 듣고 싶지도 않은 얘깃거리를 쏟아냈다.

 

 “아, 그러고 보니 여러분이 지금 누구를 위해 일하게 될 건지 알려주지를 않았군. 여러분이 이제부터 충성을 바치게 될 곳은 <네오 트라이앵글>이다. 이것도 잘 기억해 둬. 내 이름만큼이나 자주 듣게 될 테니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잭의 목소리에 집중이 될 리 만무했건만, 시해의 무의식에 그 이름이 각인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네오 트라이앵글>······결코 잊지 못 할 이름이 될 것 같았다.

 

 해치가 열리고 시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닷가의 모래사장이었다. 그리고 언덕 너머로 나타난 것은 초원과······거대한 벽. 멀찍이 초원 위에 자리 잡은 벽은 중세 시대의 건축물과도 비슷해 보여서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게 뭐지? 우릴 어디로 데려 온 거지? 우리보고 뭘 하라는 거지?

 하는 생각들이 시해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휘몰아치는 것은 생각만이 아니었다.

 열린 해치를 바라보며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무엇인가가 쉬이이익, 하는 소음과 함께 새하얀 연기를 하늘 위로 그어 놓으며, 눈앞의 거대한 벽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거대한 벽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미사일이었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부터 무언가 검은 무리들이 마치 바퀴벌레처럼 뿜어져 나왔다. 시해를 비롯한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고, 벽 너머에서 뛰쳐나온 그것들이 기기묘묘한 모습을 가진 괴생명체들이라는 판단이 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일행들을 비웃듯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끝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괴생명체들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아주 거대한, 6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거대한 지네가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사이로 공 같은 검은 물체들이 거대한 지네를 호위하듯 열을 맞춰 초원을 메우는 광경은 시해에게 자신이 있는 곳이 지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에 확신을 주었다.

 후들후들 요동치는 두 다리를 쥐어 잡는 시해의 머리 위로 다시 굉음과 함께 새하얀 줄기가 뻗어 지나갔다. 지네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간 그것은 거대한 지네를 순식간에 두 동강을 내버렸다. 도저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은 사건의 연속에 혼이 빠져나간 사람들을 자시금 일깨운 것은 잭이었다.

 

 “자, <쓰레기 전쟁>에 참전한 것을 환영한다. 모두 죽고 싶지 않으면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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