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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섯개의 돌
작가 : 글쓰는토깽이
작품등록일 : 2019.10.4

여섯개의 돌(분노, 나태, 교만, 탐식, 색욕, 탐욕, 질투)을 이용해 붉은용을 현세에 강림시키려는 여섯 순교자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은빛마녀(3)
작성일 : 19-10-22 00:41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10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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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브리가는 조금 전 마티아스가 가져온 나무상자 안에 한가득 쌓여 있는 대구를 쳐다보다 요커 상회에 주문해 놓은 소금을 가지러 간 밀리온이 여태 도착하지 않자 창밖을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본 그는 저 산 너머로 해가 저물어가는 게 보이자 계속 늦어지는 밀리온이 걱정되어 벽에 걸려있는 전화기에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

 

 ‘띠리 링~드르르르륵~, 띠리 링~드르르르륵~“

 

 전화기 다이얼을 돌리 때마다 들려오는 신호음이 오늘따라 유독 길게 느껴지는 브리가였다.

 

 ‘뚜 우--- 뚜 우--- 뚜 우---- 딸깍’

 

 “[네-, 요커 상회입니다.]”

 굵직한 톤의 남자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파머 날세. 혹시 밀리온이 아직 거기 있나?”

 

 “[응? 밀리온? 여기 없는데, 그 애라면 낮에 돌아갔는데 왜? 아직 도착 안했어?]”

 

 “응. 아직 안 왔다네.”

 

 “[그래? 혹시 어디서 누구 랑 놀고 있는 거 아냐? 이제 그럴 나이잖아.]”

 

 “암튼 알겠네. 나중에 또 통화하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웃어 보인 그는 얼른 통화를 끝냈다.

 

 그는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 잡은 손님에게 물을 가져가며 파머의 말대로 정말 어디서 놀고 있는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저녁 장사를 어느 정도 끝내고 리넨 천으로 접시의 물기를 닦던 브리가는 점점 밤이 깊어 가도록 돌아오지 않는 딸이 마음에 걸려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실 밀리온이 그가 모를 거라 생각하며 잔돈 푼의 돈을 야금야금 모아오고 있는 사실을 그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돈을 가지고 혹시라도 떠나버렸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이 층으로 올라가 밀리온의 방문을 슬며시 들여다봤다.

 그러더니 밀리온의 옷가지랑 그 애가 아끼던 물건들이 제자리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게 보이자 그는 괜한 생각을 한 자신을 바보 멍청이라고 속으로 자책했다.

 멍청한 짓을 한 것 같아 고개를 저으며 1층 식당으로 내려온 브리가는 혹시 무슨 사고라도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파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밀리온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촌장 케네스의 집으로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밀리온을 넘보고 있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브리가는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있는 몇 명의 손님들을 서둘러 내보내더니 레스토랑의 불을 얼른 껐다.

 

 

 “쾅-! 쾅-! 쾅-!”

 

 “아니-, 이 한밤중에 누구야~?”

 출입문을 부서지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 케네스는 옆구리를 긁적이며 출입문 쪽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걸어갔다.

 케네스는 잠이 들깬 눈으로 문을 빼꼼 열어서 보니 문 앞에서 브리가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었다.

 

 “엉? 브리가, 자네가 여기 웬일이야?”

 

 “촌장-!, 나 좀 도와줘-!!”

 브리가는 문을 부여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일단 들어오게. 들어와서 말해보라구.”

 촌장은 다짜고짜 도와 달라고 말하는 브리가의 모습에 놀랐지만 일단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내주며 좀 전에 집안으로 들어오며 정신없이 말한 브리가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낮에 나간 밀리온이 지금까지 돌아오고 있지 않다는 거지?”

 

 “맞아. 촌장, 부탁이야. 그 애를 찾아줘. 그 애는 이제까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무슨 일 생긴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 야....”

 케네스의 손을 꼭 잡으면서 브리가는 애원했다.

 

 “알겠네. 내가 같이 찾아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단 마음부터 추스르게나.”

 케네스는 자신의 손을 잡은 브리가의 커다란 손을 토닥거리며 진정시켰다.

 

 케네스는 날이 밝으면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마을 주변 숲속을 찾아보기로 하고 브리가에게는 자신과 함께 건넛 마을 소르바겐으로 가서 밀리온을 찾고 있을 파머를 만나보자고 말했다.

 

 한편, 잭의 생각보다 좀 더 빨리 밀리온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파머는 자신의 직원 몇 명을 동원해서 마을 술집과 근처 숲에서 밀리온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뒤, 케네스의 짐차를 타고 온 브리가와 케네스는 파머와 합류해서 마을 젊은이들이 갈 만한 곳으로 밀리온을 찾으러 다녔지만, 마을 어디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 멀리 동이 터 오르자 케네스와 브리가는 Å(오)에서 주민들과 다시 한번 그 주변 숲을 수색하기 위해 되돌아갔다.

 

 어느새 아침이 찾아온 모스케네스 항구 창고에서 의식이 돌아온 밀리온은 몸을 일으키려 근육에 힘을 주자 온몸이 쑤셔오며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녀가 겨우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아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어두컴컴한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적막하고 시커먼 공간에 그저 잔잔한 파도 소리만이 자신의 귓가로 들려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 눈이 어둠에 적응되자, 다시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의 눈에 여기저기 놓여있는 선박 부품들과 잡동사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고 끝에 있는 문틈으로 정말 실 날 같은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고 문을 향해 뛰어가듯 빠르게 걸어갔다.

 문 앞에 선 그녀는, 문을 부여잡고 힘껏 밀었다.

 

 “철커덩-!!”

 

 하지만, 쇠사슬 같은 무언가로 잠겨 있는지 꿈쩍도 안 했다.

 몇 번을 더 힘껏 밀어 보더니 꿈쩍도 안 하자 밀리온은 그만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창고 안을 둘러본 그녀는 이곳에서 나가는 곳은 출입문 하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밀리온은 밖에서 열어 주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절대 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잭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와 앞으로 생길 일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자신이 앉아 있던 침대로 힘겹게 걸어가더니 털썩 주저앉아 바늘구멍 같은 문틈으로 들오는 빛을 흐린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창고에서 밀리온이 막 깨어났을 무렵, 보되에서 출발한 배가 모스케네스 항구로 입항하고 있었다.

 

 한편, 이른 아침부터 쿠엔과 함께 항구 근처 핑크 돌고래라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잭은 때마침 선원들과 상인들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주점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잭은 그들이 보되에서 출항한 배를 타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배가 이틀 뒤에 보되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잭은 필요한 옷가지와 얼마의 돈을 상점 금고에서 가져오기 위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떡 일어선 잭은 쿠엔의 번들거리는 눈을 보며 밀리온을 잘 감시하고 딴생각 따위는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를 한 후 주점 문을 열고 소르바겐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문을 열고 나가는 잭을 보던 쿠엔의 눈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밀리온에 대한 욕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쿠엔은 잠깐 자리에 앉아서 잭이 저 멀리 사라져간 것을 확인하더니 잔에 남아있는 술을 한입에 털어 넣고서 밀리온을 가둬 둔 창고로 가기 위해 서둘러 주점 문을 열고 나오다 그만 안으로 들어오려는 남자와 부딪쳤다.

 그런데, 쿠엔과 부딪힌 그 남자는 발에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고 오히려 큰 덩치의 쿠엔 혼자 뒤로 튕겨져 나와 비틀거렸다.

 

 “오-!, 이런~ 괜찮소?”

 그 남자는 뒷걸음질 치며 비틀거리는 쿠엔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겨우 중심을 잡고 제대로 선 쿠엔은 자신의 팔을 잡은 남자를 바라봤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키에 강직한 인상을 가진 중년의 남자였다.

 

 “이런~!! 개-썅-!!!~ 앞을 잘...봐...야...”

 쿠엔은 잘됐다 싶어 돈 몇 푼 뜯어낼 생각으로 남자의 얼굴을 보며 큰 소리로 말하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의 싸늘한 눈빛에 말을 더 잇지 못했다.

 

 “흥! 죽고 싶은가 보구만.”

 

 쿠엔의 귓구멍으로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눈을 돌리자 얼굴에 칼자국이 길게 난 젊은 남자가 자신을 죽일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만날 여자와 그 짓만 하고 다니기에 어떤 의미에선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쿠엔은 본능적으로 이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햐~ 헤헤~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됐수다-.”

 그는 그들에게 비굴할 정도로 사과하며 길을 비켜주더니 꽁지가 빠지게 빠르게 사라졌다.

 

 

 “카~악-!! 퉤-!!”

 그들에서 도망쳐 온 쿠엔은 창고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며 길바닥에 짜증이 잔뜩 담긴 침을 뱉았다.

 그는 그들에게 주눅이 들어 꽁무니를 내뺀 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 화가 엄청났다. 씩씩거리며 이게 다 밀리온 탓이라고 생각한 그는 화난 것을 밀리온의 몸을 통해 풀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어젯밤에 봤던 밀리온의 늘씬한 몸을 생각하자 좀 전의 일 따위는 쿠엔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이것저것 밀리온에게 할 짓을 생각하는 동안 기분이 좋아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로 침이 줄줄 흘러나왔다.

 하지만, 발정 난 개처럼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침을 혀로 핥으면서 걸어가던 쿠엔은 그저 밀리온을 어떻게 할 생각에 눈이 멀어 왜소한 그림자 하나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한편, 쿠엔과 실랑이를 벌였던 남자들은 그가 눈앞에서 빠르게 사라져버리자 주점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간단한 식사와 술을 주문했다.

 

 “조셉, 그가 돌의 주인이라는 게 확실한 거요?”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빵을 집어 들며 앞에 앉아있는 조셉에게 말했다.

 

 “카렌, 그녀가 그렇게 말했으니 맞을 거요. 바렌, 그대도 그랬으니까.”

 조셉은 잔에 술에 채우며 빵을 씹어 먹고 있는 바렌에게 말했다.

 

 “호~ 나도 이런 식으로 찾아낸 거였군.”

 바렌은 손에 든 빵을 놓고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

 

 “크~~, 그렇소. 하지만, 지금처럼 힘들진 않았지.”

 술을 쭉 들이 킨 조셉은 인상을 쓰며 기름에 튀긴 생선 살을 포크로 집어갔다.

 

 “그런데, 대체 그 남자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거요?”

 바렌은 잔을 들고 입으로 가져가며 조셉에게 물었다.

 

 “찾으러 다닐 필요는 없소. 여기서 기다리면 알아서 나타날 거라고 그녀가 그랬으니까.”

 생선살을 우물거리면서 말한 조셉은 비어 있는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워갔다.

 

 

 잠시 후, 창고 문 앞에 도착한 쿠엔은 문에 감겨 있는 쇠사슬을 풀어내며 흥분한 얼굴로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밀리온은 침대 위에서 팔베개를 한 채 옆으로 누워 있다가 문에서 쇠사슬이 풀려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쾅” 하며 뭔가가 문에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침대에 앉아있던 밀리온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그리고 이내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극도로 긴장해지며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

 활짝 열린 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창고 안이 밝아지자 그걸 쳐다본 밀리온은 눈이 부셔 눈앞이 잠시 흐려졌고, 빛을 등진 채 누군가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것이 살짝 감은 눈꺼풀 사이로 어렴풋이 보였다.

 그림자처럼 어두워 보이는 사람의 실루엣과 커져가는 발걸음 소리가 창고 안을 가득 메우며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자 그녀는 너무 겁이 난 나머지 고개를 숙인 채로 두 손을 꼭 쥐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창고 안을 울리던 발걸음 소리가 그녀 앞에서 멈추더니 발걸음의 주인이 그녀에게 말했다.

 

 “갑시다.”

 

 밀리온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눈을 살며시 떴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낯익은 구두 한 쌍이 보였다. 그녀는 살며시 머리를 들어 구두의 주인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있는 두 개의 눈이 보였다. 그녀는 어제도 저런 눈을 하고서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는 남자가 생각났다.

 그리고 지금 그 생각난 남자가 또다시 자신을 저런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반가웠다. 너무나도 반가운 나머지 그녀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갔다.

 

 “일어나요.”

 남자는 손을 내밀며 밀리온에게 말했다.

 

 밀리온은 남자의 얼굴을 보며 그의 손을 잡아갔다.

 남자는 자신의 손을 잡은 밀리온을 일으켜 세우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걸어 나갔다.

 밀리온은 창고 바깥으로 나오자 문 앞에 웬 덩치 큰 남자가 머리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엎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덩치 큰 남자는 쿠엔이었다.

 좀 전에 그가 감아 놨던 쇠사슬을 풀고 문손잡이를 잡으려 할 때 뒤에서 남자가 달려들어 그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문에 처박아버린 것이었다.

 문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쿠엔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밀리온을 창고 밖으로 데려 나온 남자는 나뒹구는 쿠엔의 다리를 잡아끌어 창고 안으로 집어넣은 후 문을 닫고 쇠사슬로 문손잡이를 칭칭 감았다.

 그런 다음 남자는 밀리온의 손을 꼭 잡고 소르바겐을 향해 움직였다.

 

 

 

 남자와 밀리온이 소르바겐으로 향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났을 때쯤 촌장 케네스는 짜증 난 얼굴로 마을 성당으로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이거 원, 바쁘구만 왜 오라는 거야?”

 

 조금 전 마을 청년 한 명이 밀리온을 찾아 헤매는 케네스를 향해 뛰어와서는 바네스 신부님께서 급히 자신을 찾는다고 전해주었다.

 

 뭔 급한 일인가 싶어 서둘러 걸어온 케네스는 성당 앞마당에 들어서자 이제 막 성당에서 나오는 남자셋이 보였다. 케네스가 잠시 서서 그들을 살펴보니 그들 중 아는 얼굴은 바네스 신부뿐이었고 나머지 남자 둘은 낯선 얼굴들이었다.

 낯선 얼굴 중 한 명은 창백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를 한 50대 중반의 중년 남자였고, 나머지 한명은 이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젊은 동양인 남자였다. 둘 다 신장이 180센티 이상으로 보이는 것이 제법 큰 축에 속했다.

 

 “저기 오시는 분이 이 마을 촌장님이세요.”

 바네스 신부는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케네스를 보며 두 남자에게 말했다.

 

 “안녕들 하세요. 신부님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신 건가요?”

 바네스 신부와 두 명의 낯선 남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케네스는 자신을 부른 용건을 물어봤다.

 

 “네, 이분들께서 촌장님께 새로 온 이방인에 대해 여쭤볼 게 있다고 해서요.”

 

 “혹시 이 남자가 그자가 맞소?”

 바네스 신부의 말이 끝나게 무섭게 창백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케네스 면전에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어 보였다.

 

 한참을 물끄러미 사진을 쳐다보던 케네스는 고개를 흔들며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

 “아니네요. 근데 이 사람은 왜 찾는 거요?”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케네스가 되묻자 말없이 잠시 그를 쳐다보더니 중년 남자는 입가에 알 수없는 의미의 미소를 띠었다.

 

 “이 남자를 못 본 이상 알아봐야 좋을 거 없소.”

 이내 입가에 있던 미소를 지워버린 중년 남자는 사진을 자신의 안주머니로 다시 집어넣으며 촌장에게 딱딱하게 말했다. 그리고 옆에 서있는 바네스 신부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를 보내고는 젊은 동양인 남자와 같이 성당을 떠났다.

 곧 그들의 뒤를 따라 성당에서 나온 케네스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며 그들과 마을 입구까지 같이 걸어갔다.

 그리고 마을 끝자락에 도착한 그들이 케네스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을 벗어날 때쯤 중년 남자가 돌연 몸을 돌려 촌장에게 다가오더니 입가에 좀 전의 그 알 수 없는 의미의 미소를 다시 지으며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

 “오늘 밤엔 보름달이 뜰 거요.”

 

 “그, 그런데요?”

 

 “혹시라도 사진 속의 남자를 보게 된다면 오늘밤엔 절대로 집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오.”

 

 “그게 무슨...?”

 

 “살고 싶다면 내 말 대로 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요.”

 중년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길을 떠나버렸다.

 

 케네스는 가까이에 있는 틴드 마을로 향해 나 있는 흙길을 따라 걸어가는 그들을 보며 조금 전 사진 속에 있던 남자의 얼굴을 눈앞에 떠올렸다.

 그런데 그가 눈앞에 떠올린 사진 속 얼굴 주인은 얼마 전 자신에게 바가지를 쓰고 집을 사간 왜소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대체 뭔 일이야.’

 

 밀리온을 찾는 게 더 급한 케네스는 머리를 저으며 브리가가 있는 숲으로 걸어갔다.

 

 

 정오가 한참 넘은 오후, 브리가의 레스토랑에서 밀리온을 같이 찾아주던 몇 명 마을 남자들과 함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늦은 점심을 먹던 브리가는 벽에 걸려있는 전화기에서 벨이 울리자 들고 있던 포크를 식탁에 내팽개치고는 얼른 수화기를 집어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아빠- 저예요. 밀리온이에요.]”

 손에 들고 있는 수화기 너머로 밀리온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밀리온-!!! 내 딸-!! 괜찮니? 다친 덴 없고? 지금 어디야~!!, 어디에 있니-?!!”

 브리가는 마음속으로 신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 외쳐 대며 밀리온에게 목청을 높여 말했다.

 

 “[전 괜찮아요. 지금 여기 파머 아저씨 댁에 와 있어요.]”

 

 “알았어-. 지금 내가 그리로 갈 테니까 거기 꼭 있어. 알았지-?!”

 그는 밀리온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들고 있던 수화기를 던지듯 내팽개치고는 얼른 윗도리에 한쪽 팔을 넣으며 마을사람들에게 밀리온을 찾았다고 알려주고 부리나케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때마침 늦은 식사를 하고 있던 케네스는 안달이 난 얼굴로 자신에게 밀리온이 전화한 것을 알려주며 얼른 소르바겐으로 자신의 짐차로 출발하자고 보채는 브리가를 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돈돈 하던 브리가는 어디 가고 여기엔 딸 바보만 서 있구만. 으흐흐흐-!”

 

 

 

 잠시 뒤 소르바겐에 있는 파머의 집에 도착한 브리가와 케네스는 밀리온의 얘기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자기 아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사냥용 엽총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는 파머를 말리기에 정신없었다.

 사실 밀리온의 말을 듣고 있던 브리가도 화가 매우 났지만, 바로 옆에서 난리 치는 파머 때문에 속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온 파머를 잘 알기에 자신이 화를 내면 성질 급한 파머는 정말로 잭을 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파머가 화를 내며 난리를 피운 덕분에 브리가의 화는 오히려 조금씩 가라앉아갔다.

 밀리온도 파머가 이토록 화를 내며 자신의 편을 들어주자 잭이 잘못했지만, 그가 죽는 걸 바란 건 아니라서 그녀 또한 파머를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한바탕 소동이 난 줄 모르는 잭은 상점 금고에서 돈을 조금 훔친 후 날이 저물어가는 오후 늦게 자신의 짐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브리가와 케네스는 밀리온에게서 그녀를 데리고 여기로 온 남자가 새로 온 이방인이라는 사실을알게 됐다.

 자신의 딸을 구해준 그 남자를 고마워하며 브리가는 케네스에게 그 남자의 이름을 물어봤다.

 케네스는 그 남자의 이름을 생각하며 입을 열다 순간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자신이 그 남자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는 걸 방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가 워낙 말이 없어 말 붙이기 어려웠던 케네스는 정작 이름조차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는 브리가에게 촌장이 그런 것도 안 물어보고 뭐 했냐 라는 핀잔을 들으며 그 남자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냐 고 밀리온에게 물었다.

 그녀는 남자가 자신을 여기로 데려다주고는 바위산을 향해 급하게 떠나 버렸고 그런 그 남자의 뒤를 어떤 남자 두 명이 뒤따라가는 것을 봤다고 했다.

 케네스는 혹시 낮의 그 두 명이 그 남자를 찾아내서 쫓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그들은 뭐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남자를 쫓고 있는지 궁금해진 케네스는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낮에 그 중년 남자가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보름달이라...”

 

 

 

 한편, 자신을 쫓아오는 자들을 큼지막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즐비하게 늘어진 해안가 끝으로 유인한 왜소한 남자는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바다로 떨어지는 바위 끝에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휴우~~ 이거 꽤 빠른데- 하마터면 놓칠 뻔했어-.”

 남자의 앞으로 도착한 바렌은 숨을 길게 내뱉더니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를 일부러 이쪽으로 끌고 온 거 같은데 맞소?”

 조셉이 남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뭐라고, 그럼 이게 천천히 온 거란 말이야? 젠장, 괴물이잖아-!”

 바렌은 머리를 흔들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자신과는 반대로 숨 소리하나 변하지 않는 조셉 또한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바렌이 자신을 괴물이라고 말하자 무표정하던 눈에 변화가 살짝 생겼다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나를 왜 뒤쫓는 것이오?”

 남자는 조셉이 리더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말했다.

 

 조셉에게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기운이 예전에 잠시 런던에 머물렀을 때 질 드레라는 뱀파이어에게서 느낀 것과 무척 비슷했고, 바렌에게서는 그들과는 다른 기운을 느꼈다.

 

 조셉은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를 마주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어둠 숲의 두루이드 야크, 이렇게 만나게 되서 무척 반갑소.”

 

 ‘!’

 남자는 조셉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조셉을 바라보는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야크, 당신을 만나기 위해 영국에서 바다건너 왔소. 정말이지 갖은 고생을 하며 당신을 찾아낸 거요.”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야크를 찾아다니면서 고생했던 게 생각난 조셉이었다.

 

 “맞아. 정말이지 너무 고생했어.”

 조셉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머리를 크게 끄덕이는 바렌이었다.

 

 야크는 조셉의 영국에서 왔다는 말에 살짝 동요했지만 곧 안정을 되찾고 조셉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이유는?”

 

 “야크, 그대는 교만의 주인, 돌에게 선택 받은 자요.”

 조셉은 야크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교만? 돌? 그게 뭐지?”

 무표정한 야크의 얼굴에 의문이라는 동요가 일어났다.

 

 “야크, 자세한 건 당신이 우리를 따라 영국으로 간다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요.”

 조셉은 바렌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거기 가면 왜 우릴 따라가야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조셉의 말에 바렌은 맞장구를 쳐주었다.

 

 야크는 조셉과 바렌에게서 느껴지는 어둠의 힘에서 저들이 말하는 돌이라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기억났다.

 ‘맞아. 돌, 그거군.’

 

 야크는 어쩌면 자신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모를 그것, 대악마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신비한 돌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여섯 개의 돌>이라 불리는 고대 룬 어가 새겨져 있는 돌들.

 

 하지만, 몇 년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해 돌에 대한 미련을 버렸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이들이 그 돌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가 돌의 주인이라는 말을 하면서.

 

 잠시 정적이 흐르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야크는 결심이 선 듯 조셉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따라가지. 하지만, 영국으로는 못가. 런던은 더더욱.”

 어느새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야크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필 왜 런던이지?”

 바렌이 궁금한 얼굴로 야크에게 물었다.

 

 “그건, 이제부터 알게 돼-!”

 그리고 보름달을 쳐다보는 야크의 동공이 팽창하더니 야수의 눈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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