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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은빛 천년 사(蛇)
작가 : MiChiLee
작품등록일 : 2019.10.22

절대 미를 가진 뱀신족 여인을 두고 찐! 스카이 패밀리가 벌이는
천신족과 지신족의 창세기 치정극!

 
2화 망종의 여인
작성일 : 19-10-22 00:39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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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망종의 여인

 

 나의 불행한 여정의 시작은,

 하루의 반 정도를 날아 도착한 우루무치 공항에서부터였다.

 피곤에 쩔어, 눈을 반쯤 감은 채로 공항 앞으로 나오니,

 친절하게도 나의 가방을 강탈하듯 빼앗아, 트렁크에 싣는,

 스케일 남다른 대륙의 서비스를 접할 수 있었다.

 

 말이 통할 리 없는 두꺼운 낯빛을 보자니, 숨쉬기도 귀찮아져,

 말없이 택시에 오른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그리고, 운전기사의 뒤통수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침 흘리고 잔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분명, 나의 짐을 채 간 운전사는 통통하니,

 돼지 사촌격의 관상이었으나,

 차가 멈추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자는,

 서릿발 날리게 차갑고 날카로운 얼굴을 지닌 이였으니!

 게다가, 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과히 내가 가려던 호텔은 아니었다.

 

 ‘아! 기어이, 나의 생은 객사로 마감하는가?’

 

 재산도 얼마 없는 나에게,

 이러한 납치, 강도 등의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벌어져 왔었기에, 이젠 제법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여기서, 한가지 용서하지 못할 점은,

 감히 생각하기에 따라,

 연약하다면, 연약할 수도 있을 법한, 나!

 이! 사 라마의 뒷덜미를 ‘퍽!’하고 가격해 기절을 시킨

 너라는 남자다!

 

 사내자식이 매너 없이, 연약한 여자를 때려?

 이건, 의심할 수 없는! 오직,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네 놈의 이상형이 아닌 거지 내가!’

 

 정신을 잃기 전의 마지막은 그런 씁쓸한 생각으로

 마감하였거늘, 서서히 정신이 들어오는 시점에서의 기분은

 과히 따뜻하고, 풍미? 스러웠다.

 대관절, 이게 뭔 기분이냐면?

 

 단백질과 향긋한 숯향기가 어우러져 코를 기분 좋게 간지럽히는?

 맛있는 고기 냄새를 맡은 기분이랄까?

 

 피리를 불면, 몸 배배 꼬며, 춤추듯이 일어나는

 마치 한 마리의 코브라처럼,

 나는 황홀한 양꼬치 냄새에 이끌려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턱! 턱! 내 정수리를 가로막고 있는 얇은 막이 있었으니,

 혹자들은 훗날 그것을 마대 자루라 일컬었다.

 

 젠장, 잠에 취한 날 납치해, 뒷덜미 가격해 기절시켜,

 그것도 모자라! 사람을 마대 자루 안에 쑤셔 넣다니!

 뭔, 땅꾼이셔? 뱀 잡았수?

 

 기분이 나빴던 난, 심하게 꿈틀대기 시작했고,

 때문에, 날 본의 아니게 치게 된, 양꼬치 주인의 헛발질로 인해,

 탁자 위의 칭따오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칭따오 병들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누군가에 의해 공중에서 수습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미 엎질러진 맥주!

 그 시원한 액체들이 마대 자루 안으로 스멀스멀 스며들어왔다.

 

 ‘아~ 시원해!’

 

 아무리 그래도 마대 자루를 혀로 핥는 건, 좀 심했나?

 설마, 사람을 넣으면서?

 

 나는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이 마대 자루가 새 자루이기를!

 깨끗한 새 자루이기를 기원하며, 떨어지는 맥주 방울들을 핥으며,

 목을 축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둡던 시야가 환하게 트인 것은.

 그리고, 마치 ‘약오르지? 메롱!’ 하듯,

 경솔하게 입 밖으로 나갔던, 나의 혀가 송구하게 접히게 된 것은.

 

 날 납치한 얼음 괴한을 마주한 채, ‘메롱이라?’

 아, 이번 납치는 망했다. 첫인상이 좋을 리 없겠다.

 

 인간관계에서 첫인상이 많은 것을 좌우하듯,

 납치범과의 관계에서도 그 원칙은 적용된다.

 

 납치 원 타임, 투 타임, 당해 본 경험자로서,

 일단 온순하게 있으면, 맞을 일도, 모욕당할 일도

 피할 수 있는 법이었다.

 

 목마른 사슴의 날름대던 혀의 행동을,

 다만! 그대를 향한 반항의 의미로는 받아들이지 말아 주기를.

 

 “꼬~르륵!”

 

 날 왜 납치했는지?

 날 죽일 건지? 팔아먹을 건지?

 

 이 납치범의 의중을 헤아려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서,

 나의 배가 아니 정확히는 위가! 한술 뜨자고,

 눈치 없이 악을 써댔다.

 이게 다, 반들반들 구워져, 모락모락 연기를 내며,

 내 후각을 자극하는 양꼬치 탓이렷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양꼬치로 향하고 있던

 나의 눈치 없던 손이, 일순간 차가운 시선에 얽혀, 멈칫했다.

 

 우리 세계의 엄격한 룰에 의하면,

 남의 음식을 허락 없이 탐한 자는?

 

 ‘아! 설마,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아니야?’

 

 하지만, 다음 순간,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서슬퍼런 눈동자를 하고, 양꼬치 접시를 나의 앞으로 밀어주는

 세심한 배려를 하는 납치범이라!

 

 까딱하다간,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도 앓을 뻔했다.

 이와 중에, 먹을 것을 챙겨주는 자에게 심쿵 하던,

 이 개 못 주는 버릇은 여전했다.

 

 그렇게, 걸신이 강림하신 양,

 나는 양꼬치 수십 접시, 칭따오 수십 병을 이성을 상실한 채,

 먹어 치우고서야, 스르륵, 그대로 주저앉았다.

 날 포근히 감싸 안아주던, 안락한 마대 자루의 품속으로!

 

  * * *

 

 밤하늘의 별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수 놓은 듯이

 신비하게 반짝였고, 무지개빛 오로라를 병풍처럼 두르고,

 황량한 사막에서 유유히 낙타를 타고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검은 터번으로 눈을 제외한 온 얼굴을 다 가렸으나,

 흑수(黑水)보다 더 검고 깊은 두 눈동자에서,

 별보다 더 반짝이는 광채가 나고 있어,

 결코,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막과 마을을 구분 짓는 허물어진 외벽을 지천에 두고,

 그는 낙타를 세웠다.

 마치 결계라도 쳐져 있어, 그 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너머를 아득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병마무솔 우! 천년왕을 뵈옵니다.”

 

 그제야, 천년왕이라 불리는 남자는 그윽했던 눈빛을 거두고,

 땅에 한쪽 무릎을 꿇고, 기개 있는 무장의 절을 하는

 우를 바라보았다.

 

 “우! 왔느냐!”

 “예! 왕검!”

 

 검은 터번의 남자를 왕검이라 예의 바르게 칭하는

 이 ‘우’라는 남자가, 바로!

 라마를 우루무치 공항에서 납치해 왔던, 차가운 납치범이었다.

 

 라마의 캐리어를 탈취해 택시에 실은 후,

 운전석으로 돌아가던 돼지머리를 닮은 택시 운전사를

 돈으로 협박해, 차 키를 빼앗아, 쿨쿨 자는 라마를

 사막의 경계로 데려온 것이었다.

 

 덕분에, 돼지머리만 노났다.

 팔아도 술값 정도 건질 만한 노후 된 차를 강탈당하면서,

 받은 돈이 새 차 세 대 정도는 거뜬히 살 만한

 거대한 금덩이였으니!

 

 우는 외벽 안으로, 마대 자루 하나를 번쩍 들어,

 공손하게 천년왕의 앞에 내려놓았다.

 

 천천히 낙타에서 내려, 마대 자루를 내려다보던

 천년왕의 눈이 살며시 떨려왔다.

 아껴두었던 오래된 기억을 꺼내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눈빛이었다.

 

 그의 왕검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우는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빈손에는 영롱한 빛을 내는 청동 단검이 생겨났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마대 자루를 칭칭 동여매었던 윗동을 단검으로

 내리치려는 순간, 천년왕이 서서히 손을 내밀었다.

 

 “예! 왕검!”

 

 우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청동 단검을 순순히 천년왕에게

 넘겨준 뒤, 둘의 재회를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단검을 건네받은 천년왕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마대 자루의 윗동을 깔끔하게 쳐 낸 후,

 자루 안의 여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한 손에는 양꼬치를!

 다른 한 손에는 칭따오를 꽉 쥔 채!

 붉은 뺨의 꽐라가 되어, 해롱거리는 라마를 말이다.

 

 “흐~음!”

 

 천년왕의 짧은 탄식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어, 그의 깊은 눈 속엔, 고요한 파장이 일었다.

 

 어찌, 이런 몰골로 데려왔단 말인가?

 슬며시, 뒷짐을 지고 우를 돌아다 보았으나,

 이미, 우는 자신이 왕검이라 부르던, 천년왕의 시선을 피해,

 어둠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황망!”

 

 잠시 하늘을 보며,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실로 황망한 상황을 수습하고자,

 천년왕은 다시 마대 자루 안의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손안에 쥐고 있던, 청동 단검 또한 순식간에 주인을 찾아갔기에,

 그는 자신의 길고 흰 손을 자루 안으로 넣어,

 꽐라 된 여인의 목을 쥐었다.

 

 그리고, 뱀 머리 잡아 올리듯 잡아 올렸다.

 마치, 라마가 뱀이라도 되는 양!

 

 라마는 딸려 올라오면서도, 앙상한 나무 꼬치를 딱딱 씹어대며,

 ‘양꼬치 앤 칭타오’라 웅얼거리며, 발을 헐렁거렸다.

 

 천년왕의 한 손안에 목이 잡혀, 두 발이 동동 뜬 채로,

 그렇게 한참을 공중에, 떠 있던 라마가 배시시 눈을 뜨며 외쳤다.

 

 “뭘~봐~이~쒸!”

 

 이에, 라마의 목을 잡은 천년왕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황망!

 그 자체였으며, 이전, 본적도 없는 행태에 정신이 아찔했기에,

 천년왕은 이 망종에 가까운 여인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 당겨,

 유심히 눈을 맞추며 보기 시작했다.

 

 “감히!”

 

 너무 기가 막히면, 말문이 막히는 법.

 감히! 라는 말을 잇는 문장은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대신, 천년왕의 차분했던 눈 안에, 작은 불꽃이 일어,

 검은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왔느냐! 샤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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