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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은빛 천년 사(蛇)
작가 : MiChiLee
작품등록일 : 2019.10.22

절대 미를 가진 뱀신족 여인을 두고 찐! 스카이 패밀리가 벌이는
천신족과 지신족의 창세기 치정극!

 
1화 라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작성일 : 19-10-22 00:32     조회 : 166     추천 : 0     분량 : 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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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라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아직도 온몸에 술 냄새가 나는 나의 체취를 맡으며,

 지난밤의 일을 떠올려 본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에, 나는 분명,

 다 쓰러져 가는 양꼬치 집에서 허겁지겁 양꼬치 앤 칭따오를

 손에 잡히는 대로, 입안으로 때려 넣고 있었다.

 가만 보니, 온몸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어떤 자루 안에서 말이다.

 그리고, 서늘하리만큼 차가운 눈빛으로 그런 나를 응시하고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아! 그 눈빛은, 바로 날 최초로 납치했던 납치범이다.

 

 “어디?”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다 그놈의 망할!

 출장이 빚어낸 사단이었다.

 

 브라질에서 날아와, 5분 전에 출국장을 나왔다.

 그러나, 입국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회사에서 또 출장 명령이 떨어졌다.

 

 한국에서 서쪽으로! 서쪽으로! 끝없는 서쪽으로!

 중국 우루무치 공항에서 차를 타고 7시간 정도 걸리는

 시설이란다.

 

 일 년 365일 중, 근 300일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바쁜!

 

 내 이름은 사 라마! 25세!

 대한민국의 매우 잘나가는 네트워크 엔지니어다.

 

 이름이 특이하다고? 사연이 있다.

 팔자가 사납다기에 개명의 권유를 받고,

 받침 없는 모음과 자음으로 구성된 ‘가나다라마바사’ 중,

 개중 조합이 눈에 띄게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것으로

 대충 골랐는데, 결론은, 많이 이상하다고들 한다.

 

 뭐, 한국에서 내 이름을 부를 이는 그리 많지 않기에,

 괘념치 않는다.

 

 지금, 중요한 사안은, 날! 납치한 이들이 누구냐는 것이다.

 

 실은, 3년 전, 멕시코의 자동차 공장으로 출장을 갔었던

 때에도 총격전에 휘말려 납치를 당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내 핸드폰에 붙어있던 위치추적장치 덕에

 구출되긴 했었지만, 나도 모르게, 위치추적장치를 심었다는

 괘씸함에 사장을 쥐잡듯 잡았더니, 범인은 따로 있었다.

 

 한때, 넷 월드를 지배하던 컴덕후,

 일명 해커계의 지존 ‘킹크랩’이라 불리며,

 세계 유명 스파이 육성 기관들에게서 러브콜을 받았던 남자.

 

 강신후!

 

 그런 그가, 현재는?

 대한민국 국정원 사이버테러 팀 소속이라는 것은 의외다.

 

 그와의 역사는 유서 깊다.

 안면을 튼 지는, 근 8년이고,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만나, 현재 몸을 담게 된

 네트워크 회사에 종신 노예계약으로 집어넣었던!

 어쩌면, 은인 같기도 하고, 어쩌면, 원수 같기도 한?

 버리자니 보복할까 두렵고, 곁에 두자니,

 매사 불안한 이중간첩 같은 남자다.

 

 “꼼짝 마!”

 

 아니나 다를까, 비행시간에 맞춰 로비로 나가다,

 시커먼 양복 입은 남자에게 어깨를 잡혔다.

 딱 들어도, 귀에 농익은 그놈 목소리.

 

 “어? 왜 이래? 무슨 여자애가 겁도 없이!”

 

 꼼짝 말래서, 힘 빼고 가만히 있었더니,

 언제부터 제 말을 들었냐며, 되려 방방 뜨고 있다.

 낯선 이가 뒤에서 위협을 가하면, 소리를 지르든!

 발버둥을 치든! 뭐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침 튀기며, 일장 연설이다.

 

 꼼짝을 말랬다가! 꼼짝을 하랬다가!

 정말, 개 소리도 풍년이다!

 뭘 어쩌라는 것인지!

 

 난 강신후의 왈왈 짖어 대는 면상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스무스하게 한 귀로 흘러나가는

 그의 설교가 끝날 때까지 서 있어야 했다.

 

 그가 무서워서도, 애정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귀찮아서!

 

 강신후는 유독 인간계에서, 나에게만 애정이 있어 보였다.

 다른 사람과는 옆에 있어도, 메시지를 보내거나 해서,

 음성 대화는 몇 마디 안 되고, 모든 일은 메일 등으로 처리한다.

 고로, 인간 사이에서의 대화 수준이 매우 낮은 편이다.

 

 왜, 막말 같은데, 들어보면 뜬금 사랑 고백인!

 십진법 기계 언어를 구사하는 수준이랄까?

 

 Yes or No! 밖에 모르는 단순한 언어 회로가

 57번째 사랑 고백을 시작했다.

 

 결론은 결국, 뻔하지만!

 그 황당한 고백을 끝까지 들어줘야 끝이 나겠기에!

 나는 여느 때처럼 팔짱 턱 끼고, 짝다리 짚고 서서,

 귀 슥슥 후비며, 먼저 대화의 장을 열어 주었다.

 비행기 시간도 다가왔고, 미적미적 말도 안 되는

 서두를 시작하기 전에, 선빵 잽싸게 날리고,

 얼른 튈 요량으로 말이다.

 

 “또 공항 감시카메라 해킹했냐?”

 

 그와의 공항 재회는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공항이 무슨 분식집도 아니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말이 안 되는 장소에서 강신후는 꼭! 꼭!

 나를 힘 안 들이고 찾아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손가락 몇 번 휘휘~ 휘저으면,

 CCTV 해킹이야, 그에게는 정말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었기에, 굳이 국정원 신분을 이용할 필요조차 없었다.

 

 “니 마더보드에, 위치추적장치 달았지!”

 

 내 마더보드 라면? 인간의 몸으로 따지면,

 척추뼈 정도 일려나?

 

 으이그! 사람하고 대화하는 법을 좀 배워라! 이 컴신아!

 

 “미친~!”

 

 유치가 지나치면, 미치~광이가 되는 법이다.

 내 입에서 좋은 소리 나갈 리 만무한, 인간계에서 용서 못 할,

 썰렁한 농담을 듣자니, 말보다도 발이 먼저 나갔다.

 

 아니? 설마? 농담이 아닌 건가?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척추뼈에 작은 칩을 주사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왜? 그는 온갖 첨단 기술 장비를 바닥에 깔고 있는

 강신후였으니까!

 

 “악!”

 

 일말의 의심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의 정강이를 차버렸다.

 늘 그랬듯이!

 그런데, 이번엔, 늘 그랬던 반응이 아니었다.

 정강이를 차임과 동시에, 반짝이는 그 무엇인가를 담은

 작은 상자가 떨어졌고,

 그는 얼른 수습하려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헉! 제발, 반지는 아니어라! 반지는 아니어라!’

 

 왜 아니리?!

 

 그 모습은 흡사,

 무릎 꿇고 청혼하는 로맨틱한 남자의 형상이었다.

 너무나 황망함에, 나와 그, 모두 화석처럼 굳어갔다.

 

 아! 그 와중에,

 강낭콩만 한 다이아는 영롱하게도 반짝이는구나!

 

 “헐! 나 청혼하냐? 지금?”

 

 당황함의 늪에서, 먼저 정신을 차린 그가,

 반지 상자를 손안에 감추며 일어났다.

 그 또한, 생각해 둔 순서가 있었을 텐데,

 로직대로 풀리지 않자, 에러가 났나?

 몹시 혼란한 표정이었다.

 

 “쯧! 쯧! 쯧!”

 

 나는 딱히, 할 말도 없었을뿐더러,

 일을 완수하려 다시 일의 순서를 정리하고 있을,

 그의 계산식이 완성되기 전에,

 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에서 재빨리 빠져나갈 필요가 있었다.

 후다닥! 도망치듯 출국장으로 발을 옮겼다.

 

 아니, 뭐라고 하겠나?

 청혼을 한다고 해야,

 ‘미친놈!’ 이 틀에 박힌 세글자를 입 밖에 낼 터인데.

 그는 분명 ‘나 청혼하냐? 지금?’이라고 했다.

 지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반지 사 들고 무릎 꿇으면 청혼 완료하는 줄 아는,

 로맨스 촌떼기!

 

 나는 달려, 결국 출국장 안으로 들어왔다.

 검사대가 눈앞에 보였다.

 

 “켁!”

 

 두 팔을 벌리고, ‘SAFE!’를 외치며, 검사대 앞에 선 순간.

 나의 목을 옥 죄 오는?

 아니, 마치 차가운 실 뱀이 스쳐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곤, 느닷없는 백허그가 이어지고!

 

 ‘강신후! 이 느작 없는 놈!’

 기어이, 내 목에 청혼 반지와 세트인 다이아 목걸이를 걸어준

 것이다.

 

 비행기 티켓도 없는 놈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국정원 신분증이 한몫했을 것이고,

 운동 신경도 없는 놈이 날 따라잡겠다고 죽자고 뛰어왔을 테니,

 지금 내 귓가에서 들리는 이 섹시한 소리는,

 숨넘어가기 직전의 발악 같은 숨소리이리!

 

 “뭐야!”

 

 신경질적이지도 않게, 그렇다고 다정하지도 않게,

 나는 ‘갖고 꺼져!’라는 뜻을 살포시 내포하여, 말을 뱉었다.

 그러나, 한낱 인간과의 인사치레도 알아먹지 못하는

 십진법 언어구사력으로 나의 이 심오한 뜻이 담긴 말을

 알아먹을 리 만무한 컴신은, 말을 그대로 받았다.

 

 “개 목걸이!?”

 

 놈이 게슴츠레 눈을 감고, 수줍은 듯,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쓸데없이,

 난 그의 십진법 언어의 뜻 또한 알아먹을 수 있었으니!

 

 젠장! 그의 마음속의 뜻은 대략 이러했다.

 

 주인은 아끼는 개에게 목걸이를 채워 준다.

 물론, ‘너는 나의 소유다!’라는 뜻을 내포하여 말이다.

 

 나는 너를 격하게 아낀다.

 고로, 이 목걸이를 걸어 준다.

 그러므로, 너는 내꺼다!

 

 “아! 어따, 개드립을!”

 

 이 IT계 인간이 만일, 인간계의 용어로 ‘좋아한다!’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어,

 아마 머리부터 오그라들어 땅속으로 꺼졌을지도 모른다.

 

 ‘오진다!’

 

 두더지가 아닌 이상, 땅속으로 꺼지기는 힘들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비행기의 목적지 대로, 그렇게 서쪽 하늘로 꺼지는 수밖에!

 나의 손발이 모두 오그라들어 땅콩만 해지기 전에 말이다.

 

 그래서, 나! 사 라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빌어먹을 출장!

 

 나의 온갖 장기를 오그라들게 하는,

 기계 인간의 청혼 개드립을 피하고자? 였다.

 

 그랬었는데!

 도망치듯 날아온 곳에서, 하필 내가 자기를 죽였다면서,

 아름답도록 살벌한 눈빛을 날려오는

 중세기사 코스프레 하는 인간을 만날 줄이야!

 

 닭살스런 이상한 놈 피하려다,

 정신 완전 이상한 놈 만난 격이다.

 

 이름을 바꿔도, 타고난 팔자는 못 고치는 모양인 듯!

 어째, 주변에, 죄다 별스럽게 이상한 놈만 꼬이냔 말이다.

 

 그때까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지상의 지옥,

 타클라마칸 사막에 유폐되어, 천년을 산다는 전설의

 천년왕이 그녀를 불러들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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