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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2부- 2회
작성일 : 19-10-21 23:07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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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언뜻 보면 울창한 숲 같이 나무가 빼곡한 거리를 지나, 거미줄처럼 여기저기로 퍼진 골목길들을 가로지르니 슬슬 지루해진 진희가 주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진희님?"

  "조금만... 조금만 쉬자, 응?"

 

  나 죽네, 나 죽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지듯 벤치에 기댄 진희가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자, 시간을 대충 확인한 키미안이 별 수 없다는 듯 벤치 옆에 기대어 지도를 살폈다.

 

  가만히 있자니 심심해 하늘을 올려다 본 진희가 새삼스레 놀라며 녹안에 반짝이는 광망을 담았다. 필르야티엘도 나름 하늘은 맑았다, 느꼈지만 여긴 차원이 달랐다.

 

  평소 신계에선 일 때문에 저녁 하늘만 봐서 그런지 더욱 색달라 감성을 자극했다. 푸른 빛깔의 윤기가 흐르는 비단을 하늘에 펼쳐놓은 듯 아름다웠고, 구름은 정말 크고 몽실몽실 했으며 다양한 색깔이 명암처럼 어우러져 신비로운 광경을 선사했다.

 

  "저, 진희님, 잠시만 여기 좀 봐주실 수 있나요."

  "응?"

 

  왜. 뭔데.

 

  한참을 자기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다가 그 흐름을 깬 키미안의 말에 고개를 돌린다. 너무 장시간 고정되어 있던 터라 저릿거리는 목을 가벼이 마사지 해 주며 키미안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응시했다.

 

  "정 너무 힘드시면 딱 여기까지만 가 보고 여관으로 돌아갑시다."

  "그래, 출발하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벌떡 일어난 진희가 지도에 그려진 길과는 다르게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자, 당황한 키미안이 손목을 붙잡아 본 방향대로 함께 걸어나갔다.

 

  거기만 가면 여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유로운 영혼처럼 방방 뛰어다니던 진희가 행복함에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세상은 아직 살만 했어.

 

  ***

 

  남부 중앙에 위치한 식당, 타비스에 요란스러운 소리가 가득 찬다.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과 눈물을 머금은 자들의 소리들이 모여 기괴한 소리로 변질되었다.

 

  그 중 유독 편안해 보이는 검은 날개의 소유자가 정신 사나운 장면을 바라보며 말 없이 딱딱한 빵을 뜯어 먹는다. 푹 뒤집어 쓴 후드 안으로 선명히 보이는 핑크빛 머리카락이 배까지 물결치듯 흘러내리자, 바로 머리카락을 옷 안 속으로 집어 넣은 이가 피 튀긴 벽을 무심히 바라봤다.

 

  참으로 웃기다. 정말 웃겨서 할 말이 없었다.

 

  입매를 비틀어 비죽이 웃어 보인 소녀가 검은 날개를 숨기고 이 소란의 주인공에게 자박자박 다가가 넓은 등을 톡톡 건들인다. 한 손엔 깨진 맥주병과, 다른 한 손엔 단도를 쥔 취한 고양이가 화를 분출하며 애꿎은 벽에 맥주병을 집어 던졌다.

 

  "네 년은 뭐야!"

  "어머. 무서워라."

 

  소녀의 손가락이 까딱 움직이고, 그의 우악스러운 손에 잡혀 있던 쥐 소년이 붉은 빛에 감싸이며 허공으로 떠오른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당황하며 술렁이자,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 쓴 소녀가 피식 웃었다.

 

  "너... 너 뭐 하는 년이야!"

  "뭐하는 년이긴. 신고 받아서 온 년이지."

  "그게 무슨......"

 

  고양이의 마지막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소녀가 손가락을 한 번 더 까딱였고, 이내 문이 활짝 열리며 허공에 떠 있던 쥐 소년이 밖으로 내보내진다. 이 모든 것이 그저 혼란스러운 고양이가 소녀의 어깨를 붙잡은 순간.

 

  "아악!"

  "흐음... 배짱 하난 좋네. 인정."

 

  후드에서 붉은 빛이 일렁이며 그의 팔을 터트릴 듯 세게 쥐었고, 소녀의 자아로 벗어났지만 선명히 도드라지는 붉은 자국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치 무언가에 탄 듯한 잿빛 연기에 모두가 술렁였지만, 별 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한 소녀가 고양이에게 바짝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가 어떻게 여기에서 멀쩡히 살아 있었어?"

  "그게 무슨 개소리......!"

  "넌 이제 지옥으로 가야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소소 소름이 돋은 고양이가 떨리는 발로 뒷걸음질 하며 사실을 부정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네 까짓 년이 뭔데 그런 소리를 함부로 지껄여! 어?"

  "내가 뭐하는 애인 지 궁금해?"

 

  모르는 게 때론 약일 터. 가장 현명한 방법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갑작스레 치솟은 고양이가 그 사실 마저 부정했다.

 

  "어. 뭔데."

  "나는 말이야......"

  "할렌."

 

  누군가의 부름에 뒤돌아 본 소녀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별 수 없다는 듯 허리 숙여 인사했다.

 

  "대악마 하일론 님의 비서인 할렌 아위즈가, 제 4대신이신 연진희 님과 그의 천관이신 알프레도스 키미안 님을 뵙습니다."

 

  악마?

 

  녹안을 휘둥그레 뜬 진희가 당황스러움에 입을 벌린다. 그에 비해 평온한 키미안이 할렌에게 다가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할렌, 여기서 뭐 하는 거지?"

  "...... 르레이스비 님의 신고로 죄인을 데리러 왔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삐딱한 자세로 답한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르레이스비라는 이름에 집중한 키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르레이스비 님이?"

  "네."

  "...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한숨을 푹 내쉰 키미안이 살벌하게 내려다보자, 몸을 살짝 웅크린 할렌이 푸른 눈동자를 들어보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르레이스비 님의 부탁이라면 네가 아닌 리니아의 직원들이 나섰겠지. 아니. 애초에 악마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지?"

  "그... 그건......"

 

  이게 무슨 상황이람.

 

  당황스러움에 녹안만 이리저리 굴리던 진희가 소란스러운 이들을 발견하곤 한숨을 푹 내쉬며 손바닥에 마나를 한 움큼 모아 곳곳에 퍼트렸다.

 

  "아니... 이게 무슨......"

  "오오. 신이시여."

 

  주변에 모였던 구경꾼들 중 몇몇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두 손을 모은다. 분명 눈 앞에 있던 신과 천관, 악마와 고양이가 갑작스레 모습을 감춘 것과, 잘 들리던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이 일을 벌인 진희가 평온히 익숙한 이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키미안, 너 지금 진짜 살벌한 거 알지."

  "... 그렇습니까."

 

  응. 좀 심해.

 

  겨우 그를 진정시킨 진희가 녹안을 굴린다. 보는 사람마저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덜덜 떠는 소녀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진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인 진 모르겠는데, 둘 다 너무 삐딱하거든? 좀 진정하는 시간을 갖자."

  "... 예."

 

  아무 말 없이 허공을 보는 키미안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할렌 사이에서 도는 무겁고 답답한 공기가 온 곳에 퍼진다.

 

  뭐시여. 괜히 끼어들었나.

 

  갑작스레 더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진희가 자책하며 속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진희님. 혹시 입구에 있는 아터스 좀 호출해 주실 수 있나요?'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좀 알려주고 부탁해라.

 

  당황하며 대답한 진희가 금발이 도드라지는 뒷통수를 사납게 쏘아보며 툴툴거리자 곧바로 답변이 들어왔다.

 

  '그냥 마음속으로 당장 여기로 이동시키고 싶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엥? 그게 끝이야?'

  '네. 신들만 할 수 있으니 얼른 해주세요.'

 

  머릿속으로 그들만의 대화를 마친 진희가 엉거주춤하며 어설픈 발걸음으로 제자리에 서 눈을 질끈 감았다.

 

  아터스 하벨을 이 자리로 오게 하고 싶다. 아터스 하벨을 이 자리로 오게 하고 싶다.

 

  "오......"

 

  정말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머쓱함에 어색한 미소를 지은 진희가 다시 한 번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썩을 놈 여기로 데려오고 싶다!

 

  "엄마야!"

 

  외침이 닿기라도 한 건지, 갑자기 천장에서 뚝 떨어진 아터스가 아파오는 엉덩이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어보였다.

 

  오... 되긴 하네.

 

  "이게 무슨 일이람... 어라? 진희님? 아, 진희 님이 저 부르셨나요? 무슨 일이세요? 아, 혹시 제가 너무 보고 싶고, 막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고 싶어서?"

  "아니, 뭔 개소리......."

  "아아! 말 안 해도 알아요. 모르는 척 해주면 되는 거죠? 이 놈의 인기란......"

 

  뭐 이딴 놈이 다 있어.

 

  분노보단 황당함이 더 앞선다. 진희 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던 모두가 황당함에 제 귀를 의심했다. 다양하게 찌푸려진 표정이 꽤나 재미있어 깔깔 웃은 아터스가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장난이에요, 장난. 그래서 왜 부르셨......"

  "키미안, 얘 다시 돌려보내는 건 어떻게 해야 돼?"

  "아, 방법이 있긴 한데, 그건 너무 호화로운 대접이니까 다리 하나 정도는 못 쓰게 하고 알아서 걸어가라 하는 건 어떨까요?"

  "오, 좋은 방법이야."

 

  얘 천재네.

 

  서로가 감탄하며 둘만의 대화를 나눌 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아터스가 고개를 획 돌리며 도움의 눈빛을 보냈지만,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잘 꾸며진 손톱만 바라보던 할렌이 가벼이 혀를 찼다.

 

  "저기... 저기요... 뭐야, 왜 다들 나만 갖고 그래......"

 

  시무룩해져 고개를 푹 떨구고 바닥만 내려보던 아터스에게 아주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아터스."

  "네! 제가 아터스예요!"

  "... ..."

 

  진짜 특이한 놈일세.

 

  키미안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 너 말고 아터스가 또 있나? 아터스."

  "네, 네!"

  "왜 여기......"

 

  키미안의 등 뒤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살기에 모두가 숨을 죽였고, 이내 잠시 흐렸던 뒷말이 이어졌다.

 

  "악마가 있는 지 설명 좀 해볼래?"

  "네? 악마요? 어디 악마가 있... 엄마야!"

 

  분명 아까 봐 놓고 이제서야 정체를 안 아터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자빠진다. 꽤나 격한 그의 반응에 할렌이 한숨을 내쉬는 것 대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왜 악마가 여기있죠?"

  "... 그건 내가 물어본 건데."

 

  아터스, 미안. 이건 커버해 줄 수가 없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진희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듯 뒤 돌아 섰다. 이럴 거면 왜 부른 걸까. 부른 의미가 무색하게 아무 것도 모르는 아터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짙은 녹안을 올려다 본다.

 

  한숨을 삼키며 한 손으로 눈가를 가린 채 고개를 떨군 키미안이 속으로 칼을 갈며 화를 꾹꾹 누른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고양이 조차 아터스를 보며 말 없이 한숨을 삼켰고, 할렌은 공중에 붕 뜬 채로 아까 먹던 빵을 다시 집어 먹었다.

 

  홀로 어리둥절한 아터스 만이 무거운 공기에 가벼움을 불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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