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2.길가에 피고 지다.-4
작성일 : 19-10-21 21:27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391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렇잖아. 아까 난 교실로 들어오라고 말했고, 넌 지켰어. 그러면 이제 난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아도 널 믿어 줄 거야.”

  “…!”

  일중이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른다.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다.

  “뭘 그리 놀라? 난 마지막 기회를 줬고, 넌 그것을 지켰어. 다른 애들의 멸시를 고스란히 받았잖아. 솔직히 내가 본 모습 중에서 가장 바보 같았어. 흐흐흐….” 서미가 기분 좋게 웃는다.

  “바보?”

  “그래. 넌 일진 놀이가 멋지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정말 바보 같았거든.”

  “고맙다.”

  “훗, 뭘 이정도 가지고.”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서미는 의기양양하다.

  “바보는 이만 물러가도 될까?”

  일중이 말하는 동시에 움직였다.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예의였다.

  “그건 안 되지!”

  “억!”

  하지만 서미가 일중의 목덜미를 잡아채며 제동을 건다.

  “넌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최고로 바보거든.”

  그리고 한다는 말이 고작 바보였다. 어안이 벙벙한 상황에서 일중은 서미가 자신에게 쌓인 게 많은가 싶었다. 그런데 서미가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밝게 웃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또 오늘은 내가 봐 온 강일중의 모습 중에서도 손꼽히게 바보 같았어!”

  “바보 밖에 할 말이 없는 거야?”

  “아니!”

  서미가 일중을 놓아 주며, 고개를 귀엽게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종종걸음으로 그의 앞으로 가는 게 아닌가? 서미는 그 상태 그대로 일중의 얼굴을 보며 뒷걸음질을 시작했다.

  “넌 얼마든지 나머지 세 명한테 책임전가해도 상관없었어. 일진들은 많이 그러잖아. 우정? 웃기고 있네! 힘의 논리로 형성된 관계에 우정은 정말 웃기는 얘기지. 그러니까 바보라고.”

  “난 그 말에 반대야.”

  “반대야?”

  서미가 일중의 말을 따라하며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그녀의 행동은 내 말 아직 안 끝났다는 것과 같았다.

  “나도 반대야!”

  그러다가 쏜살같이 얼굴을 들이미는 바람에 일중이 식겁한다.

  “힉! 뭐가?”

  “넌 기덕이의 말을 무시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었어.”

  “난 또 뭐라고? 너무 가깝다. 좀 떨어져.”

  일중이 애써 무시하며 앞장서려 했으나, 서미가 키도 작은데 끈질기게 일중의 얼굴을 보며 뒷걸음질 친다. 그래서 약간 달려줬다. 그러자 서미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게 변했다.

  하지만 얼굴은 여유롭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보인다. 그 모습이 좀 귀여워서 그는 속도를 늦췄다.

  “허어, 허어 너어…!”

  “알았어. 계속해봐.”

  일중이 멈추자. 서미가 멋지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마치, 거봐 내 말이 너에게 필요하지? 라고 뿌듯해 하는 것 같다.

  “무시는 상철이가 잘 하는 일이잖아? 그런데 넌 그냥 인정하더라. 변명도 하지 않는 걸 보며 조금 놀랐어. 내가 봤을 때는 기덕이도 지건이 말마따나 똑같았거든. 나도 그렇고.”

  서미가 돌아서며 계면쩍어 한다. 그녀도 지건에게 사과하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뒤에 숨어 있었을 뿐이다.

  죄책감이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이걸 일진들에게 떠넘기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런데 일중은 피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당연히 반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일중의 심리가 궁금했다.

  “하아… 아니야. 우리가 너희들까지 그렇게 만든 거야. 일진은 그런 거라고. 다 알고 계획한 거나 다름없어.”

  “그런 걸 왜 계획해?”

  여전히 돌아선 채로 앞서가며 서미가 물었다.

  “당연히 반을 장악하려고 하는 거지. 유치하지만.”

  일중은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속여 봤자 이득이 없다. 지금까지 강탈했던 이득들이, 이제부터 빚이 돼서 빼앗기는 일만 남았다. 그것도 강탈한 것 보다 몇 갑절은 많을 수 있다.

  지루하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일중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자임했다.

  뭐든 시작이 어렵기 마련이다. 서미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런데 난 후회하지 않아. 후회해서 뭐하겠어?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그래서 앞으로 비난도 달게 받을 거야.”

  “상철이가 돌아오면?”

  서미가 기다렸다는 듯이 뒤돌아 두 눈을 말갛게 뜨며 물었다. 일중은 쌍심지를 돋우며 고민한다.

  “모르겠어. 지금 눈앞에 없어서.”

  “아니 난 알아.”

  탄식을 흘리는 일중에게 서미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건이가 아무도 자신의 앞에 서지 말라는데 내 양심이 찔리더라. 거의 6개월을 고통 속에서 보냈을 지건이를 생각하니까 가슴이 미어지는 거 있지. 분명히 ‘도와주지 않을 거면.’이라는 말은 들리지 않았어. 하지만 알겠더라고! ‘도와주지 않을 거면 내 앞에 서지 마.’라고 말했다는 걸.”

  서미의 얼굴이 가로등이 띄엄띄엄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매우 어둡게 보인다. 일중은 어둠이 고마웠다. 그녀의 자책하는 얼굴을 보면 괴로울 것 같았다.

  그녀가 한 박자 쉬고 말을 계속했다.

  “오늘 우리 반에는 가해자들과 유일한 피해자 한 명만 있었어. 그러니 나도 바보고, 너는 바보 중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바보야. 상철이? 말 할 것도 없지! 그래도 바보라고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고마운 거야. 너도 상철이에게 바보라고 해!”

  “어? 그건 좀….”

  “못하겠다는 거야?”

  옆구리에 손을 얹은 서미가 있는 데로 인상을 쓰며 물었다.

  “아니, 못하겠다는 건 아니고….”

  일중은 턱을 뒤로 잔뜩 당기며 말끝을 흐렸다. 바보라고 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속으로 씁쓸해했다.

  “그럼 됐어. 네가 말 한다면, 나도 말할 거야.”

  “그런 전재를 꼭 해야 하는 거야?”

  “그럼! 이제 도와주기위해 나서는 것 보다, 우린 서로를 위해 말해야 돼.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상철이에게 동조하지 않을 거야.”

  서미는 일중에게 단언했다. 아마도 그녀는 그에게 확신을 얻고 싶은 것이리라. 하지만 일중은 피곤했다.

  관계를 쌓아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망가진 관계를 쌓아왔는데, 이제 그것마저도 허물라고 말하고 있었다.

  관계?

  일중은 서미의 말로인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것이 도화선이 돼 변명으로 만들어진 철옹성을 무너뜨린다.

  잘못했다. 그러니 인정한다. 그것이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일중은 경찰이 되려고, 아버지를 보호하려고 반에 유일한 일진으로 남았다.

  하지만 자신은 진짜 바보였다.

  기실 지건이 한 말은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렇다고 작금의 괴롭힘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앞에 서지 마!’에 대한 서미의 해석은 간접적인 가해자의 입장이었다. 일중의 입장에서 그 말은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앞에 서지 마.’라는 것이었다.

  6개월간의 고독을 어느 누가 이해하고, 슬퍼하겠는가? 적어도 우리 반에는 없다.

  결국 지건에겐 현재 지독한 외로움밖에 없는데, 왜 너희들이 그렇지 않은 척 하느냐는 꾸지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중은 그 상황을 목도하며 방조자들이 당하는 모습에 고소해했다. 어차피 난 일진이니까 욕먹을 준비가 돼 있다는 철판을 얼굴에 깔았다.

  그것은 곧 영원히 친구들이 등교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의 동인이었다.

  고작 하루다. 하루인데 마치 그들을 다신 못 볼 것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걸 가장 보여주기 싫었던 지건에게 들켰다.

  친구라며? 유일한 친구라며? 지건은 ‘가해자’라고 일중을 지목하며 비웃은 것이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초라한 관계로 6개월 동안 무시하고 짓밟았던 자신은 무엇인가?

  지건은 구역질나는 교실에 남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얘기를 함부로 꺼내는 것을.

  “아, 이런!”

  일중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다.

  “왜?”

  “창피해서.”

  “알긴 알아?”

  “알아. 허세나 부리면서 친구들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을 때와 완전히 다른데, 난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잖아? 고작 하루야. 걔네들이 없으니까, 이렇게 잘못을 인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바꿨어. 대단하지 않냐? 그런데 그것보다 더 대단한건… 사과라는 게 날 바꾸지는 못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거야! 세상에나? 사과하려고 했으면서, 부정을 미리 하고 있네! 그래, 사과만 하면 되지. 너희들은 날 욕해도 그게 맞는 거니까.”

 
작가의 말
 

 시간이 무한 했으면 좋겠네요. 시간이 모자라요. ㅎㅎㅎ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2.길가에 피고 지다.-14 2019 / 11 / 10 319 0 4972   
25 2.길가에 피고 지다.-13 2019 / 11 / 8 303 0 3372   
24 2.길가에 피고 지다.-12 2019 / 11 / 7 318 0 3642   
23 2.길가에 피고 지다.-11 2019 / 11 / 6 314 0 3817   
22 2.길가에 피고 지다.-10 2019 / 11 / 6 287 0 3368   
21 2.길가에 피고 지다.-9 2019 / 11 / 5 294 0 3432   
20 2.길가에 피고 지다.-8 2019 / 11 / 5 319 0 4347   
19 2.길가에 피고 지다.-7 2019 / 11 / 3 308 0 4251   
18 2.길가에 피고 지다.-6 2019 / 10 / 30 300 0 4066   
17 2.길가에 피고 지다.-5 2019 / 10 / 27 308 0 4165   
16 2.길가에 피고 지다.-4 2019 / 10 / 21 306 0 3912   
15 2.길가에 피고 지다.-3 2019 / 10 / 16 294 0 4645   
14 2.길가에 피고 지다.-2 2019 / 10 / 7 334 0 4054   
13 2.길가에 피고 지다.-1 2019 / 10 / 5 312 0 4044   
12 꽃무늬 원피스-12 2019 / 9 / 30 278 0 8010   
11 꽃무늬 원피스-11 2019 / 9 / 24 287 0 4132   
10 꽃무늬 원피스-10 2019 / 9 / 22 322 0 3204   
9 꽃무늬 원피스-9 2019 / 9 / 20 300 0 3861   
8 꽃무늬 원피스-8 2019 / 9 / 18 307 0 3415   
7 꽃무늬 원피스-7 2019 / 9 / 16 311 0 4772   
6 꽃무늬 원피스-6 2019 / 9 / 15 306 0 3762   
5 꽃무늬 원피스-5 2019 / 9 / 13 288 0 4553   
4 꽃무늬 원피스-4 2019 / 9 / 13 300 1 3828   
3 꽃무늬 원피스-3 2019 / 9 / 7 301 0 3408   
2 꽃무늬 원피스-2 2019 / 9 / 4 306 0 4095   
1 꽃무늬 원피스-1 2019 / 9 / 2 495 1 480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