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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남친은 왕자님
작가 : 핑키pinky
작품등록일 : 2019.10.9

시작은 단순했다. 그저 좋아하는 외국 배우에 관해 원없이 대화할 수 있는 친구면 족했다. 거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그 나라의 친구이길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속에 간직했던 소망을 이루려는 찰나...... 여린 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현대 왕실 로맨스입니다.) *작가 이메일 pinkynjy@naver.com

 
리나의 정체
작성일 : 19-10-21 20:03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7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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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한 수연을 리나가 꼬옥 안았다.

 환영과 반가움의 표현이었다.

 수연은 지금 제게 일어난 일이 마치 비현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포옹을 나눈 두 사람을 향해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더니 이내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리나의 등을 토닥이던 수연은 어떤 톱스타가 공항에 나타난 거라 여겼다.

 하지만 뜨거운 반응은 어쩐 일인지 두 사람을 둘러싼 느낌이었다.

 인사를 나눈 수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실이었다.

 주변의 이들이 아니, 공항의 모든 이들이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기자들로 보이는 이들도 제법 많았고 경호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들은 두 사람을 지키고 있었다.

 

 ‘뭐, 뭐지?’

 

 리나는 어쩐 일인지 잔뜩 미안한 얼굴이었다.

 

 “수연, 놀랐지? 미안. 다 말해줄게. 우리, 갈까?”

 “으,응.”

 

 수연은 얼떨떨한 얼굴로 리나를 따랐고 그녀는 겸연쩍은 얼굴로 친구를 안내했다.

 거대한 무리는 둘의 걸음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소리 없이 갈라졌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은 표정과 일정한 호칭으로 리나에게 인사했다.

 

 이방인인 수연이 느끼기에 그들의 언행엔 존경과 사랑이 가득했다.

 무리에게 화답하는 리나 역시 사랑을 담은 눈길과 손짓을 이어갔다.

 그것은 꽤나 자연스러워서 급조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수연의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뒤엉키고 있었다.

 

 ‘뭐지? 설마....리나가 네덜란드의 톱스타였던 건가?’

 

 수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5년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말이었다.

 리나가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이런 분위기는 사실 연예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환호는 있되 요란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존경과 사랑을 담은 눈빛은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수수께끼를 도저히 풀지 못한 수연이 이번엔 제 눈앞에 등장한 최고급 승용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하지만 혼란스런 시선으로 승용차의 앞쪽에 펄럭이는 작은 깃발이 들어왔다.

 황금빛으로 그려진 문장은 매우 고귀해 보였다.

 

 “수연, 차에 타서 얘기해줄게. 무서워하지 않는 거지?”

 “어? 으, 응.”

 “사진으로 보여줬던 우리 집으로 갈 거야.”

 

 보디가드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차량의 뒷문을 열자 리나가 수연에게 탑승을 권했다.

 승용차의 내부는 비행기의 좌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넓고 안락했다.

 수연은 이래저래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리나가 수연의 어깨를 토닥였다.

 

 “수연, 미안해. 많이 놀랐지? 음.... 나는 너를 정말 만나고 싶었고... 나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음....물론...오늘은 내가 생각한 첫 만남이 아니야. 놀라게 해서 미안해. 사실은....너에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들어줄래?”

 

 수연이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한 상황을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는 해답이 나올 것만 같았다. 리나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있잖아....음....나는....네덜란드의 공주야.”

 “....뭐?!”

 

 외마디 외침이 생각보다 큰 소리로 흘러나왔다.

 초면에 실례였지만 수연은 놀라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어안이 벙벙한 친구의 얼굴에 리나는 잔뜩 미안해하며 간절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널...속이려고 한 건 아니었어. 난 이곳에서 공주로 살아왔기 때문에...음....진정한 친구가 없었어. 또래들은 나를 어려워했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지 못했거든. 음....그러다가 한국의 올림픽을 보게 되었고 낯설고..... 신비로운 나라에 그만 반하고 말았어. 마스코트, 이름이....뭐였지?”

 “....아, 호돌이.”

 “그래, 호돌....너무 귀여웠어. 아, 그래서..... 편지에도 말했듯......문득 한국의 친구를 사귀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곳에선 나를 모르니까. 나는 사실 나를 편안한 친구로 맞아줄 누군가가 절실했거든. 그런 내게..... 대답해준 사람이 너였어.”

 

 리나는 비교적 차분한 한국어에 제 마음을 담아 전달했고 그것은 곧 수연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친구의 신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건 또래의 소탈함 때문이었다.

 5년간 주고받았던 편지들 속엔 그 나이의 고민과 행복이 빼곡했었다.

 좋아하는 스타에 관한 공감과 소통도 빠지지 않았다. 수연은 평범한 소녀로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던 리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용서해주는 거야?”

 “풉.....”

 

 꽤나 진지한 리나의 한 마디에 가장 먼저 터져 나온 반응은 뜻밖에도 웃음이었다.

 수연이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아, 미안. 미안해. 널 비웃은 게 아니야. 우선, 네게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어. 사실 많이 놀랐고 여전히 진정되진 않았지만....네 얘길 들으니 그 마음을 알 것 같아. 그런데 리나야, 너 한국어 정말 잘한다. 외국인과 우리말로 대화하니 꿈인 것만 같아서 그만 웃고 말았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던 리나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하나 하고도 두 해, 아니, 2년이라고 해야 하지?”

 

 수연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헉....2년이라고? 정말 나랑 얘기하려고 배운 거야?”

 “응. 기억나? 내가 널 초대하는 편지를 보냈고....음....네가 올 수 있다고 답했을 때....그때부터 시작했어.”

 

 수연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친구와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영한, 한영사전까지 가져온 그녀였다.

 뜻밖의 정성은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와, 정말 대단하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우다니....”

 

 친구의 칭찬에 리나가 배시시 웃었다.

 

 “고마워. 사실 공부 어려웠어. 음.... 하지만 한글은 참 예뻐. 그리고 너랑 만날 생각에... 많이 노력했어.”

 

 수연이 자그맣게 박수를 치자 리나가 겸연쩍은 얼굴로 또다시 웃었다.

 

 “아, 수연....이제 곧 도착해.”

 “응....도, 도착? 설마, 너, 너희 집 말이야?”

 

 친구의 한국어에 잠시 녹아졌던 수연의 마음이 다시금 당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떠나오기 전, 숙소는 이미 결정된 상태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리나의 신분을 알기 전의 일이었다.

 

 “아, 아니야. 리나! 난, 숙소를 다시 알아보는 게 좋겠어.”

 “수연. Why not? 우리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리나의 실망스런 얼굴에 수연이 진땀을 흘렸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휴우...너희 집이라면....리나야, 물론 네 초대는 너무 고맙고...황송하지만...이건 아닌 것 같아. 난, 그저 게스트 하우스란 말만 듣고....아, 그것도 미안한 일이었지만...”

 “수연, 만약 내가 사실을 말했다면 네가 거절할 것 같아서....음...거짓말했어. 미안. 하지만 우리 집이 싫지 않다면....제발 머물러줘. 이미 부모님께 허락받았어. 지금 우리 가족 없어. 음....모두 외국 가셨고 곧바로 휴가지로 가시거든. 그러니까 편하게 지낼 수 있어. 그동안 날 친구로 대해준 너에게....음....잘해주고 싶었어.”

 “그,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이 왕궁이라니....어떻게.....”

 “수연, 넌 내게 하나뿐인 친구야. 우리 가족도 알고 있고....음....모든 사람들이 널 좋게 생각해. 그래서 집에 머무는 것도 허락했어. 정말이야. 믿어줘. 응?”

 

 진지한 눈빛과 난감한 눈빛이 마주하는 찰나, 차창 밖으로 환호성이 들려왔다.

 수연의 눈길이 무의식중에 소리 나는 쪽을 향했다.

 거대한 성벽을 배경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리나가 그들을 향해 화답한 후, 간절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수연, 네가 나의 친구란 거....음...저들도 알고 있잖아. 내 말이 맞지? 널 환영해. 내 마음, 받아줘. Please....”

 

 난감한 마음이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이, 왕궁의 정문이 소리 없이 스르륵 열렸다.

 먼 길을 달려온 이방인의 시선으로 조금은 낯선 이국적인 풍경이 담기기 시작했다.

 한 눈에 모두 담기 힘든 정원은 잘 다듬어진 나무들과 어여쁜 꽃들을 품고 있었다.

 아름답다는 느낌은 당연했지만 왕가의 위엄과 우아함이 도드라진 풍경이었다.

 수연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리나는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한참을 달려온 승용차가 멈춰 서자 수행원들이 차량의 문을 열어주었다.

 

 “Thank you.”

 

 수연은 제 쪽의 문을 열어준 남자에게 목례한 후, 드디어 땅에 발을 내디뎠다.

 얼떨떨한 얼굴이 제 앞에 우뚝 솟은 건물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동화책을 보며 상상했던 그 궁전이야....’

 

 수연은 이런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꿈이라고만 여길 순 없었다.

 그만큼 모든 것은 생생하며 강렬했다.

 

 “수연, 이쪽으로.....”

 

 리나의 손짓에 수연이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문 앞에 정렬해있던 이들이 공손히 인사했다.

 그들의 호칭은 모두 같았고 공주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듯했다.

 리나가 웃는 낯으로 수연을 소개하자 그들이 이번엔 공주의 친구를 향해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니, Nice to meet you.”

 

 수연이 얼떨떨한 얼굴로 목례하자 리나가 싱긋 웃었다.

 

 “수연, 너무 예의가 바르다. 히잇. 여기에선 그렇게 안 해도 돼. 우리 들어갈까?”

 “어? 으, 응.”

 

 리나는 한껏 신난 얼굴로 수연의 팔을 이끌었다.

 커다란 현관문이 소리 없이 열리는 순간, 마치 동화책 속의 한 페이지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수연의 마음에 차올랐다.

 

 ‘세상에.....어떻게 이런 일이......’

 

 호기심어린 눈길이 내부를 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수연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평범한 가정이었다고 해도 실례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왕궁이었다.

 뜻하지 않게 발을 들이게 되었지만 민폐는 물론, 더 나아가서 나라 망신만은 시킬 수 없다는 의지가 샘솟는 중이었다.

 

 ‘휴우....제발 침착하자.’

 

 “수연, 이 궁은 우리 가족이 생활하는 곳인데, 음....이 건물에선 나와 오빠가 지내고 있어.”

 “오, 오빠?”

 

 수연이 잔뜩 긴장하며 묻자 리나가 싱긋 웃었다.

 

 “걱정하지 마. 음...오빠는 부모님과 함께 멀리 있어. 초청받았거든. 사실은 너 불편할까 봐 궁이 비는 날짜에 오라고 했어. 마침 네 방학이랑 맞아서 참 기뻤어.”

 “정말? 에고....공연히 나 때문에....”

 

 앞서 가던 리나가 뒤돌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너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에.....히잇. 내가 원한 거야. 가족이 있다면....불편했을 거야. 나라도 똑같아. 그냥 너랑 만나면 편안하게 웃고...음....이야기하고 놀고 싶었거든. 이쪽으로 와. 네 방 보여줄게.”

 “내 방?”

 “응. 2층이야.”

 

 나선형의 계단은 꽤나 웅장했고 대리석의 매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리나는 들뜬 음성으로 몇 걸음을 앞서가더니 수연에게 손짓했다.

 

 “수연, 올라와.”

 “으,응.”

 

 2층 역시 1층과 다름없이 화사함을 뽐내고 있었다. 곳곳마다 생화가 장식되어 꽃향기가 은은히 풍겨났고 복도를 따라서는 아름다운 벽화들이 즐비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샹들리에는 불이 켜지기 전이었지만 보석마다 영롱한 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여긴 내 방, 음....그리고 수연의 방은 저기....”

 

 복도의 끝에 화려하게 장식된 문이 있었다.

 리나가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문고리를 잡으며 싱긋 웃었다.

 

 “널 위해 준비했는데....마음에 들면 좋겠다.”

 

 커다란 문이 열리는 순간, 수연의 두 눈 가득 핑크빛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코 의도한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은 멀쩡한 사람을 바보처럼 만들어놓고 말았다.

 리나가 멍하니 서있는 수연의 팔을 붙잡더니 안으로 이끌었다.

 

 “핑크 좋아한다고 해서....어때? 별로?”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이렇게 예쁜 방은 처음이라서. 내가 핑크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수연의 물음에 리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크게 됐어. 정말 좋아?”

 “응. 사실은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 방 같아서 꿈인 줄 알았어. 사실 이곳에 온 것 자체가 그렇긴 하지만......”

 “공주...방?”

 

 까르륵 웃던 리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음...옛날에 내 방이었으니 너의 말, 맞아. 수연, 그러니까 이건 꿈 아니야. 맞지?”

 “그래. 꿈 아니야.”

 

 두 여자가 서로를 바라보더니 까르륵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으로 단정한 음성이 날아들었다.

 뒤따라온 집사는 양 손에 쟁반을..... 그리고 수행원은 수연의 트렁크를 들고 있었다.

 리나가 그들에게 한 마디를 던지자 각자가 알맞은 위치에 물건을 내려놓았다.

 임무를 마친 이들이 깍듯한 인사를 남긴 후 물러나자 수연이 덩달아 인사했다.

 리나는 싱긋 웃으며 수연에게 자리를 권했다.

 침실 한 쪽에 놓인 응접세트는 아담했지만 왕가의 멋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연, 목말랐어? 이건...음.....웰컴 드링크야. 레모네이드 좋아해? 피곤한 데에 좋대.”

 “아, 피로 회복?”

 “피로....음, 그거 맞아. 조금 어려운 단어다. 히잇. 자, 마실까?”

 “응. 고마워.”

 

 수연이 리나를 따라 유리잔을 들었다.

 레모네이드의 노란 빛깔은 보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리나가 갑자기 멈칫했다.

 

 “Oh My God! 수연, 피곤할 텐데....너무 기뻐서 깜빡했어. 음...옷 갈아입고...조금 쉬어야지. 이따가 식사하면서 얘기할까?”

 “아, 난 괜찮은데....배려해줘서 고마워.”

 

 리나가 손사래를 치며 일어서자 수연이 곧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저기, 리나야, 미안한데...전화 좀 써도 될까? 집에 전화를 못 했거든.”

 “그럼. 물론이지.”

 

 리나의 지시 한 마디에 곧장 전화기가 설치되었다.

 방에서 편안하게 통화하라는 배려였지만 수연은 모두가 나간 후에도 한동안 멍한 얼굴이었다.

 움직임이라곤 긴장과 함께 다리가 풀려 다시 의자에 앉은 게 전부였다.

 얼떨떨한 시선이 제 몸을 둘러싼 공간을 차분히 훑었다.

 

 창가엔 연분홍의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천장부터 바닥까지 닿은 길이 탓인지 꽤 웅장하게 느껴졌다.

 그 곁엔 고풍스런 책상과 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수연은 왠지 깃털 달린 펜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옮겼다.

 

 방문과 대각선 쪽으론 벽난로가 있었다.

 이국적인 풍경에 수연이 눈을 크게 떴다.

 실제 사용하는 듯 마른 장작이 일정한 패턴으로 쌓여 있었다.

 신기함을 품은 두 눈이 이번엔 벽에 걸린 물건들에 닿았다. 그림들은 모두 명화 같았고 촛불 모양의 등불은 천장의 샹들리에와 더불어 보석같이 반짝였다.

 하지만 정작 수연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방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침대였다.

 풍성한 레이스의 커튼이 달린 것은 동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것이었다.

 누구나 공주를 꿈꾸어보는 그 나이의 로망이 순식간에 튀어나온 것만 같았다.

 

 ‘세상에....어떻게 이런 일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던 수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참, 이럴 때가 아니지....’

 

 그녀는 배낭의 앞주머니에서 수첩을 써내 펼쳤다.

 한국에서 미리 알아온 것은 컬렉트콜로 전화 거는 방법이었다.

 시차를 계산해야 했지만 수연은 일단 수화기를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연락하라는 엄마의 당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드디어 수화기 너머로 그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엄마?”

 -어? 수연아! 어떻게 됐어? 잘 도착한 거야?

 “응. 잘 왔어. 리나가 공항으로 마중 나와서 잘 만났어.”

 -어머나, 세상에...서로 잘 알아본 거야?

 

 수연이 수화기를 든 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서로 한 눈에 알아봤어. 신기하지?”

 -어머, 정말 그렇구나. 그래서 그 아이 집으로 잘 갔니? 지금 어딘데?

 

 수연이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다. 이제 기막힌 상황을 설명할 차례였다.

 

 “엄마, 있잖아...놀라지 말고 잘 들어.”

 -왜? 무슨 일 있니?

 “아니, 그게 아니고....글쎄....리나가 네덜란드의 공주인 거 있지? 엄마, 나 지금 왕궁에 와 있어. 정말 믿기지 않지? 나도 그렇다니까? 엄마도 봐야 하는데....어쩐지 공항에서부터 사람들이 리나에게 공손히 인사하기에 이상하다고 여겼거든. 엄마? 엄마, 듣고 있어?”

 

  통화를 마친 수연의 엄마가 멍한 얼굴로 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통화 전, 걱정으로 선잠이 들었지만 이제라도 딸의 밝은 음성을 들었으니 잠이 깬 건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안도감으로 한시름을 던 마음에 또다시 근심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가 일어나더니 냉장고를 열어 물 한 컵을 삼켰다.

 

 ‘공주라니...왕궁은 또 뭐지? 휴우....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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