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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Netwalker
작가 : HudmentJhinRaker
작품등록일 : 2019.9.6

프로급 마피아 조직원 르미데안느 드 블랑. 사이버 해킹 보안국 특수 요원 고준혁. 세계적인 대기업 제타 그룹의 회장 최문호. 가족을 잃고 사이버 킬러가 된 소년 서지환. 깊은 곳에서 부터 꼬이기 시작한 그들간의 과거가 기어코 실체를 드러낸다.

 
NetWalker - 11
작성일 : 19-10-20 15:04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8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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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메뉴는 뭐로 할까요?”

 

 “아무거나 해, 나는 안 먹을거니까.”

 

 준혁은 늘 그렇듯 부하직원의 점심권유를 뿌리치고 흡연실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조금이라도 골치아픈 일이 생기면 늘 일 생각을 떼어 놓지 못했다. 그러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면 자연스럽게 담배를 찾았다. 한 번은 식사 도중에 혼자 중얼거리다 아내에게 집에서는 제발 일 이야기좀 하지 말라며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뼛속 깊이 스며든 버릇을 버릴래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장점이라곤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 버릇 덕분에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이버 해킹보안국 내 최고 성과율을 가진, 제 3 정예 수사팀 팀장, 고준혁으로써의 자리를 말이다.

 

 준혁은 첫 시험부터 모두에게 촉망받는 유능한 인재였다. 그의 스펙은 뽑으면 A4용지 열 장은 족히 넘길 정도로 두터웠고, 면접도 매끄럽고 위트있게 흘러넘기며 면접관들의 관심을 샀다. 손쉽게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팀을 배치받고 나서도 베일듯한 카리스마로 상사마저 압도했다.

 

 그의 모습은 높은 직책의 인사들에게 곱게 보여질리 없었으나 리더의 자질로써는 충분하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거기에 더해 팀에 배치된지 네 달만에 보안국 전체를 위협하던 테러범을 잡아냈다. 상부에서 이 건을 높이 삼아 이후로 그는 고속 승진을 이뤄내며 보안국 내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었다.

 

 준혁은 이전까지 해오던 일에 회의감을 느껴 보안국으로 넘어온 것이지만, 테러범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예전부터 해온 방식 덕이었다.

 

 그는 보안국에 오기 전에는 보잘것없는 평범한 형사였다. 검사를 할 수도 있는 스펙으로 형사를 하고 있었다는 건 전국민 모두가 듣고 땅이꺼지도록 한숨 쉴만한 일이었지만, 당시에 그는 형사에 대한 로망과 열정으로 제정신이 아니였다. 하지만 정작 꿈에 그리던 형사가 되고나서는 크게 실망했다. 체계가 엉망이었던 것이다.

 

 범죄자를 때려눕힌다거나 그런 험악한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위협이 없으면 무력을 행사해선 안된다는 룰은 참으로 한심한 것이었다. 눈앞에 범죄자를 두고도 스스로 투항할 때까지 말로 설득해야한다는 그 안일한 방식은 신념 깊은 사이코들이나 무장한 자들을 상대로는 절대 통할 리 없었다. 물론 용의자의 무장이 확인된 상태라면 무력을 행사해도 좋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실제 상황에서 용의자가 스스로 무장을 밝히는 경우의 태반은 이미 누군가 희생되고난 후였다.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준혁이 직접 검거현장에 달려나가는 역할은 아니었다. 그는 관제탑 역할이었지만, 동료들의 입을 통해서 어설픈 룰 탓에 범죄자 확정이나 다름없는 용의자를 놓친 것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개중에는 십년도 더 넘게 강력반에서 활동해온 동료가 있었는데, 그가 검거 현장에서 본 동료의 죽음만 해도 열은 넘었다. 그 또한 이렇게 말했다. 그 빌어먹을 쓰레기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서 우리쪽 손실이 생겨날 바에야 빠르게 범죄자를 잡아 쳐넣고 징계를 받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자비는 또다른 희생을 불러온다.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여온 일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검거현장에서 즉결 처형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는 생명의 존엄을 들먹이며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심지어는 불미스럽다고하였다. 준혁은 그 말을 듣고나서 큰 회의감에 빠졌다. 자신이 지켜온 신념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용의자는 재판장에, 시민은 평화 속에, 경찰은 정의롭게, 범죄자는 죽음 앞에.

 

 몇몇 동료가 그의 신념을 강박이라고도 하였지만, 그에게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다, 자신이 가진 것은 강박도 신념도 어느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사회의 순리라고. 그러나 그의 신념은 단순하면서도 이뤄지기 어려웠다. 애시당초 경찰은 정의라는 명목하에 자유롭지 못했다. 오히려 오만한 자비를 이리저리 흘리고 다니는 우유부단한 윗대가리들이나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정의인양 떠들어댔다. 그렇게 얄팍한 정의로는 경찰들을 원활하게 통솔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고, 검거율도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눈초리를 받는 것은 모조리 일개 경찰의 일이었고, 오만에 가득찬 똥통들은 편하게 먹고 놀며 무리하게 명분만을 갖다붙인 룰을 배출하듯 만들어냈다. 그게 무장확인 전 무력 행사 엄금이었다.

 

 이 룰이 만들어진 것은 준혁이 형사가 되기도 한참 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이런 지뢰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고 일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변 동료 하나가 비무장으로 확인이 된 용의자를 검거하다가 소매에 감춰둔 칼에 맞아 큰 부상을 입고 은퇴를 하게되는 암울한 사건을 목격하면서 점점 이 일이 골칫덩이처럼 느껴졌다.

 

 칼에 맞은 동료는 팀 사이에서 가장 다부지고 강인한 몸을 가진 이였다. 덩치는 성인 남성 두명을 합쳐놓은 만큼이나 거대했고, 부서간 씨름 대회에서도 으뜸 장사였다. 인신매매 현장에 들이닥쳐 주요 인물을 검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와 준혁과 그, 그 외 일곱명 정도가 한 팀을 이뤄 현장에 파견되었다. 그는 오만에 젖어 있지도 않았고,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와 반대되는 성격에 가까운 준혁으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남자였다. 성격차 탓에 성미는 잘 안 맞더라도 그는 모니터링을 하며 메인 오더를 내리는 부서 최고 성과자 준혁의 말을 순순히 잘따랐다.

 

 그는 준혁의 오더에 순응하며 현장에서 팀원들을 단결하여 완벽한 팀워크를 발휘했다. 그의 활약으로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하였고, 용의자와 거래를 하고 있는듯 보였던 여자도 추가 검거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팀원들은 섣불리 그녀에게 손대지 못했다. 무장확인이 안되었을 뿐더러 그 얄팍한 룰에 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팀원들은 그녀를 어찌해야할지 몰라 일단은 대화로 풀어보았다. 잠시후 비무장이 확인됨과 동시에 연행차량 앞에서 주요 용의자가 그녀는 자신을 죽이러 온 암살자라고 불어버리면서 일이 꼬였다.

 

 이를 전해들은 준혁은 급히 현장에 전달해주려고 했으나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그녀가 품 속에 숨겨둔 나이프를 노련하게 휘둘러 그 덩치의 굳건한 무릎 인대를 순식간에 끊어버린 것이었다. 팀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몰라 다리에 힘을 잃고 쓰러진 동료를 보고만 있었다. 모두가 적막에 감싸여 제자리에 마네킹처럼 굳었다. 그 적막은 그녀가 암살자라는 정보를 준혁이 무전을 통해 비명을 지르듯 전달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의 말을 들은 모두가 정신을 차렸지만, 그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동시에 큰 총성과 함께 연행 차량에 태우던 용의자의 머리가 날아가버렸다.

 

 “스읍…하아…”

 

 준혁은 쓰디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현실은 이 담배연기보다 쓴 것이었다. 가방끈을 졸라매고 경찰을 꿈꾸며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인생이 담배보다, 술보다 쓰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세상에는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이 너무도 많았고 준혁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것들을 일일이 쳐내며 학년을 올라왔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실 준혁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은 세상의 일부가 아닌 이 세상 그 자체임을 처음 깨달았고 지금도 그 깨달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 시험에 통과하고 처음 형사가 되었을 땐 잠시 그 의구심을 잊을 수 있었다. 그날 매섭게 날아든 총탄에 허물어지는 주 용의자의 두개골과 매혹적인 암살자의 칼날에 은퇴를 결정 당한 동료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준혁은 필터 앞까지 바짝 타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다른 종류의 담배를 하나 안주머니에서 꺼내들어 지체없이 입으로 가져가 물었다. 불을 붙여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방금 피운 것은 싸한 맛을 강하게 내는 담배 종류 중에서도 가장 퍽퍽하기로 유명한 녀석이었지만, 이번 것은 요거트 같은 달달한 맛이나는 종이었다.

 

 늘 이 담배를 입에 물 때면 이전 것과 달리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코를 파고드는 향에 요거트가 절로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도 한 번 이런적이 있어 귀가하는 길에 플레인 요거트를 잔뜩 사갔지만, 느끼해서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린 것이 떠올랐다. 옛날에는 좋다고 요거트를 중독자처럼 먹어 댔지만, 지금은 그 시절의 혀 상태가 의심될 정도로 느끼해서 먹질 못했다.

 

 준혁은 문득 자신의 입맛 과거사를 떠올렸다.

 

 유치원생 시절에 처음 먹어본 아이스크림의 맛을 그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단것이라고는 돌사탕과 할머니께서 자주 해주시던 단호박 찜 외에는 혀에 대보지도 못한 그에게 아이스크림의 입안에서 살살녹는 달달함은 신선하다 못해 짜릿한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그날은 무더운 한여름이었기에 혀와 목구멍을 가득 메우는 달달함과 자극적인 시원함은 더욱 절실했다.

 

 초등학교에서 가방끈 좀 헐렁하게 하고 다닐 시절에는 도넛을 굉장히 좋아했다. 깊은 달콤함과 부스러지는 빵의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진열대에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다양한 종류와 색에 따라 다른 맛. 종류가 수십개는 되었기 때문에 늘 도넛 매장에 갔다하면 한시간 정도는 진열대에 코를 박고 고민해야만 했다. 다만 당시에는 집 주변에 도넛 매장이 없었던 탓에 직접 맛을 보고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아니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제법 낯부끄러운 이유지만, 경찰의 꿈을 막 싹틔우기 시작한 때이다 보니 경찰, 범죄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 어느 한 서양 영화에서 주인공이 잠복근무 중 커피와 함께 씹어 먹는 도넛이 그리도 맛있어 보였다.

 

 결국 준혁은 다음날 어머니를 졸라 커피맛 도넛과 초콜릿으로 도배된 도넛, 그리고 아메리카노를 사먹었다. 도넛을 베어무는 순간만큼은 자신이 이미 영화 속 주인공처럼 경찰이 되어 잠복근무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들었다. 비록 급하게 창문을 내리며 총을 쥐는 모습을 흉내 내다가 커피를 쏟고는 어머니께 호되게 혼났지만 말이다.

 

 준혁은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역시 이 담배를 피울 때 만큼은 즐거운 생각들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그러나 심심할 때 마다 생각난다고 막 피우지는 않았다. 남들이 보았을 땐 담배를 피우면서 혼자 실실거리는 꼴이 되어버리는 탓에 얼마전에는 상관에게 마약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었다. 허나 그 또한 이 담배 앞에선 즐거운 추억에 불과했다.

 

 준혁은 잠시 물고 있던 담배를 입에서 떼고 사색에 잠겼다. 과거에는 그렇게도 단 것을 좋아했던 소년이 지금에 와선 담배가 달달하다고 실실거리는 꼴이라니, 현실이 비참하게도 느껴졌다.

 

 결국 준혁은 동료의 은퇴와 함께 자신도 은퇴했다. 남아 있었던 모든 부서팀원들이 힘을 잃는 것도 모자라 지성까지 잃어버리게 되면 정말 큰일이 날 것이라며 그를 뜯어말려보려 했으나 고집불통에 자존심 대마왕인 그에게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그는 단지 윗머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멍청하게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형사를 그만둔 것이 아니였다. 다른 보수 좋고 자신의 신념과도 잘 맞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곳이 바로 이곳, 사이버 해킹보안국(CHSA)였다.

 

 사실 준혁은 해킹은 커녕 C언어와 사이버의 개념조차 똑바로 알지 못했다. 그런 그가 해킹보안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스펙은 놀라울 만큼 탄탄했고, 그 탄탄한 스펙의 주인답게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는 단지 법학공부를 제대로하지 않았을 뿐이지 검사도 할 수 있을만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에 대한 로망 하나로 하루 아홉 시간씩 공부를 하며 상당한 성적을 낸 그에게 C언어는 별 대단한 것도 아니였다.

 

 사람 대하는 것도 껄끄러워 않고, 유머감각도 괜찮은 그의 성격은 면접에서 매끄러운 진행을 이끌면서 모든 허들을 간단하게 넘어섰다. 그 이후는 알다시피였다. 오래전부터 보안국을 위협해온 사이버 테러범의 위치를 다소 무식하지만, 놀라운 행동력으로 부서배치 네 달만에 찾아내어 붙잡았다는 것 말이다.

 

 처음에는 주변의 모두가 그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테러범의 위치를 신호가 확실히 아닌 곳부터 찬찬히 소거해나가는 방식으로 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은 너무 무식하고,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형사로 활동하던 시절엔 모두 그렇게 행동했다. CCTV와 지도를 통해서 눈에 너무 띄는 곳, 용의자의 행적과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을 우선적으로 찾아 수사범위를 좁히고, 발자취를 추적하다가 안되면 직접 수사 범위내로 뛰어들어가 수소문을 했다. 이제와서보니 확실히 무식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영향력을 지닌 방법이었다. 그는 형사 시절 이 방식으로 수많은 용의자들을 검거했다. 시간이 있고, 끈기가 있고, 용의자가 국내에 있다면 검거율은 백퍼센트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사람은 가끔씩 무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형사가 되면서 가장먼저 배운 준혁의 눈에는 컴퓨터 앞에서 끙끙거리며 직접적인 역추적 혹은 공격만을 시도하는 고지식한 분들이 참도 미개해 보일 지경이었다. 결국 그는 대규모 위치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벼락치기로 공부한 것이나 다름없는 그의 코딩능력과 견고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툴을 이용해 만든 것이었으니 성능은 상상 이하였다. 그것을 본 동료들은 구닥다리 형사에게 알맞는 짓이라며 비웃었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오히려 허술할수록 더욱 좋았다.

 

 프로그램은 삼중구조였다. 검색은 한번에 되는 것 같지만, 사실 세번을 거듭하여 검색되는 것이었다. 첫번째 위치 검색은 수준낮은 백신에도 막힐만큼 나약했다. 두번째는 앞서말한 수준낮은 백신을 사용하는 컴퓨터를 제외하고 위치를 재검색하는 방식이었다. 대신 이번에는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일반 백신정도에도 막히게끔 설계했다. 그런데 세번째 검색은 제법 굳센 프로그램으로 옮겨서 설계했다. 그것도 자존심 센 준혁이 상사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말이다.

 

 세번째 검색은 그가 직접 설계한 것은 아니였지만 일단 설명을 들어서 그 위력은 알고 있었다. 딥웹에서나 사용될만한 특수한 프로그램이나 우회기가 아니면 막을 수 없게끔 설계된 것이었다. 그런 괴물같은 프로그램을 내놓은 상관에게 준혁은 몇년간 누구에게도 꺼낸 적 없었던 존경의 빛을 반짝였다.

 

 준혁은 그정도면 테러범도 간단히 붙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상사에게 물어봤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에 그의 눈에는 충분히 잡고도 남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상관은 놈은 다르다며 가능했으면 진작에 잡았을것이라는 말을 남길 뿐이었다.

 

 준혁은 한달만에 완성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시험 사용을 해보았다. 역시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낮은 수준의 백신을 사용하는 순진한 컴퓨터의 위치는 하얀색으로 표시되었고, 일반 백신을 사용하는 컴퓨터는 초록색으로 위치가 확인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해커들, 딥웹 사용자들의 위치는 국내 범위로 검색을 하였는데도 태평양 한가운데나 라스베가스, 베이징 등 다양한 곳에 새빨간 핑이 찍혀나왔다.

 

 그러나 백여가지가 넘는 빨간 핑들 중에도 국내에 찍힌 것들이 간혹 있었다.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준혁은 국내에 찍혀 있는 곳을 모조리 직접 찾아갔다. 본래 수많은 인원과 함께 다녀야 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편을 들어준 이는 그 비범한 상사 밖에 없었다.

 

 결국 혼자 찍힌 곳을 찾아다니던 준혁은 한 명의 딥웹 백신사용자를 직접 찾아낼 수 있었다. 준혁과 마주친 그는 처음에는 칼을 휘두르며 위협하였지만, 준혁 자신은 경찰이며 현재 사용하는 우회 프로그램의 출처를 밝히면 그에게 어떠한 법적 처벌도 가해질리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두시간 정도의 실랑이 끝에 지인에게서 넘겨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연락처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수천 개가 넘는 핑들 중 겨우 삼백 번째 만에 찾아낸 것이니 운이 매우 좋았다.

 

 준혁은 프로그램과 함께 연락처를 넘겨받고는 다시 본부로 돌아왔다. 그리고 연락처를 상사에게 넘겨주고는 추적을 맡겼다. 상사는 매우 귀찮다는 눈치를 뿜어댔지만, 별 수없이 해주었다. 준혁은 초조하게 추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 연락처를 얻어낸 것은 운도 운이었지만 그의 관찰력과 사람의 종을 분류하는 능력의 산물이었다. 그는 팀에 배치되면서 몇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컴퓨터를 주로 만지는 이들은 신경질적이면서도 이기적이며, 완벽주의자들이었다. 그리고, 인간이었다.

 

 자신에게 쏟아져 나온 갖가지 모욕과 깔봄 등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제법 섣불리 결론을 낸 것이기는 했지만, 준혁은 자신을 믿었다. 해커라고는 해도 그들도 인간이었다. 그말은 즉슨 테러범 또한 보안국의 인간들과 같을 것이었고, 테러범은 외로움을 싫어 할 것이었고, 그탓에 끊지못한 지인에게 좋은 백신을 부탁받았을 것이었고, 백신을 넘겨주었으며, 그 자신은 반드시 이기주의일 것이었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한없이 완벽하지만, 결국 자신밖에 몰랐을 것이었다. 그 친구를 위해 특별한 우회기나 백신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해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 끝에 운이 매달려 있었을 뿐이었다.

 

 연락처의 위치를 알아낸 상사가 준혁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이후는 거의 전부 상사에게 맡겼다. 아직 준혁은 깊은 동굴을 탐험할 만큼 장비나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베테랑에게 맡겼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그 연락처의 주인의 지인이 그 테러범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운으로 테러범을 잡은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상사는 준혁에게 그 공적을 넘겨주었고 수많은 이들이 그를 존경과 시샘의 눈길로 흘겨보았다.

 

 그 이후 준혁은 상사에게서 수많은 것을 배웠지만, 프로그래밍은 자신과 잘 안 맞는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어 전략적인 일을 하는 작업을 주로 도맡아 노력과 리더쉽, 팀원들의 팀워크, 그리고 이 쌉싸름한 담배와 달달한 담배로 이 자리까지 올라선 것이었다.

 

 준혁은 어느새 입에 물고 있었던 달달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는 흡연실을 나왔다. 그때였다.

 

 “팀장님! 저희팀에 특무가 내려왔습니다!”

 

 “뭐?”

 

 준혁은 깜짝 놀라 자빠질 뻔했다. 이미 수하에 있는 건도 마무리 못지었는데 갑작스레 특무라니 전례에 없던 일이었다.

 

 “아니 그럼 우리가 하고 있던 건은 어쩌고?”

 

 “제 1 정예 행동팀으로 넘어 갔습니다.”

 

 “뭐라고? 그녀석들 순 엉터리 집단인거 몰라?”

 

 준혁은 버럭 소리쳤다.

 

 부하가 잔뜩 겁을 집어먹었는지 움찔했다. 그러나 자신의 할말은 또박또박 했다.

 

 “그건 일단 잊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특무, 어딘가 굉장히 이상하거든요.”

 

 준혁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살인사건입니다. 벌써 세 명이나 같은 수법에 당했어요.”

 

 준혁은 크게 숨을 삼켰다. 방금까지 피운 담배의 쌉싸름한 맛과 달달한 맛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입 안을 에워쌌다. 부하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

 

 “세명의 피해자 모두 현장에서는 질식사로 추정됐지만, 정확한 요인은 쇼크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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