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6화
작성일 : 19-10-19 18:04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494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주와 연은 큰길가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작은 동네여서 그런지 카페가 두 군데 이상으로는 생기는 일이 거의 없었고, 때문에 사람은 늘 많았다.

 이주는 유독 시선 처리를 못하고 있는 연의 모습을 보며 의아해 했지만 곧이어 연의 뒤로 보이는 커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잽싸게 달려가 앉아 뒤따라오는 그를 빤히 보았다.

 "뭐 마실래요?"

 "괜찮습니다."

 "요즘 카페는 1인 1커피 아니면 못 앉아요."

 "..."

 "괜찮아요. 내가 살게."

 이주는 가끔씩 자연스레 말끝을 흐렸는데, 그것은 연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의도였으리라.

 

 "그럼, 커피 마실게요."

 "그니까 어떤 거요?"

 "..."

 연이 입을 열지 않자 이주는 순간 깨달았다.

 이 남자, 아무래도 카페를 와 본적이 없는 것은 아닐까?

 "내가 알아서 시킬게요."

 "네."

 "차가운 거 괜찮죠?"

 

 암만 어려보인다고 해도 스물은 족히 넘어 보인다. 게다가 요즘 시대엔 초등학생들끼리도 카페에 와 수다를 떠는 게 일반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저 성인 남자는 카페를 와 본적이 없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산거지?

 

 진동 벨이 울리자 이주는 얼른 일어나 아이스 카페모카 두 잔을 들고 와 자리에 앉았다.

 "그럼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네."

 "일단,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게 제 결론이에요."

 "시간이라면 어떤.."

 "연이씨 소설, 재밌어요. 내용은 조금만 수정하면 될 것 같아요. 문제는.."

 

 이주가 말을 이어나가지 않자 연은 답답했는지 이주의 입 주변을 빤히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한 달에 책 몇 권이나 읽어요?"

 연은 이주가 하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왜요?"

 "그럼, 일 년에는?"

 "일 년.."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는 거예요?"

 "한 권."

 

 이주는 생각해두었던 다음 질문을 던질 수가 없었다. 한 권이라니.

 "한 권? 일 년에 한 권?"

 "아뇨.. 살면서 한 권. 한 권 읽어봤어요."

 

 놀라는 게 당연했다. 계선은 연이 자신의 턱에서 수염이 자랄 나이에도 어린 아이 같은 말을 구사하자 안 되겠는지 어디선가 <그 날의 나는>이라는 제목의 장편 소설을 구해다 주었고, 연은 밤낮으로, 아니 지금까지도 그 책에만 자신의 언어를 의존하며 살아왔다.

 

 책의 내용은 이러했다.

 중학생쯤 된 한 남자아이는 하루가 끝이 나는 밤12시를 기점으로 늘 꿈이 바뀌었다.

 다만 직업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행동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날은 고양이의 양 겨드랑이를 잡고 올려 비행기를 태워주는 것이었고, 어느 날은 자신이 직접 만든 새총으로 지나가는 차의 창문을 맞춰 깨뜨리는 것이었으며, 어느 날은 슈퍼에서 계산도 전에 아이스크림을 다 까먹고는 빈 쓰레기를 가지고 계산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물론 실행하지 못할 꿈은 아니었지만 그는 도전을 두려워했고, 매일 밤 오늘은 제발 실행 가능한 꿈을 꾸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12시가 되자, 남자아이는 또 다시 꿈을 갖게 되었다.

 바로 10층 이상의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 아이는 아주 기뻤고, 드디어 실행 가능한 꿈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남자아이는 곧장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내렸다.

 그러나 정말 운이 좋았던 그는 다행히도 시멘트 바닥이 아닌 1층에서 열심히 관리하던 정원에 떨어져 목숨만은 건진 상태가 되었고, 며칠 뒤 정신이 들자 그의 옆에서 울고 있던 그의 엄마가 물었다.

 "도대체..왜 죽으려고 한 거니?"

 "..."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꿈이었으니까."

 "..꿈?"

 "열두시만 되면 누군가 제 귀에 꿈을 하나씩 속삭여줘요. 근데, 난 단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어요. 늘 누군가 함께 해야 하는 것들이었으니까."

 "그게 무슨.."

 "엄마. 난 처음으로,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꿈을 꿨어요. 그게 이유예요."

 

 남자아이는 정신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목을 메달아 자살했다.

 그의 발밑에는 유서로 추정되는 편지가 발견 되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내가 진실을 말한다고 해결이 되는가? 나의 병이 치료가 되었다고 해결이 되는가? 처벌받지 못할 죄를 짓는 자가 옆에 있는 것만큼 두려운 게 없다.'

 

 연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선과 불오를 떠올렸다. 과연 계선은 이 책이 이러한 내용인 줄 알고 준 것일까?

 

 "좋아요. 프로젝트 기간을 좀 길게 잡아봅시다."

 "프로젝트요?"

 이주가 비장한 표정을 하곤 연을 빤히 보았다.

 "연이씨 책 출간 프로젝트!"

 "정확히 뭘 말하시는 건지.."

 "연이씨 소설은 지금 당장 버려져도 이상할 게 없는 원고예요."

 

 연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제 자랑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연이씨가 쓴 소재를 제가 가로챈다면 확실히 주목 받을만한 소설이란 거죠."'

 "그래서요?"

 "글 쓰고 싶죠?"

 

 연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연의 목적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책을 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나한테, 글 안 배울래요?"

 "글을 배우려고 작가님께 제 원고를 드린 게 아닌데요.."

 "나한테 글 배워서, 이 소재로 소설 다시 써봅시다."

 연의 목숨을 연장해준 사람이지만, 연은 고마움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빨리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럼 기간은 얼마나 예상하시나요?"

 "일단 3개월?"

 "..."

 "하지만 3개월간 배워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출간은 없던 일로 하는 거죠."

 "그럼, 제가 보장도 없는 이 일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

 이주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이봐요, 연이씨. 투자자는 나예요. 당신이 아니라. 나야말로 당신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믿고 3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죠?"

 "그러니까요. 왜 저한테 투자하세요?"

 "그건.."

 "..."

 "싫다면,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이주는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이 순간 밉게 보였는지 표정을 굳혔고,

 자신에겐 신경도 안 쓰는 이 어린놈을 붙들고 뭐하는 짓인가 하는 괜한 자격지심을 느끼자 표정 관리조차 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요. 작가님."

 뒤돌아선 이주의 뒤통수에 대고 연이 말했다. 작가님, 이라고.

 이주는 다시 몸을 돌려 연을 쳐다보았다. 연은 꽤나 강인한 표정으로 이주를 보고 있었다.

 "작가님한테 배울게요."

 "왜 갑자기?"

 "책을..내고 싶으니까요."

 

 이주가 의자에 앉아 말을 이었다.

 "근데, 제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게 무슨."

 "학원가서 3개월 동안 글 배우는 데 얼마가 들어가는지 알아요?"

 "..그 문제라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

 "책 판매가 시작되면 나오는 수익 같은 거, 필요 없거든요."

 

 연은 애초부터 그럴 계획이었다. 자신의 책을 내줄 출판사에 수익에 전부를 내주기로. 어차피 연에게 있어 돈은 무의미한 존재였다.

 "아니, 지금 뭐라고..?"

 "만약 제 능력을 보시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이 오거든 이렇게 작성하세요. 을과 갑의 수익 배분은 10 대 0이다. 라고."

 

 ***

 

 이주와 연이 카페에 나올 때쯤엔 벌써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가요. 편의점으로."

 "바로 집 안 가시나요?"

 "차를 두고 와서."

 "네."

 

 그 때 옆 건물에서 한 여자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맨발로 건물을 뛰쳐나왔다.

 이주와 연이 놀란 듯 토끼 눈을 한 채 아이를 보자, 곧장 한 중년 남성이 따라 달려 나오더니 아이의 머리채를 잡고는 그대로 사람들의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아이를 패기 시작했다.

 "빨리 안 들어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아이와 남성을 기점으로 주변 사람들이 빙 둘러서 그들을 보기 시작하는데, 이주가 놀란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연은 대답이 없었다. 연의 눈에 중년 남성에게 맞고 있는 사람은, 여자 아이였다.

 여자아이는 코피를 흘리고 무릎을 꿇은 채 남성에게 맞고 있는 와중에도 두 손을 가운데로 보아 싹싹 빌고 있었다.

 연은 그 아이를 보며 떠올렸다. 자신이 불오에게 맞던 그 순간을..

 

 불오는 자신의 기분이 안 좋아지는 날이면 어린 연을 때리곤 했는데, 문제는 기분이 자주 안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연은 매일을 책상 밑에 들어가 공포에 떨며 하루를 맞이하고, 하루를 끝내는 것이 그의 일생이었다.

 하지만 덤비는 날은 결코 없었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불오가 웃옷을 벗으면 곧 연을 때린다는 신호와 같았는데, 그럴 때면 연은 진작에 알아차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맞을 수 있으리라.

 

 연은 늘 무의식 속에 간직했지만, 일상을 그들과 함께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을 봐도 자신이 맞았던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학대의 현장을 본 연은, 그야말로 미쳤다.

 

 연이 정신을 차렸을 때쯤엔 이미 남성을 반쯤 죽여 놓은 상태였다. 그럼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연의 다리를 붙잡고 말리기 시작한다.

 연은 생각했다. 지금 이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맞는 것을 보기 힘들겠지만, 점차 나이가 들고,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라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오면 달이 뜬 하늘 아래서 빌고, 또 빌 것이다. 누구라도, 그 때 그 사람과 같은 이가 다가와 우리 아버지 좀 죽여 달라고.

 

 그런 생각을 하자 연은 오히려 힘이 빠졌다. 맞다. 자신이 죽도록 패고 있는 이 남자는, 불오가 아니라 이 아이의 아버지이다.

 남성은 연이 손에 힘을 풀자 이때다 싶어 있는 힘껏 도망쳤다. 그리고 연이 고개를 드는 순간, 수많은 계선과 불오들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땐,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연은 아주 오랜만에 그들을 보며 자신이 죽도록 맞던 그 순간을 하나하나씩 기억해내기 시작했고, 그 기억들이 연을 쓰러지게 하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의 귀는 점점 먹먹해지고, 땀으로 범벅이 되어 쓰러진 그 때,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계선이었다.

 "연이씨, 연이씨!!"

 하지만 연은 그 사람이 계선이 아닌 것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나 많이 부르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이주는 얼굴이 파래져 주저앉은 채로 연을 끌어안고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 연이 이주의 손을 잡았다.

 

 "구급차 말고, 나 좀..어디든 데려가줘요.."

 이주는 더 이상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외칠 수 없었다. 연은 나를 보며, 한없이,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

 연은 정신없는 와중에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끌어안고 펑펑 우는 이 여자. 그래, 여자다. 계선이 아닌 여자사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3화 2019 / 11 / 2 188 0 6101   
13 12화 2019 / 10 / 31 177 0 5031   
12 11화 2019 / 10 / 31 213 0 6508   
11 10화 2019 / 10 / 31 214 0 5535   
10 9화 2019 / 10 / 31 209 0 4978   
9 8화 2019 / 10 / 31 180 0 5224   
8 7화 2019 / 10 / 24 184 0 5945   
7 6화 2019 / 10 / 19 182 0 4945   
6 5화 2019 / 10 / 6 185 0 4849   
5 4화 2019 / 10 / 5 227 0 4659   
4 3화 2019 / 10 / 3 177 0 5074   
3 2화 2019 / 9 / 23 203 0 6613   
2 1화 2019 / 9 / 22 203 0 6764   
1 프롤로그 2019 / 9 / 18 328 0 508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