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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34.준비(4)
작성일 : 19-10-18 23:32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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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이 때까지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내 말을 반박하던 녀석이었으나 이번만큼은 신중했다. 주위의 관료들과도 충분히 상의를 한 다음에 말을 이어나갔다.

 

 

 

 “미안하군. 잠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당신의 말에 대한 대답은 내일 말을 하도록 하지. 급한 것은 이해하나 이 쪽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니어서 말이야. 충분히 생각을 해 볼 시간이 필요해.”

 

 

  확실히 결단력은 인정을 해줘야 하는 사람이었다. 압박을 주어야 할 때는 확실히 압박감을 심어주었으나 상대방의 제안이 생각할 여지가 있음을 알고 나서는 신중히 그것을 판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첫 번째 협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우리는 배정받은 숙소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다음날 해가 뜨고 나서야 협상은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고수로군, 자네. 그런 사람 앞에서 애송이라고 떠들었다니, 기억을 되살려보니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더군.”

 

 

 “지나간 일입니다.”

 

 

 그는 어제와는 달리 연한 미소를 뛰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소개가 늦었군. 나는 이 나라의 국가 기사단인 명예 기사단의 단장 로메오다. 대답에 앞서 물어볼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이니 신중하게 대답해 주었으면 좋겠군.”

 

 

 “말씀하십시오.”

 

 

 “병력의 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대답은 분명 좋은 대답을 가지고 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고 유일한 길이었다.

 

 

 “조만간 드래곤이 이 전쟁에 참전할 것입니다. 우습겠지만 저는 그들의 참전을 전제로 깔고 작전을 세웠습니다. 그들의 마나라면 공간 이동 마법진을 통해 군대를 옮기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그러나 예상 외로 로메인 측에서는 그 누구도 웃지 않았다. 카셀 국의 상황을 알 수가 없으니 저 말이 일리가 있는 말인지 없는 말인지 판단이 안 서는 것 같아 보였다.

 

 

  오히려 나와 같이 온 사절단에서 비웃음이 들려왔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여명의 기사단원인 엔마 경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사절단이 외국에서 가장 보이지 말아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사절단 내에서의 의견이 통일이 안되었음을 나타내는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절단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사절단의 반응을 찬찬히 살펴보던 로메오 측의 인사들이 내 말이 근거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했다. 누군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누군가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로메오 본인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네가 말한 것은 오직 네 독단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거기다가 드래곤이라니. 이렇다 할 근거도 없고 말이야. 그런 걸로 나를 설득시키려했나?”

 

 

 “그것만이 남은 방법이니까요. 이 전쟁은 제가 생각했던 모든 가정이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나는 정면에서 로메오 경의 눈동자를 받아쳤다. 정적은 길고 영원할 것 같았다. 그것을 깨부순 것은 로메오 경의 웃음이었다.

 

 

 “웃기는군. 아니, 다행이야. 좋아 결정했다. 네 생각이 맞아 떨어져 원군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원군을 보내겠다.”

 

 

 이번에는 나와 로메오 경을 제외한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로메오 경의 옆에 있던 관료는 그를 만류하고자 했으나 로메오 경은 그 말을 자르고 말을 이어나갔다.

 

 

 “저.. 로메오 경..”

 

 

 “지금 우리의 상황을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국왕이 서거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암살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야. 천수를 다 누리시고 돌아가신 것이지. 문제는 그 분이 너무나도 뛰어난 국왕이었다는 것이다. 열 명이 붙어야 할 수 있는 일을 혼자 처리하셨지. 그래서 남의 힘을 빌리지 않으셨어. 자연스럽게 모든 행정이 그 분의 손을 거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 오히려 빠른 행정처리와 부정부패의 차단으로 인해서 전에 없던 번영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지금의 국왕께서는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보았을 때 그분만큼의 능력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의 내정이 마비에 가까울 정도로 악화되어 있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로메오 경이 나에게 처음 했던 질문. 원군을 어떻게 옮기냐에 대한 물음이었나. 원군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국의 군대를 타국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자신의 국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타국의 군대까지 생각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보여줬어야 했던 것이다. 자신들이 건제하다는 사실을. 이 때까지의 위협은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협상을 거절하지 않고 응한 것은 아마 원군의 이동 방식을 알아내기 위해서.

 

 

 그러나 예상 외로 원군의 지원 방식은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봤을 때 말도 안 되는 도박이 성공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안심했을 것이다. 또한 타국의 일로만 치부했던 적이 산을 넘어 자신들을 침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으니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국정이 엉망이 되었다고 해서 잘 훈련된 병사들의 힘도 같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

 

 

 말이 안되는 계획이었기에 역설적으로 협상은 성공했다.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은 채로. 허탈함에 웃음이 나왔다. 물론 그 웃음을 보진 못했을 것이다. 나의 가면은 그것을 위한 것이니까.

 

 

 그것으로 협상을 끝이었다. 우리는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로메오 경에게 말을 했다.

 

 

 “드래곤은 반드시 옵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타고 빠져나간다.

 

 

 --------------------------------------------------------

 

 

 마음 같아서는 그냥 바로 다음 국가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숙소의 침대로 돌아와 누워 있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모르는 새에 피로가 쌓인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생각보다 확실히 빨랐다. 거의 하루만에 하나의 국가를 설득한 것만 해도 큰 성과였으니까.

 

 

 로크 녀석도 피로를 느끼려나. 잠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죽었다가 살아난 녀석이니까.

 

 

 내가 생각했던 군대에 가까워 질수록 로크 녀석이 생각이 났다. 그 녀석도 발트하임을 깨우는 여정 속에서 나를 떠올렸을까? 의문이 든다.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그럴 때면 나는 예외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고 싶었다. 잡념을 태워버리는 데에 집중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 피곤에 찌든 몸은 더듬 더듬 검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것은 침대를 박차고 나갔다. 아름다운 달이 눈에 비추어졌다. 세상을 은빛으로 가득 메우고 있는 달빛. 그 앞에서 나는 검을 뽑았다. 달빛을 받은 검은 아름다우ᅟᅠᆻ다. 상대는 없다. 그저 허공에 검을 휘두를 뿐. 검의 궤적을 따라 펴졌다가 다시 모아졌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은 흐르는 달빛을 주워 담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닉스 경과 엔마 경이었다.

 

 

 “대단하군요.”

 

 

 “그러게요. 저 녀석은 갈수록 강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검도. 사람도.”

 

 

 “피오닉 경께서 저 녀석 아니.. 저 분을 주시하라고 했을 때는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알겠군요. 협상에서 보여줬던 지도력. 저 정도의 검술 실력. 여명의 기사단이 부럽군요. 흔치 않은 인재입니다. 기사단장에 비견될 정도로요.”

 

 

 “....저 녀석은 농노 출신이었습니다. 기사단에 들어온 것만 해도 신기할 정도인데 검을 잡는 것도 모르던 녀석이 어느순간부턴가 기사단의 전원을 추월하고 나가더군요. 기사단장이 끝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녀석은. 그것보다 큰 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좋은 말씀이군요. 어쨌든. 하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입니까?”

 

 

 “뭐 별달리 이유는 없습니다. 달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우연히 저 녀석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푸하하. 남자 둘이서 무슨 달을 구경합니까. 예쁜 아가씨라면 모를까. 건장한 기사 쪽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 동감입니다. 음.... 정말 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혹시 신경쓰지 않으시나 해서 말입니다. 저 녀석의 능력과는 별개로 원래 사절단의 대표는 직위에 따라 닉스 경. 당신이 맡는 것이 일반적일 테니까요.”

 

 

 “우습군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일반적인 것을 논하는 것이 말입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죠. 제가 피오닉 경께 하달 받은 임무는 오직 라그나 경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었습니다.”

 

 

 “...”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군요. 하긴, 기사의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젊은 신인이고 이렇다할 실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불사조 기사단이 저 분을 주시하는 이유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대답이 듣고 싶군요.”

 

 

 “숨길 생각도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발트하임이 부활하고 수도가 무너지던 그 날. 검은 가면을 쓴 어떤 녀석이 말했습니다. 여명의 기사 라그나에게 알려라! 나는 준비가 끝났다고! 라고 말입니다.”

 

 

 달빛이 가득한 밤이었다. 그 밤은 어디에서나 같을 것이다. 라그나에게도 로크에게도. 그러나 같은 달빛을 받으며 그 둘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처음 가면을 쓰던 그 때처럼.

 

 

  시작은 라그나의 배신이었을까? 아니.

 

 

  그 배신의 배경이 되었던 흑사의 병이었을까? 아니.

 

 

  모든 것은 운명이다. 라그나의 배신도 발트하임의 부활도. 앞으로 일어날 전쟁도. 한 줄기의 꽃처럼. 그들은 한 줄기를 따라 올라갔지만 갈라졌다. 그리고 걸어갔다. 서로에게 등을 보이며 반대로. 걸어가고,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다가가겠지. 정반대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그 길은 서로에게로 이어진 길이었기에. 그들은 만날 것이다. 같은 달빛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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