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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2부- 1회
작성일 : 19-10-18 23:08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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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뚝 솟아 있는 랑베르 여관에 따스한 광망이 닿았고, 붉은 끼가 도는 보랏빛 새들이 여관 지붕에 앉아 아름다운 음색으로 지저귄다.

 

  랑베르 여관이 있는, 남부 끝 쪽 마을인 파벨론 주민들이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무렵, 여관 안에 있는 주방장 역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흐아암."

  "그래도 오늘은 일찍 주무실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이들처럼 식탁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던 두 신족이 그 원인이었다. 아홉 시간 가량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졸리다며 하품하던 진희가 주방 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정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주방에, 눈에서 초롱초롱한 호기심이 빛났다.

 

  앉아서 물로 목을 축이며 파벨론의 지도를 살펴보던 키미안은, 구석 쪽에서 잔잔하게 연주하는 악단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각자의 방법으로 아침 식사를 기다리던 그때, 주방장이 요리를 쟁반에 가득 담은 채 헐레벌떡 달려와 방긋 미소 지었다.

 

  "자, 자! 오래 기다리셨죠? 주문하신 4번 세트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따끈따끈한 요리들을 바라보며 신이 나 들썩이는 진희를 뒤로, 지도를 접어 옅은 미소로 화답한 키미안이 민망한 듯 어색하게 목을 풀었다.

 

  "키야아."

 

  녹안에 가득 담긴 요리의 모습은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보기만 해도 육즙이 잔뜩 흐를 것만 같이 잘 익은 돼지 구이와 벌써부터 바삭바삭한 것 같은 감자튀김, 진희의 취향에 맞춰 준비된 김치볶음밥과 얼음이 가득 담긴 탄산 음료수가 상을 가득 채웠다.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고 고기를 자르려 했으나, 진희의 어설픈 칼질 덕에 잘리지 않았다. 그걸 보고 애써 웃음을 참은 키미안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키미안, 내가 할게."

  "아닙니다. 제가 할게요."

 

  서로 저가 썰겠다며 옥신각신하는 둘을 보던 주방장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정말 사이 좋다며 속으로 생각하고는 마저 일하러 주방으로 휙 들어간다.

 

  ***

 

  기분 좋게 먹고 일어나 여관에서 빠져나와 한참을 걸어 주택가를 지나니, 길게 늘어진 시장이 둘을 반겼다.

 

  "요정이 직접 기른 청포도 구경하고 가세요!"

  "마나가 담긴 나무 지팡이 있습니다!"

  "작은 크기에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마법 주머니 입니다!"

 

  오오.

 

  최대한 기척을 숨기기 위해 신력을 숨기는 망토를 둘러 쓰고, 일반인들의 옷을 입은 둘이 시장을 가로지르며 주변을 구경했다.

 

  다양한 장신구들과 먹을 거리로 가득한 시장을 어린 아이처럼 들떠서 구경하던 진희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발걸음을 멈춘다.

 

  유독 익숙한 비주얼과 익숙한 냄새에 멈추자마자 키미안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그의 발걸음도 멈추게 했다.

 

  "닭꼬치 한 개에 이백 라스빌! 일반, 칠리, 치즈, 양념으로 네 가지가 준비 되어 있습니다! 맛 보고 가세요!"

 

  저건 먹어야 돼.

 

  키미안을 올려다보는 초롱초롱한 눈빛이 모든 걸 설명하는 듯 반짝였고, 잠시 머뭇거리며 고민하던 키미안이 긍정의 끄덕임을 보이자마자 화색을 띤 진희가 해맑게 웃으며 오도도 달려갔다.

 

  "어서오세요, 손님! 뭐 드릴까요?"

  "어... 음...... 맛 별로 두 개씩 다 주세요!"

 

  장사를 성공한 듯 웃는 상인과는 달리 당황한 기색을 보인 키미안이 말 없이 눈을 꿈뻑이다 고개를 저으며 다가가 카운터에 돈을 내밀었다.

 

  키미안이 준 돈을 기쁜 마음으로 받은 상인이 막대 끝 부분을 휴지로 잘 감싸 진희에게 조심스레 건냈고, 받자마자 네 개는 키미안의 손에 쥐어주고는 바로 제 것을 한 입 물었다.

 

  "감사합니다, 손님!"

 

  유유히 떠나며 닭꼬치를 먹던 진희가 옆을 힐끔 보고는 실소를 머금는다. 무슨 음식인 지도 모르겠고, 먹어도 되는 것인 지도 모르겠어서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는 키미안이 참으로 웃겼다.

 

  장난끼가 가득한 녹안은 이미 장난 칠 궁리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에 당할 키미안이 아니었기에 제 주인을 따라 붉은 양념이 잔뜩 발린 닭꼬치를 한 입 물었다.

 

  장난을 실패해 아쉬운 마음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진희는 키미안의 반응을 기대했다.

 

  "어때? 맛있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맛있다, 라고 하는 걸 기다리는 진희의 바람은 멀리 날아갔다.

 

  얼굴부터 귀까지 빨갛게 익어가는 것도 모자라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키미안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녹안을 마주했다.

 

  "이... 이거 너무 맵......"

  "맵다고......?"

 

  이게 왜 매워.

 

  진심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눈빛에 키미안이 할 말을 잃어 고개를 푹 떨군다. 학생 시절 매운 걸 즐겨 먹던 진희와는 달리, 맵다의 맵 자도 경험해보지 못한 키미안이 달짝지근한 매운 맛에 적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맵... 맵......"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키미안이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닭꼬치를 노려보자, 그 모습이 마냥 아기 같아 배를 부여 잡고 웃던 진희가 그의 손에 쥐어진 매운 닭꼬치를 가져갔다.

 

  "그래, 그래. 매운 건 내가 먹을게. 넌 일반만 먹자. 치즈도 매운 거에 치즈 올린 거라서 넌 못 먹겠다."

  "먹을 수 있......! 아니에요... 그럴게요."

 

  애잔하다는 표정에 자존심이 상해 먹어보려 했으나, 새빨간 비주얼에 한 걸음 물러선 키미안이 한숨을 푹 내쉬고 입을 떡 벌린 채로 매움을 열심히 식혀 갔다.

 

  "헥... 헉... 흑......"

 

  매운 맛에 제대로 당해 걷는 것 조차 제대로 못 하는 키미안을 보던 녹안이 이젠 황당함으로 덮였다. 매운 건 알겠는데 저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키미안이 못 먹은 닭꼬치를 평온하게 우물우물 씹다가 그의 가방에서 돈만 쑥 꺼낸 진희가 당황함에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다.

 

  나... 여기 돈 모르는데......

 

  "키미안."

  "...... 네?"

  "여기 돈 단위가 어떻게 돼?"

 

  나는 아무것도 몰라.

 

  잘 펴진 두 손바닥 위에 놓은 돈을 보여주며 순진무구한 눈동자로 키미안을 올려봤다. 매운 것에 고통 받던 것도 잠시, 아무것도 모르는 진희를 보며 할 말을 잃은 키미안이 끝내 입을 열었다.

 

  "제... 제일 작은 단위가... 그러니까 동전이 챰... 이고... 챰이 열 개가 있으면 라스빌... 인데 라스빌은 백 단위부터 불러요."

  "왜?"

  "르레이스비 님이 정하신 거니까 저도 잘... 아무튼 백 라스빌이 일 라스빌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니, 르레이스비는 왜 맨날 쓸데없는 짓만 해?

 

  황당함에 똥 씹은 표정을 하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진희가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로부터 확신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수학은 르레이스비가 만들지 않았다.

 

  네, 수학 안 만들었다는 거에서 가산점이 생겼네요. 르레이스비 다시 봐야겠네.

 

  "그리고 라스빌이 열 개가 모이면... 헥... 팔론이 되고... 팔론이 만 개가 모이면 세를이 됩니다. 그리고......"

  "그래, 알았어. 나머진 나중에 알려줘. 일단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뭐... 결국은 우리나라 돈이랑 비슷하네.

 

  챰은 백 원이고, 라스빌은 천 원이고, 팔론은 만 원이고, 세를은 억 단위고.

 

  지친 키미안을 근처에 보이는 벽 근처에 세워둔 채 여기저기 정신 없이 살피기 시작했고, 끝내 녹안에 만족스러운 것이 들어왔다.

 

  "나 뭐 좀 사고 올게!"

  "네, 네? 뭘......"

  "너 너무 매워하는 것 같아서 우유 좀 사려고."

 

  그 말에 키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매운 거랑 우유랑 무슨 상관......"

  "어허, 그냥 거기 있어. 세월의 지혜 몰라? 매울 땐 우유 같은 거 마셔줘야 된다고."

 

  우유가 혀를 싸악 덮으면서 매운 게 조금 사라진단다, 꼬맹아.

 

  차마 말리지 못해 뻗어진 손이 그 자리에서 멈춘다. 이미 저 멀리까지 달려간 진희와 그녀를 향해 뻗은 손을 뒤에서 지켜보던 행인이 고개를 저었다.

 

  ***

 

  "앞으로 키미안한테 매운 거 많이 먹어야겠네."

  "뭘 먹입니까? 매운 건 싫습니다."

 

  어어, 싫었어? 응, 그랬구나.

 

  옆에서 계속 놀려먹던 진희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는다. 우유 한 잔에 마음의 평화를 찾던 그 환한 키미안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복잡한 시장을 지나 으슥한 골목길에 들어서도 진희의 억양은 낮아질 생각을 안 했다. 오히려 귀신의 집에 들어선 장난 끼 많은 아이 마냥 들 떠,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노래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렸다.

 

  "조금만 차분히 가면 안 되겠습니까."

 

  정신 사나워 조심스레 말한 키미안이 다 포기한 듯한 허탈한 표정을 짓자, 그제서야 멈춘 진희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툴툴 거렸다.

 

  "좀 신나서 갈 수도 있지. 원래 이런 일은 어떻게든 흥을 돋게 해야 그나마 할 만한 건데."

  "이러다 정말 당장 지옥으로 보내져도 상관 없을 이들 눈에라도 보이면......"

 

  됐어, 하나도 안 무서워, 라 대답한 진희가 손에 쥐어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평온하게 걸었다. 무서운 게 문제가 아니기에 반박하려던 키미안 역시 조용히 포기함과 동시에 평온하게 걸어나갔다.

 

  순찰이 본 목적이었지만 자꾸 다른 길로 가는 것만 같아 한숨만 내쉬는 키미안과, 남부에 있는 모든 먹거리를 발견하고 말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는 진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람의 현상이 혀를 차며 떠나갔다.

 

  "쯧쯧... 저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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