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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승려 포청천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0.18

저는 자연이 수려한 강릉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강릉을 사랑하며 살 것이기에 이곳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현제의 삶에서 과거의 삶에 도전하는 <승려포청전>은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제 4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 출품하기로 한 장편소설은 처음부터 두렵고 두려운 작품었습니다. 모든 것이 선에서 이루어진 신의 세계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의 세계를 이야기로 전게되면서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역사적 인물 고려왕건의 일대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영웅의 실화입니다. 그럼에도 그 영웅의 사후 세계에 있음직한 죄를 다루게 되었고 그 영웅의 부인 29명에 대한 올곧지 못한 점을 찾아 세상에 이슈가 되었던 미투에 접목 시켰습니다.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왕건시대 전쟁으로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의 반란을 안정시키는데 탁월한 엄변으로 변론하여 왕건죽음 49일 동안 그의 죄가 타당함을 밝혀 하늘세상의 옥황상제 품으로 올려 보내는 과정이 주목 할 만 한 스토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저는 불가에 입문하여 수 십 년 동안 의심을 풀기위한 목적으로 부처 가까이에 항상 있어야 한다는 이유가 일상속에 합께 하였습니다. 신의 세계를 평정하는 승려 일현은 불현듯 마음에서 일어나는 한 생각에 모든것을 초개 처럼 버리고 슬려의 길을 살면서 망자가 돤 왕건의 죄를 풀어가는데 반전과 반전의 기회를 적절하게 하여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 하였슴니다. 감사합니다.

 
6화
작성일 : 19-10-18 21:14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17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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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이 되었다. 남자라면 교육하기가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인데 고금에 없었던 여인들을 더구나 왕실측근 왕비였던 여인의 마음을 교육 시켜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시작이야 어렵지만 언제나 쉽게 되는 게 부처님의 사업이다. 가르침에 따라 이행하다보면 순조로울 것이다.

  해인사 정법 스님에게 주지를 내어 줄 때도 마음의 흐름을 인식하여 아쉬움이라고는 없었다. 대궐 일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 다 정해져 있었던 일이 아니던가. 고려를 세우면서 불법을 수호한 왕건의 불심이 아니겠는가. 고려 왕비 십오 명은 고려의 여 승려로 새로 태어날 것이다. 이제 여 승려가 될 십오 명의 불제자는 앞으로 무한의 도를 실천하는 승려가 될 것이다. 그런 엄청난 사업이 시작 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건 모두가 부처의 뜻이 아니겠는가.

  설계도 그리는데 점염하였다. 제가 끝날 때 까지 망자의 가는 길에 정성을 다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에 비중을 두면서 대궐에 들어 온지도 한 달여가 되었다. 이참에 대궐 이곳저곳을 보고 기둥의 모양새와 높이며 기와의 경고함을 보아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궐의 주인이었던 태조가 없는 자리는 쓸쓸하고 허전하게 느껴졌다. 그 화려했던 태조 26년의 임기가 한 순간 사라지고 없는 대궐, 남은 건 우람한 기둥과 화려한 문향으로 장식한 왕가의 튼튼한 기틀만 남아 있다. 역사의 영웅이 남기고 간 재산은 부인과 자식이 아니라 역사의 기록이리라.

  왕건이 세운 고려는 오래가지 못하고 474년의 역사로 끝이 났다. 그 역사의 첫 페이지를 쓴 왕건은 지방 호족의 자식이었다. 왕건이 나라를 개국하여, 919년에 송악을 개경 현재의 개성이라 이름을 고치고, 그 곳을 수도로 삼았다.

  왕건은 각 곳의 신라 잔당들을 물리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려를 반석위에 우뚝 세웠다. 그리 팔팔했던 태조 왕건은 겨우 67년의 생을 마감하고 왕이 된지 26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하늘염라국 의금부에 수감이 되어 재판중이다. 어쩌면 쉬고 있는 지도 모른다. 땅의 전쟁 중에 사람들의 죽음을 무수히 보았고, 여인도 원 없이 취해 왕 씨의 씨앗도 원 없이 뿌려 놓았다. 무엇에 미련이 남을까. 인생이 허무 하다기 보다 다음은 어떠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땅의 어느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였다.

  머리로 설계도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차례로 꺼내 그리기 시작하였다. 밤이 이슥하도록 설계도를 완성하였다. 우선은 행자의 머릿속에다 심어 놓아야 하므로 안동으로 내려 보낼 차비를 서둘렀다.

  일현이 내미는 종이 다발을 보고 행자는 “이게 멉니까. 처다 본다. 안동에다 지울 건물의 설계도라고 보여 주었다. 집이 세 채로 그려져 있었다. 행자는 놀랐고 집이 금방이라도 지어진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음날 행자는 다시는 못 볼 대궐의 이곳저곳을 처다 보며 아쉬움의 발길로 못내 뒤 돌아보며 대사님은 언제 내려오시는지 물었다.

  사십구일 막 제가 끝이 나야 하겠지. 우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말고 설계의 모두를 마음속에 익혀두었다가 터를 잡는데 눈으로 보고 천년으로 이어갈 부처님 터전에 한 치 어긋남이 없이 도움이 되어 어디에 어떻게 자리 배치를 해야 할 것인지 파악하고 감독하여 누가 보더라도 손색이 없는 주춧돌이 되어야 하니까. 행자의 주인 된 자리를 일러주었다. 안동 관아 군수에게 보내는 서찰도 겸해 주었다.

  “이 서찰을 보여주면 있을 곳을 마련해 줄 것이네.” 자미원이 세워질 터 닦는 곳에 매일 나가서 참관하여야 할 걸을 당부하고, 아쉬운 듯 낯선 곳에 혼자 보내는 안쓰러움이 있었지만 행자를 믿고 안심시켜 보냈다. 모든 일을 임금에게 전하지 않고 혼자 판단하여 일을 시작하려는 게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조바심이었다. 행자를 떠나보내고 방에 들어오니 훈훈했던 공기가 다 빠져나간 빈 공간에 서 있는 것 같은 순간 인간은 혼자 외로운 존재라는 걸 인식하고 자신에게 위로 하였다.

 

  성전에 나갈 시간이라 서둘러 나왔다. 선 여인들 십오 명이 벌써 방석을 깔고 앉아 있었다. 그 여인들의 앞날을 결정하는 것을 자유로이 하라는 임금의 어명은 곧 그리 하라는 것과 같았다. 자세히 마주 처다 볼 수는 없지만 대부분 나이가 어려 보였다. 그러나 왕비라는 권위의 무게가 배여 있었다. 그 권위 때문에 많은 시간을 외로움에 멍들어 있어도 그것을 벗어내는 길을 몰랐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스님의 도움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는 그들의 얼굴에는 맑은 기운이 서렸다. 하루라도 빨리 대궐의 권위를 벗어 내어 자유로운 몸이 되기를 갈망하였다. 부인들은 서로 처다 보며 같은 입장이 되어 위로 하고 있었다. 다른 날 같으면 그들에 대한 관심은 둘 일도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아두어야 하는 선구자로서 활옷을 챙겨 입고기도 전에 전할 말을 하기위해 돌아섰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였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날입니다.

  왕가 일원에서 물러난 지금, 부처의 가르침을 받을 선 여인으로 불가에 입적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마마의 명칭을 고처 선 여인이라는 불교의 이름으로 부르겠습니다. 제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선 여인 여러분이 지키며 익혀두어야 할 불가의 계를 알려 드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제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 알고 있는 것이 세밀하여 오늘부터 선 여인은 부처의 제자로서 열심히 정진하여 부처의 가르침인 진리를 배워 이 나라를 위해 공헌 하셔야 합니다.

  첫째, 계를 준수하여 진리를 배워 간다면 세상이 달리 보일 것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배워 인제 양성에 필요한 학문을 어린 새싹들에게 가르치게 될 겁니다. 이 세상에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많아도 가르치는 인제가 적습니다. 저는 선 여인의 선지자가 되어 대 고려의 앞날에 큰 역할을 하실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고마움을 표합니다. 지금은 태왕의 제가 끝나기 전이라 구체적 말씀은 드리지 못하지만 제가 하고자하는 일에 여러분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부처의 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태조대왕으로 인해 마음에 병이라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지금부터 말끔히 잊으시고 앞날을 위해 정진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이 나라의 보살이 십니다.

  해인사 법회 날이 되면 경전을 설한 경험으로 그들 앞에 어려울 것이 없었다. 통상 있는 일이라 부처의 말씀을 전하려면 어느 곳 어느 장소든 구애를 받지 말아야 한다. 해인사에서 금강경 강의와 법화경을 설했고 이어 강의는 계속해왔던 일이다. 말이 막힐 수 없다. 이제 자신이 가르쳐야 할 제자들이다. 남자가 아닌 여자이지만 다른 어려움은 없다.

  고려의 사회는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는 구호는 없다. 서로 평등하여 여인들 생활이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대가 집도 아니고 고려왕실의 무게를 벗어 내라는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던 권력의 무게가 그들에게 얼마나 외로움을 주었던가. 맏이 유화부인은 왕손을 낳아보지 못했기에 십오 명중에 있었다. 그중 제일 첫째왕비인지라 여인들을 통솔하는 책임을 담당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누구를 꼭 집어 말할 수 없었다.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올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내일부터 옷 입는 것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성전에 귀의 하였으니 기도하기 편한 옷으로 만들어 입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불가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런 옷을 만들어 입어야 편할 것이고 윗도리는 길이가 긴 저고리를 편하게 지어 한 가지 색상으로 입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평소의 모습과 달라져야 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대궐을 떠날 때 함께 떠나야 합니다. 안동 땅으로 갈 것입니다. 그곳에 여러분들이 기거할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여러분과 함께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태왕전하께서 제게 내려주신 마지막 어명으로 정해진 안동 땅에 자미원을 지을 겁니다. 자미원이 왕공 되면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안동의 자미원이 건립 될 때 까지는 선 여인의 할 일은 경을 익혀 배워야 합니다. 궁궐에 계시는 동안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불제자로 거듭 나는 기쁨에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전하께서 여러분을 존경하는 마음에 내리신 고마운 어명이었습니다. 태왕전하 다음 제가 되기 전까지 불가의 옷으로 갈아입고 제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처음으로 그들의 마음에 혼돈 없기를 바라며 합장하였다. 침묵 속에 듣고 행해야할 일에 동조하는 것이다.

  “대사님, 염려 마십시오. 꼭 그리 하겠습니다.”

  조용이 듣고만 있던 여인들은 맏이 왕비가 그리 대신 말해 주는 것이 고마웠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권위를 내려놓고 대사에게 의존 하였다. 부처의 법은 무섭다. 내면은 이미 승려가 되어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자세로 그리 말하는 것이다. 유화부인이 불가에 귀의 하지 않았더라면 윗사람으로서 같은 처지의 어린동서들에 대한 걱정이 한숨으로 이어졌을 터이다. 일현 대사에 대한 고마움이 눈시울을 적셨다. 왕건이 붕어하여 죽을 때 까지 벗어 날 수 없었던 외로움을 벗을 수 있어 고맙고 자유를 허락해 준왕에게도 고마웠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날개 짓은 희망이 넘쳤다. 유화부인은 솔 선 수범으로 앞장서 그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믿음을 주고 의지하려는 마음도 심어 주었다. 대사의 말대로라면 다행히 대궐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간다고 하니 새장에 갇혀 있던 새가 창공을 날아가는 기분으로 앉아 있었고 동서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라 생각하여 좋았다.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조건만으로도 다른 생각은 없다. 지금껏 왕실 어른의 역할에도 손색이 없었던 유화 부인은 태조왕건과 나라에 대한 지혜와 의견을 나누며 자식이 없는 허전함을 감수할 수 있었다. 왕실이 편안하지 못하다면 자신의 몸에서 왕자가 태어나지 않아 왕권 다툼이라도 일어난다면 자신이 죄인이라는 자책이 있었을 것이다. 이리 되고 보니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꿈만 같다. 태조가 없는 왕실 최고의 자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죽을 때까지 왕실에 갇혀 살아야할 운명이 모든 것에서 해방시켜 준 대사가 고마울 뿐이다.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남은 생을 불가의 여인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세상에 없는 왕을 미움과 원망으로 평생 혼자 독수공방을 지키며 살아야 할 동서들에 대해서도 태조에 대한 걱정을 덜어 낼 수 있는 것이 평소 태왕이 불법을 중히 여겨 공경한 대가라고 생각하였다.

  “아직 사제가 남았습니다. 그동안도 잘해 오셨지만 49제가 끝날 때까지 빠지지 마시고 매일 참석하여야 합니다.”

  설명하고 돌아서 예불을 하는데 기운이 났다.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님. 기도소리가 대궐을 덮었다. 지장보살을 친견한 이후 기도하는데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염라국에서 참견해준 일이 너무 고마웠다는 생각으로 백 옥 구름 위에서 손을 흔들던 모습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봄날 흔하디흔한 꽃이 예뻐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생경하게 겨울눈을 상상하였다. 이상기온이 대한민국의 봄을 하나로 묶어 놓은 것은 처음이다.

  소낙비가 내려 대지를 변화 시키는 순간 사람들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인간의 눈에 영원히 아름다움이 배어있는 꽃이라 해도 흔하디흔할 때에는 표현을 달리 해야 한다. 아름다움이 흔해지는 세상에서 신과 선의 만남은 귀하고 귀하다. 선의 경계에서 신은 신선이기 때문이다. 두 세계가 합일 했을 때 인간은 곧 신이요. 신선이다. 분주한 세상에서 쌩 뚝 맞게 전개되는 이 한편의 소설이 전하게 되는 신의 세계는 인간의 삶이다. 인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신의 소관이다. 선인이냐, 악인이냐 하는 분별은 선의경지에서 보면 마음가짐에 따라 같기도 하고 다를 수도 있다. 악을 떠난 선의 경지는 신선의 경지라 향기가 있다. 선의 마음에 악의가 접목 될 때 실수라는 것이 동반한다. 선의 마음에 악이 개입한다면 그것이 사랑의 마음이다. 그것은 집착을 동반하여 선도 아니고 악의도 아니어서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 내는 수수께끼다. 인간의 연결고리는 사랑이다. 사랑의 본질은 주는 것이다. 준다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에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준 것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되고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그런 것이 악의심리를 유발 시킨다. 그러나 잘 다스려 소멸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간다면 선은 대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떤 행동이든 정의롭게 했다면 그 보상심리는 소멸되지 않을 것이며 당연히 대가를 얻는 것에 인식하지 않아도 그 이치에 도달한다. 선한 끝이 대가성이라면 그것은 자연스럽다. 그 보상은 물질이 아니고 마음이기 때문이다. 집착을 떠난 소멸의 대가는 하늘에 닿았고 답을 얻는다. 하나는 무한의 하늘을 얻기도 한다. 그 얻음은 형체가 없으므로 욕심이라고 하기엔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에는 형체가 없다는 것이다. 선의 대화는 여여 하여 아견, 소아 견, 아방 편을 여의었기에 가능하다. 마음도 유연하고 행위도 유연하여 평화로운 세계다.

  누군들 처음부터 대가를 원하겠는가. 그 대가의 정도가 넘었을 때 일어나는 마음의 현상을 감시해야 한다. 정도가 깊어지면 마신이 개입 하게 된다. 마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무 잘라 내듯 연결고리를 잘라 내야한다. 길어지면 어떠한 불상사가 일어날지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억울함을 다음 생으로 미루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기에 하늘은 인간을 벌주지 않는 다는 법칙에 하늘이 자신의 일에 벌주기를 바라지 말라는 것은 하늘은 결코 인간들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매몰되는 것은 당연한 것, 벗어날 수 있다면 그 길을 찾아가는 자만이 현명한 삶이라는 걸 진즉 알아야 한다.

  매일 하늘을 쳐다본다. 왕건의 실체는 무엇인가. 안으로의 산책길에 알아진 왕건은 옥황상제의 셋째 아들이다. 태어나면서 상제의 사랑을 받았다. 하늘의 아들이 된 왕건은 조신한 성격이 아니었다. 커가면서 황궁의 법도에 흥미를 잃고 밖으로 나돌기를 좋아해 천지에 아름다움으로 장식한 것에 지루함을 느꼈다. 하늘 세상에 흥미를 잃은 왕건은 흑 구름을 타고 놀기를 좋아하고, 천둥번개를 일으켜 하늘을 진동시키는 것을 좋아하였다. 옥황상제는 왕건에 대한 사랑이 깊어 다음 대에 상제 자리를 물려줄 마음으로 왕건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옥황상제의 자리를 물려받으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있지만 제일 중요시 되는 것은 자비스런 마음이다. 왕건은 커가면서 하늘 법도에 관심이 없고 저 아래 인간세상의 아귀다툼으로 땅뺏기를 하는 강렬한 삶에 대한 호기심만 커져 갔다.

  하늘 사람들은 의례적으로 백옥구름을 타고 다녔다. 그러나 왕건은 그러한 것에 관심도 재미도 없고, 흑 구름을 일으켜 동반되는 천둥번개를 좋아 했다. 번개의 칼을 세우고 천둥과 겨루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왕건이 즐겨 불러들이는 천둥과 번개의 위력이 강해지면서 땅의 사람들은 하늘 세상이 주는 공포의 순간을 싫어하게 되었다. 땅의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 삶을 유지하고 하늘을 처다 보며 고된 하루를 보내는데 시시때때 천둥번개로 위험을 가하여 땅의 세상에 물난리를 일으켜 죄 없는 인간들 목숨만 잃어간다는 소리를 하늘 사람들 입에서까지 나왔다. 하늘 세상에 비상이 걸렸다. 천둥번개를 좋아해 불러들이는 옥황상제 셋째 아들에 대한 회의가 시작 되었다. 몇 겁 동안 없었던 일이다. 하늘의 신들이 옥황 대전에 모여 회의를 하였다. 상제께서 붉은 왕관을 쓰고 활옷의 걸음걸음 찰랑이는 자리마다 색색의 아름다운 옥 구술이 잘그락 거리며 사좌 자의 위엄을 주었다.

  내, 아들이 번개의 칼날이라니 하늘나라에 그러한 말은 들어보지도 있지도 않았소. 짐이 하늘을 관장하는 이례 황 자제의 행동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오늘의 회의를 선포 하오. 그저 아름다움으로 평화로워야 할 하늘세상이 도저히 시끄러워 머리가 찡하오, 그러하거늘 저, 아래 땅의 세상을 한번 보시오. 초가 집채가 떠내려가고 어렵게 살아가는 땅의 세상을 도와주지는 못 할망정 힘들게 하는 황 자제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옳은지 하늘 대신들은 말씀해 보시오. 땅의 사람들이 하늘을 우러러 예의를 높여 살거늘 하늘을 욕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소. 하늘에 구멍이 났다느니, 하늘이 무너진다느니 그보다 더한 욕으로 손가락질을 하게 만들었으니 어찌하면 좋을꼬. 하늘이나 인간이나 하늘을 우러러 숭배하고 예로 이어 온 하늘의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상제가 저지르고 있소. 하늘에 모범이 되어야 할 짐의 자식인 황 자제가 저지르는 짓이니 어찌 대처하면 좋겠소. 황제는 여러 하늘 대신들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옥황 궁궐회의에 모인 하늘 신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늘 세상에도 마신 충신이 있었다.

  “상제께서 그러한 안건을 주시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대책이 없어 앉아있던 자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무어라 관할 말을 찾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해결책이 있다는 마신의 의견이 반가웠다. 의견이 무엇인지 모두 숨을 죽이고 기대에 차 있었다. 마왕이 입을 열었다.

  저 아래 자그마한 섬나라 에는 인간이 존재하면서부터 땅 뺏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소리가 하늘에 까지 요란하게 들립니다. 하늘이 이대로 보아두기는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러하오니 셋째 황 자제를 땅으로 내려 보내 하나로 평정 할 수 있도록 도운다면 상제께서 걱정하시는 황 자제의 격한 심사가 없어질 것입니다. 제가 따라 내려가 황 자제를 도우는 역할을 하여 황 자제의 격한 행동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를 삼는다면 어떠하올지 감히 아뢰옵니다. 마신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상제가 생각해 보니 잠시 그러한 해결책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옥황상제는 마신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한 가운데 대신 중 옥황상제 아래 몸을 굽혀 아뢰었다.

  상제께서 사랑하는 황 자제를 어찌 혼탁한 땅의 소굴로 보낼 수 있습니까. 하늘의 황손이 어린마음에 과격 하다고는 하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형상이오니 잠시 지켜보심이 올은 줄 아옵니다. 땅의 세상에 내려 보낸다면 다시는 하늘의 황손으로 받아드리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땅의 세상에 물이 들어 다시는 황손으로 돌아오기 힘들어 질 수도 있을 것이 옵니다. 더 두어 보시고 시기를 보아 가르친다면 좋아지지 않을까 사료 되옵니다. 옥황상제는 대신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신의 말을 들으니 “그것도 옳은 것 갔소만.” 하였다. 선신들은 일제히 동조 하였다. 마신이 더 이상 무어라 말할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황 자제는 천둥번개와 겨루다 황궁 하여 보니 자기의 일을 가지고 신들이 옥황상제와 토론하는 것을 보고 거침없어 회의 자리 한쪽에 서서 듣고 있었다. 마신이 하는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었는데 선신의 의견을 동조하여 방해를 하는 게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감히 어느 안전이라 나설 수 없었다. 첫 번째 회의는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회의가 끝나고 밖으로 나온 황 자제는 마신을 만났다. 마신은 한발 앞으로 나서며,

  “저하, 제가먼저 땅의 세상으로 가 있겠습니다.”

  황 자제는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하늘을 쫓겨 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신의 말을 듣고 의아해 했다. 마음대로 땅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늘 문이 열려야 가지 안 터냐. 어찌 허락도 없이 내려 갈 수 있단 말인가?’

  마신은 왕건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마신은 땅의 나라로 내려가는 문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고 싶다고 가는 곳이 아니기에 마왕도 언제부턴가 하늘나라에 실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황자제가 수시로 번개를 일으켜 천둥과 겨루는 바람에 하늘 문이 흔들려 틈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번개를 한번만 더 일으킨다면 그 틈을 엿볼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에 옥황상제가 회의를 연다고 하여 참석 하였던 것이다. 황 자제와 함께 정식으로 땅의 세상에 내려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혼자의 힘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마신은 황 자제의 손을 잡고 말했다. 먼저 내려가 사람이 되어 땅의 동태를 살피고 있을 것이니 하늘에서 쫓겨나 내려오면 그때 만나자고 하였다.

  “어떻게 만날 것인가?”

  “저는 태봉 땅으로가 태어날 것입니다. 저의 이름은 궁예로 불리어 살 것이니 그 이름으로 황 자제를 곧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마신과 헤어졌다. 한동안 옥황상제의 훈육으로 하늘의 교육을 받는 척 하였지만 여전히 심심하여 궁궐을 탈출해 번개를 불러 천둥과 겨루는 재미로 살았다. 옥황상제가 황 자제의 사주를 보니 하늘의 인연이 다했음을 알았다. ‘아뿔싸,’ 진즉 챙겨 보아야 했을 것인데 못한 게 실수였다. 두 아들이 있었지만 다음 황제의 재질을 타고난 왕건에게 물려줄 것을 다짐하고 있는 터였다. 바라던 대로 상제가 원하던 황제라고 믿었는데 상제는 낙심 하여 하늘 신들을 다시 불러 의론하려해도 하늘과 인연이 다한 황 자제를 무엇으로 잡아 둘 수 있단 말인가. 옥황상제는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하늘 인연이 다한 자제를 장차 상제자리를 물려줄 수 없다. 이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옥황상제의 바램이 허사가 되는 것이다. 황제는 은밀하게 왕건을 땅으로 내려 보내 다시 덕을 쌓아 환궁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황 자제는 곧 옥황궁궐을 떠날 것이다. 하늘 인연이 다하면 자연히 하늘을 떠날 수 있게 땅으로 내려 보내는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아들을 그렇게 보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 하였다. 아무도 몰래 법 절차도 없이 땅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면 어찌 그리 한단 말인가. 하늘세상의 거울을 비추어 보았다. 하늘 인연이 다된 자를 찾아 함께 내려 보내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이 한 사람이 거울에 비췄다. 아무도 몰래 하늘의 인연이 다한 사람을 불러 들렸다. 황제 국에 있는 궁녀였다. 하늘의 인연이 다하는 궁녀는 하늘의 모든 것이 흥미를 잃어버리고 무력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상제가 살펴보니 그 궁녀 역시 하늘 세상에 실증을 느끼고 있었다. 상제는 황 자제를 불렀다. 아무도 모르게 아들과 마주 앉았다.

  너는 내 아들로 태어나지 말아야 했다. 그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나의 불찰이다. 하늘 세상은 인연이 여기까지인 것 갔구나. 자식으로 맺어진 인연은 이제 끝이구나. 그러니 땅의 세상으로 내려가거라. 그곳에서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성취하여라. 너를 사랑하였거늘 보내기가 힘들구나, 하늘 법도에 따라 하늘의 인연이 다하면 땅으로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혹시라도 땅으로 내려가 죄 짓지 말고 생명이 다 하거든 다시 돌아 올 수 있는 기회를 가져라. 이별을 고하는 옥황상제의 말에 황 자제는 갑자기 슬펐다. 상제와 막상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다. 그 동안 잘못을 빌어 본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상제가 마련해 준 금, 은, 보화들을 챙겼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상제가 아들의 손을 노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황궁의 생활이 지루하기는 하였지만 하늘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 상제와 마지막이 될 수 도 있는 이별의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 빨리 쫓겨나 황궁을 떠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마신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태봉에서 만나자, 했다. 태봉으로 가야한다. 안내자를 따라 구름이 가린 산길을 걸었다. 안내자는 그들을 하늘 문 쪽으로 안내하고 있어 그의 뒤를 따랐다.

  번개 신 왕건은 그렇게 땅의 세상으로 내려 왔다. 인간 백년이 하늘세상의 3일이라 했던가, 3일 동안 인간이 되어 인간의 나이로 인간세상에서 번개의 칼을 갈아 마음껏 휘둘렀다. 천둥의 신 왕건은 궁예를 만나 고려를 세우는데 궁예는 왕건의 주춧돌이 되었고, 예언대로 궁예는 먼저 땅의 세상을 떠났다.

 

  왕건은 죽은 망자가 되어 염라국 철창에 갗 혀 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침 일찍 다리를 틀고 선에 들어 있었다. 네 번째 제 지낼 날이 밝았다. 염라국에서 이번에는 무엇을 죄명으로 가지고 나올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한 참의 시간이 소요 되었는데 아무런 지혜를 얻을 수 없었다. 제일 큰 세 건의 죄목을 해결 했다. 그러나 염라 변론 자가 무엇을 들고 나올지 의문이다. 세 번째 재판까지는 죄목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대처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세 가지의 죄목은 소멸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 번째 들고 나올 그 많은 죄목 중에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이번 제에는 십오 명의 선 여인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제에 참석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염라국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옥황상제가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셋째아들 번개가 죽어서 재판을 받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67년의 세월을 처음부터 돌려 보았다. 채 삼일이 되지 않은 하늘의 시간이다. 다시 하늘나라 왕실에 데려오고 싶었다. 상제 왕비가 왕건에 대한 것을 자세히 알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재판이 잘 되어 다시 하늘에 데려오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직도 네 번의 재판을 더 받아 보아야 판결이 난다. 그것을 가슴조이며 기다려야했다.

  성전에 들어오니 왕건의 부인 십오 명이 한쪽으로 앉아있고 자식을 둔 왕비들은 다른 한 쪽에 앉아 선 여인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같은 옷을 입었으니 마음도 하나라는 불가의 몸으로 인식되는 순간이다. 이 날을 위해 며칠 밤 잠을 설쳐가며 기도문을 작성하느라 바빴다. 선 여인들이 배워야 할 기도문은 일차적으로 익혀야하는 과제이다. 해인사에 있을 때 강의에 대비하여 어머니 미향이 배낭 안에 넣어 주었던 금덩어리로 종이를 사서 경책을 엮어 강의 하였던 일이 생각났다. 금덩이가 필요 없는 궁궐은 말만하면 모든 것이 차질 없이 척척 진행 되었다. 경전은 좋은 종이로 엮어서 만들었다. 먹을 갈아 한자 한자를 정성 들려 외워 썼다. 그리고 송 곶으로 구멍을 뚫어 노끈으로 꼭꼭 묶었다. 새로 엮어온 책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새 책을 받아든 선 여인들은 새로운 몸가짐으로 삼배를 올려 고마움을 표현했다.

  오늘부터 매일 함께 큰소리로 경을 잃어야 합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기도문을 모두 외워야 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율동에 맞게 기도문을 잃었다. 기도 소리가 대궐을 울렸다. 입을 떼지 않고 앉아만 있던 선 여인들은 율동에 맞춰 내는 염불소리는 아름답고 맑았다. 기도의 목적은 합일이었다. 선 여인의 기도소리는 모든 괴로움을 해소해 날려 버리는 맑은 소리로 들렸다. 점점 높아지는 기도문은 신바람을 일으켰다. 그 고마움을 성전에 기도했다.

  ‘오늘도 예외 없이 부처님 전에 선 여인들이 고개 숙여 기도합니다. 이 중생들의 가는 길이 험난하지 않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성전을 수호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주십시오. 그리고 이러한 일을 주도하신 것은 당신의 뜻입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성전을 떠나지 않는 불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이들이 성전을 이어갈 주춧돌이 되어 만대에 걸쳐 승려 불제자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제를 올릴 차비를 하였다. 많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제에 차려진 음식은 그야말로 풍성하고 화려하여 전쟁에 죽은 귀신들이 배부르게 무엇이든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가지 수가 어마어마하여 상다리가 휘기도 하였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렵다. 천하의 고려영웅의 제가 아니던가, 산천초목이 울었을 이별의 순간을 왕실 재산에 거덜이 난다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보이는 사람이나 보이지 않는 사람이나 사십구일 동안은 즐거운 잔치 날이다. 이미 망인이 된 고려왕은 관심이 없고 먹는 즐거움으로 보내는 귀신들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느꼈지만 차려진 음식에 스스로 포만감으로 만족하며 아무런 불만도 없다.

  나는 염라국에 앉아 있었다. 제판이 시작되자, 망자를 데리고 법전에 나왔다. 염라왕이 49일 모두 관장할 것이리라. 워낙 큰 재판이다 보니 염라왕이 주관하는 것이다. 네 번째 재판에는 나 혼자 변론인으로 앉아있었다. 상대의 염라국 변론인은 지난번에 증인석에 앉아 있던 여인을 데리고 나와 있었다. 세 번째 재판에서 증인으로 말하지 못했던 것을 네 번째 제로 미루었나 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무엇을 들고 나왔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염라 법정은 소문의 꼬리를 물고 모여든 귀신들 중에 지옥 감옥에 갇혀 있는 귀신들도 관람의 기회를 주었다. 그들도 고려 땅에서 죄를 짓고 무간지옥에 있는 백정들도 있었다. 망자의 재판일 동안은 지하 감옥에 특혜를 주었다. 망자의 죄가 어찌 되는지 지켜보게 하였다. 예전에 없던 특혜였다. 염라왕이 재판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망치를 세 번 두드렸다.

  “ 꽝! 꽝! 꽝 ”

  지난번 여인에 대한 재판을 하였는데 더 이상 의가 업으면 다음 단께로 넘어 가겠다며 염라재판장이 아래를 주시하며 의가 없음을 확인 하려 하였다. 당연히 의가 없음을 말했다. 상대의 변론인에게 의사를 물었다.

  “저는 의가 있습니다. 세 번째 재판에서 증인석에 있던 증인이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재판이 끝났습니다. 저, 여인이 할 말이 있다는 겁니다. 한번 들어 보시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재판장은 구름같이 모인 구경꾼들의 희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러기를 허락하였다.

  “증인은 말씀해 보시오.”

  염라왕이 증인을 향해 일렀다. 그 여인은 눈이 초롱초롱하고 젊고 예뻤다. 그러나 염라대왕이 있는 자리라 떨 만도 한데 두 번째 앉아본 자리라서 그런지 아무런 떨림이 없이 또박또박 말을 하였다.

  “시집 한 번 가보지 못한 여인입니다.

  너무 억울하여 저 망자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저가 아니더라도 저 같은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아십니까. 고려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새로운 왕을 환영하며 저 망자를 모두 좋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피해자로 죽었습니다. 우리의 억울함을 누가 풀어 줍니까?”

  “그 억울하다는 것이 무엇이요.”염라재판장이 증인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원혼들이 집단으로 사는 곳이 있습니다.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기에 재판도 받아보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망자의 전쟁 군대에게 강재로 몸을 뺏기고 죽임을 당했습니다. 모두가 어리고 어린 소녀였습니다. 저 망자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십습니다.”

  깜짝 놀랐다. 큰일 났구나.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도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억울한 것을 풀어주기 위함이라는 걸 전재하여 대사는 그냥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재판장님, 저 여인의 말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증인 측 염라변론인이 일어났다.

  “아닙니다. 이사건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재판장님.”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둘러보니 곱게 차려입은 어린 소녀들이 눈을 반짝이며 처다 보고 있었다. 두 변론인이 팽팽히 맛서는 것 같아 재판장의 권한으로

  주위를 안정시키고 말하였다.

  “이건 한 인간의 재판이기도 하지만 인간 전채의 재판입니다. 그러기에 증인의 말도 인리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 증인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바랍니다.”

  “귀한 생명으로 어렵게 태어나 부모에게 효도도 못하고 죽었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님 가슴에 한을 심었습니다. 우리의 한을 풀어 주십시오. 저희들이 무슨 죄가 있어 죽어야 했습니까. 전쟁을 일으킨 저, 망자를 벌하여 주십시오!”

 생각지도 못했던 미투의 사건이 염라국에서도 들고 일어났다. 죽은 여인들의 억울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속수무책으로 듣고만 있었다.

  그렇다고 그냥앉아 있을 수 없었다. 증인석으로 다가갔다.

  “증인은 어쩌다 그런 봉변을 당하였습니까. 봉변을 당하여도 죽이지 않았을 터인데 전쟁군인들이 그런 짓을 하고도 죽였습니까? 그 사실을 이 법정에서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십시오.”

  대사는 확실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왕건즉위 첫해(918년)부터 자신이 생각하여온 구상을 바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남방 통일을 서두르지 않고 우선 북방정책부터 추진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고구려의 옛 수도였던 평양이었다.

  “옛 도읍 평양이 황폐된 지 오래되어 터는 남아 있으나 가시나무가 우거지고 번인(蕃人)들이 그 사이에서 사냥하고 침략해 피해가 크니 마땅히 백성을 옮겨 살게 해 변방을 튼튼히 하라하여 여러 고을 백성을 평양에 살게 했다. 왕건의 북방정책은 우선 고구려의 옛 수도 평양을 수복하고 제2의 수도로 함으로써 고려의 계승과 발해와의 통일을 염두에 둔 첫 번째 구체적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왕건 즉위 918년부터 삼국통일을 이룬 936년 18년의 집권 중에 12차례 서경을 순행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시작된 북방정책은 여진정벌과 몽골과의 전쟁이 고려사 30년 동안 이어졌다. 그러는 가운데 전쟁군인들은 살벌하여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끈임 없는 왕건의 정책적 전쟁 때문에 지칠 대로 치쳐있었다. 혈기 왕성한 전쟁군인들은 소녀나 여인들만 보면 덮쳤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 통에 목숨이 붙어있는 이상 여인을 그리는 마음은 그 전쟁 통에 사람 죽이는 악귀가 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못했겠는가. 목숨을 잃은 수많은 여인들이 그러한 악귀 다툼에 희생양으로 정조를 잃고 목숨을 일었다. 그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자기가 저지른 일이 상부에 올라간다면 생목이 달아날 것이기에 잔인한 짐승이 되어 죽여 버리는 경지에 도달하였던 것이다. 살아 있는 부모형제의 마음이나 억울하게 죽은 여인들 마음이나 그 원한이 가슴에 가득하여 들고 일어날 기세다. 일어나 변론을 하였다.

  전쟁 통에 일어난 일이 거의가 망자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전쟁 중에는 어디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것은 애통하지만 꼭 집어 망자의 죄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하므로 재판관님의 정당한 판결을 바랍니다.

  그러나 상대의 변론 자는 생각이 달랐다. 그것이 어찌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느냐고 반박하고 나섰다.

  망자의 북방정책이 시대를 넘어 후대에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는 몰라도 억울하게 죽은 새파란 목숨들은 단 한 번의 생을 살아보지도 못한 여리고 약한 여자의 한입니다. 가슴에 맺혀 있는 응어리가 너무 커 이 변론자의 가슴도 아파옵니다. 사랑도 못해보고 혼인도 못해보고 자식하나 가져보지 못한 몸으로 죽임을 당했는데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재판장님의 성역 없는 판단을 기대 하겠습니다. 법정이 후끈 달아올랐다.

  “변론인은 자리에 앉으십시오.”

  오늘재판은 다음 5제 떼 다시거론하가로 합시다. 꽝! 꽝! 꽝! 재판이 끝났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여인들은 증인 옆으로 모여들어 위로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였다. 일현은 제가 끝났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 얼른 자리를 벗어 날 수 없었다. 세월이 흘렀을 테지만 죽었을 때 그 모습 그대로 꽃다운 얼굴들이 슬퍼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4 제가 끝났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앉아있는 것을 선 여인들은 그 자리에서 목격이나 한 것처럼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슬픈 얼굴을 수습하고 깊이 인사를 하였다

  “오늘은 정말 뜻 깊은 날입니다. 여러분과 진정한 기도를 드리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다음 오제 때까지 왕실을 위하든 자신을 위하든 기도를 열심히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어나니 현기증이 나 몸이 비틀하였다. 대사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선 여인들은 앉은 자세로 보았다. 얼마나 힘든 일을 하고 있는지 모두는 한 마음으로 알고 있었다.

  염라국 죽은 여인들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어려운 자리에 증인으로 나와 이야기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던 그 여인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시집 한 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 아련한 말이 가시가 되어 목에 걸린다. 귀신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들어 보았다. 인간은 99.9%가 사랑을 원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남녀 간의 사랑을 한 번도 못해본 소녀가 하소연하는 용기가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그렇게 죽은 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하였다. 그 애절함을 풀어 주고 싶었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죽은 자 들이 모여 사는 곳에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깊이깊이 안으로 안으로 들어 가다보니 어느 곳에 닿았다. 그곳은 붉은 글씨로 <남성금지구역> 이라는 푯말이 넝쿨 틈에 세워져 있는 것을 목격 하였다. 마음으로 살펴보아도 주위는 조용하고 기척이 없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푯말대로 라면 여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이 들어 갈 수 없는 곳이라면 들어 갈수 없을 것인가. 그곳은 죽은 자에 한해서 그런 엄한 계율이 정해 졌을 것이다. 산자의 행로는 그곳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이 있어 이곳저곳을 살폈다. 가시넝쿨이 둘러진 울타리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몸은 선에 들어 있는 상태라 요동이 없다. 마음의 눈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어진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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