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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미운 왕자 새끼
작가 : 어사화
작품등록일 : 2019.9.1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달의 뒷면 지하의 깊은 바다 속에는 아름다운 용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종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남성, 왕자 천마가 병에 걸려 혼인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금 그의 유일한 치료법은 생김새가 비슷한 천천 대군의 몸에 그의 뇌와 생식 기관을 이식하는 것 밖에는 없다. 여왕과 국서는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하고 천마의 호위병정 다니엘이 천천을 잡으러 인간 세상으로 오게 되는데 그 때부터 일이 꼬여 버렸다.
해외 파병 근무를 나갔던 천재 의사가 휴가 중에 사랑했던 사람과의 꽃잠을 이룬 다음 날 실종이 되었다. 그의 연인이었던 윤슬은 6개월을 그를 찾아 헤맸지만 끔찍한 소문만 들릴 뿐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녀 앞에 그가 나타났다.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이런 씨 발라서 뻐꾸기에게 던져 줘 버릴 새끼라고 욕을 한 바탕 들이붓고는 정신을 잃었는데 꿈 속에서 그가 타 준 치유꽃이란 전설의 꽃의 꿀물을 마시고 난 뒤부터 그에 대한 기억만 모두 사라졌다. 정신과에서는 해리성 기억 상실이라고 하고, 주위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했다.
한국 병원에서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옮긴 병원에 삼신 할매가 천년 묵은 산삼을 먹어가며 삼일 낮밤을 빚어낸 듯한 조각 미남의 해외 파병 군의관 출신 병원장이 새로 취임을 하는데, 이 남자 어딘가 낯설지가 않다. 거기다 이 남자와 계속 엮이는 걸 보니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은 아닌 것 같은데.......

 
미로
작성일 : 19-10-18 20:33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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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인은 한 칸 남은 마지막 결재란에 서명을 하고, 빠르게 결재 파일을 덮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오른편에 쌓여 있는 결재 파일들 위로 신경질적으로 휙 던졌다.

 

 그리고 다시 왼편에 쌓여 있는 또 다른 결재 파일을 가져와 펼쳐 들고, 서류를 검토하고, 또 다시 서명을 하고......

 

 몇 시간째 금장식이 화려해 더 빛나 보이는 램프 밑에서 이 남자가 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 동안 미뤄뒀던 결재 서류들이 많았다.

 

 철인은 펜을 놓고 의자에 기대 잠시 눈을 감았다.

 

 한국에 온 지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어 어느 새 겨울이었다.

 

 아직도 많은 게 낯설었다.

 

 너무나도 조용한 방에서 청진기와 메스 대신 이렇게 펜을 들고 있다는 게 낯설었고, 밤에 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낯설었고, 삼 시 세끼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도 아직은 낯설었다.

 

 그는 두 계절이 지나도록 강회장이 내어 준 숙제를 처리했고, 강회장도 그의 능력을 인정했다.

 

 취임식 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강 교수와 태현이의 일로 자신을 헐뜯으러 달려든 그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태현의 계모는 경찰이 재조사 발표한 다음 날 자살을 했고,

 

 태현은 고문이 구속되는 날 끝내 숨을 거뒀다.

 

 세상에 아름다운 일도 얼마나 많은지 채 알지도 못하고 저 하늘로 가 버렸다.

 

 내 동생처럼.......

 

 그의 눈앞에 또 다시 피범벅이 된 자신의 손이 나타났다.

 

 그가 눈을 번쩍 떴다.

 

 이미 목이 죄어드는 고통에 숨이 잘 쉬어지지가 않았다.

 

 얼른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자켓 주머니에서 약 봉지를 꺼내 물도 없이 그대로 삼켰다.

 

 그리고 창만 열면 나오는 발코니로 기어 나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바닥에 누워 차가운 바람을 온 몸으로 느꼈다.

 

 약 기운이 효과를 발하는지 숨이 좀 쉬어졌다.

 

 그 동안 잠잠했던 발작이 어머니의 장지가 아닌 것을 안 이후 갑작스럽게 다시 찾아 들었다.

 

 “어머니 도대체 어디에 계시는 거예요?”

 

 그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눈물을 떨어뜨렸다.

 

 관자놀이를 타고 내려가는 눈물이 식어 차가웠다.

 

 “이 병원을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세계 명문 병원으로 만들어 보거라. 그것만이 네가 네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회장의 말이 차가운 눈물방울 속에 저장되었다가 귓속으로 들어와 터지는 것 같았다.

 

 잠시 뒤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도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래로 병원 건물들이 보였다.

 

 몇 개나 되는 건물은 늦은 밤인데도 밤하늘에 보이는 별보다 불이 켜진 창문이 훨씬 더 많았다.

 

 수 백 명의 의료진과 환자들, 보호자들, 관리직원들이 그 불빛 밑에서 꺼져 가는 생명을 다시 살리기도 하고,

 

 그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옆에서 지키고, 서로를 의지하며 위로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했다.

 

 크리스마슨데 다들 즐기지도 못하고......

 

 철인은 저런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만족함을 줘야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야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석 달이 넘었어. 그 동안 너는 저 사람들을 위해 뭘 했어?”

 

 그는 자신에게 되물으며 일어섰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꽤 오래도록 통화를 했다.

 

 별관 10층은 자신의 사무실과 회의실이 있어 다른 곳은 불이 커져 있었다.

 

 그는 비상용 계단을 이용해 한 층을 내려왔다.

 

 9층도 관리팀 사무실이 있는 곳인데 아무도 없었다.

 

 한 층 더 내려왔다.

 

 8층은 스텝들의 연구실이 있는 곳이었다.

 

 문에 난 작은 창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연구실이 한 곳 있었다.

 

 철인은 무엇에 끌리 듯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병원 밖에는 12월 시작하자마자 시작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내일이 크리스마스라 더 고조되는 듯 했다.

 

 병원에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였다.

 

 다만 건강과 행복을 빌며 다들 이곳에서 벗어나길 소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윤슬은 가족과 연인이 있는 다른 스텝들을 배려해 병원에 남기로 했다.

 

 자진해서 당직을 서기로 한 것이다.

 

 막 응급 수술을 마치고 연구실로 올라 온 윤슬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문가에 섰다.

 

 멀리 대학가 거리에는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이 마치 맛있는 먹이를 구한 들뜬 개미떼 같이 움직였다.

 

 오색 불빛들도 그 들뜬 발걸음에 장단을 맞춰 주며 반짝였다.

 

 외로움이 느껴졌다.

 

 외로울 틈 없이 늘 일에 빠져 살았다.

 

 그래서 좋았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이면 늘 짱순이가 옆에 있었다.

 

 짱순이와 크리스마스 공연도 보러 가며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짱순이는 이사장님에게 그렇게 침을 흘러 대더니 그녀의 어머니가 마련해 준 선 자리에서 만난 남자에게 홀딱 빠져 그녀의 곁을 떠나갔다.

 

 이렇게 혼자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은 처음이었다.

 

 바닥에는 루돌프가 깜찍하게 웃고 있는 빨간 상자에 넘치도록 있는 후배들과 환자들이 준 카드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들도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 주지 못했다.

 

 그녀는 책상에 기대서서 한참을 뭘 할까 고민을 했다.

 

 어질러 있는 책상 위를 보니 거기는 일단 앉기 싫었다.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 왼쪽으로 45도 각도로 시선을 돌렸다.

 

 빼곡히 책이 꽂힌 책장이 보였다.

 

 그래, 당첨!

 

 윤슬은 방긋이 웃으며 책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른 살의 대국 대학 병원, 일명 메이커 병원 정형외과 교수인데도 아직까지 동화책과 만화책을 좋아했다.

 

 하루에 거의 모든 시간을 수술실에서 지내다 보니 그녀도 모르게 정신이 사나워질 때가 많았다.

 

 다른 동료들은 술, 담배, 연애, 운동으로 그 사나운 정신을 다스렸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나 왕자 선수를 덕질 하거나,

 

 지금처럼 좁은 연구실 한 쪽 벽면 책장에 가득 꽂힌 예쁜 그림이 있는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봤다.

 

 나 왕자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사나운 정신을 잠시 기억 속에서 잃게 되었고,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림의 세계에 빠져 들다 보면 그 사나운 정신이 중화가 되었다.

 

 두껍지 않은 책 몇 권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연구실 가운데 놓인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책장에서 뽑아 온 책 한 권을 손에 집어 들었다.

 

 “인어 공주를 위하여?”

 

 하필 집어든 책이 인어공주에 대한 책이었다.

 

 몇 달 전에 짱순의 손에 이끌려 갔던 방울 도사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너의 심장에는 인어 공주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 천상의 금기를 깨고 왕자의 영혼을 따라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지. 하지만.......』

 

 “무슨 소리! 나는 죽을 때까지 우리 왕자 선수 덕질이나 하며 살 거야. 인어 공주처럼 사랑에 목숨 거는 미련한 짓은 안할 거라구!”

 

 굳은 다짐을 하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이내 책에 집중했다.

 

 눈에 들어오는 그림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 그림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인어 공주 언니가 되어 보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았다.

 

 『인어 왕국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한 인어 공주에 대한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인간에겐 몸이 흙으로 변한 뒤에도 영원히 사는 영혼이 있단다.

 우리가 인간의 땅을 보려고 바다에서 올라가듯이, 인간의 영혼은 우리가 결코 보지 못할 아름다운 미지의 장소로 올라간단다.

 그리고 그 영혼은 이전의 기억은 모두 지워진 체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게 되지.”

 

 몸이 물거품이 된 후에도 그녀의 심장은 계속 뛰었다.

 

 예전에 그녀의 할머니가 들려 줬던 그 말이 인어 공주의 심장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어 공주의 심장은 인간의 영혼처럼 다시 태어나면 언젠가는 자신이 사랑한 왕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신을 찾아갔다.

 

 인간을 사랑하여 사라지지도 않고, 다시 그 인간을 만나기 위해 신을 찾아왔다는 이유로 인어 공주의 심장은 차디찬 상자에 갇혀 모진 고통과 기다림의 긴 시간을 지내야 했다.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알기 때문에 절대로 넘봐서는 안 될 이 세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결국 오게 된 인어공주의 심장은 다시 그 왕자의 영혼을 가진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몇 장은 읽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이 때까지 질걸질겅 잘 뜯어 씹고 있던 불량식품의 대표식인 ‘쫀득하나’도 책 위에 막 던져 놓았다.

 

 여린 꼬마 여자 아이처럼 이렇게 슬픈 동화책은 마지막 장을 읽지 못했다.

 

 오늘은 마음을 다스리기에는 실패한 거 같았다.

 

 “아~ 망했다.”

 

 사나운 정신이 더 사나워졌다.

 

 “그러고 보니 방울 도사가 이 책을 읽었나 보네. 말한 내용이 똑같잖아, 쩝!”

 

 윤슬은 입술을 다시고는 다른 책을 펴 들었다.

 

 잠깐! 그럼 왕자의 영혼을 가진 남자를 내가 만난다 말이야?

 

 누굴까? 혹시 우리 나 선수님일까?

 

 찾기 쉬우라고 이름도 나 왕자라고 딱!

 

 내 심장이 한 번에 딱!

 

 그녀는 입고 있는 티셔츠에 프린트 되어 있는 나 선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히죽히죽 웃었다.

 

 상상은 자유니까........

 

 그 날부터 다시는 생각나지 말라고 머릿속 한 모퉁이에 바짝 밀어 붙여 놨지만,

 

 오늘 밤은 이상하게 계속 생각 나 혼자 별의별 상상을 다했다.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응급실에서 호출이 언제 올지 몰라서 좀 자야 되는데 말이다.

 

 그녀는 양을 세며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응급실이었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홍수처럼 밀려올 거라고 했다.

 

 그 중에는 임산부도, VVIP도 있다고 했다.

 

 소파에 누워 비벼진 부스스한 머리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가운을 들고 슬리퍼에 발만 뀌고 뛰어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는데 문 앞에 놓인 뭔가에 걸려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하지만 분명히 철퍼덕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넘어져야 하는데 몸이 그러질 않았다.

 

 대신 따뜻하고 향긋한 로즈마리 향이 나는 무언가가 그녀의 몸을 받쳐주고 있었다.

 

 분명 벽은 아니었다.

 

 몸을 받쳐 주고 있는 그 무언가는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이고, 골격으로 봐서는 남자인 것도 곧 알 수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금방 뒤로 물러섰을 텐데 눈 밑의 자신의 모습을 보니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 왕자 선수의 얼굴이 박힌 거꾸로 신은 슬리퍼에,

 

 나 왕자 선수의 얼굴이 박힌 목이 늘어난 후줄근한 티셔츠에,

 

 반쯤 팔에 걸치다 만 가운이며,

 

 사자 갈기처럼 헝클어져 아무 때나 흩어져 있는 부스스한 긴 머리카락이며......

 

 자신을 받치고 있는 사람이 그 누구라도 자신의 모습을 보면 금방이라도 비웃을 것 같았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눈을 치켜뜨고 위를 살짝 쳐다봤다.

 

 하얀 셔츠 깃이 살짝 가리긴 했지만, 경동맥이 미친 듯이 뛰고 있는 목덜미 근육이 보였다.

 

 지금 자신의 귀를 울리는 심장 소리가 자신의 것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왜 하필 이럴 때...... 굿을 한 번 하든지 해야지.”

 

 “어디 다치신 데라도?”

 

 그가 물었다.

 

 중저음의 그 남자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꽉 쥐고 있던 그 남자의 부드럽고 따뜻한 셔츠를 살며시 놓았다.

 

 “아니요, 실례했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럼 이만......”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보기 전에 용수철처럼 그의 몸에서 튀어 나와 뛰었다.

 

 그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뒤돌아 그녀를 봤다.

 

 철퍼덕~

 

 그 소리는 복도를 따라 크게 울렸다.

 

 그녀가 이번에는 제대로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는 그녀가 민망해 할까 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체 고개를 돌렸다.

 

 슬리퍼를 거꾸로 신고 나왔던 것이 한 몫을 했다.

 

 “으이 신발~!”

 

 그녀의 입에서는 욕이 스스럼없이 나왔다.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일 분 일 초가 급한 지금, 부주의한 자신으로 인해 5분은 족히 흘러간 것 같았다.

 

 그리고 저 남자가 보고 있을 걸 생각하니......

 

 얼른 일어나 앉아 슬리퍼를 바로 고쳐 신고 무릎이 찢어진 수술복 바지를 털었다.

 

 구멍 난 수술복 사이로 무릎에 피가 비쳤다.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 진짜 굿을 한 번 하든지 해야지.”

 

 쓰라린 무릎 때문에 똑바로 걸을 수가 없었다.

 

 절뚝거리며 지체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는 저 아래층에 가 있었다.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기에는 졸갑증이 났다.

 

 윤슬은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더 빠를 거라 판단했다.

 

 부끄럽고 급한 마음이 무릎에 난 상처의 통증을 잊게 했다.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기관총 소리처럼 빠르고 크게 울렸다.

 

 *

 *

 

 “뭐지?”

 

 철인은 아직도 평상시보다 몇 배나 더 빨리 뛰고 있는 심장을 이해하지 못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설마 저 여자 때문에? 내 심장이......”

 

 왜?

 

 37년을 살아오면서 저런 신발 거꾸로 신은 사자 머리 한 여자 말고, 꽤 괜찮은 여자들이 줄을 서서 들이대도 눈 하나 깜빡 안 했는데?

 

 낯선 여자에게 생각지도 못한 심장의 두근거림이 그를 당황하게 했다.

 

 자켓 안에서 몸을 울리는 핸드폰 진동이 그녀가 남기고 간 기적 같은 일에서 정신을 돌리게 했다.

 

 남 비서였다.

 

 “어, 8층 복도야.”

 

 몸을 돌려 서는데 문 앞에 있는 명패가 보였다.

 

 『교수 강윤슬』

 

 저 이름!

 

 한 며칠 잊고 있었지,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내내 있었던 저 이름!

 

 그의 눈이 커졌다.

 

 방금 전 자신의 품에 안겨 있다 튀어 나갈 때 본 그녀의 얼굴이 자신이 알던 강 윤슬의 얼굴과 군데군데 겹쳤다.

 

 “같은 병원에 있으면서도 얼굴 보기 되게 힘드네.”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살짝 지어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만날 때마다 꼭 이런 식이었다.

 

 수목장지에서도 그렇고, 버스 안에서도 그렇고, 조금 전까지도 그렇고.......

 

 우리의 만남은 늘 왜 이렇지? 인사도 못하게.......

 

 “이사장님? 듣고 계신 거예요? 이사장님?”

 

 휴대폰에선 철인을 부르는 다급한 남 비서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 왔다.

 

 철인은 그 때서야 남 비서의 말에 대답을 했다.

 

 “어, 무슨 일인데?....... 뭐?”

 

 그가 엘리베이터 앞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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