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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해바라기,너에게
작가 : 신정
작품등록일 : 2019.10.18

평범한 여대생 진연두 이야기

 
해바라기,너에게 8
작성일 : 19-10-18 08:53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13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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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한 명 두 명 연구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와있던 교수는 책상에 기대선 채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듯 보였다. 연초희는 교수와 한 발짝 떨어진 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었다. 잠시 후 연구실에 모습을 드러낸 이해민은 그녀가 앉아있는 옆자리로 의자를 끌어다 앉으면서 사방을 죽 훑어보더니 문 쪽을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지수 아직 안 왔네. 당연히 일찌감치 제일 먼저 와있을 줄 알았는데.”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맞장구치면서 문 쪽을 내다보았다.

 “응. 딴 사람이라면 모를까 누구보다 먼저 와있을 줄 알았는데, 안 오네.”

 두 사람은 그렇게 얘기하며 쭉 문 쪽을 살폈다. 하지만 이지수는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연구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에서 15분이 지나가려할 때였다. 교수가 연구원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왔는지 확인하면서 한 번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지수는, 안 왔어?”

 “네. 안 오려는 것 같은데요.”

 “그래? 뭐, 꼭 와야 하는 인물은 아니지. 자, 다들 알겠지만, ‘상아26J’를 초기화 할지 말지에 관해 연구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하고 들어보자는 거니까, 다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 해봐.”

 

 교수가 말을 끝내고,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이해민이었다.

 “아까 수술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상아26J’같은 경우, 이제 모델신체에서 적출해내고 필요하다면 초기화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진연두’가 상아연구에 있어 특별한 모델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아26J’에 발생된 오류로 인해 모델에 나타나는 병증은 갈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면서 매번 범위와 강도 면에서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저번에는 현재 ‘진연두’담당이신 임희아 박사님이 워낙 완강하게 반대하시는 바람에 그냥 넘어갔지만, 더는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는 ‘상아26J’가 녹아내리거나 타버릴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진연두’를 완전히 없애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현재 모델 신체에 이식된 상태에서 본체인 ‘상아26J’를 들어내기만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진연두’에 관한 전 데이터를 온전히 여기 연구실 메인서버로 고스란히 옮기자는 말입니다. 그렇게 한 후에, 정확히 문제가 뭔지, 단순히 모델신체에 가볍게 일어날 수 있는 증세일 뿐인지 본체에 직접 바이러스가 감염된 건지 정확히 밝혀내고 그 대비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이해민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적출과 초기화에 위험이 없지는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이미 몸에 심어졌던 만큼 ‘상아26J’를 적출해내어 초기화하고 나면, 재이식한다고 해도 현재 ‘진연두’가 아닐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임희아 박사님 말씀대로 어쩌면 그 오류라는 건 가벼운 신체증상정도로 특별한 문제가 아닐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하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하지만 ‘진연두’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는 신체증상이 아니라, 정말 본체에 발생된 오류이거나 바이러스 의한 것일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만약 바이러스에 의한 증상이라면 다른 모델에게 감염될 위험까지 있습니다. 그건 곧 ‘상아26J’가 잠재적 위험인자로써 바이러스 보균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바이러스감염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지금 나타나는 증상이 어떤 문제로 나타날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아26J’는 이미 수명 기대치를 한참이나 배 이상으로 넘기고 있는 시점입니다.”

 길게 이어진 이해민 의견에 뒤를 이어 입을 연 사람은 현재 ‘진연두’담당자인 임희아 박사였다.

 “‘진연두’는 상아연구에 있어 그야말로 핵심모델입니다. 그리고 신체에 한 번 심어졌던 모델은 면역계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다른 몸으로 옮길 수가 없고, 본래 몸에 재이식한다고 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진연두’는 이대로 끝입니다. ‘상아26J’를 적출해내어 전 데이터를 온전하게 메인서버로 옮겨 놓는 것으로 ‘진연두’가 사라진다고 할 수 없으며 계속해서 지금처럼 연구할 수 있으리라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백업해 놓은 데이터는 말 그대로 데이터일 뿐 연구모델이 아닙니다. ‘진연두’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이해민이 임희아 박사를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말을 꺼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상아26J’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상아26J’가 어떤 위험을 지니고 있는지와 지금 ‘진연두’에서 나타나는 증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내고, 다른 본체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대책까지 세워놓아야 합니다. 최근 24년간 그와 같은 수준에 이른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아연구가 진행 중인 연구모델은 ‘진연두’만이 아닙니다. 다른 모델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유이선’ 같은 경우를 보면, ‘진연두’처럼 긴 수명을 이어갈 연구모델로써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해민 말을 끝으로, 연구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다들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표정, 각자 조심스럽게 찡그리며 진지하게 머릿속에서 검토하고 있을 연구원들. 이제 누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서로 눈치를 살피며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때 연초희가 조심스레 오른손을 들어 보이더니 말했다.

 “요즘 들어 ‘진연두’에게 나타나고 있는 반복적인 증상이 정말 본체가 일으키는 오류이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문제라면, 저 역시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다른 모델들을 위해서라도 ‘진연두’에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확실하게 파악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초희는 도중에 숨을 고르는 듯 말을 할지 말지 불안한 기색으로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망설이며 잠시 멈추었다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 ‘진연두’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 어쩌면, 머릿속에 이식된 본체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오류상황일지도 모릅니다. 확인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시스템과부하에 의한 폭주를 막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장치일지도 모릅니다. 확률적으로 따져봤을 때 굉장히 낮긴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아예 배제해 놓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을 끝맺자, 곧바로 그 의견에 강력히 부정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건 거의 제로에 가까워. 말 그대로 불가능한 일이란 말입니다. 신체에 심어진 본체가 이식된 상태에서 내부시스템에 발생하게 될 문제를 미리 예측해내고,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예방차원에서 스스로 오류를 발생시켰다는 말인데. 정말 그런 거라면 우리로선 정말 흥분되는 순간입니다. ‘상아26J’가 기적에 가까운 진화를 일으킨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는 데 기적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맞습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연구모델‘진연두’는 결국 그 본체인 ‘상아26J’일 뿐입니다. 가끔 착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게 따져 말하자면 애초에 본체는 뭔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연구모델 스스로 판단했다고 느끼는 것조차 인위적으로 입력해 넣은 명령어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내내 교수는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뒤이어 이해민이 신은지 말에 덧붙일 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잠깐.”

 교수는 이해민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해민, 왠지 네 말 악의적으로 들리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연구모델은 단순컴퓨터가 아니다.”

 교수가 하는 말에 이해민은 놀란 듯 경직된 얼굴로 말했다.

 “확률을 놓고 따져봤을 때 지나치게 낮은 가능성에 기대지 말자는 겁니다. 분명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 해도 ‘진연두’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를 마치 본체인 ‘상아26J’ 스스로 만들어낸 오류라고 기대하지는 말자는 거죠. 정말이라도 기적에 가까운 가설입니다. 그에 대해, 그 외에 오류 원인으로 훨씬 높은 확률을 지닌 다른 어떤 경우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것처럼 믿지는 말자는 겁니다.”

 교수는 이해민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귀 기울이고 있다가 다시 말했다.

 “초희가 제안한 가설은 굉장히 가능성이 낮다. 해민이 말처럼 확률로 따져봤을 때 기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지. 우린 지금 연구모델‘진연두’에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서도 이제야 그나마 파악하기 시작했을 뿐이야. 이럴 때 이쪽이든 저쪽이든 확률을 따져보고 따라가는 방법도 좋지만, 확률을 따져가며 좀 더 가능성 높은 쪽으로만 기대자는 주의라면 난 반대다. 적출에 초기화는, 할 때 하더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야. 성급해.”

 어딘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초희 옆자리. 이해민은 굳은 얼굴에서 답답한 듯 살짝 찌푸렸다.

 “교수님, 이건 좀 더 가능성이 높은 정도가 아닙니다. 확실합니다. 과부하에 의한 면역계거부반응 문제를 막으려고 본체 스스로 취한 조치라니, 정말,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번에 관리하고 있는 연구모델이 총 셋입니다. 그런데 면역계거부반응을 좀 더 늦춰보려는 시도로 이번 연구모델 본체소재로 이제껏 사용한 적 없는 신소재를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진연두’만이 이전부터 연구해온 모델로 이미 이식된 본체소재를 변경하는 수술과정을 거쳤습니다. ‘진연두’는 이전모델인 만큼 회로연결방식 또한 이전그대로입니다. 본체 역시 바로 전 단계에 실패한 모델보다도 훨씬 오래된 상태입니다. 어쩌면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 신소재로 소재변경수술을 하고 나서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낡은 본체가 버텨내지 못하고 변형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켜보던 임희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반문하면서 이해민 쪽을 살짝 쏘아보았다.

 “‘상아26J’에는 어떤 변형도 일어나지 않았어. 아무 문제없이 깨끗한 상태야.”

 “죄송하지만 본체상태가 어떤지는 수술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바로 대꾸하는 이해민을 쳐다보면서 임희아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좌중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 때는 단호한 표정이었다.

 “‘상아26J’에 물리적인 변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진연두’본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담당자인 내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말이 끝나자 그 자리 여기저기에서 어딘지 놀란 듯 숨 들이키는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이해민은 적잖이 당황한 듯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로 ‘진연두’를 직접….”

 “관리 중인 연구모델본체변형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담당자이니만큼 권한이 있었고, 바로 이틀 전 밤에 확인했습니다. ‘상아26J’외형은 전혀 손상된 부분 없이 멀쩡합니다.”

 큰 목소리로 말하는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잠시 연구실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연초희가 조심스레 오른손을 들었다. 그녀는 교수에게 눈을 맞추고 좌중을 둘러보며 얼굴을 확인한 후에, 들었던 손을 들 때와는 달리 탁자 아래로 재빠르게 밀어 넣으며 말했다.

 “초기화할 땐 하더라도, 우선 좀 더 두고 보면서 얼마나 이상이 있는지 어떤 이상이 있는지, 상태를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끝을 흐리면서 왠지 긴장한 기색이었다. 그녀가 말을 이어나가다가 어물어물 말끝을 점점 흐릴 때 다른 연구원들은 내내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때 교수가 연구실 내를 한 번 둘러보더니 말했다.

 “더 두고 보기로 합시다. 그럼. 다들 알아들었지?”

 

 

 39. 담당자

 

 상아연구 특성상 연구모델을 대할 때 본체모델명 그대로 부를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각 모델들에게는 이름이 주어졌다.

 ‘상아26J’을 이식한 신체에 ‘진연두’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26J’의 첫 담당자인 서지은이었다. 처음 탄생될 당시에는 모델명 ‘20J’였던 ‘진연두’는 첫 담당자였던 서지은 박사가 담당을 그만두게 되면서 붙여준 이름이었다.

 ‘진연두’는 상아연구에 있어서 이제껏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연구모델이었다. 그야말로 연구대상이었다. 24년에 달하는 긴 시간에 걸쳐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모델은 ‘진연두’밖에 이제껏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보통 본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데이터를 축적시키다가 수명이 다해 꺼지기까지 길어야 4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 24년간 연구해 온 ‘진연두’는 그야말로 전무후무 특별한 연구모델일 수밖에 없었고, 상아연구에서 이미 핵심이 된지 오래였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버텨온 만큼 이제까지 ‘진연두’에 발생했던 오류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때마다 매번 기억 갱신을 해주어야 했고, 본체에 어지럽게 뒤엉킨 데이터들을 정렬하는 작업도 그때그때 해주어야 했다. 뒤엉킨 데이터들로 인해 본체에 과부하가 걸리면 어느 순간 이식된 신체가 견뎌내지 못하고 기절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그 상태에서 한동안 깨어나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자칫하면 그 상태 그대로 본체가 녹아버리게 되는 수도 있었다. 때문에 각 모델 담당자들은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미리 관리모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어야 했다.

 ‘진연두’에 그렇게 발생했던 오류들 중 언제 한 번은 전에 일어난 적 없던 새로운 형식으로 병증처럼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저 가벼운 신체 상 문제로만 치부하였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오류에 적절히 대처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오류를 버텨내지 못한 ‘진연두’가 기절직전에 이르기까지 담당자인 임희아까지도 눈치 채지 못한 채 관리모델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로 방치해두었다. 그나마 정기검진을 코앞에 두고 있는 때여서 덕분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번 경우에도 ‘진연두’가 쓰러질 당시 바로 옆에 이지수와 이해민이 있었다. 그래서 곧장 연구실로 옮겨와 조치를 취했고 심각한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진연두’가 학교에서 쓰러졌으니 바로 연구실로 옮겨올 수 있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진연두’ 담당자로서 임희아 박사는 이러한 상태에 이르도록 관리에 소홀했던 점에 대해 책임져야했다. 연구모델이 오류로 인해 기절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니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진연두’ 담당자는 바뀌는 일 없이 그대로 임희아 박사였다. 상아연구원들 중에 ‘진연두’를 맡을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적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지수는 현재 자진해서 그만둔 상황이었다. 사실 이미 그 전부터 담당자 자리는 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만약 그가 연구에서 아예 손을 떼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이번에 다시 ‘진연두’를 담당하기에는 충분한 인물이었다. 그가 담당자 자리를 내놓고 나중엔 연구원을 그만두겠다고 빠져나간 후에도 교수는 이지수와 쭉 연락하면서 지내왔다. 때때로 다시 연구에 참여할 의사는 없는지 물으며 다시 한 번 연구원으로 들이려하고 있었다.

 

 처음 이지수를 연구원으로 들이고 일 년이 지나 연구모델 담당을 맡겼을 때 교수가 부딪혀야했던 다른 연구원들 불만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제 발로 빠진 이지수를 다시 연구원으로 받아주자는 말에는 더 이상 설명조차 무의미했다. 게다가 이지수까지 그러한 교수 요청을 조심스러운 태도로 매번 거절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은 상아연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난처하다는 표정이었고, 꽤나 어려워하는 기색으로 털어놓았다.

 

 임희아 박사가 ‘진연두’ 담당자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연구모델과 담당자 사이에 무시 못 할 수준인 친화력으로 얻어낸 성과였다. 2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상아26J’는 24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만들어 축적해오던 뇌신경전기신호에 관한 데이터에는 비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하고 폭 넓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히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전기적 신호와 반응들은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엄밀히 말해서 그러한 성과가 꼭 담당자 능력에 따른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담당자가 임희아 박사인 시기에 그런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었다. 상황이 그러하니만큼, ‘진연두’ 담당자로서 임희아 박사 외에 다른 적임자는 떠올리기 힘들다는 의견이 공통이었다.

 

 

 40. 이지수

 

 227번 버스라면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이지수로서는 전혀 탈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상아연구에 연구원으로서 참여하고 일 년이 지난 지금은 달랐다. 그가 모델 ‘20J’를 담당하고 나서부터는 달랐다.

 버스를 탈 때마다 그랬다. 탈 때야 물론 찍을 수밖에 없는 카드지만, 목적지에 다다라서 버스에서 내려야 할 때엔 찍지 않고 그냥 내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완전히 계단 아래 인도로 내려서고 나서 버스가 저 앞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난 후에야 그는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내렸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그때마다 그는 또 두 배나 바가지 쓰게 생겼다고 자책했다.

 

 병을 얻은 서지은 박사 다음으로 그가 모델 ‘20J’를 담당할 연구원으로 지목되었다. 거의 모든 연구원이 놀라면서 반발했을 만큼 상아연구 내에서는 뜻밖으로 받아들여질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서지은 박사가 직접 이지수를 지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구원들 사이에 일어나던 반발도 곧 사그라져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그는 윤성호 교수를 통해서 ‘20J’에 대한 모든 자료를 건네받았다.

 “이지수, 네가 맡을 상아20J에 대한 모든 자료다. 꼼꼼하게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맡기 전에 이것저것 알아두면 많이 도움이 될 거야. 너에 대한 기억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였던 걸로 해놓았으니까, 마주쳤을 때 자연스럽게 대하도록 주의해. 궁금한 건?”

 교수는 ‘20J’에 대한 자료들을 이지수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런데 자료를 건네받으면서부터 그는 어딘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첫 연구모델 ‘상아1’ 이후로 이제까지 모델 담당자가 바뀐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한 사람이 연구모델 하나를 전담하여 관리해야하는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담당자란 한 연구모델을 맡아 관리하면서, 모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을 미리미리 알아차리고 조치할 수 있도록 생활에 직접 개입하여 책임지는 연구원을 일컫는 말이었다.

 담당하는 모델에 대해 모르는 것 없이 전부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만큼 상아연구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책임 또한 막중했다. 그런데 이제 상아연구에 들어온 지 일 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이지수가 주요 연구모델인 ‘20J’를 담당하게 된 상황이었다. 이미 결정된 사항으로 이제는 ‘20J’에 대한 자료까지 전부 이지수에게 넘어간 시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연구원들이 서로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결정을 내린 서지은 박사에게 불만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의문스러워하기로는 이지수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수님.”

 “그래.”

 “서지은 박사님이 왜 저를 ‘20J’ 담당자로 지목하신 거죠? 서지은 박사님이 담당했던 모델 맡는다고 다들 못마땅해 합니다. 연구원들 간에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는지, 얼마나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지가 연구모델 관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다들 이렇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제가 ‘20J’를 맡는다고 잘 할 수 있을지, 이전만큼 연구 성과를 내기는커녕 최소한 관리도 제대로 안 되지 않을까요. 굳이 저 아니더라도, 서지은 박사님 뒤를 이어 ‘20J’ 담당할 연구원들이라면 이미 있잖습니까? 그만한 능력도 있으면서 담당자는 아닌 연구원들 말입니다. 저보다도 연초희 선배가 ‘20J’ 담당자로는 적임자인 듯한데, 정말 왜 굳이 저를 지목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군지 정확히 밝히긴 어렵습니다만 저는….”

 “잠깐.”

 계속해서 이어가려는 이지수를 멈추게 하고, 교수는 안경을 고쳐 썼다. 그러곤 피곤한지 눈을 천천히 무겁게 감았다가 뜨더니 목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렸다. 반시계 방향으로도 한 차례 돌리고, 손으로 이마를 한 번 쓸어 올리면서 말했다.

 “지수야, 이해민 때문이라면 그렇게까지 신경 쓸 것 없어. 걔 평소에도 누구에게나 불만 많고 따지길 좋아하잖아.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니까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테지. 음, 그리고 네 말이 맞아. 솔직히 나도 너한테 ‘20J’를 맡기는 게 좀 불안하긴 하다. 네가 지금 초희 얘기 했는데, 그래. 초희도 ‘20J’ 담당자로서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어. 어쩌면 초희 같은 경우, 그 애 조심스러운 성격이라면 오히려 너보다 더 안심할 수 있어. 하지만 초희는 이미 맡은 업무가 따로 있다. 너, 모르고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 어쩌면, 초희가 조금만 더 한가한 상황이었다면, 그랬다면 어쩌면 나도 서지은 박사에게 너보다 초희를 추천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초희 몸이 하나인 이상 힘들어. 그러니까 서지은 박사 기대 저버릴 생각 말고 ‘20J’ 담당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열심히 할 생각이나 해. 서지은 박사 못지않게, 나도 너한테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41. 진연두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전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 누운 채였다. 저 위쪽에서 방향을 잡을 수 없이 사방에 우물거리는 목소리들로 가득한 어딘가에서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다. 여러 목소리들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저렇게 웅얼거리는 목소리만으로는 누가 뭐라고 말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공기가 통하지 못하는 불투명한 막으로 한 겹 둘러싸여있는 듯하다. 보는 일도 듣는 일도 잘 되지 않아 답답했다. 눈앞에 보이는 위쪽으로 파르스름한 안개로 뿌연 배경 위로 둥그스름한 그림자들이 움찔거리고 있을 뿐이다.

 

 문득, 지금 확실히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만약 꿈을 꾸고 있다면 이전에 꿨던 꿈과 같은 꿈인지 아니면 다른 꿈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닌가 생각해보고 있는 이 순간이 실은 꿈이 아니라 실제 상황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내 머릿속은 정말 이 순간이 꿈인지 현실인지 어떤 방법으로 확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완전히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비탈에서 멈추지 않고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하나로 뭉치면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곧 터져나갈 듯이 머릿속에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까지 가까워지고 크게 자라난 순간 눈앞이 온통 까맣게 꺼졌다. 눈덩이로 가득 찬 머릿속부터 장막에 가려진 시야까지 번쩍하는 번개가 내리쳤다.

 정신을 잃어 가는지 잠들어 가는지 알 수 없게 나는…

 

 

 42. 꿈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여느 날처럼 태양이 창문을 투과해 방 안으로 비춰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른 아침 내리는 미미한 햇볕온기에 신경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고개를 거칠게 이리저리 돌려가며 방 안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덮고 잔 이불을 움켜쥔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분명 굉장히 섬뜩하고 무서운 꿈을 꿨다. 하지만 잠을 설치지는 않았다. 난 꿈자리가 사나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잤는데도 잔 것 같지 않고 뻐근하다거나했던 적이 없었다. 일기예보에서 극심한 열대야가 예상된다고 하고 뉴스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민들에 대한 기사가 흘러나올 정도인 밤이라면, 이불을 덮고 잘 수 없는 순간도 있긴 했다. 그렇지만 그런 날조차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거나 자다 깨는 일이라곤 없었다. 아침까지 8시간은 내리 푹 잘 수 있었다. 눈뜨고 일어나면 약간 답답하다 싶긴 해도 말이다.

 그런데 오늘 며칠이더라.

 “연두야, 일어났니?”

 “네.”

 여느 때와 같은 아침처럼 일어나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왠지 말하는 엄마 목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바뀌었다는 느낌이었다. 이상한 기분에 바로 일어나서 부엌으로 나갔다. 착각인가 싶으면서도 혹시 엄마에게 감기 기운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난 뒤돌아 서있는 엄마 등에 대고 말했다.

 “엄마, 나 요즘 계속 이상한 꿈을 꿔.” “꿈을 꾼다고?”

 이상한 꿈을 꾼다고 하는 말에 엄마는 호박 썰던 손을 내려놓고 내 쪽을 돌아보면서 순간 어색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순간 나야말로 그런 엄마가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엄마 얼굴에 나타났던 표정은 순식간에 거두어졌다. 순식간에 가면을 바꿔 쓰는 마술을 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느 순간 엄마는 다시 편안하고 다정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나에게 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보라며 물어보고 있었다.

 “어떤 꿈? 매일 꾸니?”

 “아니. 매일 꾸는 건 아니고, 가끔 꾸는 꿈인데 내용이 거의 똑같아요. 근데 정말 실제 같고 그래서.”

 엄마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날 보며 다시 꿈 내용이 뭔지 자세하게 얘기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보는데, 뭔가 잘못되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고 뭔가 캐묻고 다그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침부터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왜 저러는지 당황스러웠지만, 내게 물어보는 목소리가 꽤 심각하게 들리기도 해서 일단 꿈꾼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차근차근히 얘기해주었다.

 “일단 처음에는, 내가 차가운 침대에 누워있어. 보면 매번 거기서부터 꿈이 시작 돼. 근데 좀 이상한 게, 이런 게 가위에 눌린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단단히 묶여있어. 아무튼 전혀 꼼짝도 할 수가 없어. 움직일 수가 없어. 그런데 침대 주변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자기네들끼리 무슨 얘기를 계속 하고 있어. 뭐라고 하는지는 잘 알아들을 수도 없고, 아,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들 왠지 의사인 것 같아. 다들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진연두.”

 

 뭔가 말하려는 듯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엄마는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말하면서도 그렇게 이름을 부를 때도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꿈 얘기를 들으면서 엄마 얼굴은 시시각각 걱정스러울 정도로 창백해지고 있었다. 뭔가 큰 충격을 받았을 때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엄마는 창백해진 얼굴로 의자등받이에 손을 짚고 서계셨다.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나 보이도록 짚은 손에 잔뜩 힘주면서 겨우 버티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엄마, 왜 그래. 괜찮아요? 무슨 일 있어?”

 턱에 힘을 주어 어금니 무는 모습도 힘들어 보였다.

 “괜찮아. 일은 무슨. 근데,”

 왜 갑자기 저렇게 창백한 안색으로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날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곧 쓰러질 것처럼 의자에 기대 서있는 엄마가 걱정스러웠다. 조금 그러고 있으려니 엄마가 날 다시 쳐다보는데, 노려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면서 꽉 붙잡고 있던 의자에 손이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손가락을 하나하나 천천히 떼어내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손으로 짚었던 의자를 빼내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엄마는 겨우 몸을 밀어 넣어 앉을 수 있을 정도만 빼낸 의자와 식탁사이로 몸을 밀어 넣어 앉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선만큼은 내게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신기해서, 신기하게 같은 꿈을 여러 번 꿨다는 얘기를 한 것뿐이었다. 별 일 아닌데 난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고 있었다.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창백한 안색 그대로인 엄마가 걱정스럽기도 했다.

 난 엄마 시선을 피하면서 말없이 일어나 우유를 데웠다. 계속해서 엄마는 손을 식탁 아래 무릎 위로 올려놓은 채였고 움직이는 내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엄마 시선이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오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가 안 좋은데. 어디 아파요? 아니면 무슨 일 있어?”

 엄마 시선이 계속 내 움직임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 옆으로 가서 식탁에 손을 올려 매달린 모양새로 붙잡은 채 쪼그려 앉았다. 그러자 따라오던 시선을 거두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컵을 들어 쳐다보는 모습이었다. 데운 우유를 한 입 마시고 양손으로 감싸듯 컵을 든 채 가만히 있더니, 앞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연두야, 그러고 있지 말고 엄마 앞으로 좀 앉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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