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그대가 잠든 사이에
작가 : 멜롱
작품등록일 : 2016.10.7

한국대학병원 신경정신과 병동에 장기 입원중인 여자와 기면증에 걸린 대한민국 스타 작가와의
애틋한 병실 로맨스

 
1. 뭐라고요...?
작성일 : 16-10-07 16:12     조회 : 517     추천 : 0     분량 : 511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날씨 화창한 5월.

 밖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약간은 따가운 듯한 햇볕마저 기분좋은 어느 날.

 

 나는 아직도 그 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음... 유감스럽게도 환자분의 병명은 기면증입니다. 그것도 강도가 좀 세구요. 혹시 최근에 참을 수 없이 졸음 쏟아지거나

 졸도하신 덕은 없으시나요?"

 

 하. 최근이라. 뭐 최근이라 말할 수도 없는게 한 6개월 전부터 졸음이 엄청 쏟아져서 곤란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작업을 하다가도 어느새 잠들어 있기도 하고, 수업을 들을 때도 그랬고.

 

 

 왠지 의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을 하면 진 것같아서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고 적당히 말을 하려 했다.

 

 정말로, 진짜로 그렇게 말을 하려고 헀는데...

 

 아, 이런 젠장.

 

 또 잠이 들어버렸다.

 

 

 

 "환자분, 유재민 환자분. 이 불빛 보이시나요?

 보이시면 눈 한번 깜박여주세요."

 

 깜박.

 

 "반응을 봐선 괜찮으신가보네요. 흠...동공확장은 괜찮고. 민 간호사, 유재민 환자 모다피닐 (Modafinil) 좀 놔줘요."

 "네, 알겠습니다."

 

 "저...선생님. 혹시 제가 또 갑자기 졸도 했나요?"

 "네. 이렇게 증세가 심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좀 진행이 됐다고만 생각했는데..

 진행 속도가 심상치가 않네요."

 

 얼마나 안좋길래.

 불안하다.

 이대로 영영 못 깨어나면 어쩌지?

 

 

 "혹시 제 일상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아직 원고도 다 못 썼는데. 그리고 이번에 드라마 작업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난 지금 무척 간절하다. 제발 안된다고 못한다고는 말하지 말아주길...

 

 

 "원래는 입원하시라고 하려고 했는데.. 일이 있으시니까 당분간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웬만하시면 운전은 하시지 마시구요."

 

 다행이다. 글은 쓸 수 있겠다. 한 달동안 빡세게 퇴고하고 드라마 시사회 나가고 하면... 어떻게든 하면 시간은 충분한 수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딱 한 달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그럼 한달동안 일주일에 세번 정도 병원에 방문하셔야되는데, 괜찮으실까요? 바쁘시면 일주일에 두번도 좋습니다. 이 기면증이라는게 약물치료를 하면서 자주 경과를 지켜봐야하거든요."

 "아,네. 그럼 최대한 자주 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링겔은 두 시간 후에 끝나니까 다 맞으시고 가시면 됩니다. 민 간호사, 두시간 후에 링겔 빼드리고 약 드리세요."

 "네."

 

 

 

 의사의 말을 듣고 나니 더 힘이 빠지는 듯 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기분나쁜 주삿바늘도 얼른 빼버리고 집에 가서 원고 작업도 다시 하고 싶기도 하고.

 이 말을 경수에게 하면 아마 미쳤다고 버럭 화를 내겠지..?

 

 그렇지만 작업은 내 산소 호흡기와도 같다.

 

 6년전, 그 날의 일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

 마치 마약같아 도저히 손을 놓지 못하겠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나를 더 가혹하게 다룰수록 그 일에서 멀어지고 겨우겨우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내 무리한 요구를 내 몸은 다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6년전 그 애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버렸다.

 

 아니지. 내껀 그 애에 비하면 약과지.

 난 더 아파해야 해.

 

 그렇게 생각해버리니 마음이 좀 더 편해져 잠이 또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할 수 없이 거기에 당해주었고.

 

 

 

 

 

 2시간 후.

 

 

 "유재민 환자분. 환자분. 링겔 다 맞으셨어요. 일어나세요. 어? 왜 이러시지? 일어나셔야 하는데."

 

 저기요, 다 들리는데 몸이 안 움직여요.

 내 뜻대로 내 몸이 말을 안들어요.

 

 

 이런 내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았지 밖으로 새어나가진 못했다.

 

 "환자분! 제가 선생님 모셔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네. 얼른 다녀오세요.

 

 

 

 간호사의 말대로 의사는 정말 빨리 달려왔다.

 의사는 나를 곧 죽을 사람처럼 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재민씨 지금 상태는 이미 초기 단계를 지났다고 봐야합니다. 이런상태로는 약물로도 한달은 커녕 2주도 버티기 힘듭니다. 차라리 그냥 입원치료하시죠.그게 제가 유재민씨에게 내리는 의사의 정확한 진단입니다."

 "아까 의사선생님께서 질문하셨잖아요. 최근에 졸도한 적 있느냐고. 6개월전부터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좀 많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졸렸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달고 살았습니다. 스무 잔도 넘게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제가 졸도를 하더라구요."

 "진작에 오시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좀 더 나았을텐데요. 자, 그러니까 어서 입원하시죠. 더 심해지면 손 못 씁니다. 그냥 평생을 이렇게 사셔야 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평생을요?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

 "네, 맞아요.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을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빨리 입원하는게 좋아요. 증상을 늦추려면요."

 "네... 그럼 딱 3일만 시간을 주시죠. 모든걸 다 정리하고 입원하려구요. 그 정도는 괜찮죠?"

 "그러세요... 치료 시기를 최대한 당기는게 중요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저... 지그 ㅁ당장 나가서 일을 봐야 하는데... 링겔도 다 맞았고요. 나가도 됩니까?"

 "아, 그러세요."

 

 

 

 

 병원에 들어 오기 전에 봤던 맑은 하늘은 어디로 숨었는지 검은 비구름이 내 시선을 가득 채웠다.

 날씨란 좀체 종잡을 수 없다니까..

 사람 인생이란 것도 그러고.

 

 엄마가 살아계씨기 전에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날씨와 인생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고.

 

 왠지 지금 내 상황과 딱 맞는 말 같다고 생각이 들 때즈음, 굵은 빗방울 하나가 내 볼을 스치며

 나의 사색을 깨뜨렸다.

 

 '비 오네... 그 날도 이런 날씨였던가...?'

 

 지우려할수록 내 머릿속과 마음 속에 각인되버리는 그 날의 일이 악몽처럼 떠오른다.

 벗어나려 할 수록 죄책감에 젖어버려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다.

 

 이젠 벗어나려 노력하기도 힘들어서 때때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때면

 그 애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메아리치듯 들린다.

 

 '포기하지마. 벗어나려 하지도 마. 넌 그냥 살아. 내 몫까지 살란 말 안해.'

 

 하지만 가끔씩 난 그 말이 왠지 꼭 그녀가 나에게 거는 지독한 저주처럼 들리기도 한다.

 

 살 수 없는데 살라고만 하니까..

 

 

 

 

 "어? 너 재민이 아니니? 오랜만이네~ 아줌마 기억하니? 율리 엄마."

 "아... 안녕하세요."

 

 타이밍이 이렇게 기가 막힐 수가.

 내가 마침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엄마가 내 눈 앞에 나타날 줄이야.

 

 반가웠다.

 

 마치 어둠 속에 있는 날 꺼내줄 구원자처럼 보였다.

 

 "잘 지내셨어요?"

 

 이게 아닌데. 어머니는 지금 율리 때문에 힘드실텐데,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죄ㅅ-"

 "아줌마야 잘 지내지뭐. 너는? 그나저나 너도 어디 아프니? 병원엘 다 있네, 네가?"

 "그게....그냥 정기 검진 받으러 온거에요.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다들 건강을 챙기잖아요."

 "호호. 그건 그렇지. 넌 어디 아프면 안돼. 아줌마가 너까지 아프면...후-

  알지?"

 

 "물론이죠. 저 아직 쌩쌩해요. 비 오는데 얼른 들어가세요. 다음에 또 뵈요."

 "그래, 너두 얼른 들어가. 비 맞지 말고. 감기 걸린다."

 

 아주머니는 우산을 탈탈 털며 병원 안으로 들어가셨다.

 내 걱정도 아픔도 저 떨어지는 빗방울 처럼 떨어져 나갔으면 좋을텐데....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인지 그 날따라 나는 감성적이 되었다.

 

 

 

 나는 급히 택시를 잡아 타서 내 작업실 겸 오피스텔로 향했다.

 

 현관문을 여니 제법 공간이 넓은 공간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남들은 내가 내 또래 대학생들에 비해 먼저 성공한 케이스라며 부러워했지만, 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매번 마감에 쫓기고, 만성두통에 시달리며, 소재 고갈로 인해 매번 걱정거리를 껴안고 잠이 드는 이 생활이 뭐가,

 도대체 뭐가 부럽다는 건지.

 

 

 

 고리타분한 생각은 그만하고 우선 짐부터...

 가벼운 짐부터 싸는 게 낫겠다.

 그리고 노트북이랑 연결 잭, 보조 배터리, 이어폰만 챙기고 나머지 짐은 경수에게 가져다 달라고 하는게 낫겠다.

 

 사실 그다지 챙길 짐이 많지는 않았다.

 아니, 집 안에는 원래부터 짐들이 많이 차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입원 내내 걱정할 반려동물도 없고.

 

 이제보니, 내 집은 생각보다 황량했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것들도, 사람들도 다 가벼운 관계거나 나에게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들은 몇 안되는걸 이제야 느꼈다.

 

 아프니까 별게 다 눈에 보인다.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

 

 잠깐동안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정이 든 집을 비운다는게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질 않나.

 내 몸이 결국엔 이렇게 되버렸는 걸.

 내가 망쳐버렸는데, 이제와서 후회는 무슨.....

 후회하는 시간조차 낭비로 느껴진다.

 

 까톡.

 

 [너 별일 없지?]

 [별일 있으면 말해라. 혼자 끙끙 앓고 있지 말고.]

 

 피식-

 

 현호에게서 메세지가 왔다.

 현호는 마치 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것 같다.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낸 건지?

 꼭 내가 필요로 할 때 문자를 먼저 보내와 준다.

 그래서 항상 고맙다.

 

 [아냐. 별일 없어. 그나저나 혹시 담당자한테 퇴고 좀 늦을 것 같다고 대신 얘기 좀 해줄래? 내가 지금 많이 급해서.]

 [왜? 똥 싸냐. 농담이고, 알겠어.그래도 네가 직접 얘기하는게 더 낫지 않겠어?]

 [그렇긴 한데. 그 아줌마는 나만 만나면 날 막 붙잠으려고 하잖아. 귀찮아서 그래.]

 

 재민은 평소에 그 누구에게도, 설사 친구라하더라도 아쉬운 소리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현호는 그 벽을 허물려고 노력해왔고, 재민 역시 그 걸 모르진 않았다.

 

 [알았다. 내가 잘 말해볼게. 아, 그리고 너 오늘 병원 간다고 그러지 않았냐?]

 [내가 말했었나?]

 [아니. 니 주면사람들한테 들었지.]

 

 내 주변 사람들....?

 

 그렇게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없는데 어떻게 알았지..?

 혹시 엄마가 말씀하셨나?

 

 [혹시 어머니꼐서 말하셨어?]

 [어떻게 알았어? 너희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던데.]

 [별거 아니라고 전해드려. 그냥 간단하게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고 해. 왜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해야 한다더라.]

 [그래. 그렇게 전해드리기는 할게. 근데, 너 진짜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이런 귀신같은 놈. 촉이 좋긴 해.

 

 [아니라니깐.]

 [혹시라도 이상한 낌새 있으면 나한테도 말하고 그래. 가끔씩 나도 섭섭하다.]

 

 섭섭할 일 만들어서 미안하지만 이건 진짜로 큰 일이라서.

 

 [그래. 알았어.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너한테 제일 먼저 말해줄게. 나 지금 바빠서 이만.]

 

 너한테도 말 못하는 날 용서해.

 

 [응. 수고해라.]

 

 

 현호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잠시 짐을 더 쌀게 있나 생각하변서 집안을 빙 둘러보는데 순간 현기증이 왔다.

 항상 그렇다.

 모든 일에는 표징이 있는 것처럼 기면증이 날 찾아오기 전에 이렇게 항상 불길한 표징이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1. 뭐라고요...? 2016 / 10 / 7 518 0 511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