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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눈물을 먹는 악마
작가 : 레시라스
작품등록일 : 2019.10.14

'언제부터 였을까 감정을 잃은채 감정을 괴롭혀야하는게 기분이 나빴던 것은' 눈물을 먹고 살아가는 몽마, 루마인 루시.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를 잊고 그 원인이 되는 감정을 잊고 살아가는 그녀. 평소와 같이 눈물을 모으기 위해 방에 들어선 그녀. 그러나 그 방은 옆 왕국의 공주가 빌린 여관의 방이었다. 결국 호위단에게 추적을 받게 되고 겨우겨우 따돌리는데에 성공하는 루시. 그러나 짐을 가지러 간 방에는 공주의 호위단이 남아있는데...

 
2화
작성일 : 19-10-17 05:36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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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세를 잡은 루시. 마법진은 그들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한 겁 없는 도적단이 루시에게 달려왔다. 검을 내리치는 도적단의 복부를 향해 마법진을 조준한 루시.

 

 마법진이 점멸했고, 마법진에서 한 푸른 구체가 발사되었다. 빠르게 날아가는 푸른 구체는 그 도적단을 끌고 공중으로 올라갔다.

 

 펑!

 

 폭발하는 구체와 흩어지는 피들. 아마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 터였다.

 

 남은 세 명에게는 동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한 사람은 왼쪽에서 공격을 해왔고, 다른 한사람은 오른쪽에서 공격을 해왔다.

 

 루시는 고개를 숙이며 검을 피했다. 흩날리는 망토의 끝이 검에 배였다. 같은 곳을 노렸던 검들은 서로 부딪혀 쩌렁쩌렁한 철 소리를 냈다.

 

 루시는 왼손으로 왼쪽의 남자를 밀었다. 마법진이 점멸하고, 루시의 몸에서 튀던 스파크가 강렬해졌다.

 

 "끄아아악!"

 

 감전되기 시작한 남자. 한참동안 전기에 노출된 남자에게서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오른쪽의 있던 남자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살짝 사선으로 내려찍히는 검에 루시는 무방비 상태였다.

 

 아니, 남자의 시선에만 그렇게 보였다.

 

 루시의 몸을 감싼 투명한 방어막이 검에 부딪혀 요동쳤다.

 

 "마정석... 아깝게."

 

 루시의 오른손에는 마정석의 가루가 흩어져있었다.

 

 루시는 왼손을 때었다. 이미 다 타버린 남자의 시체가 땅을 굴렀다.

 

 그의 피부들은 이미 다 타버려 붉은 근육들이 드러났다. 루시는 그 시체의 검을 꺼내들었다. 무거웠지만 쓸 수 있었다.

 

 남자는 한 번 더 방어막을 내리쳤다. 약한 방어막이라 그런지 두 번의 공격으로 방어막이 깨졌다.

 

 유리 깨지는 소리에 맞춰 루시는 검을 휘둘렀다.

 

 남자는 황급히 검을 내려 루시의 검을 막았다. 겨우겨우 막힌 검.

 

 "끄아아앗!"

 

 그는 악을 쓰기 시작했다. 바닥을 향한 검의 끝으로 힘을 주기란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루시의 검을 조금씩 밀쳐냈다.

 

 팅!

 

 완전히 튕겨나간 루시의 검. 남자의 검은 높은 곳에서 내려칠 준비를 마쳤다. 그는 웃고 있었다.

 

 무기도 없는 여자 따위는 그에게 간단했다. 검을 내리치려는 남자. 하지만 그의 몸은 멈췄다. 마치 차가운 얼음에 꽁꽁 언 듯이 멈춘 남자.

 

 "휴... 다행이네."

 

 루시의 손은 그의 관자놀이에 올라가 있었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 루시는 그에게 고통스런 기억을 보여줬다.

 

 기절한 남자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가 들고 있던 검은 간신히 그를 스쳐지나갔다.

 

 '차라리 죽지. 편안하게...'

 

 루시는 목을 돌렸다. 뼈들이 꺾이는 듯한 소리가 뿌드득 났다.

 

 쨍그랑...

 

 울려 퍼지는 철 소리. 루시는 목을 픽하고 돌려 철 소리를 확인했다. 겁에 질린 소년이 루시를 쳐다보고 있었다.

 

 검마저 바닥에 떨어뜨린 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검을 들어 올린 루시는 매서운 눈빛으로 소년을 노려봤다.

 

 "히익!"

 

 눈가가 어두워지자 뿔이 오히려 빛을 받았다. 어두운 눈가는 루시가 정말 악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꺼져."

 

 조금의 침묵을 깬 말은 루시의 욕이었다. 그러나 루시의 바램과는 다르게 소년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쓰러졌다.

 

 "뭔데?"

 

 루시는 말의 끝에 조금 힘을 주었다. 소리를 치는 듯한 말에 그는 한 번 더 놀랐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입을 열어 말을 했다.

 

 "살아남은 분이라도... 데려가면 안 될까요...?"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소년. 울먹거리지만 용기가 가득한 저 눈을 루시는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자신이 피해자, 지금은 자신이 가해자였다. 루시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루시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허겁지겁 몸을 일으켰다. 루시의 앞에 쓰러진 남자를 부축한 소년은 숲으로 사라졌다.

 

 "하... 살리면 안 될 것 같은데..."

 

 루시는 손에 쥔 검을 보며 생각했다. 아직 숲 속에 모습이 보이는 저 소년에게 이 검을 던질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됐다."

 

 그녀는 검을 땅바닥에 던졌다. 젖은 땅바닥이라 검날이 푹하고 땅을 찔렀다.

 

 언젠가 후환이 될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닐 테니 그녀는 안심했다.

 

 '그리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 시절의 그녀에게는 검은 공포였던 존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겠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루시는 마차를 보며 다시 한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른팔은 아파오는데 치워야할 것은 산더미였다.

 

 '괜히 편하게 가려했네.'

 

 루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마차에 다가갔다. 기울어진 짐칸 안에서 자신의 가방을 찾은 루시. 그녀는 황급히 가방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

 

 수많은 붉은 색의 포션들. 다행히 하나도 깨져있지 않았다. 안심한 그녀는 앞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마부의 시체가 있었다.

 

 착잡한 기분. 그러나 슬프지는 않았다. 이정도로 슬퍼 힘들었다면 이미 미쳤을 것이다.

 

 그녀는 마부의 시체를 뒤적거렸다. 그의 옆에 놓인 한 가방을 발견한 루시는 가방을 꺼내들었다.

 

 "있네."

 

 루시는 가방 속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마부의 증명서와 두개의 벽의 출입증이 들어있었다.

 

 루시는 종이들을 가방에 구겨서 넣었다. 그녀는 마차에 나와서 마차를 다시 바라봤다.

 

 루시는 그녀의 가방을 뒤적였다. 초록색의 거대한 마정석.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마정석을 루시는 가뿐히 깨부쉈다. 그러자 초록색의 거대한 마법진이 루시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그녀가 손으로 마차를 가리키자 마차가 붕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물건들을 공중에 띄워 둘 수 있는 것이 염력 마법의 장점이었다.

 

 그녀는 일단 마차 위에 마부를 들어올렸다. 그의 사지가 축 늘어졌다.

 

 루시는 마부를 땅바닥에 잘 내려두고는 마차를 올려봤다. 초록색 오라에 둘러싸인 마차에는 죽은 말이 매달려있었다.

 

 무언가에 폭파된 말의 시체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공중에 들어 올린 말의 배에서 내장들이 흘러내렸다.

 

 루시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내장과 남은 한 도적단의 시체를 함께 들어 올려 마차와 함께 숲속으로 던져버렸다. 언젠가 벌레들이 갉아먹을 것이었다.

 

 "후... 제일 어려운 일이 남았네."

 

 루시는 염력마법으로 숲 속의 땅을 조금 팠다. 딱 사람 한명이 들어갈 정도의 땅을 판 루시는 마부를 옮겨왔다.

 

 마부를 완벽하게 묻은 루시. 딱 타이밍 좋게 염력마법의 마법진이 사라졌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엄... 천국에 가서도 잘 지내세요. 너무 친절하게는 하지 마시고."

 

 루시는 인사를 하듯이 그에게 말했다. 말이 끝마치자마자 그녀는 쌩하고 다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아, 무덤 위치는 상인 조합에 잘 알려줄게요."

 

 뒤를 돌아 무덤을 보고 말한 루시. 그녀는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밤이 되어야 도착한 아렌 마을은 매우 바빴다. 수많은 여관과 수많은 사람들. 최대한 마을 외진 곳으로 들어왔지만, 그곳 역시 정신이 없었다.

 

 대부분의 여관들은 식당을 겸했다. 저녁과 아침만 팔아도 그들에게는 이득이었다.

 딸랑.

 루시는 한 여관으로 들어갔다. 시끌벅적한 여관의 소리에 종소리가 묻혔다.

 

 "어서옵셔."

 

 귀가 밝은 것인지, 돈이 궁한 것인지, 여관 주인은 종소리를 듣고 루시를 환영했다.

 

 루시는 비어있는 구석자리에 앉았다. 인상 좋은 아저씨상의 드워프인 여관주인이 뒤뚱뒤뚱 걸어왔다.

 

 짦은 다리를 힘겹게 옮겨 루시에게 도착한 그. 그는 양손으로 뚱뚱한 허리를 감싼 채 루시에게 물었다.

 

 "모험가? 그래서 식사만? 아니면 숙박까지?"

 

 "숙박까지..."

 

 그는 두툼한 손가락을 두개만 폈다. 동전 두개라는 소리였다.

 

 '동화일리는 없고, 은화겠지.'

 

 나라마다 조금은 틀렸지만 은이나 금같이 귀한 물건들은 암묵적으로 공용화폐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이 동전들. 루시의 지갑에 가득한 무늬없는 동전들을 사용했다.

 

 루시는 은 동전 두개를 집어 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손 위로 떨어진 동전을 확인한 그는 다시한번 질문했다.

 

 "메뉴는 야채랑 고기뿐. 뭘로 하실래?"

 

 "고기로."

 

 "금방 기다리슈."

 

 루시는 가방을 조심스럽게 내려뒀다. 그녀의 가방 윗부분이 식탁 아랫부분에 정확히 닿았다.

 

 살짝 긴장을 풀자 그녀의 코로 피 냄새가 스며들었다. 그녀의 망토에 스며든 약간의 피 냄새였다.

 

 '후... 죽이긴 싫었는데 말이야...'

 

 루시는 찢어진 망토 아랫부분을 만지작거렸다. 후드 부분도 완전 너덜너덜해져있었다. 곧 새로운 것을 사야할 것 같았다.

 

 루시는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여관마을이었다. 즉, 사람들이 거쳐 가는 마을이었다.

 

 그러다보니 모험가라거나 상인같이 세상을 떠도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눈이 가는 것은 모험가들이었다.

 

 의뢰를 해결해주고 돈을 받는 직업. 듣기에는 꽤나 낭만적일지 몰라도 그들은 용병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눈이 가는 이유는 그들의 행세였다. 자신들이 영웅인 양 행동하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싫었다.

 

 쾅!

 

 "너 진짜 죽을래!"

 

 갑자기 여관이 고요해졌다. 누군가의 외침에 놀란 다른 이들이 모두 그 사람... 아니 수인을 쳐다봤다.

 

 긴 귀와, 흰털. 누가 봐도 토끼인 여자. 바로 수인이었다.

 

 "그니까! 걔들은 생포대상이었다고! 그게 계약이었다고!"

 

 "나는 거의 죽을 뻔 했거든? 동족이라곤 해도 무법자들이잖아!"

 

 "뭔 소리야?! 한참 고향을 못가서 미쳐버렸나! 의뢰금은 무슨! 벌금이라도 안 물면 다행이네!"

 

 시끄러운 대화에 귀가 아파왔다. 토끼 수인은 다른 수인과 대화하고 있었다.

 

 초록색의 피부와 길쭉한 입을 가진 악어 수인이었다.

 

 심지어 그 두 사람 옆에는 몸집이 꽤나 큰 슬라임이 음식을 흡수하고 있었다. 접시도 함께.

 

 수인족과 슬라임이 인간의 마을에 있는 모습. 심지어 여관의 테이블을 꿰차고 싸우고 있는 진귀한 광경.

 

 평범한 마을에서는 구경도 못할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몬스터란 이유로 무어라 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하루만 가면 그녀의 목적지이기도 한 왕국. 바로 몬스터들의 왕국인 엘리시움이 나오니까.

 

 여전히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그들은 분명 엘리시움 소속이 틀림없었다.

 

 "하이고, 화상아... 내가 너 때문에 못산다..."

 

 토끼귀의 수인이 지쳐버렸는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악어수인은 여전히 떳떳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물우물.... 어찌되었든 맛있었으니까 됐어."

 

 "죽인 악어나 시체를 먹은 슬라임이나...."

 

 토끼 수인은 머리를 책상에 내리찍으면서 아까보다 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밥 나왔슴다."

 

 여관주인이 고기가 담긴 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주었다. 포크와 나이프까지 올려준 그는 다시 돌아갔다.

 

 루시는 고기를 내려보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래빗하고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루시는 그리 생각하며 고기를 썰었다. 입 안에서 녹는 고기를 맛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미각은 이해가 안 된다니까.'

 

 루시는 고기를 억지로 삼키며 고민했다. 사실 인간의 식사따위 그녀에게 필요가 없었다.

 

 하루에 눈물 몇 방울이면 살아갈 수 있는 루마에게 음식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러나 과거에 식사를 거르고 눈물만을 마시다 마녀로 몰린 적이 있던 그녀는 이후로 이런 불필요한 식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대충 고기를 남긴 그녀는 여관주인을 불렀다. 부엌에서 나온 그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열쇠를 가져왔다.

 

 열쇠를 건네받은 그녀는 계단을 올라 여관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방문을 활짝 열었다.

 

 침대 하나, 협탁 하나, 벽걸이 하나 있는 작은 방이었다. 싼 값에 오는 그런 여관이었다.

 

 루시는 협탁 옆에 가방을 내려뒀다. 협탁 위에 초에 불을 붙이자 방이 순간 환해졌다.

 

 루시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래된 가구의 먼지 냄새가 나는 침대는 심한 삐걱 소리를 냈다.

 

 '그래도 꽤 편하네...'

 

 눈꺼풀이 무거워져왔다.

 

 '눈물만 먹고 좀 자야지...'

 

 고된 하루였다. 생각치도 못한 전투를 해야 한데다가 하루종일 고된 행군을 한 루시의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루시는 품속의 눈물병을 꺼내들었다. 조금 파여진 뚜껑에 눈물을 몇 방울 떨어뜨린 루시. 눈물을 들이킨 루시는 눈물병을 다시 집어넣었다.

 

 배개 위로 머리를 던진 루시는 무거워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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