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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제의 폐하
작가 : 귤이
작품등록일 : 2019.10.17

알리온의 두 국왕 후보
잔느와 윤,
둘의 지독한 사랑과 집착

 
1화
작성일 : 19-10-17 01:27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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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온에는 두 명의 왕이 있었다. 날 때부터 특출난 머리와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을 가진 서자 윤과

 타고난 성품으로 백성을 품는 것에 사명감을 가진 현명한 잔느.

 둘은 서로를 견제하며 알리온 제국 단한명의 왕이 되기 위해 알리온을 다스렸다.

 

 

 알리온 1233년, 수도 로한

 

 

 “폐하, 굶어 죽기 직전의 백성들 앞에서 금박이 빛나는 옷을 입고 행진을 하다니,

 그들에게 자괴감을 심어 줄 뿐이에요.”

 

 

 새까만 머리를 하나로 묶어 올린 잔느가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갰다.

 가지런히 올려 진 손등 위에는 흔한 장신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하얀 손목에 그녀의 업무 일정을 알리기 위해

 나무로 만들어진 메트로놈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조용한 회의실 안이 똑딱거리는 일정한 소리로 울렸다.

 

 “황제이시여, 우리가 그들과는 다른 왕족이라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에게 존경심을 갖지 않고 본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길 겁니다.”

 

 파란 눈을 가진 윤이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어쩐지 심기가 뒤틀렸다. 잔느를 보고 있자면,

 올곧은 눈을 하고 그에게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그녀를 보자면 억지로 머리채를 휘어잡아서라도

 무릎 꿇리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었다. 그러나 늘 지는 것은 윤이었다.

 

 

 “잔느, 넌 항상 지는 법이 없구나”

 

 

 회의가 끝난 후 둘 만 남은 방에서 윤은 잔느가 앉은 의자를 손으로 짚어 코끝을 마주 대며 말했다.

 그녀에게서는 묘한 향기가 났는데 윤은 그 향이 나면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나고는 했다.

 

 “이기고 지는 것에 어디 있겠어요. 사랑하는 백성들을 위해 가장 현명한 길을 찾을 뿐 이죠”

 

 눈을 피하지 않고 잔느가 대답했다. 늘 꼬박꼬박 공손한 어투로 말하는 것도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그녀의 길다란

 속눈썹이 살짝 내려갔다 올라왔다. 허리를 곧게 세운 체 뒤로 몸을 빼지도, 그렇다고 다가오지도 않는 잔느를 보니

 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있지, 서자인 나는 너처럼 멍청한 황제에게 늘 질 수밖에.”

 

 

 잔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윤을 뒤로 물러서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냉랭한 표정으로 잔느는 윤이 다가서지 못하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으르렁거리는 윤에게

 그녀는 잠깐의 눈길도 주지 않고 사라졌다. 이럴 때마다 윤은 자신이 천박한 신분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자신의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들었다. 열등감이라는 이름의 족쇄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그를 속박했다.

 반면 날개를 단 잔느는 자신이 손 쓸 새도 없이 똑바로 날아갔다. 윤은 이를 꽉 물고 살짝 열려있는 문을 노려봤다.

 

 

 “짓궂으세요.”

 

 

 시종인 엘리야가 잔느의 머리를 빗어주며 말했다. 잔느는 거울 속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을 보며 대답

 대신 살짝 웃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눈도 휘어지는 진짜 웃음이었다. 그녀의 검정색 머리칼이 제자리를 찾아

 갈 즈음 손목에 걸린 시계가 요동을 쳤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힘 있게 떠올렸다.

 거울을 보며 수 만 번 연습한 신뢰감 있는 표정, 그녀의 동작 하나, 표정 하나도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것은 없었다.

 그녀가 연기하는 어질고 현명한 황제 잔느가 있을 뿐이었다.

 

 

 “뜻한 바를 이루시니 좋으시겠어요.”

 

 

 “폐하, 백성들이 보고 있어요. 즐거운 날에 울상을 짓고 있으면 안되지요.”

 

 

 잔느의 말대로 금박의 옷도, 행진도 없는 행사가 시작됐다.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왕이 직접 행차하는 연례행사

 였다. 잔느와 윤은 빵과 우유를 나누어주며 백성들과 인사했다. 언젠가 미래에 있을 왕위 계승을 위한 첫 인사인

 셈이었다. 그녀는 우아한 몸짓과 표정으로 백성들을 매료했다.

 윤이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듯 대충 빵과 우유를 던지고 있을 때, 한 여자 아이가 둘의 앞에서 넘어졌다.

 

 

 “괜찮..”

 

 

 “조심 좀 하지!”

 

 

 잔느의 말을 끊고 윤이 뛰어와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작은 양 갈래 머리 여자아이는 울기 직전의 얼굴로 빨게

 진 무릎을 감싸 쥐었고 윤은 시종을 시켜 약과 붕대를 가져오게 했다.

 빵과 우유를 받으려 밀린 줄 속에서 뭐하고 있느냐는 원성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아이를 달래며 꼼짝도 하지 않았

 다.

 

 

 “사람 많은데서 뛰다가 부모님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엄마 어디 계셔?”

 

 

 잔느는 이미 아이와 윤에게서 시선을 떼고 밀린 음식을 나눠주는 데 집중했다.

 곧이어 윤도 원래 자리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신경은 부모를 쫓아가는 아이에게 쏠려있었다.

 

 

 “난 네가 그래서 좋아,”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탓에 묻힌 잔느의 말에 엘리야는 시치미를 떼고 서있었다.

 속으로는 아이의 안녕을 빌면서.

 

 

 “아이만 살려 주세요 제발 아이만..”

 

 

 올곧은 자세로 앉아있는 잔느에게 머리가 풀어헤쳐진 여인이 울며 매달렸다.

 매질을 심하게 당한 아이의 얼굴이 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잔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어나세요, 나는 저 아이만 있으면 되는 걸요.”

 

 

 잔느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엘리야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아이가 다 빠진 이빨들 사이로

 쉭쉭 거리는 바람 소리만 낼 수 있을 때 즈음 잔느는 고갯짓으로 여자와 아이를 나라 밖으로 내다 버리라는 지시를

 했다. 죽이지 않은 것은 자비였다. 아이의 엄마 역시 그를 안다는 듯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울지 않는

 것은 잔느 뿐 이었다.

 

 “윤아, 이게 네가 말한 존경심일까?”

 

 엘리야는 그녀가 두려웠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렇듯 그녀의 위압감에 매료되었다. 왕궁 기사였던 아버지가 황제

 의 명을 어기고 적의 목 대신 그녀의 목을 치러 돌아 온 그날부터. 붉은 꽃잎처럼 흩날리는 아버지의 핏방울 사이로

 황홀하게 웃는 잔느는 그녀가 살아오면서 본 그 어느 것 보다도 아름다웠다. 오늘처럼.

 

 

 “다 울었니?”

 

 

 손을 내밀며 다정하게 묻는 잔느에게 엘리야는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그녀 손에 묻은 핏자국이 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엘리야가 머뭇거리는 사이 잔느가 먼저 돌아섰다.

 미쳐 잡지 못한 손이 공중에 떠 갈 곳을 잃은 모양새로 멈춰있었다.

 

 

 “엘르, 선택한 건 너야. 책임감이 없다고는 생각 안했는데. 아니었나?”

 

 

 잔느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잔느의 손가락을 정성스레 닦았다.

 부러 그녀를 쳐다보지 않자 턱을 들어 얼굴을 마주보게 한다. 눈을 내리까는 엘리야를 봐주지 않고 고개까지 내려

 눈을 맞추고는 아무 말 없이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본다.

 

 

 “너무 사랑해서 그래, 너무 사랑해서.”

 

 

 잔느는 억지 웃음 같은 미소를 한번 짓고 뒤 돌아 지하실을 빠져나간다.

 엘리야 역시 이를 꽉 물고 그녀의 뒤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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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2019 / 10 / 17 310 0 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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