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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2.길가에 피고 지다.-3
작성일 : 19-10-16 18:31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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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기덕은 잘못들은 줄 알고 반문했지만, 곧바로 후회했다. 지건의 두 눈이 형형했기 때문이다.

  “내가 괴롭힘 당하는데 보고만 있었잖아! 그렇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는데, 도와주지 않았잖아!”

  “그, 그건 저 새끼들이 너무 활개 치니까…!”

  “무서웠지?”

  지건이 몸을 일으켜 기덕과 마주본다. 그의 예봉 같은 기세에 기덕은 일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건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지금 솔직히 말해주면 고마울 듯싶었다. 그러면 억울하지는 않을 테니까. 모두 무서우니까, 원망할 필요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활화산이 휴화산이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덕을 포함해 반 아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일중은 살짝 미소 짓는다.

  아이들의 눈이 어제처럼 전부 흔들리고 있던 것이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일중은 부정할 수 있는 아이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너희들은 지금까지 내가 당해왔을 때처럼 침묵하는 구나.”

  지건이 폐부 깊숙이에서 뜨거운 것을 토해낸다.

  “난… 무서웠어.”

  읊조리는 지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너무 조용해서 반 전체가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다.

  상철이 무섭고, 학교가 무섭고, 반 아이들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아니, 나는 무서웠어. 미안해.”

  기덕은 지건을 쳐다보지 못하고 일중을 증오의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미안해.”

  “나도 미안해.”

  “내가 왕따가 될 것 같아 무서웠어.”

  “외면해서 미안해.”

  갑자기 아이들이 고해성사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일중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일중은 여유 만만한 얼굴로 그 시선들을 즐겼다.

  “그래. 나처럼 무섭고, 외로웠어?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데, 너희들 이 기분 알아? 하하하….”

  우는지, 웃는지 모를 소리가 잔잔하게 교실 안에 울려 퍼진다.

  “그런데… .”

  그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자, 교실도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있다고! 정말?”

  지건이 새된 소리를 냈다. 아이들이 눈에 띄게 긴장한다.

  “후… 대화를 나눈다는 게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너희들은 모르겠지? 난 지금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냐. 피를 토하고 있는 거지.”

  힘없이 속삭이는 듯한 말에 이상하게 힘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 모습에 안절부절 못했고, 그에 반해 일중은 춤추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지금도 대화가 아니네. 크크크….”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서글픈 웃음소리가 눈물을 타고 뺨에 흐른다.

  “아, 혼잣말 지긋지긋하네.”

  손으로 뺨을 훔치며, 지건이 아이들을 한 번 훑더니 말을 이었다.

  “나는 말이야, 용기가 부족했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랐어.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몇 번이고 죽을 생각이었어. 결국 옥상에 올라갔지. 그곳은 나하고 비슷하더라? 아무도 없더라니까. 차라리 누가 내 등을 밀어주면 고마울 텐데. 친구 하나 없더라고… 억울했어! 시험을 못 봐도 좋았어. 숙제를 못 해와도 좋았어. 그런 건 아무런 상관없었어. 내 인생은 여기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는데, 무슨 소용이야? 이미 난 죽어 있는데! 뛰어내려서 뭐해!!” 지건이 명치 쪽에 손을 얹으며, 강철을 씹듯 내뱉었다.

  “그런데 상철패거리가 사라지니까, 편하냐고? 아니, 불편하기 짝이 없어. 언제든지 돌아와서 날 괴롭힐 테니까. 그러면 너희들은 날 도울까? 아니면 지금처럼 침묵할까?”

  지건이 화두를 던진다. 그것은 무겁고, 누구도 감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 문제였다.

  “내일이라도 당장 말이야!”

  지건이 활짝 웃었다. 저 웃음은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그것을 알까?

  극과 극은 통한다고 일중과 지건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덕은 여전히 할 말이 없었다. 아니라고, 도울 거라고!

  강력하게 밀어 붙여야 했는데, 한 발 늦어버렸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상철이 패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던 것이다.

  아이들의 민낯은 더 벗겨질 것도 없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당연히 도울 거야!”

  기덕이 지건의 손을 잡으며 매달리듯 말했다. 하지만 이 행동으로 무저갱으로 떨어진다. 지건이 그의 손을 쳐낸다.

  “거짓말! 넌 일중이에게 매번 지니까, 지금 나대잖아? 날 이용해서 네 스트레스를 풀려는 걸 모를 줄 알아!”

  “무슨 얘기 하는 거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기덕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양 손을 흔들어 대며 부정했다.

  “말로는 모든지 할 수 있어. 이 세상에 가장 쉬운 게 빈말이니까. 그런데 너희는 단 한 마디도 내게 건넨 적이 없지! 나는 계속 기다렸는데! 너희들이 하하 호호 할 때, 내 발언권이 올 날을 기다렸는데! 이제야, 왔네. 그래서 말 할게.”

  지건이 기덕을 서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꺼져. 내 앞에서 꺼져!”

  기덕이 지건의 생기 없는 눈에 제압당한 듯 뒷걸음질 친다.

  “나는… 나는….”

  “네 인생이나 신경 써.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마. 너희들 중 아무도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살아! 이제 아무런 도움도 바라지 않으니까. 알았어?”

  기덕은 지건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봤지?

  지건의 다음 표적은 일중이었다. 그는 일중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폐가에서 있었던 일이야. 나는 조롱의 대상이고, 피해자지. 그런데 넌 가해자인가? 앞으로도 쭉?”

  지건이 말에 아이들이 전부 기계적으로 일중에게 시선을 고정시켰어야 했으나, 자신들을 돌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일중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상철이 우리 편이라고 하던 반 아이들은, 은연중 가해자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치졸하고, 염치없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어 했다.

  그럼 가해자가 나서야지.

  “가해자는 자리를 비켜 드리지.”

  일중은 가방을 집어 든다.

  “가만히 있어!”

  쾅! 지건이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일중이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의자에서 뗀 상태가 된다.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있던 시선들이 다시 지건에게로 집중된다.

  “숨 막히니까!”

  그런 아이들을 전부 눈에 담으려고 지건이 오른손을 뻗어, 한 손가락을 곧게 펴고 전부를 가리켰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내 앞에 서지 마. 아무도 내 앞에 서지 마.” 공개 경고를 날린 지건이 책도 챙기지 않고 가방을 맨 채로 교실을 빠져 나간다. 하지만 말리는 사람 없었고, 전부 어찌 할 바를 몰라 했다.

  일중은 그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담임은 종례에 난리를 쳤다. 대체 선생님을 뭐로 생각하는 거냐며 분기탱천했다. 그리고 남은 아이들에게 설교를 장장 1시간 가까이 해댔다. 학원이 늦는다는 말에는 코웃음 치면서 너희들도 학교 오지 마라는 막말까지 했다.

  “일중아.”

  교문을 나서는데 서미가 따라 붙었다.

  “잘 참았어.”

  “빨리도 얘기한다.”

  “넌 빨리도 사과했잖아.”

  “끝났지? 간다.”

  일중이 서미의 반대편으로 몸을 튼다.

  “학원은 그 방향 아니잖아?”

  “나 아직 사과 안 했어.”

  “응?”

  “나 아직 사과 하지 않았다고.”

  “그럼 아까 한 건 뭐야?”

  서미가 일중을 따라 붙으며 물었다.

  “학원 안 가냐?”

  “아깐 그거 뭐냐니까?”

  “까인 거 봐놓고 흰소리야?”

  “오… 일중이 많이 컸네.”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야.”

  “알긴 아는 구나.”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일중은 사과하는 인생은 싫었다. 누가 사과하는 인생을 살고 싶을까?

  상철 패거리와 어울리면서 그것을 이루었다.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뭔가 된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데 폐가에서의 사건으로 그것이 사상누각처럼 무의미해지자 그는 생각했다.

  상철 패거리와 어울리며 고취되던 자존감은 열정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위세도 오래가지 않았다. 상철이와 함께 용솟음치던 열정도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과를 선택했다. 그런데 지건의 앞에 서서 사과의 말을 전하려고 하니 마음과는 다른 말이 튀어 나왔다.

  그렇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데도 똑같은 열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어디까지 쫓아 올 거야?”

  한숨을 내쉬며 일중이 물었다. 서미는 들뜬 표정이다.

  “넌 어디 가는데?”

  서미가 바짝 붙으며 물었다.

  “석환이 집에 가보려고.”

  “전화 안 받아서?”

  “응.”

  “전부 전화 안 받아. 나도 아까 돌려 봤는데 신호는 가는데 안 받았어.”

  좋은 반장이다. 담임이 시켰다지만, 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또 일진들 아닌가? 그런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천지다.

  하지만 일진인 일중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적어도 친구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그 셋이니까.

  한 명만 학교를 안 나와도 걱정인데, 전부 전화도 받지 않아서 걱정이 된다.

  폐가에서 일어난 일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도린곁이 보이지 않았다. 일중은 지건에게서 도린곁을 보고 모든 사태의 원흉이 그것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연 그 도린곁 때문에 친구들이 이상해 진 것인지 의문이다.

  분명히 원피스를 태웠을 때 도린곁이 사라진 걸 확인했다.

  허나 끝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지건이 괴롭힘을 당했을 당시 원피스에 붙어 있어야 할 도린곁은 없었다. 동영상으로 찍은 것 외의 뭔가가 있는 걸까? 하얀 꽃무늬 원피스가 왜 붉게 변한 걸까?

  그걸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건 서미에게 말할 수 없다. 도린곁에 대해서는 석환만이 알고 있기에 석환을 찾는 것이다.

  “맞아, 이런 일이 없었어. 그래서 가보려고. 내가 만나보고 내일 얘기해 줄게.”

  “너 나하고 있는 게 불편하구나.”

  난데없는 고백에 일중은 머릿속이 텅텅 비는 것 같았다.

  “응?”

 
작가의 말
 

 와우, 글 썼다. 앞으로도 더 써야겠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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