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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지오의 아버지-2
작성일 : 19-10-16 16:58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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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지오의 아버지가 물었다. 조여사에게 묻고 있었지만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너는 누군데 내 집에 있느냐, 당장 내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 놔’라고 묻는 듯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을 날카롭게 뜯어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균을 웃도는 큰 키에 운동으로 단련되어 다부져 보이는 체격만으로도 충분히 위압감이 느껴졌다. 상대를 단박에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은 검사 시절부터 유명했다. 어떤 범죄자라도 그와 30분만 마주 앉아 있으면 죄를 술술 자백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죄진 것도 없이 괜히 사람을 위축되게 만드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십년 만이었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그전에도 지오의 아버지와는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나를 기억할 리 없었다. 게다가 이제는 높으신 양반이 아니가.

  검찰 내부에서 승승장구하던 지오의 아버지는 사표를 내던지고 보궐 선거와 총선에 출마하여 연달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검찰 출신이라는 이점과 청와대 유력 인사들과 두루 선이 닿아 있어, 재선임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 중 꽤 무게감이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언론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주요 현안이 발생했을 때 그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들어 인터뷰를 하곤 했는데, 일각에서는 이 또한 기자들과 연줄이 닿아 있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녕하…….”

  “지오 친구예요. 기억 안 나세요? 제가 지오 때문에 좀 보자고 했어요.”

  내가 인사를 하는 중간에 조여사가 말을 가로챘다.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온 남편 때문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 자식! 그깟 녀석의 일로 내 집에 사람을 들이나?”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집 싫다고 뛰쳐나간 놈 나도 필요 없어! 그 나이 먹도록 부모한테 얹혀 살면서 등골 빼먹는 한심한 자식……. 하여튼 요즘 젊은이들 나약해 빠져가지고는…….”

  “요즘 젊은이가 아니고 당신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에요. 이번엔 내가 알아서 해요.”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는 동안 나는 어중간하게 그 사이에 서 있었다. 부부 사이의 문제이니 관심 갖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듣다보니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이봐요, 나는 그깟 녀석 상관없으니까 그만 돌아가지. 늦은 시간에 실례구만.”

  “내가 부른 사람이에요. 당신 상관하지 말아요.”

  “아니, 이 사람이!”

  “좀 지나치시네요.”

  이번엔 가만히 듣고 있던 내가 끼어들었다. 지오의 아버지, 그러니까 서의원이 나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매서운 눈빛이었다.

  “아드님 일로 애써 찾아온 사람한테 지나치신 것 같다고요. 아버지를 보니 지오가 왜 집을 나갔는지 알겠네요.”

  “은수야!”

  조여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불렀다. 하지만 서의원이 조여사를 제지했다.

  “그래? 그럼 대답해 보지, 지오가 왜 그런 건지. 그 전에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나? 잘 생각하고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한여름에 한기가 드는 것을 느꼈다. 찬바람이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예전의 어린 이은수가 아니었다. 지난 몇 년 간의 사회생활을 통해 충분히 단련된 몸이 아닌가.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알죠. 국회의원이시잖아요. 그러면 저한테 더 조심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도 유권자인데요.”

  서의원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렇군, 유권자. 사는 곳이 종로구인가?”

  “아닌데요.”

  “내 지역구가 아니구만. 그럼 이제 내가 함부로 해도 되는 건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당당하게 맞서자던 결심은 처참하게 구겨져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나는 맹수를 마주한 초식동물처럼 서의원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하세요. 제가 불렀다잖아요.”

  “그 자식한테 저런 친구가 있는지 몰랐구만.”

  서의원은 한결 누그러진 말투로 나를 보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조금 더 있었다면 그대로 뛰쳐나왔을지도 몰라. 이젠 잘 보일 필요도 없는 걸. 아니, 그렇다면 차라리 나을 걸. 어쩌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정말 무슨 망신이야. 오만가지 생각에 머리가 무거웠다.

  “지오의 아버지는 단순 가출인 줄 알아.”

  대문 앞에서 조여사가 말했다.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반문에 무춤했다. 어머니라니. 다행히 조여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 모기 어쩌구 하는 말은 속을 알 수 없는 애니까 또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지. 정신적으로 진짜 문제가 생겼나 하는 의심을 하긴 했지만………. 하지만 이젠 모르겠어. 요즘에 워낙 이상한 일이 많으니까. 그렇다고 지오가 정말 그렇게 될까 싶기도 하고…….”

  “이미 시작된 것 같았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무슨 소리니?”

  “실은 지난번에 여기서 지오를 봤어요.”

  “정말이니? 지오 어때 보였니? 잘 지내는 것 같아?”

  “좀 안 좋아보였어요. 모습도 달라진 것 같고.”

  나는 조여사가 충격을 받을까봐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그렇게 중요한 얘기를 왜 이제 하니? 하여튼 너는 정말 이상한 애구나.”

  “의원님께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리고 아까 같이 의원님께 버릇없이 구는 일은 다신 없었으면 한다.”

  조여사가 나를 나무랐다.

  “그러세요, 그럼. 알아서 하시면 앞으로 따로 부르실 일은 없겠죠.”

  나는 쌀쌀맞게 대꾸했다. 기분이 상해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돌아섰다.

  “잠깐 기다려!”

  조여사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오늘 부른 건 이것 때문이었다. 무슨 모임인지 같이 하는 애라던데 얼마 전까지 꽤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연락처가 남아있었어. 내가 몇 번 연락을 해 봤지만 안 받더구나.”

  조여사가 팔을 쑥 내밀었다.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감정을 억누르는 듯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조여사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모로 돌렸다. 나는 그 순간 그녀가 입술을 깨무는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건넨 종이쪽지를 받았다. 거기에는 누군가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알겠어요. 제가 연락해서 만나볼게요, 시간 되면.”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분명 승리감이었다. 사람의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누누이 얘기하던 엄마의 말이 머릿속에서 점점 부풀어 올랐다. 정작 엄마는 누구라도 예측 가능한 빤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들뜬 기분에 다른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너무 좋아서 지오가 모기가 되는 것도 꼭 나쁘지 만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돌아설 때 조여사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해서 다시 물었다. 조여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며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이 신경 쓰였다. 하지만 애써 그 의심을 지웠다. 쥐에게 물려 자존심을 다친 고양이의 별 뜻 없는 도발 정도로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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