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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지오의 아버지-1
작성일 : 19-10-16 16:56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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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오의 친구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친구들을 만나면 지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어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동창들은 대부분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고, 대학교 친구들은 지오와 내가 학과가 달라서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들 중에도 지오와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은 없었다. 지오는 나와 헤어질 당시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억지로 다니던 터라 강의실보다 학교 밖에서 시간을 때울 때가 훨씬 많았다. 그마저도 헤어지고 얼마 후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 뒤로 한 학기 지나고 나서 몰래 영화과에 편입했다. 조여사의 얘기에 의하면 지오는 그 학교에 다니는 걸 좋아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일로 아버지와 갈등이 심했다.

  “그거라도 그냥 놔 둘 걸, 그 꼴을 못 보고…….”

  조여사의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디서 지낸다는 말은 안 해요?”

  나는 슬쩍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아는 사람 집에서 지낸다고 하더라.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얘기 안 해. 그것도 한참 됐어.”

  “지오 아버지는 별 말씀 없으세요?”

  “그 양반이 언제 집안일에 신경이나 쓰나. 정신병원에 집어 넣는다 소리 나올까 봐 자세히 얘기 안 했어.”

  나는 속으로 의아했다. 지오의 아버지에 대한 조여사의 태도는 확실히 전과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지오의 아버지와 갈등이 있었던 것은 지오만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나는 지오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무엇보다 지오가 신세를 질 만한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친구?”

  조여사는 어려운 문제를 마주한 사람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양미간을 찡그리고 한참을 고민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지만 고개를 갸웃했다. 이마에 주름 자국이 선명했다. 며칠 사이 얼굴이 많이 푸석푸석해 보였다.

  “그래봐야 시답잖은 녀석들인데…….”

  나는 그 시답잖은 녀석들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조여사도 알지 못했다. 나는 낙담을 했고, 조여사는 나중에 알게 되면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혹시 동아리 친구 중에 지오의 학과 친구를 아는 사람이 있나 싶어서 수소문을 했다. 한 명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법학과 동기는 지오의 이름만 알 뿐 거의 친분이 없다고 했다.

  “걔네 아버지 유명했잖아. 지오 이름은 알더라.”

  “또 다른 사람은? 지오랑 친했던 사람 없대?”

  “그걸 왜 다른 사람한테 물어? 걔가 너 말고 친구가 어딨냐? 네가 제일 친했잖아.”

  무심히 묻는 동기의 말에 가슴 한쪽이 뻐근해졌다.

 

  “야, 너 좋겠다.”

  학교에 가니 지나가던 동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시치미 떼기는. 앞으로 잘 좀 봐 줘라.”

  “하여튼 부모 잘 만난 놈들은 이길 수가 없다니까. 아무리 학점 관리하고 영어 공부 죽어라 해 봐야 소용없어. 그러니까 우리도 지오 덕 좀 보자.”

  그날 하루, 나는 나와 지오의 사이를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런 식의 인사를 받았다.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오와 학생 식당에 갔을 때 식당 벽에 걸려 있는 대형 텔레비전에 지오의 아버지가 나온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는 몇 개월 전 치러진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을 한 A국회의원에 대한 뉴스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었다. A국회의원은 초선의원으로, 그가 속한 B정당도 이번에 처음 원내에 진입한 소수 정당이었다. 그는 선거 전 함께 출마한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매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선거가 치러졌고,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다.

  선거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법 위반 사례가 줄을 이었다. B정당에서 당원들을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이 밝혀졌다. A국회의원은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후보 매수 혐의와 맞물려 그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총체적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이후 A국회의원의 운전기사의 통장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그 돈이 후보 매수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A국회의원은 모르는 일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 동의안이 통과되어 A국회의원은 구속 수사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함에 따라 A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두고 한쪽에서는 진보정당을 죽이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B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키며, 자체적으로 법안 발의가 가능한 10석이 넘는 의석수를 얻으며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진보 세력의 득세를 우려한 보수 성향의 여당에서 이를 껄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검찰이 ‘알아서’ 수사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 일었다. 돈을 줬다는 A국회의원과 돈을 받았다는 상대 후보가 모두 부인하는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 수사가 진행되었다는 점, 그리고 1심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유례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정부와 여당 측에서 다가올 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기세를 사전에 잠재우고,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선택한 도구로 A국회의원이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날 뉴스에서는 더 이상 국회의원이 아닌 A씨가 지난밤 구치소에 수감되는 과정을 밀착 취재 형식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채 구치소에 입감되는 A씨의 모습이 나왔다. 수사 기간 동안 상당히 수척해진 것 같다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수사를 총 지휘했던 부장 검사의 이름이 언급이 되었다. 그 이름을 듣고 밥을 먹으며 무심히 텔레비전을 보던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앗! 하고 짧게 소리를 질렀다. A씨의 옆에 서서 그를 붙잡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부장 검사가 바로 지오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야, 야! 저기 좀 봐!”

  나는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지오의 팔을 툭툭 쳤다.

  “저기 좀 보라고. 네 아버…….”

  지오의 눈은 이미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었다.

  “뭐 대단하다고. 밥 먹어.”

  눈썹을 씰룩이며 얼굴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지오는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밥을 먹었다.

  “그래서 오늘 사람들이 그랬구나. 네 아버지 진짜 대단하시다. 아버지가 저 사건 수사하시는 거 몰랐어? 넌 어떻게 아버지가 나오는데 관심이 없냐?”

  “그만해 줄래? 아님 다른 얘기하지?”

  “넌 왜 정색을 하고 그러냐? 사람 무안하게.”

  나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지오가 아버지 이야기에 민감하게 구는 것을 뻔히 알면서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았다. 그렇다고 화를 낼 것까지야 있나 싶어서 뾰로통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그러나 뉴스 속 아나운서의 말이 들리면서 나는 이어지는 화면에 시선을 빼앗겼다.

  “어젯밤 A 전 의원의 수감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화면에서는 ‘오늘의 영상’이란 제목으로 대법원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는 A씨의 모습이 나왔다. 화면과 어울리지 않게 경쾌한 음악이 흘렀다. 지오의 아버지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A씨와 함께 기자들 앞에 섰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한두 명의 기자들이 질문을 했다. 짧은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지오의 아버지와 A씨가 호송차에 오르자, 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 새끼 간 거야?”

  “그냥 가는데?”

  “야, 잡어.”

  호송차가 출발한 뒤에도 모여 있던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얼마 후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갔어? 벌써 갔어?”

  “아직 시간 안 됐잖아! 야, 사진 찍었어? 못 찍었어?”

  “씨발, 다시 불러!”

  잠시 뒤 호송차가 다시 돌아왔다. 지오의 아버지와 A씨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대법원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나왔다! 나왔다!”

  “판결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기자들은 마치 처음 본 것처럼 A씨와 지오의 아버지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A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이었다. 지오의 아버지는 쏟아지는 질문에 몇 번 대답을 했다.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A씨의 팔을 붙잡고 호송차에 탔다. 호송차가 천천히 사라질 때까지 기자들은 쉴 새 없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호송차가 완전히 보이지 않자 장비를 챙겨 자리를 떠났다.

  “참나, 저게 뭐야.”

  “개그하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다른 학생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그중에 한 무리는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웃음이 나왔지만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지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양 볼 가득히 밥을 밀어놓은 뒤 삼키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간다.”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지오는 성큼성큼 식당을 빠져나갔다. 나는 급하게 지오의 뒤를 쫓아갔다.

  “쟤야, 방금 나간 쟤.”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희들끼리 속삭이는 투로 얘기하고 있었지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 일 이후 또 한동안 지오를 만날 수 없었다. 며칠 동안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가 싶더니, 학교에 와도 수업 때만 얼굴을 비칠 뿐 금세 사라져버렸다.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계속 연락을 했다. 지오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나는 슬슬 화가 났다.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나타나기만 해 봐라, 절대 용서 안 해 준다 등등 속으로 잔뜩 벼르고 있었다. 그렇게 독이 오를 만큼 올랐을 때 지오가 나타났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정확히 열흘 만이었다.

  그리고 지오의 아버지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승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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