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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남친은 왕자님
작가 : 핑키pinky
작품등록일 : 2019.10.9

시작은 단순했다. 그저 좋아하는 외국 배우에 관해 원없이 대화할 수 있는 친구면 족했다. 거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그 나라의 친구이길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속에 간직했던 소망을 이루려는 찰나...... 여린 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현대 왕실 로맨스입니다.) *작가 이메일 pinkynjy@naver.com

 
미지의 친구에게 2
작성일 : 19-10-16 15:01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6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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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을 모두 끝마친 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교문을 나섰다.

 중간고사의 일정을 알게 된 이후부터 4일간의 시험을 모두 마친 오늘까지 불편과 불안을 동반한 나날들이었다.

 결과를 떠나 홀가분함이 이는 건 당연했다.

 가방을 멘 채 규림과 걷는 수연의 표정이 어두웠다.

 

 “어우 야, 얼굴 좀 펴라. 시험 때문에 그래?”

 

 규림의 물음에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망쳤어.”

 “걱정 마. 나보다 더 하려고? 나야말로 완전히 망했다고. 우리 오늘은 기분 전환 좀 하자. 응? 어차피 성적표 나오면 또 좌절하게 될 텐데... 너무 억울하지 않냐? 자자, 다 잊고 놀자. 오케이?”

 

 규림은 친구의 팔짱을 끼더니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지하철에 오른 이들이 오래지 않아 어느 역에서 하차했다.

 덤덤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른 수연이 제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긴.....”

 “명동이라고 들어는 봤수?”

 “명동?”

 

 한 낮의 시내 거리엔 활력이 넘쳤다.

 수연은 명동이 처음이었다.

 물론, TV를 통해 보고 듣긴 했지만 그녀를 데리고 구경시켜 줄 어른이 없는 탓이었다.

 아빠는 늘 부재중이었고 엄마는 살림과 부업을 병행하느라 짬을 내지 못했다.

 삼촌이나 고모 그리고 이모는 모두 멀리 있었다.

 수연의 위로 누군가가 있었다면 또 모를 일이었다.

 

 “어때? 완전 멋지지? 저번에 우리 언니랑 한 번 왔었지. 아니, 한 번은 아니고 세 번쯤? 히잇. 오늘은 이 언니가 책임진다. 믿고 따라와.”

 

 규림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앞장섰고 수연은 상기된 표정으로 친구를 따랐다.

 두 소녀가 지나간 자리로 상점들이 다양한 물건들을 뽐내며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인기 많은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한 이들은 레코드숍에서 홍콩 스타들의 음반을 정신없이 구경했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밖으로 나오자 이번엔 반짝이는 액세서리들이 소녀들의 마음을 훔쳤다.

 귀걸이와 반지에 눈이 호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나마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은 열쇠고리였다.

 매대에 주렁주렁 달린 것들은 하나같이 귀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규림은 그 중 하나를 골라 수연에게 내밀었다.

 

 “이거 완전 예쁘지 않아? 우리 하나씩 사서 가방에 달고 다니자.”

 “응. 좋아.”

 

 복슬강아지 두 마리가 드디어 각자의 주인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밋밋했던 가방 위로 올라탄 그들은 주인들의 움직임에 맞춰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규림과 헤어진 수연이 터벅터벅 길을 걷기 시작했다.

 친구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구경을 했고 기분 전환이 된 건 확실했지만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이내 무거워지고 말았다.

 

 ‘엄마에게 힘을 주고 싶었는데......’

 

 웃을 일이 없는 엄마에게 학생인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중학교와는 달랐다.

 해내야 할 과목은 훨씬 늘어났고 그 깊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어려운 어휘들에서부터 위압감이 밀려오기 일쑤였고 그래선지 더욱 버거웠다.

 이제껏 중상위권을 유지했던 수연이 아무도 모르게 좌절과 자책을 이어가고 있었다.

 

 -띵동-

 

 힘 빠진 손길이 대문에 붙은 벨을 누르자 곧 장난기 가득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누구세요?”

 “나야.”

 “어? 누나야? 빨리 올라 와. 미국에서 편지 왔어.”

 “미국? 뚱딴지같은 소리 말고 어서 문이나 열어주세요.”

 

 수연이 생기를 잃은 음성으로 대꾸하자 수철의 성난 외침이 인터폰을 뒤흔들고 말았다.

 

 “아이, 참, 누나 외국 친구가 편지 보냈다고!”

 

 현관에 들어선 수연은 동그래진 눈으로 신발을 벗었다.

 

 “엄마! 네덜란드에서 편지 왔어?”

 

 급한 마음은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채 곧장 엄마를 찾아 헤맸다.

 수철의 뿌루퉁한 얼굴도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안방에서 바느질을 하던 이가 밝은 얼굴로 딸을 맞이했다.

 엄마는 높다란 선반에서 무언가를 써내더니 소매로 겉면을 쓱쓱 닦아 수연에게 건넸다.

 네덜란드의 도장이 힘차게 찍힌 봉투 위엔 수연의 영문 이름이 또렷했다.

 

 책상에 앉아 커터 칼로 조심스레 봉투를 뜯어보는 마음이 한없이 설렜다.

 이 순간만큼은 그토록 좋아하는 홍콩 배우들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서툰 영어로 표현한 마음이 외국의 친구에게 잘 닿았을지 의문이었고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듣고 싶을 뿐이었다.

 

 “어머나!”

 

 편지를 펼치자마자 수연으로부터 설렘 가득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곱게 접혀있던 편지지 안, 자그마한 사진 속에서 친구가 웃고 있었다.

 

 “리....나....?”

 

 수연의 입가로 금세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편지를 통해 상상만 했던 친구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조금은 막연했던 느낌이 명확해진 건 당연했고 또래의 외국인을 보는 건 비록 사진을 통해서였지만 제법 신기했다.

 

 ‘세상에.......내가 정말 외국 친구를 사귀게 되었구나....’

 

 푸른빛의 눈동자를 가진 리나는 갈색의 머리를 단정히 묶은 모습이었고 흰 빛깔의 피부 위로는 기미와 여드름이 조금씩 도드라져 있었다.

 수연은 사진을 잘 세워둔 채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친구의 감탄사는 물론, 꾹꾹 눌러 쓴 문장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한 소녀가 문득 서랍을 열었다.

 

 ‘내 사진도 보내줘야겠지? 최근에 찍은 거라고는 이것뿐인데......’

 

 학생증을 만들고 남은 반명함판 사진은 두 장이었다.

 제 사진을 들여다보던 수연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이번엔 책장에서 앨범을 꺼냈다.

 입학식 날을 기념하는 사진들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이걸로 할까?’

 

 몇 장 안 되는 것들 중에 교복을 입고 찍은 독사진 하나가 시선에 담겼다.

 수연은 결국 입학식 사진을 선택했다.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한국 고등학생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친구가 기뻐하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헉, 답장이 왔어? 정말?”

 

 등굣길, 홍콩 영화 얘기로 한껏 흥분해 있던 규림이 더욱 큰 목소리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연은 단짝의 표정을 이미 예상한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래? 빨리 얘기 좀 해봐.”

 “한국에서 소식이 오길 많이 기다렸대. 내가 친구가 되어서 기쁘고 반갑다고....저번에 답장 쓰면서 네덜란드어로 인사했는데 그거 보고 깜작 놀랐대. 아, 맞다. 사진도 왔다?”

 “우와. 왠열....나도 좀 보자. 응?”

 

 친구의 애타는 요청에 수연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 그게....잊어버릴까 봐 집에 두고 왔는데.....미안. 나중에 놀러오면 보여줄게.”

 

 규림이 눈을 흘기더니 곧 친구의 어깨를 툭 쳤다.

 

 “칫, 너무 티내는 거 아니냐? 쫌 샘나려고 한다?”

 “어우 야,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좀 봐주라. 진짜 보여준다니까?”

 “아이고, 알겠습니다. 어련하시겠어요?”

 

 능청스런 대꾸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연과 규림은 까르륵 웃으며 등교 행렬에 합류했다.

 폭 좁은 도로를 가운데 두고 왼편은 여학생의 무리가, 오른편은 인근 남학교의 학생들이 또래의 웃음과 설렘을 간직한 채 학교를 향해 나아갔다.

 

 

 여름의 아침은 금세 녹아버리기로 작정한 듯했다.

 선선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 열기가 훌쩍 날아와 태연히 자리를 잡았다.

 낡은 선풍기는 책상에 앉은 이를 향해 연신 바람을 보내느라 바빴다.

 

 “에프, 아이, 엑스, 고치다. 수리하다.”

 

 수연은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단어장에 스펠링과 뜻을 나란히 적어 내려갔다.

 이틀 후에 있을 영어 과외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처음 만난 대학생 선생님은 언니같이 다정했고 세 번의 수업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숙제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독해의 수준과 분량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외워야 할 단어가 쌓인 탓이었다.

 

 수연은 제 앞에 놓인 영어의 존재감이 부담스러웠지만 잘 해내고 싶었다.

 이전보다 더욱 의욕이 생겨난 이유라면 단연 펜팔 때문이었다.

 리나와의 의사소통은 오직 영어뿐이었고 자신이 친구의 언어를 배우지 않는 이상, 다른 방법은 없었다.

 수연은 지난번 우연히 봤던 네덜란드어 책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펠링의 조합이 낯설어 읽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차라리 영어가 나을 거란 판단은 그 때문인지도 몰랐다.

 

 “휴, 덥다. 이제 조금 남았으니 힘내자!”

 

 스스로에게 다짐한지 오래지 않아 별안간 벨소리가 들려왔다.

 

 “어? 누구지? 엄마가 벌써 왔나?”

 

 수철을 데리고 시장에 간 엄마는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수연이 일어서는 순간, 누군가의 손길이 또다시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우체부에요. 외국에서 소포가 왔네요. 지수연 씨댁 맞죠?]

 

 현관에 들어선 수연의 얼굴 위로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한달음에 계단을 오르내려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제 품에 안긴 상자 하나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을 뿐이었다.

 보낸 이의 자리엔 리나의 이름이 선명했지만 수연은 사실 친구의 필체만으로도 그녀인 줄 알아보았다.

 낯선 것이 조금씩 친근해지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수연에게 또래와의 교감과 소통이 매우 즐겁고 기대된다는 점이었다.

 조심스레 선물을 개봉한 소녀가 나직이 감탄을 내뱉고 말았다.

 

 “어머나......!!!”

 

 상자 안에는 네덜란드의 일부와 또래 소녀의 취향이 고루 담겨 있었다.

 수연의 눈길이 신기한 물건에 가장 먼저 닿았다.

 

 “어? 이건....나막신인가?”

 

 예쁘게 채색된 신발 한 켤레가 앙증맞았다.

 수연은 그것을 조심히 들어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제 친구가 네덜란드 사람임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접하는 물건이 신기한 탓에 미소는 쉴 틈이 없었다.

 나막신이 있던 자리엔 네덜란드의 풍경을 담은 사진집이 있었다.

 조심스러운 손길이 책장을 넘기는 순간, 수연은 금세 책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국적인 풍경들은 낯설었지만 어쩐 일인지 정이 갔다.

 

 ‘리나가 사는 곳이라 그런 걸까......?’

 

 이유를 생각해본 수연이 싱긋 미소 지었다.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언젠가 리나를 만나러 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소녀가 또다시 웃었다.

 네덜란드의 초콜릿과 사탕들 그리고 리나가 좋아하는 팝 가수의 테이프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어, 그래. 저기 있네. 저 가게에 괜찮은 게 있을 거야.”

 

 엄마와 함께 시장을 찾은 수연은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응시했다.

 <선물의 집>

 없는 거 빼곤 다 있다는 마성의 가게는 선물의 고민을 덜어주는 곳으로 최근에 많이 생겨나고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선물이 도착했던 날, 한껏 신난 건 수연뿐만이 아니었다.

 뒤이어 들어온 엄마와 수철 역시 믿기지 않는 얼굴로 즐거워했었다.

 

 특히 수연의 엄마는 이번 일을 통해 느끼는 바가 남달랐다.

 배움이 부족해 위축되어있던 데다가 남편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이 단절된 탓에 메마른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중이었다.

 그나마 의지할 대상은 자식 둘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수연의 작은 성취는 그녀에게 굉장한 희열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어서 오세요.”

 

 <선물의 집> 주인 여자가 모녀를 친절하게 맞이했다.

 수연은 가게 안을 가득 채운 물건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끔 엄마와 시장을 오가며 가게 앞을 스쳐간 게 전부였기에 크게 기대하진 않았었다.

 사실 엄마의 권유가 아니었다면 번화한 시내 쪽으로 가볼 참이었다.

 

 “찾는 게 따로 있으세요?”

 

 특별할 것도 없는 한 마디에 수연의 엄마가 반색하기 시작했다.

 

 “우리 딸이 네덜란드 친구를 사귀고 있거든요. 그....뭐더라? 그래, 펜팔로 말이에요. 세상에, 며칠 전에 커다란 소포를 보내왔지 뭐예요? 선물을 얼마나 바리바리 싸서 보냈던지....”

 “어머나, 펜팔로 외국 친구를요? 흔치 않은 일인데....따님이 영어를 잘 하나 봐요?”

 

 주인 여자의 시선이 모녀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동안 수연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하지만 타이밍을 낚아챈 엄마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여유 있는 얼굴로 까르륵 웃었다.

 

 “아휴, 이런 얘기 하면 고슴도치 엄마 소릴 듣겠지만, 얘가 영어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제법 잘 쳐요.”

 

 엄마의 곁에 있던 수연은 이제 제 얼굴이 빨갛다 못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아주머니들의 대회는 재빨리 흘러가고 있었다.

 

 “엄마가 정말 좋으시겠다. 이런 딸 하나만 있어도 살 맛 나겠는걸요? 그럼, 그 외국 친구에게 보낼 선물을 찾으시는군요?”

 “호호....그래요. 뭐 좋은 것 좀 골라줘 봐요.”

 “아휴, 그럼요. 잠시만요.”

 

 멀뚱히 선 채로 당황의 한 가운데를 유영하던 수연의 시선이 제 엄마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어느 샌가 빈 의자에 앉아 가게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훨씬 밝아진 안색 위로는 옅은 미소까지 품은 상태였다.

 수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가 오늘은 좀 달라 보여. 하지만 밝은 모습은 보기 좋다.’

 

 조용한 성격의 엄마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수다 떠는 일이 드문 편이었다.

 더군다나 낯선 이에게 너스레를 떠는 광경은 직접 목격하고서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신기하게 여기던 수연의 귓가로 주인 여자의 음성이 날아들었다.

 

 “뭐가 좋을지 몰라서 이것저것 가져왔어요. 이건 한국적이죠? 그리고 요즘 여학생들에겐 이런 게 잘 나가요.”

 

 여자가 선반 위에 나란히 늘어놓은 물건들은 종류가 다양했다.

 나무로 깎아 만든 원앙새 한 쌍과 자개가 살짝 덧입혀진 보석함은 완벽한 한국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옆에 놓인 손거울과 빗 세트, 인형 그리고 귀여운 디자인의 열쇠고리들도 수연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자의 센스 있는 선택에 엄마가 밝게 웃었다.

 

 “어머나, 세상에....정말 없는 게 없네. 이것도 예쁘고....저것도 괜찮고....얘, 수연아, 뭐가 좋겠니? 친구가 뭘 좋아할까?”

 

 드디어 수연에게 발언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녀 역시 엄마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마음에 든다는 건 난감한 일이기도 했다.

 또래의 감성에 젖어 손거울을 만지작거리던 수연이 애처로운 눈길로 원앙새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 사이 노련한 주인 여자가 기회를 포착해냈다.

 

 “학생은 전부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그럼, 둘 다 보내줘요. 외국 친구가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여자가 옅은 웃음을 뱉어내는 동안, 수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물론, 마음 같아선 좋은 걸 다 보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뻔한 형편을 알면서 떼쓰는 짓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아니, 그렇게 하긴 싫었다.

 수연에겐 엄마를 힘들게 만들면서까지 무리할 계획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혼란에서 빠져나온 소녀가 드디어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두 개 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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